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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엘리엇의 무차별 공격, 두둑한 배당금으로 막았다?
[포커스]엘리엇의 무차별 공격, 두둑한 배당금으로 막았다?
  • 이일호 기자
  • 승인 2018.06.08 18: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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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으로 외국인 주주 달래는 대기업들...지배구조 취약한 기업 '먹잇감' 삼는 헤지펀드

[인사이트코리아=이일호 기자] 국내 기업들의 배당성향이 강화되고 있다. 대기업을 중심으로 현금배당액이 매년 늘어나면서 관련 국제수지도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주주 이익 환원’이라는 측면에서 긍정적이나, 최근 배당액 증가 배경에 기업들의 취약한 지배구조 문제가 깔려있다는 비판도 만만치 않다. 전문가들은 국내 기업들이 지배구조를 개선해야만 이 같은 논란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지난 5일 한국은행은 ‘2018년 4월 국제수지’를 발표하고 해외 배당금이 75억7000만 달러(약 8조1000억원)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높은 해외 배당금 탓에 배당소득수지는 전년 동기(52억3000만 달러·약 5조6000억원) 대비 23.2% 증가한 65억1000만 달러(약 6조9000억원) 적자였다. 쉽게 말해 한국인 주주가 외국에서 거둔 배당금보다 외국인 주주가 한국에서 거둔 배당금이 7조원 가량 많다는 뜻이다.

이로 인해 이자와 배당소득을 포함한 본원소득수지는 역대 최대 손실인 58억6000만 달러(약 6조3000억원) 적자였다. 4월 경상수지도 17억7000만 달러(약 1조9000억원) 흑자로 6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배당성향 높이는 재벌 계열사들

2016~2017년 10대 그룹 21개 상장사 보통주 배당금, 시가배당률.<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최근 5년 사이 한국 상장기업들은 현금 배당을 꾸준히 늘려왔다. 코스피 상장사의 2013~2017년 총 현금배당액은 ▲2013년 11조8000억 ▲2014년 15조1000억원 ▲2015년 19조1000억원 ▲2016년 20조9000억원 ▲2017년 21조8000억원 등으로 연평균 2조원씩 늘었다. 지난해 상장사 가운데 배당 기업은 537개사로 전체 기업의 72.1%에 달한다.

국내 기업들의 배당성향은 글로벌 국가들과 비교했을 때 강하다고 볼 순 없는 수준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상장사의 지난해 시가배당률(시가총액 대비 배당금 비율)은 1.86%다. 2017년 1년 만기 국고채 수익률인 1.543%는 넘지만 주요 선진국보다는 낮다. 호주(5.0%)와 대만(4.3%), 영국(4.0%), 중국(2.6%), 일본(2.2%), 미국(2.1%·이상 2016년 기준) 등은 한국보다 배당성향이 강한 국가들이다.

세부적으로 보면 최근 들어 재벌 계열사들의 배당성향이 뚜렷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삼성그룹이 대표적으로, 삼성전자는 지난해 역대 최고액인 주당 4만2500원을 배당하며 1.72%의 시가배당률을 기록했다. 전기인 2016년 2만8500원보다 약 50% 높아진 액수이며, 6년 전이었던 2012년 대비 무려 6배나 배당성향이 강해졌다.

삼성그룹의 대표적인 금융계열사 삼성생명과 삼성화재 또한 배당금을 높였다. 삼성생명은 2016년 주당 1200원이었던 배당금을 지난해 2000원으로 늘리며 시가배당률을 1.10%에서 1.60%로 0.50%포인트 끌어올렸다. 삼성화재의 배당성향은 더 강해져 2016년 2.20%(주당 6100원)이었던 시가배당률은 1년 만에 3.70%(1만원)로 1.50%포인트나 늘어났다.

지난해 현대자동차의 주당 배당금은 4000원이었다. 당기순이익이 2015년 6조4000억원에서 2017년 4조원으로 줄었음에도 배당금 수준을 그대로 유지한 것이다. 지난해 현대차의 시가배당률은 2.6%로 코스피 시총 100대 기업 가운데 최상위권에 위치하고 있다. 지난해 순이익이 1조5682억원으로 전년 대비 반토막 난 현대모비스 또한 3500원의 배당금을 유지했다.

이밖에 10대 기업 계열 상장사 21곳을 조사한 결과 배당하지 않은 기업 3곳을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배당금을 동일하게 유지하거나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가운데 배당성향이 가장 강한 기업은 SK이노베이션으로, 시가배당률은 3.92%에 달했다. 주당 배당금이 가장 많은 기업은 삼성전자로 1만4000원이었다.

엘리엇 등 헤지펀드 달래기 나서는 기업들

삼성그룹은 현재 '삼성물산-삼성전자-기타 계열사-삼성물산'으로 이어지는 5개의 순환출자 고리를 갖고 있다.

주식회사 제1의 존립 목적은 ‘주주가치 제고’다. 이로 미뤄봤을 때 최근 상장사들의 배당성향이 강화되는 추세는 긍정적이라 할 수 있다. 문제는 그 배경에 ‘주주 달래기’, 다시 말해 ‘주주행동주의’를 자처하며 경영권을 위협하는 외국자본을 경계하고 회유하려는 분위기가 깔려있다는 점이다.

삼성전자의 발표대로라면 오는 2018년부터 2020년까지 3년 간 주주에게 돌아갈 배당금은 29조원에 달한다. 이를 연 평균으로 환산하면 주당 1505원으로, 올해 4월에 이뤄진 50 대 1 액면분할 이전 기준으로 주당 7만5293원에 달한다. 역대 최고였던 올해 배당액보다 평균 3만원 가량 높은 수준이며, 이 경우 시가배당률은 2%대를 훌쩍 넘을 전망이다.

증권업계에서는 이 같은 삼성전자의 고배당 정책의 배경에 헤지펀드인 엘리엇 매니지먼트(Elliott Management·이하 엘리엇)의 압박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그룹은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간 합병 과정에서 엘리엇의 공격에 시달렸다. 법정까지 끌고 간 양측의 싸움은 결국 삼성그룹의 승리로 마무리됐지만, 이후 합병 과정에서 국민연금공단의 특혜 의혹이 불거졌고 논란은 지금껏 이어지고 있다.

엘리엇은 2016년 10월 삼성전자에 보낸 주주제안 서신을 통해서도 삼성전자를 압박했다. 엘리엇은 서신을 통해 ▲삼성전자를 지주회사와 사업회사로 분할 뒤 지주회사와 삼성물산 합병을 통한 지배구조 단순화 ▲30조원 특별 현금배당 실시와 향후 잉여현금흐름(FCF) 75% 주주 환원 선언 ▲삼성전자 사업회사의 나스닥 상장 ▲지주회사와 사업회사 모두 최소 3인의 사외이사 추가 선임 등을 요구했다. 당시 엘리엇은 삼성전자 지분 0.62%를 보유하고 있어 주주제안이 가능했다.

엘리엇이 요구한 내용들 가운데 삼성전자의 지주-사업회사 분할이나 나스닥 상장 등은 실제로 이뤄지진 않았다. 하지만 2017년 배당 성향을 강화한데 이어 글로벌 CEO 출신 사외이사도 1명 선임하게 되면서 제안이 일부 수용됐다. 이에 시장에선 외국인 소진율이 높고 지배구조가 취약한 삼성전자가 엘리엇의 요구를 일부 수용했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삼성그룹은 삼성물산을 중심으로 계열사와 삼성물산이 다시 이어지는 순환출자 구조를 갖고 있다. 지난 4월 삼성SDI가 삼성물산 지분 2.1%를 매각하면서 고리 중 2개는 끊겼다. 하지만 삼성전기와 삼성생명, 삼성화재 등을 통한 순환출자 고리 5개는 여전히 남아있는 상황이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삼성그룹의 핵심 축인 삼성전자 지분 가운데 9.99%를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보유하고 있는데, 이는 장차 보험업법이 개정될 경우 불법 소지가 있다. 특히 삼성생명의 경우 8.3%에 달하는 삼성전자 지분 가운데 자산총액의 3%를 제외한 나머지를 매각해야 될 성황에 처할 수 있다. 20조원에 달하는 지분은 오너 일가나 삼성물산이 아무리 돈이 많더라도 매입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2017년 사업보고서 기준 삼성그룹 오너일가와 계열사의 삼성전자 지분은 21.28%이며, 이밖에 우호지분도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8일 현재 삼성전자의 외국인 소진율은 53.07%로 과반을 넘고 있으며, 최근 스튜어드십코드 도입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국민연금공단이 삼성전자 지분을 9% 넘게 보유하고 있다. 주주 비중만 놓고 보면 경영권이 위협받을 수 있는 수준이다. 삼성으로선 배당 성향을 높여 주주 친화적인 정책을 펼 수밖에 없는 상황인 셈이다.

외국인에 시달리는 재벌들, 지배구조 개선해야

지난 5월 엘리엇은 현대자동차와 현대모비스를 합병한 뒤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는 방식의 지배구조 개편안을 제안했다.<엘리엇 제안서 캡처>

이 같은 장면은 지난 4월 현대자동차그룹에서도 똑같이 연출됐다. 현대차그룹이 제시한 지배구조 개편안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현대자동차 중심의 지주회사 구축을 비롯해 순이익의 40~50% 배당을 요구한 것이다. 현대차의 외국인 소진율은 45.23%으로 과반에 육박한다.

엘리엇은 이에 대해 ▲지주사 전환을 통한 세금 혜택 ▲자회사 배당금 상승효과를 가져다 줄 것이라며 “진정한 의미에서 간소화 된 지주회사 구조로 전환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증권가도 이 같은 엘리엇의 지배구조 개편안에 대해 ‘지배구조를 실질적으로 개선시킬 수 있을 것’이라며 대체적으로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상황은 현대차그룹에게 안 좋게 돌아갔다. 그룹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현대모비스의 2대 주주인 국민연금의 의결권 자문을 맡고 있는 한국기업지배구조원(CGS)이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안을 반대한 것이다. 이에 지난달 21일 현대차그룹은 5월 29일로 예정됐던 임시 주주총회를 취소하면서 지배구조 개편안을 사실상 없던 일로 만들었다.

앞서 언급했듯 지난해 현대자동차는 실적 악화에도 주당 4000원의 배당금을 그대로 유지했다. 현대자동차는 올해 1분기 6813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는데, 이는 전년 동기 대비 절반 수준이다. 그럼에도 배당을 유지하는 데는 결국 취약한 지배구조에 따른 ‘외국인 달래기’로 해석된다.

전 세계적으로 단기성과에 치중하는 헤지펀드가 매년 늘어가는 상황에서, 이들의 공격에 대처할 가장 근본적 해결책은 결국 기업의 지배구조를 투명하게 하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외국인 소진율이 높은 한국 기업들의 특성 상 과거와 같은 ‘애국심 마케팅’만으로는 헤지펀드의 공격을 피하기 힘들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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