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19-11-15 23:00 (금)
토이저러스 몰락과 노키아 변신의 교훈
토이저러스 몰락과 노키아 변신의 교훈
  • 양재찬 경제 칼럼니스트
  • 승인 2017.09.29 10:0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세계 최대 장난감 유통업체인 토이저러스가 막대한 부채를 견디다 못해 법원에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디지털 전환’이란 거센 변화의 물결 속에서 종업원 6만2000명, 연매출 115억 달러(약 13조원), 37개국에 1500여 매장을 거느린 장난감 왕국이 침몰 직전에 내몰린 것이다.

토이저러스의 몰락은 장난감을 갖고 노는 아이들이 감소해서가 아니다. 장난감 유통 환경과 소비패턴 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서다. 그 첫째 요인은 온라인 상거래 업체의 급신장이다. 아마존 등 온라인 유통 강자가 시장을 잠식하면서 오프라인 유통업체 토이저러스의 고객을 빼앗아갔다.

둘째 요인은 스마트폰의 진화다. 스마트폰이 처음 등장할 무렵에는 인터넷과 전화기를 결합한 모바일 통신수단으로 어른들이 아마존을 통해 장난감을 구입하고, 아이들도 집에 앉아서 스마트폰으로 장난감을 구경하고 고르는 수준이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장난감을 직접 매장을 찾아가 구입하느냐 온라인을 통해 사느냐의 차이였지 장난감의 매력 자체가 떨어진 것은 아니었다.

보다 큰 변화는 아이들이 직접 스마트폰을 손에 들면서 그 자체가 멋진 장난감이 됐다는 점이다. 스마트폰 하나만 있으면 동영상과 게임 등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다양한 콘텐츠를 언제 어디서든 즐길 수 있다. 그 결과 토이저러스류의 전통 장남감이 스마트폰에 맛들인 아이들 마음을 되찾기 어려워진 것이다.   

스마트폰 시대에 대한 대응을 소홀히 해 몰락한 기업의 대명사는 핀란드 노키아였다. 그 자신 스마트폰을 애플보다 먼저 만들고 출시까지 했지만, 당시 세계 1위였던 피처폰 사업을 가벼이 하지 못한 채 미적대다가 몰락을 자초했다. 애플이 스마트폰을 모바일PC로 보고 기술혁신을 이룬 반면 노키아는 핸드폰 연장선상에서 접근한 결과였다. 

결국 2013년 휴대전화 사업 부문을 마이크로소프트에 매각하며 접었던 노키아가 이제 본연의 통신장비회사로 거듭났다. 휴대전화 사업을 털어내는 대신 통신 특허와 통신 관련 센서 개발에 집중 투자했다. 2016년에는 프랑스 통신장비업체 알카델-루슨트를 인수했다. 그 결과 이동통신망을 구축하는 네트워크 장비 분야에서 스웨덴 에릭슨, 중국 화웨이를 제치고 1위로 도약했다. 전 세계 10대 무선통신 사업자 중 9곳, 한국의 이동통신 3사도 노키아 고객이다.

비록 스마트폰 시장에선 실패했지만 인터넷과 스마트폰 등을 연결하는 네트워크 장비 시장으로 발 빠르게 옮겨 탄 전략이 맞아 떨어졌다. 글로벌 1등에 자만했다가 몰락한 기업이 버릴 것은 과감히 버리고 원래 잘하던 사업에 집중하면서 사물인터넷(IoT) 서비스 등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는 회사로 변신한 것이다.

토이저러스의 몰락과 노키아의 몰락에 이은 변신 모두 변화하는 시장 환경과 소비패턴에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판가름 났다. 이른바 기술 혁신, 기존 질서와 시장을 흔드는 혁신으로 새로운 시장을 창조하는 ‘빅뱅 디스럽션(bigbang disruption)’이다. 과거 게임기와 필름 시장의 강자였던 닌텐도와 코닥의 위기와 변신도 여기서 비롯됐다.

문재인 대통령이 정부 출범 4개월 만에 ‘혁신 성장’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나섰다. 늦었지만 옳은 진단이다. 새 정부의 트레이드마크인 소득 주도 성장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기업의 혁신과 새로운 가치 창조, 생산성 향상 등 혁신 성장이 받쳐줘야 한다.

그런데 혁신 성장을 이끌 정부기관의 진용이 여태 짜이지 않았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선장이 없고, 대통령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는 걸음마 단계다. 정부는 규제혁파와 구조조정, 신산업 육성 등 치밀한 성장전략을 내놓고, 기업들은 스스로 기술 및 경영 혁신에 나서야 대한민국호가 지속 가능할 것이다.


인사이트코리아, INSIGHTKORE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