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 삼성 순환출자 해소, '삼바'가 '황금열쇠'
[포커스] 삼성 순환출자 해소, '삼바'가 '황금열쇠'
  • 이일호 기자
  • 승인 2018.04.11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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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SDI, 물산 지분 매각하며 순환출자 해소 '방아쇠'… 바이오로직스 몸값 뛸수록 ‘유리’
삼성그룹이 순환출자 해소에 본격 나선 가운데 삼성바이오로직스가 핵심 축으로 작용할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삼성그룹이 순환출자 해소에 본격 나선 가운데 삼성바이오로직스가 핵심 축으로 작용할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뉴시스>

[인사이트코리아=이일호 기자] 1년 여 간 구속 수감됐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3월 집행유예로 경영일선에 복귀하면서 삼성그룹의 순환출자 해소도 속도감 있게 진행되고 있다. 삼성SDI가 삼성물산 지분 전량을 매각한 가운데 또 다른 ‘연결고리’인 삼성전기와 삼성화재의 삼성물산 지분 매각도 조만간 이뤄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최근 몸값이 뛰고 있는 삼성바이오로직스를 이용해 삼성그룹이 지배구조 개편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해 삼성생명과 삼성물산이 보유 중인 삼성전자 지분을 삼성물산이 매수할 것이라는 구체적 시나리오도 돌고 있는 상태다.

순환출자 해소, 삼성SDI가 ‘방아쇠’ 당겼다

지난 10일 삼성그룹이 삼성SDI의 물산 지분 매각을 통해 순환출자 해소를 본격화했다.<인사이트코리아>

11일 삼성SDI는 보유 중이던 삼성물산 주식 404만2758주(지분 2.11%)를 전량 매각했다고 공시했다.

블록딜로 액수로는 5599억원, 자기자본 대비 4.89%에 해당한다. 씨티증권과 CS증권이 주관사로 선정됐으며, 국내외 잠재적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수요조사를 거쳐 지난 10일 밤 매각 조건과 배정 결과가 발표됐다.

재계에선 이번 매각 소식이 예상보다 빠른 결단이라는 시각이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준 시한이 오는 8월 26일인데 이보다 4개월 앞서 지분을 매각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에 조만간 삼성전기와 삼성화재가 보유한 물산 지분의 매각도 이뤄질 것이란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당초 김상조 공정위원장이 제시한 재벌그룹의 자발적 순환출자 해소 방안 발표시한은 지난달 31일이었다. 이에 발맞춰 5대 그룹 가운데 LG와 SK, 롯데가 지주사 전환에 돌입했거나 마무리했고, 현대차그룹은 지난달 말 4조5000억원을 투입하는 순환출자 해소 방침을 마련했다. 4월 들어 공정위 압박이 거세지자 마지막 남은 삼성도 순환출자 해소에 시동을 건 것이다.

지난해 12월 공정위는 “2년 전 삼성SDI의 삼성물산 500만주만 매각하라는 결정은 잘못됐다”며 남은 삼성물산 주식을 추가 매각하라고 명령했다. 2015년 당시 공정위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사례를 순환출자 ‘강화’로 판단한 것에 대한 입장 번복이었다.

재계 시각은 이제 삼성그룹의 추가 순환출자 해소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삼성SDI 외에도 삼성전기(2.61%)와 삼성화재(1.37%)가 삼성물산의 지분을 갖고 있는데, 이를 매각해야만 순환출자 고리가 완벽히 끊어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당초 삼성그룹사 지배구조의 정점에 서있는 삼성물산의 지배력 강화를 위해 이재용 부회장이 이들 3사의 물산 지분 매입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됐다. 하지만 10일 종가기준 지분 가치만 1조6000억원에 달해 자금 조달이 어렵고, 이미 오너 일가의 삼성물산 지분 비중이 높아 이 같은 선택을 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삼성물산은 삼성전기와 삼성화재를 제외하고도 최대주주인 이재용 부회장(17.08%)과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2.84%)을 비롯한 특수관계인 지분만 32.55%에 달한다. 여기에 백기사로 분류되는 KCC도 8.97%의 삼성물산 지분을 들고 있다. 우호지분만 41.5%에 달해 지분 매각의 영향이 거의 없다는 게 증권가 관측이다.

다만 이번 오버행 이슈에 삼성물산 주가가 떨어질 것이라는 시각도 나온다. 이에 대해 증권가에선 삼성증권이 자사주를 소각하거나 장내 자사주를 매입하는 등의 추가 액션을 취할 수 있고, 또한 이번 블록딜에 따른 할인을 기다렸던 투자자들도 있어 주가하락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바이오로직스, 지배구조 개편 핵심축 부상하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뉴시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뉴시스>

삼성물산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지분을 팔아 삼성전자 지분을 매입할 것이란 시나리오도 힘을 얻고 있다. 이 경우 삼성물산→삼성전자→삼성바이오로직스로 이어지는 선명한 비금융 비즈니스 지배구조가 완성된다. 해당 시나리오데로라면, 삼성물산은 현재 금융계열사인 삼성생명과 화재의 전자지분(총 9.3%) 가운데 일부, 혹은 전부를 매입하는 식으로 지배구조를 강화할 수 있다.

삼성물산이 보유한 삼성바이오로직스 지분은 43.4%로 10일 종가기준 16조7400억원의 지분가치를 갖고 있다. 법인세를 제하더라도 약 12조원의 현금화가 가능하다. 최근 주가상승세를 감안하면 향후 지분가치가 더 올라갈 가능성이 높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몸값이 한껏 올라갔을 때 삼성물산이 지분을 팔면 삼성전자 주식 매입을 위한 ‘실탄확보’가 가능해진다.

이 경우 삼성생명과 삼성화재의 금산분리와 보험업법 개정 리스크도 동시에 해소된다. 양 사는 현재 보유하고 있는 삼성전자 지분(총 9.8%)이 금산분리(금융기업이 산업자본 지분의 3% 이상 보유 시 금산분리 위배) 문제 소지가 있다. 보험사가 대주주 및 계열사 지분을 총자산의 3%를 초과할 수 없도록 하는 보험업법 개정안(국회 발의)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양 사의 전자 지분을 삼성물산이 매입할 경우 지배구조 개선과 앞선 두 개의 리스크 회피까지 얻을 수 있어 ‘일석삼조’의 효과를 볼 수 있다.

최근 삼성전자 주가가 답보하는 것도 이 같은 시나리오에 힘이 붙는 이유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1월 코스피 시장에서 역대 최고치인 280만원을 찍은 뒤 하락해 현재는 240만원 선에 머물고 있다. 올해 들어 주가가 220만원까지 떨어지기도 하는 등 주가하향세가 지속되는 추세다. 추후 삼성물산이 바이오로직스 주식을 팔아 삼성전자 주식을 살 경우 전자 주가가 낮을 수록 더 많은 지분을 매입할 수 있다.

삼성물산은 지난해 사업보고서 기준 3조원 상당의 현금성 자산을 쥐고 있다. 또한 지난 2월 삼성물산이 서초동 사옥(약 7000억원 상당)을 매물로 내놓고 한화종합화학과 제일기획 지분을 잇달아 매각한 것도 삼성전자 지분 확보를 위한 유동성 구축 일환이란 분석이 나온다.

“강제 지주사 전환 우려…단계적 진행 예상”

하지만 삼성물산이 삼성바이오로직스 지분을 당장 팔아 삼성전자 지분을 매입하진 않을 것이라는 게 증권가 시각이다. 자칫 잘못하다간 삼성물산이 삼성전자의 1대 주주로 강제 지주사 전환이 되기 때문이다.

한국투자증권은 삼성물산 보고서를 통해 “삼성물산이 전자 지분 2% 내외(6조원)를 일시 매입한다면 지주사 요건 충족으로 강제 지주 전환될 개연성이 있다”며 “이 경우 20%까지 지분을 추가 확보해야 하는데 쉽지 않은 결정이다. 단계적 진행을 예상한다”고 전망했다.

혹여 삼성물산이 삼성바이오로직스 지분을 매각해 삼성전자 주식을 사더라도, 삼성전자가 삼성바이오로직스 지분을 매입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전자와 바이오의 시너지가 적어 ‘명분’이 부족하며, 경우에 따라선 삼성전자 주주들이 배임을 의심할 수도 있는 사안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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