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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길주 칼럼] 안철수는 왜 '정치 낭인'이 됐는가
[윤길주 칼럼] 안철수는 왜 '정치 낭인'이 됐는가
  • 윤길주 발행인
  • 승인 2018.06.15 16: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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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전 서울시장 후보가 또 패배했습니다. 지난해 대통령 선거에 이어 이번에도 3등에 그쳤습니다. 대선에서야 그렇다 치고 서울시장으로 ‘체급’을 낮췄는데도 1등과는 한참 차이나는 3위에 머문데 대해 누구보다 본인이 참담했을 것입니다.

안 전 후보는 선거 패배 후 “모든 것이 제 부덕의 소치”라며 “당분간 성찰의 시간을 갖겠다”고 했습니다. ‘성찰의 시간’이라는 게 어떤 의미인지는 시간이 지나면 알게 될 것입니다. 다만 이번 선거 패배로 정치 생명의 최대 위기를 맞은 것만은 분명합니다.

그의 정치인생 6년은 우여곡절의 연속입니다. 정치에 뛰어들기 전까지만 해도 그는 젊은이들의 우상이었습니다. 지인들과 함께 전국을 돌며 진행한 ‘청춘콘서트’에 젊은이들은 열광했습니다. 이명박 정권 시절 부패한 기득권세력의 뻔뻔함에 기가 질려버린 시민들에게 안철수라는 ‘상품’은 신선하고도 감동적이었습니다.

50% 넘는 지지율에도 2011년 박원순 후보에게 서울시장 후보직을 양보했을 때 그는 온 세상을 품에 안을 큰 그릇으로 비쳐졌습니다. 그것이 대권도전을 위한 전략에 따른 것일지라도 양보는 양보인 것입니다.

하지만 이후 보여준 정치행보는 무엇에 홀린 듯 급하고 가벼웠습니다. 2012년 대선 후보직 사퇴 때까지만 해도 그의 ‘신선도’는 그럭저럭 유지됐습니다. 잠룡으로서 언제든 승천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갖추고 있었습니다.

그 다음부터가 문제입니다. 2014년 새정치민주연합 창당, 2016년 국민의당 창당, 2017년 대선출마, 2018년 바른정당과의 합당 및 바른미래당 창당, 서울시장 출마 및 패배. 정치 이력에서 어떤 정체성이나 정치 철학을 찾아보기 힘듭니다. 정치 지형에 따라 갈라서고 합치고를 반복한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새 정치를 기대했던 국민에게 이합집산 하는 과거 정상배들의 구태를 고스란히 드러낸 겁니다.

지난해 5월 대선에서 패배하자 그는 미국으로 건너갔습니다. 그때도 이번처럼 “성찰의 시간을 갖겠다”고 했습니다. 다들 그럴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뭐가 그리 급했는지 곧바로 돌아와 국민의당 당권에 도전했습니다. 당권을 차지한 그는 국민의당 의원들의 반발을 뒤로 한 채 일부 의원들과 함께 유승민 대표의 바른당과 합당합니다. 말이 합당이지 국민의당을 깨고 그 당에서 이탈한 것입니다. 본인이 대주주이기 때문에 마음대로 해도 된다는 식이었습니다.

공교롭게도 안 전 후보처럼 지난해 대선에서 패배한 후 곧바로 정치 일선에 복귀한 홍준표, 유승민 전 대표도 이번 선거에서 치명상을 입고 패퇴(敗退) 했습니다. 세 사람의 공통점은 문재인 정부에 대해 줄곧 딴지를 걸어왔다는 것입니다. 정부가 출범하자마자 패자들이 언제 그런 일이 있었냐는 듯 돌아와 정부를 폄훼하고, 훼방을 놓는 모습에 대다수 국민은 혀를 찼습니다. 국민이 이번 지방선거에서 세 사람에게 모진 회초리를 든 것도 이 때문입니다.

역사에 가정은 없다지만 안 전 후보가 지난해 대선에서 패배한 후 사심 없이 ‘성찰의 시간’을 가졌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배낭 하나 메고 실리콘밸리를 주유하며 대한민국 미래를 설계하는데 힘을 쏟았다면 그의 몸값은 계속 치솟았을 것입니다. 진중하면서도 인내하는 정치인으로 각인됐을 것입니다.

정치인 안철수는 긴 호흡으로 기다리지 못했습니다. 독선과 지나친 권력욕, 성급함 때문에 그는 ‘정치 낭인’이 되고 말았습니다. ‘성찰의 시간’을 갖고 그가 어떤 모습으로 다시 나타날지 궁금합니다. 본인 자신이든, 참모든 정치공학적 계산으로 어떤 ‘수’를 내려고 할 때마다 입지는 곤궁해진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할 것입니다. 국민은 아둔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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