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한미영 세계여성발명기업인협회 회장

“그렇게 쉬운 거예요, 발명이라는 게” 강민경 기자l승인2017.10.10l수정2017.10.10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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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미영 회장이 2017 세계 청소년 올림피아드 개막식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세계여성발명기업인협회>

파란 눈의 교육생들이 서울에 모였다. 올해로 창립 10주년을 맞는 세계여성발명기업인협회는 매년 개발도상국 여성들을 대상으로 창의성 개발 교육을 진행한다. 이 협회는 2008년 설립과 동시에 UN 지식재산기구(WIPO)의 후원을 받으며 세계적 단체로 발돋움했다.

현재 46개국 60개 단체가 가입해 12만 명 이상의 회원을 두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올해 5월에는 아랍연맹 초청으로 이집트 카이로에서 아랍 여성들을 대상으로 한 최초의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기도 했다.

협회를 이끌고 있는 이는 한미영 회장이다. 2002년 한국여성발명협회를 맡은 이후 6년 만인 2008년 세계여성발명기업인협회를 창설해 현재까지 회장을 맡고 있다. 

한 회장은 동양화를 전공했다. “발명과 아무런 관련 없이 살아온 제가 협회를 맡은 첫 해에 실용신안을 받고, 이듬해에는 특허 출원까지 했어요. 나이도 먹을 만큼 먹은 제가 그렇게 짧은 시간에 특허를 등록했다는 것. 이것만 봐도 알 수 있지 않나요? 발명은 이렇게나 쉬운 거예요.”

한 회장을 지난 9월 19일 서울 강남 세계여성발명기업인협회 사무실에서 만났다. 그녀는 인터뷰 내내 여성과 청소년의 창의성을 진흥하는 것은 세계적으로 중요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지식 재산 강국으로 손꼽히는 우리나라가 세계의 중심으로 자리 잡는 데 이바지하고 싶다고도 했다. 가냘픈 체구에 작은 목소리였지만 어조는 힘이 넘쳤다.

여성과 발명, 두 범주를 엮어서 협회를 창설하게 된 이유가 있나요?

“우선 2002년에 한국여성발명협회 회장을 맡게 됐어요. 그때는 정말 발명에 대해 아무것도 몰라서 회장 직을 안 맡겠다고 도망 다닐 때인데 막상 한번 나가서 보니 ‘잘 꾸려나가면 여성들을 도와주는 길이 될 수도 있겠다’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2003년부터 본격적으로 협회를 꾸려 나갔죠.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들도 만들었고요. 처음엔 일반 여성을 대상으로 했는데 저는 엄마의 의식을 바꿔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엄마의 사고가 바뀌어야 아이들의 사고가 바뀌니까요. 엄마들 스스로도 발명을 하면서 성취감을 느꼈으면 했고요.” 

처음에는 한국 여성 위주의 발명협회를 이끌어 가신 거네요. 

“그렇죠. 그렇게 시작한 것은 다른 나라에 비해 우리나라 여성들의 학력이 굉장히 높았던 덕분이었어요. 일자리가 없거나 잃은 그 인력이 너무 아까웠어요. 요새는 육아휴직을 꽤 오래 주지만 자의 반 타의 반으로 회사를 그만두는 경우가 많아요. 예전에는 더 많았죠. 또 애들은 초등학교 고학년만 되어도 엄마와 멀어져서 자기 갈 길을 가요. 남편을 보면 사회적으로 저만큼 가있고. 그 때쯤 나 혼자 남는 거예요. 상실감이 상당하죠. 이럴 때 사람들이 자존감을 잃더라고요. 공부를 많이 하고 안하고의 문제가 아니에요. 그런 상황에서는 누구나 다 똑같아요. ‘나’라는 사람을 찾기 시작하려는 여성분들, 저희는 그런 분들의 정체성을 또렷하게 만들어주고 그분들이 가고자 하는 길을 안내해주고 싶었어요.”

발명을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여성들이 발명을 한다는 것, 쉽지만은 않아 보이는데요?

“제가 협회장이 되고나니 기자 분들이 ‘회장님은 어떤 발명을 하셨어요?’하고 묻는 거예요. 저는 그 때까지 발명을 한 적이 없었는데 계속 물어보시니까 부끄럽더라고요. 당시 저희 협회에서 진행하는 교육 프로그램을 직접 들어보니까 ‘발명, 나도 할 수 있겠다’ 싶었어요. 이후에 제가 생각해 낸 아이디어를 변리사께 말씀드리고 등록 진행을 했죠. 진행과정은 간단했어요. 내 생각을 바탕으로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아 문서를 작성하면 되는 거였어요. 그 뒤에는 정말로 실용신안을 받게 됐어요. 특허 출원도 했고요. 그러고 나니까 확신이 생기더라고요. 제가 남한테 발명을 권할 때 ‘당신도 충분히 할 수 있어요’라는 말을 할 수 있으니까요. 그렇게 쉬운 거예요 발명이라는 게.” 

이후 세계 여성 발명인·기업인 중심의 협회를 만들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2008년 세계여성발명대회를 개최했어요. 대회 첫 날 협회를 만들어보자는 의견들이 있어 회의를 하는데, 유럽 국가 쪽 사람들의 반대가 만만치 않았어요. ‘우리(유럽)가 발명에 조예가 깊고 훨씬 진보했는데 왜 한국에서 이 협회를 만드느냐?’는 거였죠. 다행히 다른 나라 참가자들의 지지와 계속 된 의견 협의를 통해 결국 우리가 세계여성발명기업인협회를 만들게 됐어요. 그 때 제가 조건 딱 하나를 걸었어요. ‘본부는 서울에 둔다’는 것이었죠.” 

현재까지 세계여성발명기업인협회에 등록된 회원 수는 얼마나 되나요?

“협회에는 발명인과 기업인은 물론이고 발명인이나 기업인이 되고 싶은 분들도 들어올 수 있어요. 처음에는 단체 회원만 등록을 받았는데요. 최근에는 개인 회원들도 가입 가능해요. 폴란드 특허청장, 슬로바키아 장관 같은 고위 공직자들도 회원으로 계세요. 현재 46개국 60개 단체가 가입했고, 최소 12만 명 이상의 회원이 등록된 것으로 추정됩니다.” 

지금까지 한국여성발명협회와 세계여성발명기업인협회를 함께 맡고 계신건가요?

“아니에요. 한국여성발명협회는 10년 동안 회장 직을 맡아 운영하다가 2012년에 그만 두고, 현재는 세계여성발명기업인협회만 관리하고 있어요. 한국여성발명협회는 사단법인이었기 때문에 제가 애착을 가지면 안 된다고 생각을 했었어요. 협회가 재정적으로 힘들 때 개인 사비를 투자해서 운영을 하기도 했고 정말 봉사한다는 생각으로 운영해왔는데, 그만 둘 때 추한 모습을 보이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애정은 좋지만 애착은 안 되겠더라고요. 멋지고 깨끗하게 물러나고 싶었어요.” 

현재 세계여성발명기업인협회가 진행하는 프로젝트 중에 특징적인 것들이 있나요?

“2012년 UN 세계지식재산기구(WIPO)에서 먼저 세계 여성 진흥 프로젝트를 만들자고 연락이 왔어요. 개발도상국 여성과 청소년들을 돕는 것을 목표로 하자는 거였죠. 프로젝트 이름이 ‘Seed Project‘에요. 씨앗이라는 의미죠. 이는 정부 정책 제안 프로젝트입니다. 발명 진흥은 정부가 나서서 해야 할 일이에요. 국가가 정책적으로 인력개발을 지원해줘야 가능한 일이거든요. 그래서  Seed Project는 개발도상국의 고위 공무원, 대학 총장, 오피니언 리더 등 본인 국가에서 정책을 제안할 수 있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어요.” 

Seed Project가 한국 서울에서 진행된다는 거죠?

“맞아요. 본부가 서울에 있으니 당연히 매년 서울에서 교육이 진행돼요. 여담이지만 저는 지식재산 분야에서 우리나라가 인정받길 바랐어요. 우리나라에서 발명 관련 강의들을 듣고 가면 ’대한민국 케이스‘를 언급할 수밖에 없거든요. 우리나라는 지식재산 5대 강국 중 하나에요. 자랑스러운 일이죠. 그 중에서도 여성발명에 관해서는 체계성이나 적극적인 면에서 감히 최고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UN 세계지식재산기구(WIPO)에서도 이 점은 인정을 했고요. 우리나라가 창의력을 교육하는 우수 프로그램을 갖췄다는 사실이 다른 나라 사람들에게 되새겨지길 바랐어요. 우리나라가 세계의 중심이 되길 바랐죠.” 

Seed Project에서는 어떤 부분을 중점적으로 교육하나요?

“창의성 개발을 강조해요. 2주 동안 창의성을 교육하는 건 발명가가 되라고만 하는 게 아니에요. 앞으로의 세상은 변화가 발전을 이끌어나갈 것이기 때문에 창의성을 길러 놓는 것이 중요해요. 꼭 발명 분야가 아니라 다른 전공과 분야에 진출하더라도 창의성을 발휘하라는 거예요. 창의성이라는 것은 생각하는 힘이고, 어떠한 새로운 방법을 찾는 것도 발명이죠.”   

‘창의성’이라는 말이 조금은 추상적으로 느껴지기도 하는데요.

“창의성으로 ‘원천기술’을 개발 할 수 있어요. 그건 과학자들도 할 수 있지만, 기자님도 할 수 있어요. 정말 기가 막힌 아이디어가 있는데 기술이 없잖아요? 그럼 과학자들과 협력해서 개발을 하는 거죠. 둘이 같이 특허를 출원하면 되는 거거든요. ‘나는 기술이 없어서 발명을 못해’라고 생각하는 것은 아주 안타까운 일이에요.”


회장님이 발명하신 것 중에 재밌는 게 있나요?

“제가 안경을 쓰는데 안경 값이 보통이 아니더라고요. 그래서 2007년에 조립식 안경을 개발했어요. 안경 렌즈, 안경테 등을 전부 선택해서 만들면 되는 거였어요. 특허 출원까지 받았는데 그 이후 일도 바쁘고 정신이 없어서 국제 출원은 안했었거든요. 그런데 얼마 전 이탈리아에 가서 보니 그렇게 비슷한 안경이 나오고 있더라고요. 이런 게 바로 ‘생활발명’이지요. 내가 쓰는 것 중에 불편한 점이 있으면 개선하는 것, 이것이 발명의 첫걸음이에요.”

지난 5월에는 이집트를 방문하셨다고 들었어요.

▲ 한미영 회장(가운데)이 이집트 카이로에 위치한 아랍연맹 본부에서 Hope Project를 진행한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세계여성발명기업인협회>

“‘Hope Project’ 때문에 이집트에 다녀왔어요. Hope Project는 우리 협회가 해당 국가에 가서 2박3일 동안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겁니다. 정부 인사들을 대상으로 창의성 개발 교육 프로그램의 핵심을 정리해주는 것이죠. 특히 이번에는 아랍연맹 초청으로 이집트 카이로에 있는 본부를 다녀왔는데요. 사실 저희도 몇 년 동안 계속 아랍의 문을 두드렸지만 그 문을 열기가 쉽지 않더라고요. 그런데 이번에 UN 세계지식재산기구(WIPO)와 아랍연맹 담당자들이 함께 협력해서 프로젝트가 진행됐어요. 아랍 여성을 위한 교육의 길을 최초로 열어준 기념비적인 행사여서 아주 보람 있었죠.”

여성과 청소년을 위한 발명 진흥을 목표로 하시는데, 청소년을 위한 별도의 프로젝트도 진행하나요?    

“‘세계 청소년 올림피아드’는 올해로 2회째인데요. 작년에 비해 참가자가 2배 이상 늘었어요. 이번 대회에는 세계 16개국 청소년 208팀이 참여했고, 5회 이상이 되면 훨씬 정착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청소년 대회 중에 세계기구 UN이 상을 주는 곳은 이 대회뿐입니다. 청소년들의 창의성을 발전시키는 데 우리나라가 중심이 되고 싶은 마음이 컸어요. 작은 나라지만 이런 인재들을 발굴한다는 것을 알리고 싶었어요.” 

말씀하시는 것을 듣다보니 애국심이 강한 것 같은데요?

“우리 시대 사람들은 거의 다 애국자일 겁니다. 외국에 공부하러 나가보니 더 절실히 알겠더라고요. 국가가 얼마나 중요한지. 제 또래 사람들은 그래도 우리나라가 막 발전하던 시기를 살았잖아요. 나라가 가난했지만 크게 성장했으니 행운이죠. 요새 젊은 사람들을 보면 ‘어우 저 사람들은 정말 앞으로 어떻게 살까?’하는 막막함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국격이 떨어지는 일 없이 우리나라가 국내외로 부흥하길 바라요. 그것이 우리 후손이 잘 살 수 있는 길이라고 믿고요. 우리나라의 힘을 보여주기 위해서는 저부터 열심히 살아야겠죠.” 

원래 어떤 공부를 하셨나요? 

“동양화 전공이었어요. 미술사를 배우려고 유학을 갔다가 돌아왔고요. 안 그래도 처음에는 ‘내가 발명이랑 무슨 관련이 있을까?’ 싶었는데 가만히 생각을 해보니까 그림도 창의성이 필요한 전공이거든요. 백지에 무엇인가를 그린다는 것 자체가 창의성이 필요하죠. 저만 봐도 아실 거예요. 발명은 누구나 할 수 있는 거예요.” 

전공과 다른 분야의 협회를 이끌고 있다는 점에서 심리적 압박도 심했을 것 같아요.

“처음 한국여성발명협회를 맡은 지 6개월 만에 그만 두려고 했었어요. 발명도 잘 몰랐고 협회 운영하는 법도 잘 몰라 감당할 수 없겠더라고요. 그 때 제가 매일 아침마다 하는 기도가 있어요. 기도의 마지막 구절이 ‘제가 이 다음에 많은 사람을 돕는 사람이 되게 하소서’였는데 어느 날 그 기도를 끝내고 나니 갑자기 번개 맞은 것처럼 정신이 번쩍 들더라고요. 그 때 제 나이가 50이었거든요. 기도 구절의 그 때가 바로 그 순간을 말하는 것 같았어요. 그러고 나니까 마음이 편안하더라고요.”  

협회를 운영하면서 힘든 점은 없으셨나요?

“가장 문제가 되는 부분은 재정적 부분이에요. 산업통상자원부 허가를 받은 재단법인인데도 처음에는 제 사비로 운영을 했어요. 지금은 UN에서 절반 정도를 지원해주고 있는데 오히려 우리나라 정부에서는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요. 외국 관계자들은 지식 재산 강국인 한국이 당연히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아요. 그런 점이 좀 안타깝죠.” 

앞으로의 계획과 바람은 무엇인가요?

▲ (왼쪽) 세계여성발명기업인협회가 매년 주최하는 Seed Project에서 세계 여성 발명인 및 기업인들이 강의를 듣고 있다. (오른쪽) 2017 Seed Project 수료식 날 한미영 회장과 회원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세계여성발명기업인협회>

“나이를 절대 생각하고 싶지 않지만 이제 40살이 되니까요(웃음). 생각을 안 할 수가 없죠. 좀 더 확실하고 완벽하게 현재 서울에 위치한 본부를 꾸려나가고 싶어요. 제 능력껏 힘이 닿는 한 정말 열심히 할 거예요. 해놓고 놓치는 일이 없게요. 제가 ‘여성협회’를 맡았으니 여성을 대상으로 진흥하고 있지만, 일반인 모두를 아울러서 ‘어떻게 창의적인 인재들을 키워낼 것인가?’ 이런 것이 최근에 집중적으로 생각하고 있는 부분이에요.

일적인 시스템뿐 아니라 인간관계가 굉장히 중요하죠. 신뢰가 있어야 하니까요. 신뢰를 바탕으로 외국에 있는 인적 네트워크를 통해 사업을 진행하려고 해요. 무엇보다 우리 협회가 정말 많은 사람들에게 한국과 전 세계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그런 협회가 되길 바라요.

여자라는 한 사람으로 태어나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한다면 정말 보람 있는 한 세상 살다 가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럼 제 인생 잘 살다 가는 것 아닌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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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영(63)
약력
1976. 02 이화여자대학교 졸업
1977. 09 미국 BOSTON UNIVERSITY 1년 수료
2001. 03 태양금속공업(주) 부사장(現)
2003. 02 (사)한국여성발명협회 회장 
2004. 06 대통령 직속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자문위원 
2005. 07 ‘제10회 여성주간’ 기념 유공자 대통령 표창
2008. 10 한국학술진흥재단 2008 산학협력 EXPO 조직위원
2013. 02 (사)한국여성발명협회 명예회장(現)
2013. 05. 지식재산분야 혁신 기여 동탑산업훈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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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민경 기자  klk707@insight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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