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사가 하면 로맨스, 부하가 하면 불륜?
상사가 하면 로맨스, 부하가 하면 불륜?
  • 최환규 전문위원 겸 한국워라밸연구소 소장
  • 승인 2018.02.05 10:4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조직의 사기를 떨어뜨리는 행동
<픽사베이>

얼마 전 광역버스를 타고 집으로 가는 길에 경험한 일이다. 퇴근 시간이라 사람들이 모든 좌석을 차지하고 있어 빈 좌석이 없었다. 눈을 감고 자는 사람도 있었고, 음악을 듣거나 동영상을 보는 등 사람들은 자신만의 방법으로 집으로 가는 버스 안에서 편안하게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그런데 갑작스럽게 주변으로부터 큰소리가 들려오면서 버스 안의 평온함이 깨졌다. 그 소리를 들은 사람들은 그 소리의 출처를 찾기 위해 주위를 둘러보기 시작했고, 앞자리에 앉은 나이 드신 분이 이어폰 없이 뉴스를 듣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그곳으로부터 소음이 시작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 소음을 들어야 하는 주변의 몇몇 사람들이 그 사람에게 계속 눈총을 주었지만 그 분은 주변 사람들의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고 꿋꿋하게 뉴스를 들었다. 뉴스의 내용이 중요한 것도 아니어서 마음속으로 ‘조용히 하라고 말할까?’, ‘이어폰을 빌려준다고 말할까?’라고 생각하면서도 말하기를 주저하고 있었는데, 그 사람의 앞자리에 앉아서 서류를 검토하던 또 다른 나이 드신 분이 그 사람에게 소리를 줄여달라고 말하면서 해프닝이 마무리되었다. 

누구나 한 번쯤 대중교통을 이용하면서 다른 사람을 배려하지 않아 불편을 겪은 경험들이 있을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하철의 노약자석이나 임산부석이다. 노약자석은 나이든 사람만 앉는 것이 아니라 몸이 힘든 젊은 사람도 앉을 수 있지만, 노약자석에 앉았던 젊은 사람이 나이든 사람에게 봉변을 당하는 경우를 흔하게 본다. 심지어 깁스를 하고 앉아 있는 학생이 노약자석에 앉았다 야단을 맞은 경우도 보았다. 이런 경우를 당한 젊은 사람은 나이든 사람에게 적대감을 느끼게 되는 바람직하지 않은 상황이 만들어진다. 

물론 노약자석과 관련해 나이든 사람들도 할 말이 있을 것이다. 몸이 불편해 자리에 앉고 싶은데 자신을 보면서도 자리를 양보하지 않는 건강한 젊은이를 보면 괘씸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예전에 나는 자리를 양보했었는데…’와 같은 생각을 하면서 자신과 같은 나이든 사람을 배려하지 않는 젊은 사람들에게 실망할 수도, 화가 날 수도 있다. 하지만 상대의 양보를 강요하는 이런 생각들은 결코 생산적인 결과를 만들지 못한다.

‘강요’의 부작용

이런 일은 조직에서도 경험할 수 있다. 직장에서 상사나 부하 모두 자신의 일이 가장 중요하고 급하다고 생각한다. 일부 상사는 자신이 시킨 일이라면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일하라고 강요하는 경우가 있다. 상사가 시킨 일 대신 고객의 요구를 처리하기 위해 관련 부서에서 급하게 요청한 업무를 먼저 처리했다가 상사로부터 엄청 혼난 부하의 경우도 있다. 물론 상사의 지시가 정말로 시급하고 중요한 일이었다면 부하가 당연히 혼나야 하지만 그렇지 않은 일이었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회사 일을 하면서 상사로부터 질책을 받게 되면 부하는 상사가 깁스를 한 자신에게 자리를 양보하라고 강요하는 것처럼 여기게 된다.  

강요는 다양한 부작용을 낳는다. 첫째, 상사의 강요는 조직원의 자신감을 떨어뜨린다. 사람은 자신이 익숙하고 편안한 방식으로 행동할 때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다. 상사가 자신의 방식으로 일하기를 고집하면 부하는 자신에게 익숙하고 편한 방식 대신 어색하고 힘든 방법으로 일을 하게 되면서 자신감을 잃고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 업무에 대한 자신감이 높은 상태에서 일을 해도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없는 경우가 많은데 하물며 자신감이 부족한 상태에서 일을 하면 그 결과는 뻔하다. 상사는 자신이 일을 하는 부하를 보면서 답답한 나머지 화를 내게 되고, 더욱 위축하게 된다.

업무 성과는 조직원의 자신감에 비례한다.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보급로를 차단하거나 유언비어를 퍼트리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적군의 사기를 떨어뜨리는 장면들을 영화나 드라마에서 볼 수 있다. 상사가 부하의 자신감을 잃게 만드는 것 또한 조직의 사기를 떨어뜨리는 행동이다. 자신감이 없는 조직을 보면서 반기는 곳은 경쟁사뿐이기 때문에 알게 모르게 조직의 사기를 떨어뜨리는 사람은 조직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둘째, 상사의 강요는 조직원을 수동적으로 만든다.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수많은 의사결정을 해야 한다. 최적의 의사결정을 위해서는 많은 정보가 필요하기 때문에 상사는 조직원으로부터 많은 정보를 얻어야 한다. 이를 위해 상사는 부하가 다양한 정보와 아이디어를 낼 수 있도록 분위기를 만들고, 가치가 높은 정보를 가져올 때까지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릴 필요가 있다. 하지만 상사의 입장에서 부하의 정보와 아이디어의 가치가 높지 않다고 판단되면 부하의 의견을 무시하고 부하에게 자신의 결정을 지시하게 된다. 이런 시간들이 계속되면 부하는 ‘말해봤자 소용이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되면서 스스로 정보를 찾으려는 노력을 포기하게 된다. 이런 부하의 모습을 보는 상사는 부하를 한심하게 보면서 ‘기회를 줘봤자 소용없다’는 확신을 하게 되어 부하에 대한 지시는 늘어만 가게 된다.

“문제가 생기면 내가 해결한다”

셋째, 상사의 강요는 부하로 하여금 스스로 사고(思考)할 수 있는 능력을 빼앗아 간다. 조직에서 뛰어난 능력을 발휘하는 사람도 성장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다. 성장하는 시간을 줄이기 위해서는 상사의 관심과 지도가 필요하다. 부하가 성장하기 위해서는 상사의 애정과 기회 제공이 필요하다. 상사가 부하에게 업무를 맡기는 것을 불안해 할수록 부하의 업무 방법에 대한 간섭이 늘어난다. 상사가 부하의 업무에 간섭을 할수록 부하는 수동적이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상사는 부하가 결과를 가져올 때까지 기다릴 필요가 있다. 

만약 상사가 기다리는 과정에서 불안을 느낀다면 부하에게 자신의 방식대로 지시하는 것이 아니라 “내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말하라”는 말만 하면 된다. 상사로부터 이런 말을 들은 부하는 최선을 다해 상사가 원하는 결과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게 된다. 평소보다 정보를 더 많이 수집하기 위해 노력하고, 관련 전문가를 찾아가 조언을 구하기도 한다. 이런 노력들은 부하의 성장을 촉진하는 영양제와 같은 역할을 한다. 

이런 노력들이 있더라도 처음부터 만족스러운 결과를 내놓지는 못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므로 상사는 부하의 노력을 칭찬하면서 부하에게 부족한 부분이 아닌 만족스러운 부분부터 말할 필요가 있다. 아마 이렇게 대화를 시작하면 부하는 당황할 가능성이 높다. 부하는 보고서를 작성하면서 스스로 부족한 부분을 인식하면서 ‘상사에게 혼나겠다’고 생각하면서 보고를 한다. 이럴 때 부하의 예상과 달리 칭찬을 하게 되면 부하는 감동하게 된다. 

넷째, 상사의 강요는 소통의 단절을 가져온다. 조직에서 커뮤니케이션이 필요한 가장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정보’이다. 상사는 자신이 가진 정보를 부하에게 제공하고, 부하는 자신이 수집한 정보를 상사에게 제공해 객관적인 정보를 바탕으로 의사결정을 해야 성공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만약 상사가 부하에게 일방적으로 자신의 생각만을 강요한다면 부하는 스스로 사고하며, 정보를 찾아 활용할 필요성도 인식하지 못하게 된다. 

이처럼 상사가 부하에게 강요할수록 부하는 스스로 업무할 수 있는 능력을 상실하게 된다. 상사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가 부하의 능력 향상을 통한 조직의 경쟁력 강화라고 생각한다면 부하에게 일방적으로 강요하는 상사는 자신의 의도와는 달리 조직의 경쟁력을 떨어뜨리게 만드는 결과를 가져온다. 

이렇게 부하에게 자신의 방식을 강요하는 상사는 자신감과 인내심이 부족할 가능성이 높다. 부하의 능력을 믿는 상사는 부하를 믿고 부하가 책임감을 가지고 주도적으로 업무할 수 있도록 기회를 만들어 준다. 부하를 믿지 못하는 상사는 ‘혹시나 문제가 생기면 어쩌나?’라는 생각으로 부하에게 업무를 맡기는 것을 꺼리지만 자신이 있는 상사는 ‘문제가 생기면 내가 해결하면 된다’라고 생각한다.

‘낮말은 새가 듣고 밤말은 쥐가 듣는다’

여기까지만 놓고 보면 부하는 아무 문제없는데 상사만이 부하를 배려하지 않는 사람이라고 인식할 수 있지만 그런 생각 또한 버릴 필요가 있다. 젊은 사람도 버스에서 다른 사람을 배려하지 않기는 마찬가지이다. 조용한 버스 안에서 전화벨 소리가 들려 고개를 들어보면 나이든 사람보다 젊은 사람을 보는 경우가 더 많다. 이처럼 대부분의 사람들은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이중의 잣대로 생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조직에서도 내로남불이라는 이중의 잣대가 적용된다. 술자리에서 부하직원의 얘기를 들어보면 자신들이 능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는 주된 이유로 상사가 자신의 아이디어를 인정하지 않아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상사에게 불만을 털어놓는 사람이 있다. 상사가 자신의 기획안에 반대하면 ‘어떻게 하면 인정받을 수 있을까?’라고 생각하면서 방법을 찾는 대신 동료들에게 상사의 뒷담화를 한다고 무슨 도움이 되겠는가? 상사에 대한 뒷담화는 스스로 자신의 무능을 광고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며, 두 가지 위험을 감내해야 한다.

첫째, 상사에 대한 뒷담화가 상사의 귀에 들어갈 수 있다는 것이다. ‘낮말은 새가 듣고 밤말은 쥐가 듣는다’는 속담처럼 자신이 한 상사의 뒷담화가 상사의 귀에 들어가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심지어 부하의 뒷담화에 맞장구를 치던 사람이 상사에게 고자질을 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위험을 감수하면서 상사의 뒷담화를 하면 일시적으로야 속이 풀리는 기분도 들겠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마음 한편에는 불안과 답답함이 더 크게 자리를 차지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둘째, 상사에 대한 뒷담화는 동료와의 인간관계를 해칠 수 있다. 다른 사람에 대한 뒷담화를 듣는 사람은 ‘저 사람은 내가 없는 자리에서 내 욕도 할 수 있겠다’고 생각하면서 함께 하는 자리를 피할 가능성이 높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뒷담화만 하지 않아도 성인이 됩니다>라는  책에서 뒷담화, 시기와 질투로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자신과 조직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뒷담화 대신 상사가 원하는 결과를 얻기 위해 노력한다면 어느 순간 성장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게 된다. 

상사와 부하는 조직의 성장을 위한 동료이어야 한다. 아주 오래된 고전에서도 ‘요즘 젊은이들이 버릇이 없다’는 문장을 볼 수 있다. 어른들의 눈으로 젊은 사람들을 보면 젊은 사람들의 행동 하나하나가 만족스럽지 못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상사의 눈에 비치는 부하의 행동들도 부족해 보이기는 마찬가지이다. 이럴 때 젊은 직원들을 향해 곧바로 지적을 하는 상사들이 많은데, 이런 방식으로는 상사가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할 가능성이 많다. 젊은 직원들은 자기 나름대로 상황에 적합한 행동을 한다고 했는데, 상사로부터 잘못했다는 지적을 받으면 겉으로야 수긍하는 모습을 보이지만 속으로는 반발할 가능성이 크다. 이런 부작용을 없애기 위해서는 상사와 부하는 서로를 이해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건강한 조직문화를 위해 상사는 부하가 성장하는 동안 참고 기다려 주는 인내가 필요하다. 상사는 자신이 신입사원이었던 시절 기다려 주고 가르쳐준 선배가 있었기에 지금의 자신이 있다는 사실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상사는 이 기간 동안 부하에게 화를 내기보다는 부하가 자신의 모습을 보면서 배우기를 기다려야 한다. 부하 또한 상사의 모습을 보면서 조직과 자신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인재로 성장할 수 있도록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

지금부터라도 상사와 부하는 서로에게 도움이 되도록 노력하자. 지금 자신의 노력이 시간이 지날수록 큰 열매가 되어 자신에게 다시 돌아오는 기적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인사이트코리아, INSIGHTKOREA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