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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2024-04-26 18:52 (금) 기사제보 구독신청
[강정모의 Travel&] 앙티브 피카소 미술관과 니콜라드 스탈 콘서트
[강정모의 Travel&] 앙티브 피카소 미술관과 니콜라드 스탈 콘서트
  • 강정모
  • 승인 2017.12.05 16: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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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유럽의 중심이었던 스페인에는 고야, 벨라스케스, 무리요, 수르바란, 리베라 등 어마어마한 화가들이 많지만 스페인 여행을 준비한다면 ‘엘 그레코’에 대해서는 꼭 알아두고 가는 것이 좋다. 톨레도를 방문한다면 더욱더 그렇다. 스페인에서 가장 존경받는 화가 중 한 명인 엘 그레코는 그리스에서 태어나 톨레도에서 생을 마감했기 때문에 톨레도에는 그가 살았던 집이나 작품 등 그의 발자취가 많이 남겨져 있다. 특히 톨레도 대성당에는 엘 그레코의 그림이 많다. 예수의 사도를 그린 그림들과 함께 그의 최고의 걸작이라 불리는 엘 엑스폴리오<성의가 박탈되는 예수>를 만날 수 있다. 

엘 그레코는 1576년 서른여섯이라는 늦은 나이에 스페인으로 가게 된다. 당시 티치아노와 미켈란젤로, 라파엘로와 같은 화가들은 이미 그 나이에 거장이라는 칭호를 들었다. 하지만 그는 그리스 크레타섬에서 태어나 베네치아로 그리고 로마로 다시 스페인을 전전하는 무명 예술가였을 뿐이니 아마도 복잡한 심경이었을 것이다.

스페인은 그에게 마지막 기회의 땅이었고 그렇게 그리게 된 첫 그림이 톨레도 대교구에서 주문한 엘 엑스폴리오<성의가 박탈되는 예수>다.  

그림은 예수가 십자가에 못 박히기 전 골고다 언덕의 마지막 광경으로 톨레도 대성당 성물실에 걸려 있다. 제단화인 셈이다. 짧은 시간에, 다른 대가들의 반열에 올라야 한다는 조급함과 불안감은 오히려 용기가 되었을까? 그림은 그의 이전 그림들보다 한층 자유롭고 대담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림은 종교계의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대중들에게 외면을 받는다.

 

우선 당시에는 못에 박힌 채 십자가에 매달려 있는 예수를 그리는 것이 일반적이었기 때문에 십자가에 매달리기 직전의 예수는 성경을 왜곡했다는 것이 가장 논란이 되었다. 거기다 예수의 머리보다 군중들의 머리를 높게 위치 해 둔 점은 당시 종교적 색채가 강했던 스페인에서 혐오를 일으키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이는 엘 그레코가 당시 이탈리아에서의 경험과 인문적 지식을 통해 고객의 요구에 맞추는 장인의 길을 걷기보다는 독창적인 상상력을 갖춘 예술가의 길을 선택했기 때문일 것이다. 당시의 비난과는 별개로 그림은 빛과 색채가 아주 잘 표현되었다.

빨간색 예수의 성의와 노란색 옷을 입고 있는 사람들 그리고 예수 옆 반짝이는 갑옷을 입고 있는 사람은 당시에 유화가 개발돼 아주 선명하게 잘 표현되어 있다. 특히 로마시대가 아닌 16세기 갑옷은(톨레도에 가면 쉽게 볼 수 있는) 반사되는 빛과 색채를 표현하기 위해 의도된 것이라 볼 수 있다. 

무엇보다도 이 작품에서 눈여겨볼 점은 ‘구도’다. 그림이 우리보다 높은 위치에 걸려 있다는 것을 감안하고 바라보면, 우리의 시선은 성모마리아의 시선을 통해 십자가를 만들고 있는 사람으로 이동하고, 그 사람의 노란 옷을 반사하고 있는 갑옷으로 옮겨져서, 빨간 예수의 성의를 반사하고 있는 갑옷의 부분에 의해, 눈물을 머금고 있는 예수의 얼굴로 연결된다. 최종적으로 예수의 시선을 통해 수직으로 솟은 구름을 바라보며 하늘로 빨려 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이는 엘 그레코가 관람자들로 하여금 “직접적인 신과의 소통”을 위해 신비로운 영적 체험을 할 수 있게 의도한 것이다. 

정말 천재적이라는 말 외에 떠오르는 단어가 없다. 당시 엘 그레코는 부적절한 그림이란 비난을 받으며 처음 계약한 액수보다 훨씬 적은 보수만을 받아들이게 된다 하지만 그 조건으로 원본 그림에 대한 어떠한 수정을 하지 않을 것을 제시했다고 한다. 이는 예술적 자유와 자존심을 지키려 한 그의 장인 정신을 볼 수 있는 부분이다. 

엘 그레코는 정말 매력적인 화가다. 서양 미술사에서 가장 실험적이고 시대를 앞선 화가가 아닌가 싶다. 앞서도 너무 앞선 나머지 450년 동안 엘 그레코의 작품들은 대중의 관심과 아주 멀리 떨어져 있었다. 심지어 그의 작품들은 100년 전까지만 해도 단돈 8000원에 거래 될 정도였다고 한다. 

르네상스가 후기에 접어들면서 소위 3대 천재라 불렸던 레오나르도 다빈치, 미켈란젤로, 라파엘로라는 거대한 파도가 잠잠해지기 시작할 무렵 화가들 사이에서는 그들을 넘어서고자 조화와 균형이라는 기존의 룰을 거부하는 움직임이 슬슬 나타나기 시작한다. 그 중심에 ‘엘 그레코’가 있었다. 르네상스 시대 때부터 이어져 온 사물들을 이상화 묘사하고자 했던 많은 화가들의 노력은 19세기 사진기가 등장하고 나서나 사라지게 되고, 그림들은 본격적으로 추상, 개념화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엘 그레코의 작품들은 이미 현대의 작품이라 해도 자연스러울 만큼 초현실적이고 정신적이다. 정작 16세기 당시에는 기괴하고 이단적인 그림으로 평가되었지만, 다행인 것은 뒤늦게나마 표현주의와 추상예술을 토대로 한 재평가로 현대 예술가들로부터 극찬을 받게 되었다는 것이다.

엘 그레코 <El Greco, 1541~1614) 본명은 ‘도메니쿠스 테오토코 폴로스’이고 ‘엘 그레코’는 그리스 인이라는 뜻이다.

 

베네치아의 식민지 시절 그리스의 크레타섬에서 태어났기 때문에 그렇게 불렸다. 20대 초까지는 그리스에서 비잔틴 양식의 중세 종교화를 주로 그리다 당시 미술계의 가장 큰 무대라 할 수 있던 베네치아로 옮겨 훈련받는다. 이전까지는 그리스 정교의 중세 종교화를 주로 그렸지만 당시 베네치아에는 유럽에서 가장 뛰어난 컬러리스트(티치아노, 틴토렌토)들이 많았기 때문에 3년간의 베네치아 시절 동안 르네상스와 베네치아의 영향을 받고 엘 그레코의 그림은 아주 큰 변화를 맞게 된다.

이후 로마로 이동해 작업을 이어 가지만, “미켈란젤로의 최후의 심판 위에 더 나은 그림을 그려 보이겠다”고 호기를 부리다 큰 비난을 받고(사실인지 확실하진 않지만-미켈란젤로의 영향도 받음) 스페인 마드리드를 거쳐 톨레도로 이주하게 된다. 스페인에서 펠리페 2세의 궁중 화가가 되길 원했지만 정작 펠리페 2세는 엘 그레코의 화풍을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았고, 결국 외면 받은 채 톨레도에서 떠나지 않고 평생 살게 된다.

하지만 결국 그의 초자연적이면서 몽환적이고 기이한 스타일의 그림들은 톨레도의 지식층을 사로잡게 되고 오랜 무명 시절이 무색하게 방이 20개 넘는 저택에서 호화롭게 살다 생을 마감하게 된다. 

수 세기가 흐르는 동안 엘 그레코의 작품들은 평가 절하되어 오지만 19세기 이후 다시금 재평가되기 시작해 20세기 표현주의와 추상화가들이 등장하면서 미술사에서 신기원을 이룬 가장 중요한 작가로 평가되고 있다. 후기 비잔틴 예술의 중심지에서 태어나 배운 것과, 이탈리아와 에스파냐를 거치며 알게 된 르네상스 예술의 장점을 융합시키고 동서유럽을 아우르는 새로운 예술을 시도한 위대한 예술가다. 그의 신비롭고 역동적이며 표현적인 회화는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차원의 것이었다. 

엘 그레코의 독창적인 상상력을 감상하기 위해서는 톨레도를 가야만 한다. 톨레도는 여전히 엘 그레코의 시대에 그대로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스페인에 간다면 꼭 톨레도 대성당에 들러 위대한 예술가 엘 그레코와 시간을 초월한 만남을 가져보길 바란다. 

※이글은 <Arts&Culture>에서 제공하고 있으며 12월호와 인터넷을 통해 볼 수 있습니다.

글·사진 | 강정모
유럽가이드이자 통역안내사로 일하며,
세계 유명 여행사이트인 Viator 세계 10대 가이드로 선정
된 바 있다. 롯데백화점 문화센터와 여러 기업에

 

출강하며, 아트 전문여행사 Vision tour를 운영하고 있다.

인사이트코리아, INSIGHT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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