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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혹이 진실로 드러나는데도 ‘새빨간 거짓말’이라고?
의혹이 진실로 드러나는데도 ‘새빨간 거짓말’이라고?
  • 문기환 전문위원 겸 새턴PR컨설팅 대표
  • 승인 2018.04.02 16: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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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통 홍보맨은 절대 거짓말 해선 안 돼

얼마 전 토요일 오후 늦게 서울역 근처에 갈 일이 있었다. 인근 호텔에서 전에 다니던 직장 상사의 자녀 결혼식이 있어서였다. 평소 같으면 집 앞에 있는 광역버스를 타고 한 번에 편하게 갈 수 있는 1시간도 채 안 되는 위치였다. 그런데 아내가 토요일에는 서울 시내에 결혼식이 많아 도로가 자주 막히니 차라리 안전하게 지하철을 타고 가라고 권유한다. 해서 스마트폰의 길 찾기 서비스를 이용해 세 번을 갈아 타야 하고 시간도 20~30분 더 걸리는 지하철을 탔다. 그리고는 정확히 스마트폰이 예고한 시간에 서울역에 도착했다.

그런데 이게 웬 일인가. 아내 말 안 듣고 버스를 탔으면 결혼식에 늦을 뻔 했다. 서울역 앞을 지나 숭례문과 남산 입구로 이어지는 인근 도로가 전면 통제되어 있는 것이 아닌가. 그 원인은 제법 긴 행렬의 시위대가 한 쪽 차도를 점거한 채 천천히 이동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태극기와 성조기가 나부끼고 군가가 울려 퍼지는 구속 중인 한 전직 대통령의 석방을 주장하는 집회 현장이었다. 지나가는 시민들은 이미 익숙한 광경인 듯 별 무표정이었다. 단지 외국 관광객들이 삼삼오오 모여 신기한 듯 한동안 지켜보고 있다. 이 와중에 필자가 그 시위대를 보고 새삼 주목한 점이 있었다. 불과 며칠 전에 있었던 또 한 명의 전직 대통령 구속에 대해서는 항의하는 플래카드나 구호가 전혀 없었다는 점이다.

거짓말은 시기가 문제일 뿐

뇌물수수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이 발부된 이명박 전 대통령이 지난 3월 23일 오전 서울 강남구 자택에서 나와 동부구치소로 향하고 있다.뉴시스
뇌물수수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이 발부된 이명박 전 대통령이
지난 3월 23일 오전 서울 강남구 자택에서 나와 동부구치소로 향하고 있다.<뉴시스>

역사는 과연 되풀이 되는가. 우리나라 헌정사에 전직 대통령 두 명이 동시에 구속되는 치욕이 23년 만에 또다시 재현되어 버린 것이다. 과거 군부 독재시절에는 그렇다고 해도 문민정부 이후에 이런 일이 생겼으니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실제로 네 번째의 대통령 구속에는 사회 일각에서 불구속 수사를 했으면 하는 바램도 있었다. 어쩌면 완강했던 여론도 그런 방향으로 흘러갔을지도 모른다. 본인이 죄를 순순히 인정하고 국민 앞에 백배 사죄하는 모습을 보였다면 말이다. 그런데 구속되는 마지막 순간에도 그런 모습은 조금도 없었다. 이 모든 것이 정치보복이라 한다. 뇌물 수수, 비자금 형성, 횡령, 배임, 조세 포탈 등 무려 18가지의 혐의에 대해 무죄라고 항변하고 있는 것이다.

거짓말은 시기가 문제이지 언젠가는 반드시 드러나게 되어 있다. 진실 앞에서는 모두가 평등한 것이다. 새삼 그가 11년 전 선거 유세 현장에서 군중에게 크게 외친 말이 기억난다. 자신을 둘러싼 의혹들 모두가 ‘새빨간 거짓말이다’라고 한 말이다. 헌데 그 의혹들이 측근들의 증언과 자신들이 보관 중이던 자료에 의해 명명백백하게 진실로 드러난 지금도 여전히 인정하고 있지 않다니 실로 후안무치의 전형을 보는 듯 하다.

언론홍보 활동을 하다 보면, 간혹 곤란한 상황을 일시적으로 모면하기 위해 거짓말을 하고 싶은 유혹에 빠지게 된다. 혹자는 몸을 담고 있는 조직의 이익을 위해서 어쩔 수 없었다는 대의명분을 내세우지만, 정통 홍보맨이 되기 위해서는 절대 해서는 안 되는 금기 사항이다. 왜냐하면, 언론사를 대표로 출입을 하는 기자에게 진실과 거리가 먼 얘기를 전달할 경우, 이는 비단 그 기자 한 사람이 아니라 해당 언론사 전체, 나아가서는 결과적으로 독자나 시청자인 소비자 및 국민 전체를 기만하는 행위로 확대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기자들이 취재를 할 때 출입하는 조직의 홍보맨을 의존하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는 자료 확보와 확인에 늘 시간에 쫓기는 기자들의 현실을 고려할 때 불가피한 일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홍보맨에게 요청하는 자료가 모두 진실일 것이라는 신뢰를 바탕으로, 수많은 출입기자들은 오늘도 관련 기사를 작성하고 이를 소속 매체를 통해 국민들에게 전달하는 것이다. 그러나, 만에 하나 잘못된 자료나 거짓말을 100% 믿고 보도할 경우, 그 중요도에 따라 자칫 향후 기자의 경력과 명성에 치명적인 결과를 미치게 할 수도 있다.

또한 기자와의 관계에서 신뢰를 생명으로 하는 홍보맨이 거짓말쟁이라는 오점을 갖게 되면, 언론과 홍보라는 작은 커뮤니티 속에서 홍보전문가의 명성을 구축하기가 매우 어려울 것이다. 그 일의 소문을 들은 뭇 기자들이 그 홍보맨이 향후 다른 사안을 놓고 아무리 열심히 설명하고 강조해도 반신반의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꼬리표는 그가 홍보활동을 하는 한 줄곧 그를 괴롭히게 될 것이다.

간혹, 조직내부에서 홍보맨에게 진실을 말해 주지 않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분위기에서는 절대 대외 언론홍보를 맡아서는 안된다. 거짓말을 하는 해당 부서는 일시적으로 홍보팀을 기만해 자신의 불리한 점을 당분간 숨기려 하지만, 이는 향후 조직 전체의 사회적 신뢰도를 땅에 떨어트리고 이미지를 크게 손상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기 때문에 홍보팀은 대개가 조직의 최고경영자 직속에 위치하여 조직 내 모든 부서에게 언제나 정확한 자료를 요구할 수 있는 어느 정도의 파워를 부여 받게 되는 것이다.

기자와의 신뢰 구축이 중요

한 참 전의 일이다. 우연히 ㈜대우 홍보팀장 시절 알고 지내던 언론인사를 만나 점심식사를 하게 되었다. 그 당시엔 모 일간신문의 출입기자였는데, 이제는 모 시사전문잡지의 중진 언론인이 되어 있었다. 워낙 오랜만에 만난 처지라 점심식사 자리였지만 의기투합해 소주 몇 잔을 반주로 이런저런 세상 지내온 얘기를 나누다 보니, 대화는 어느덧 그의 대우그룹 출입기자 시절로 거슬러가게 되었다.

당시의 수많은 에피소드를 기억하며 화기애애하게 얘기하던 중, 갑자기 어느 홍보맨의 이름이 거론되자 그의 안색이 확 변하는 것을 보았다. 안부를 물어보는 것이 아니라 불쾌한 표정을 짓는 것이 아닌가. 예전에 둘 사이에 무슨 안 좋은 일이라도 있었느냐고 물어보니, 말 꺼내기를 주저하던 그는 소주 잔을 입에 털어 넣으며, 필자에게 지난 일을 털어 놓기 시작했다. 당시엔 전혀 들어보지 못했던 이야기였다.

그는 평소 잘 알고 지내던 외국인을 통해 우연히 대우그룹과 관련된 정보를 듣고 큰 특종을 할 절호의 기회를 잡게 되었다고 했다. 소속 매체의 특성 상, 특종 기사를 보도하기가 어려웠던 시절이라, 기자는 물론 언론사 간부들도 그 기사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고 했다. 그러나, 확인 없이 그냥 보도하기엔 왠지 부담이 되어, 그 홍보맨에게 사실 여부의 확인을 요청했다고 한다. 그러나, 워낙 완강하고 자신 있게 그 정보가 사실이 아니라는 답변을 듣고는 내심 ‘앞으로도 자주 보아야 하는 사이인데 설마 거짓말을 하지는 않겠지’ 하며 창피를 무릅쓰고 자기가 들은 정보가 사실이 아니라고 거꾸로 언론사 간부들을 설득해 대특종이 될 뻔한 기사의 출고를 적극적으로 막았다고 했다.

거기까지는 좋았는데, 불과 1주일도 채 안되어 대우그룹에서 공식 발표가 있었고 자기가 입수한 정보가 사실로 판명되었다는 것이다. 직후 그 홍보맨으로부터 ‘상황이 어쩔 수 없어서 본의 아니게 거짓말을 했다. 미안하다’며 사과를 받았지만, 아직도 그때 받은 마음의 상처가 아물지 않았다고 했다. 하기야 한참 지난 일을 내게 털어 놓는 것을 보니 그 심정을 이해할 만도 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후 그 홍보맨이 하는 얘기라면 신뢰를 하지 못했고, 동료 기자들에게도 그 홍보맨을 조심하라고 주의를 주곤 했다고 한다.

필자는 홍보초심자들에게 늘 이 에피소드를 들려주곤 한다. “여러분들이 장차 홍보전문가로서의 명성을 얻기 위해서는 반드시 기자와의 신뢰를 차곡차곡 쌓아가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설사 ‘잘 모른다고 할지언정 그것은 절대 아니다’라고 거짓말을 해서는 안 됩니다”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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