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 먹어가며 번 돈, 가치 있게 써야”
“욕 먹어가며 번 돈, 가치 있게 써야”
  • 윤길주 발행인
  • 승인 2017.09.04 13: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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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승희 강원랜드 사장 취임 3년 특별대담

강원랜드는 연 매출 1조6000억 원에 달하는 골프장·스키장·콘도·호텔 등을 갖춘 복합 리조트다. 우리나라에선 내국인이 출입할 수 있는 유일한 카지노가 이곳에 있다. 폐광지역 지원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강원랜드가 태어난 지도 19년이 지났다. 그 사이 강원랜드는 청년답게 몸집이 건장해졌으며, 카지노라는 업의 특성상 어두울 수밖에 없는 이미지도 많이 좋아졌다. 

▲ 함승희 강원랜드 사장.<이원근>

현재 강원랜드를 이끌고 있는 이는 함승희 사장이다. 올해로 임기 3년째다. 함 사장은 1995년 <성역은 없다>라는 책을 쓴 대검 중수부 검사 출신이다. 그가 잡아넣은 부패한 거물이 한 둘이 아니다. 강원랜드 경영도 검사 시절과 마찬가지로 ‘칼 같이’ 한다는 게 주변의 평가다.

이번에 만났을 때도 그는 “17년 동안 누적된 부당한 행위를 바로 잡는 게 가장 중요한 일 이었다”고 밝혔다. 그 결과 음습한 도박장을 가족이 함께 와서 힐링 하는 오락장으로 변모시킨 게 큰 보람이라고 했다. 

지난 8월 17일 강원도 정선에 있는 강원랜드 컨벤션호텔 2층 집무실에서 함승희 사장을 만났다. 그는 욕 먹어가며 번 돈 가치 있게 써야 한다는 말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개 같이 벌어서 개 같이 쓰면 공기업으로서 존재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함 사장은 이 같은 철학을 바탕에 깔고 재임 기간 내내 적폐 청소를 해왔다고 덧붙였다. 그의 말은 거침이 없었다.          

-공기 맑은 숲속에서 근무해서 그런지 건강해보입니다. 얼굴이 깨끗하고 군살도 없으시고….

“공기가 좋아서(허허). 여기 자랑거리 중 하나가 운탄고도라고, 40~50년 전에 만든 길인데 묻혀 있었어요. 해발 1000m 되는 높은 산에서 석탄 옮기는 게 얼마나 힘들어요. 캔 석탄을 산 아래까지 운반하기 위해 박정희 대통령 시절 차가 다니는 길을 국토건설단이 닦았어요. 80년대 초 폐광이 되면서 아무도 찾지 않는 길이 되었습니다. 제주도 둘레길 같은 것은 인공적으로 만든 건데 운탄고도는 스토리, 역사, 그리고 산업이 있어요. 50년 동안 인적이 없다보니 지금은 숲 터널이 됐어요. 하루 종일 걸어도 햇볕이 거의 들지 않아요. 낙엽송이라 겨울엔 잎이 다 떨어지고. 겨울엔 눈이 쌓이고 햇볕 보이고 여름엔 잎이 꽉 차 해를 가려주니 트레킹하기 딱 좋아요. 전장이 40km나 됩니다. 지금은 강원랜드가 사업지구로 지정받아 운영하는데 위험한 지역은 정비하고 길 곳곳에 쉼터와 시비를 세워놨어요. 하지만 여기서 운탄고도까지 가는 접근로가 안 좋아요. 중장기계획을 세워 기차 레일을 놓으려고 합니다.” 

-차마고도를 연상시키는, 이름이 멋스러운데 원래 있던 건가요?  

“제가 운탄고도라고 이름을 붙였는데 여기 사람들은 원래 ‘하늘 길’이라고 불렀다고 합니다. 운탄고도는 글자그대로 석탄을 운반하는 길이란 뜻입니다. 구름 운(雲)에 양탄자 탄(彈)이니, 구름이 양탄자같이 펼쳐져 있는 높은 길이라는 의미도 담았습니다.” 

“누적된 부당 행위 바로잡는데 힘써”

-올해 3년째 강원랜드 경영을 맡고 계십니다. 그동안 가장 중점적으로 추진했던 것은 무엇입니까. 

“공기업이 제공하는 서비스는 전기·도로·주택 등 공익적입니다. 반면 강원랜드의 서비스는 공익적이지 않습니다. 카지노가 공적인가요? 콘도·스키장·골프장을 공적인 거라고 할 수 없잖아요. 그렇다면 공기업 사장으로서 무엇을 해야 하나. 강원랜드 사장으로서 경영 목적은 딱 한 가지입니다. 임자 없는 회사가 돈을 많이 벌면 범죄가 생깁니다. 임자 없는 돈이라서 먼저 쓰는 놈이 임자고 못 먹는 놈은 바보이고. 17년 동안 누적된 이런 부당한 행위를 바로 잡는 게 사장으로서 가장 중요한 일이었습니다.”  

-오랫동안 쌓인 적폐를 청산한다는 게 쉽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거기에 안주해왔던 사람들의 저항도 심했을 거고.  

“말은 쉬워도 입에 문 것을 뺏으면 개도 으르렁거려요. 하물며 사람 입에 물고 있는 것을 뺏는다는 게 어려운 일이죠. 17년 간 거기에 의지해 살다보니 그게 그 사람의 생활이 되는 거지요. 여기엔 사람만 있는 게 아니라 각종 단체다 뭐다 해서 많았어요. 내 돈도 아닌데 사장이 굳이 야박하게 굴면서 욕먹을 필요 없잖아요. 문제는 이게 반도체나 자동차 사업이 아니라 엄청난 부작용을 유발하면서 욕을 먹는 사업이라는 겁니다. 욕먹어 가며 번 돈을 함부로 쓰려면 그런 사업을 왜 하나, 안하는 게 낫죠. 벌 땐 욕먹어도 쓸 땐 훌륭하게 써야 그나마 상쇄가 되는 겁니다. 속된 말로 개같이 벌어서 개같이 쓰려면 공기업으로서 존재 이유가 없는 거지요.” 

-임자 없는 돈이라 생각하서 손 벌리는 곳도 많을 것 같은데요. 

“17년 동안 입에 물고 있었는데 쉽게 놓겠어요? 그런데 사람만 물고 있는 게 아니라 국가와 제도가 얽혀 있고, 세금도 엄청나게 가져가요. 예컨대 같은 사행사업을 하는 GKL(외국인 전용 카지노 운영회사), 국민체육진흥공단, 마사회 등이 내는 세금은 총 매출의 30% 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40~50% 내거든요. 관광기금, 폐광기금 등 다른 곳은 내지 않는 돈을 우리는 내고 있어요. 세금 3000억에 기금 3000억, 합해서 6000억 원을  매년 내고 있는 겁니다.”

-연간 1조6000억 원을 버는데 6000억 원이나 세금·기금으로 나갑니까.

“그럼요. 기득권을 누리는 게 단체나 개인만이 아니에요. 국가가 카지노란 사업을 통해 엄청난 금전적 기득권을 누리고 있는 겁니다. 돈이 그렇게 필요하면 반도체처럼 정상적인 사업으로 인정해서 국가가 육성·발전시켜달라는 겁니다. 버는 돈은 빼가고, 버는 행위는 규제하고 백안시하면 안 된다는 거지요. 지저분한 돈이면 쳐다보지도 말아야지. 적절한 비교일지 모르지만 매춘행위를 하는 사람보다 나쁜 게 뒤에서 뜯어먹는 기둥서방 아닙니까. 정부까지도 카지노는 도박 중독자를 양산하고 사람들을 정신적으로 피폐하게 만드는 사업이라고 백안시해요. 국가가 필요해서 세금·기금·기부금 등 온갖 명목으로 빼가면서 카지노를 백안시하는 이중적 행태를 보이고 있는 것입니다.” 

▲ 윤길주 발행인(왼쪽)과 함승희 사장이 대담을 하고 있다.<이원근>

“카지노를 정상적인 사업으로 보호·육성해야”

-정부가 돈만 가져가고 카지노 사업을 육성할 의지가 없다는 겁니까.

“일본은 2020년 동계올림픽에 대비해 복합리조트추진위원회를 만들었습니다. 핵심은 호텔이나 콘도가 아니고 카지노입니다. 사실상 카지노추진위원회를 만든 겁니다. 추진위원장이 바로 아베 총리입니다. 총리가 카지노 추진위원회를 직접 챙기는 것은 카지노 사업을 정상적인 관광레저 사업으로 키우겠다는 의지의 표현입니다. 우리라고 못할 것 없잖습니까. 하지만 우리 정부엔 강원랜드를 보호·육성하고 정상적인 사업으로 키우겠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이 없는 것 같아요. 어떻게 하면 규제하고 뜯어먹을까만 궁리하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카지노를 정상적인 사업으로 키우는데 걸림돌이 되는 사례가 있습니까.

“지난해 강원랜드는 사상 최대 매출, 최대 영업이익을 냈어요. 코스피 상장 회사 중 작년에 매출 실적과 영업이익률 모두 1위를 했지요. 올해는 매출도 그렇고 영업이익률이 2위로 떨어졌어요. 1위는 SK하이닉스이고. 우리가 떨어진 것은 매출총액을 규제하고 있기 때문이에요. 쉽게 말해 돈을 못 벌게 하고 있는 겁니다. 매출총액을 제한하기 위해선 어쩔 수없이 사람들이 카지노에 못 들어오게 해야 돼요. 지역에선 사람이 많이 와야 먹고 사는데 인위적으로 막으니까 난리가 나는 겁니다. 도박 중독자 양산이 부도덕하다면 온라인 불법도박이나 마카오·필리핀에 나가 원정도박 하는 것부터 막아야 되는 것 아닙니까. 국가에서 정상적으로 허가를 내주고는 손님을 못 받게 하는 게 말이 됩니까. 불법도박·온라인도박에 들어가는 돈이 연 100조~120조로 추정됩니다. 이런 엄청난 도박은 손도 못 대면서 합법 도박에 대해 얼마 이상 벌면 안 된다, 그러면 패널티 물리겠다고 하는 게 말이 됩니까.”

-매출총액을 맞추기 위해 카지노에 오는 사람을 제한 한다는 말입니까.

“한번 들어가 보세요. 한 테이블에 사람이 세 겹, 네 겹으로 서 있어요. 여러 나라에 출장 다녀봤지만 이런 데는 없어요. 테이블도 많고 공간도 넓은데 테이블 개수를 규제하니까 그냥 비워두는 겁니다. 테이블 개수는 문화관광부에서 규제하고, 사람 수는 기획재정부에서 통제하고. 온통 규제뿐이에요. 사람이 많이 들어오면 중독자를 양산한다는 게 입증이 된다면 그래도 좋아요. 근데 그게 아니잖아요.” 

-상식적으로 도박을 하는 사람이 늘어나면 중독자도 증가하는 것 아닌가요? 
“그렇지 않아요. 강원랜드에선 카지노에 한 달 15번 이상 못 들어오게 하고 있어요. 주민등록증 제시받아 기록을 하고 있는 겁니다. 지구상에 주민등록증 보고 규제하는 나라 대한민국 카지노밖에 없어요. 아무튼 출입 횟수를 규제하고, 요즘엔 가족 단위로 오는 사람이 많아서 중독 문제가 그리 심각하지는 않습니다.”

-강원랜드의 경우 국민에게 긍정적으로 다가오는 것만은 아닙니다. 잊을 만 하면 비리와 관련된 보도가 나오고. 사장님께선 이 부분에 대해 단호하다고 들었습니다. 
“제가 부임한 이후 부정을 저질렀다는 기사 단 한 건도 없습니다. 앞서 말했지만 여기 와서 제일 관심을 기울인 게 나쁜 이미지를 개선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직원들에게 ‘그동안 먹은 돈 있으면 토해내라. 옛날에 먹은 거는 불문에 부치겠다. 이제부터 먹다 들키면 다 검찰에 들어간다’고 엄포도 놓고 당부도 했습니다. 지금은 어느 회사보다 깨끗하다고 자부합니다.” 

-중수부 검사 때처럼 한 거군요.
“검사보다 더 무섭게 했지(웃음). 이렇게 하니까 3년 동안 돈 먹다 들킨 사람 하나도 없었어요.” 

“젊은이들이 깨끗한 공기업으로 인정”

-바뀌는 걸 두려워하거나 불편해 하는 사람이 있기 마련이죠. 그들이 사장님 빨리 나가라고 ‘작업’이라도 한 것 아닙니까.

▲ 올해 초 문을 연 강원랜드 북카페에는 하루 300여 명이 찾아 늘 북적인다.<강원랜드>

“처음엔 일각에서 ‘저거 언제가나’ 그랬어요. 기업 이미지가 개선되고 세상에서 보는 눈이 달라지니까 지금은 다들 좋아하는 거 같아요. 옛날엔 신문에 돈 먹다 들켜서 감옥 갔다는 기사가 맨 날 나오니까 애들이 아버지 강원랜드 다니는 걸 창피하게 여겼다고 해요. 직원들도 밖에 나가면 회사 배지를 떼고 다니고. 지금은 이미지가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신입 직원 뽑을 때 경쟁률이 100대 1에 달합니다. 우리 사회, 그리고 젊은이들이 강원랜드를 깨끗한 공기업으로 인정하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오는 길에 보니까 길가에 전당포가 여럿 눈에 띄었습니다. 가볍게 즐기는 것은 좋지만 전당포에 들락거리면서까지 게임을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죠. 강원랜드가 더욱 국민의 사랑을 받는 공기업이 되려면 도박 중독 문제에 더욱 신경 써야 될 텐데요. 
“그것 때문에 지역 주민과 마찰이 많습니다. 출입을 제한할수록 지역 경제에 나쁜 영향을 주니까요. 우리 내부적으로 중독에 대한 규제를 강화했어요. 원래는 한 달에 15일 이상은 출입을 못하게 했어요. 지금은 석 달에 30일 이상 못 오게 합니다. 과거에는 이번 달에 15일 들어오고, 다음 달에 14번 나오는 건 괜찮았거든요. 지금은 석 달로 묶어서 30일이 넘으면 무조건 한 달 출입정지 합니다. 자기 통제를 못해서 ‘셀프컨트롤’ 제도를 활용해 한 달에 5회 이하로 이용할 경우 우리가 인센티브를 지원합니다. ‘셀프컨트롤’ 제도에 가입한 사람이 석 달 만에 1000명이 넘었습니다. 중독 예방을 위한 효과가 나타나고 있는 것입니다.” 

-예전에 외국인 대상 카지노 관계자의 말을 들어보니 일본에서 오는 큰손들이 매출의 90%를 올려준다고 하더군요. 중독 예방에 너무 신경쓰다보면 경영수지가 나빠지는 것 아닙니까.
“부의 양극화가 사행산업에서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것은 감수해야 되고 미래를 위해 새로운 길을 개척해나가야 합니다. 사람들은 강원랜드 하면 카지노만 떠올리는데 지금은 종합 리조트입니다. 스키장·골프장·콘도·호텔 등이 어우러진 복합리조트입니다. 여름에 산상카페에선 저녁마다 음악회가 열립니다. 대한민국 일류 가수들이 음악회를 하고 매일 밤 불꽃놀이가 벌어집니다. 최근에 북 카페를 열었는데 인기가 많아 늘 꽉 찹니다. 하루 50명 들어갈 수 있는데 300명이 와서 빈자리가 없어요. 그림·붓글씨·사진 전시회가 일 년 내 내 열려요. 그야말로 가족과 함께 힐링 하는 곳이 됐습니다. 카지노는 밤에 심심해서 가는 곳이고요. 사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밤에 일찍 자는 문화에 익숙지 않잖아요. 낮에 가족과 재미있게 놀고, 밤에 잠깐 게임을 즐기면 되는 겁니다. 스트레스 해소에도 좋고요.”

-사장님께서 이곳을 복합 레저타운으로 바꿔가고 있는데 카지노가 노름이 아닌 하나의 노는 문화로 변하는 징표가 있습니까. 
“제가 여기 처음 올 때만 해도 하루 약 7000명이 방문했어요. 4~5년 전만 해도 7000명 중 3000명 정도가 상주하다시피 하면서 노름을 했어요. 지금 이런 사람은 1000명 미만으로 줄었어요. 5000~6000명 정도는 다른 일로 왔다가 하루 저녁 게임을 즐기러 오는 겁니다. 강원랜드가 노름장에서 오락장으로 변화했다는 걸 보여주는 것입니다.” 

-콘도·호텔·골프장이 있지만 카지노 매출이 전체의 90% 이상을 차지합니다. 불균형이 심한 것 아닌가요.
“근본적으로 불균형 해소는 불가능합니다. 대한민국에 카지노를 감당할 회사는 없습니다. SK하이닉스가 우리보다 영업이익률이 조금 앞섰는데 사실 강원랜드만 따지면 우리가 더 위입니다. 우리가 지역경제 살린다고 투자한 자회사들이 몇 개 있습니다. 상동테마파크·추추파크 등 자회사들은 몇 년 째 적자입니다. 그런 회사들이 강원랜드 연결재무제표에 잡히니까 이익률이 낮아진 겁니다. 카지노와 본사만 따지면 영업이익률이 50%에 육박합니다. 방 팔고 밥 파는 리조트 사업은 수익률이 아주 박합니다. 이걸 수익률이 가장 높은 카지노와 비교한다는 게 난센스죠. 중요한 것은 카지노를 제외한 나머지 사업도 올해 상반기 수익이 25억 원이나 늘었다는 점입니다. 방 팔고 밥 팔고 커피 팔아서 25억을 더 벌었다는 건 카지노에서 몇 백억 더 번 것보다 가치가 있는 것 입니다.”

“자치단체들 카지노 유치 경쟁, 이치 안 맞아”

-돈을 쉽게 벌어서 그런지 일부 전임자들 보면 잡다한 사업을 벌이다 적자를 내곤 했습니다. 모럴해저드 아닙니까.

“제가 와서 정리를 다 해가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그 사람들만 탓할 수도 없습니다. 강원랜드는 탄광지역을 먹여 살리기 위해 태어났습니다. 그런데 정선에만 카지노를 만들어놓고 다른 탄광지역에는 아무것도 안 해주니까 그 지역 사람들이 가만있나요? 우리도 카지노를 내주든지 먹고 살 수 있게 해달라고 아우성을 친 겁니다. 돈은 있으니까 500억~700억씩 떼어서 하나씩 해줬던 거지요. 하지만 이병철, 정주영 같은 분이라도 이 산골짜기에서 뭘 할 수 있겠어요. 만만한 게 콘도·골프장·게임장이죠. 이런데 몇 백억씩 투자했다가 다 망한 겁니다. 현재 하나는 청산절차에 들어갔고, 다른 하나는 업종을 전환시켰어요. 추추파크 하나만 추가 투자를 해서 살리려고 노력중입니다.” 

-승산이 없는 곳에 터무니없는 투자를 했다는 게 잘 이해되지 않는군요. 

▲ 함승희 사장 집무실 옆 접견실에는

11조8168억(누적)을 기부했다는 현황판이 붙어있다.<이원근>

“이게 삼성경제연구소에 15억 원을 줘서 나온 아이디어입니다. 거기다 15억원을 준 것 자체가 웃기는 거죠. 아마 작은데다 주면 엉터리 결론을 낼 것으로 판단한 것 같아요. 삼성경제연구소가 우리나라에서 제일 크니까 면피용은 된다싶었겠지요. 하지만 삼성경제연구소가 언제 태백산 산골짜기에 와서 사업을 해봤나? 그러다보니 테마파크, 게임장 같은 것을 만든 겁니다. 다른 지역에선 ‘너만 먹고 사느냐’며 난리니까 안 할 수 없었을 것이고요.”

-카지노가 ‘황금 알을 낳는 거위’로 인식돼 자치단체장 선거 때만 되면 곳곳에서 후보들이 카지노를 유치하겠다고 공약을 냅니다. 이러다 ‘카지노 공화국’이 되는 것 아닌가 우려됩니다.
“과거 검사를 했던 사람으로서 냉정하게 보면 카지노의 폐해는 심각합니다. 이것은 필요악으로 탄생했습니다. 광부 8만 명에 가족까지 40만 명이 생계절벽에 부딪쳤습니다. 오죽했으면 이들이 방사능폐기장을 죽기 살기로 유치하려고 했겠습니까. 방폐장 유치할 테니 몇 천 억 내놔라고 했거든. 정부에서 줄 돈이 없어 카지노라도 해보자고 해서 시작된 겁니다. 40만 명의 생계절벽을 돌파하려고 만든 건데 경제가 어려우니까 너도 나도 달라고 하는 건 이치에 맞지 않습니다. 그럴 것 같으면 전국에 10개를 만들어도 모자랍니다.” 

-외국인 카지노도 서울 중심가에 있는 것을 빼곤 장사가 안 된다고 하더군요. 
“우리나라처럼 다방면에 규제가 많으면 돈을 벌수가 없습니다. 카지노를 하려면 속된 말로 발가벗고 달려들어야 됩니다. 외국 손님 끌어들일 수 있는 일이라면 뭐든지 할 수 있게 해야 됩니다. 마카오·필리핀이 그렇게 하잖아요. 여기에 일본에서 고품격 리조트가 개장하면 손님 다 뺏어갈 겁니다. 퇴폐적인 쪽으로는 필리핀·마카오가 가져갈 것이고. 우리만 중간에서 샌드위치 신세가 되는 거죠.”

-폐광지역특별법이 2025년 종료되는데 연장을 하려면 명분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폐해를 상쇄하고도 남을 수 있는 사회적 기여 같은 것 말입니다. 
“폐단이 많은 사업이지만 쓰는 돈의 공공적 가치가 높기 때문에 강원랜드 하나쯤은 감내하자는 공감대가 형성되도록 해야 합니다. 사실 지금도 꽤 하는데 잘 알려져 있지 않아요. 그동안 강원도 축구단 강원FC에 연간 40억씩 줬어요. 강원랜드가 지분 6%를 갖고 있는 2대 주주거든요. 하지만 제가 20억만 주도록 했습니다. 대신 강원도 내 초중고 운동부에 2000만원씩, 100개 학교에 20억을 줬습니다. 자그마치 수혜자가 5000명에 달합니다. 한 팀에 주기보다 자라나는 우리 아이들에게 고루 수혜가 가도록 하는 게 더 공익적이죠. 강원랜드가 20억을 아껴서 운동부 아이들을 위해 쓴다는 것을 사람들은 잘 몰라요. 자랑을 하자는 게 아니라 강원랜드의 가치를 많은 사람이 깨닫게 하는 게 중요합니다. 우리가 번 돈을 가치 있게 쓰고 있다는 것을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지금은 인사 부정, 이권 개입 사라져” 

-과거 강원랜드에 인사 문제가 많았습니다. 사장님께서는 인사에 관한한 대쪽 같다고 주변에서 평가하던데요.
“정권 실세의 전화 한 통이면 임원이고 직원이고 특채됐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저는 오자마자 공채를 했습니다. 정권마다 인사에 개입하려는 사람이 있는데 원칙을 확실히 세워놓지 않으면 휘둘리게 됩니다. 인사가 똑바르지 않으면 그게 이권의 통로가 됩니다. 누구 빽으로 여기 시설 담당 상무가 됐을 경우 공사를 따내고 싶은 사람이 실세에게 부탁을 합니다. 자기를 심어준 사람이 봐달라고 하는데 거부할 재간이 있나요. 인사 부정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이권 내지 돈 부정으로 연결 된다 이겁니다. 저는 사회악 중에 최고악이 인사부정이라고 봐요. 그래서 전부 공채를 하는 겁니다. 지금은 인사 시스템이 잘 정착돼서 이권개입 같은 부정이 사라졌어요.” 

-내년에 평창올림픽이 강원도에서 열리는데 강원랜드가 도움을 주기 위해 준비하고 있는 게 있습니까.
“역할을 하려고 하는데 장애물 두 가지가 있어요. 먼저 코스피 상장회사라서 기부금을 내기가 쉽지 않아요. 공공주주 외에 일반 주주가 49%이고, 이중 절반 이상은 외국인 주주입니다. 주주들이 기부금을 왜 그렇게 많이 내느냐고 항의할 수 있어요. 또 지역에 주는 건 10억도 아까워하면서 올림픽에 몇 백 억을 쓰냐고 불만을 제기할 수도 있죠. 그래서 정부와 협상하고 있는 게 우리가 내는 만큼 매출총량에서 공제하도록 기부금 처리를 해달라는 겁니다. 작년엔 매출총량에서 2000억 원을 오버했는데 올해도 이대로 가면 1000억을 오버하게 됩니다. 그만큼 패널티가 많아지는 거죠. 올해 매출총량이 1조4000억~1조5000억 가량인데 기부한 만큼 공제해주면 우리 부담이 줄어듭니다. 기부도 더 할 수 있는 여력이 생기고요. 정부가 이 점을 잘 헤아려줬으면 합니다.”

-올해 11월이면 임기가 끝나는데 중장기적으로 추진한 사업 마무리를 위해서라도 연임을 할 생각은 없나요.
“한다, 안한다가 내 맘대로 되는 것도 아니고. 지역이나 우리 직원들은 엉뚱한 사람이 오면 다시 옛날로 돌아가는 것 아닌지 걱정 많이 하죠. 제도화 시켜서 제가 떠나더라도 시스템이 움직이도록 하는 게 바람직하죠. 공채를 했는데 어느 날 안 하면 구시대로 회기 하는 것 아닙니까. 내년 동계올림픽이 2월이고 3월엔 정기주주총회가 있으니까 일단은 그때까지 회사를 잘 이끄는 게 중요합니다.”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이것만은 꼭 자랑하고 싶다는 게 있다면?
“강원랜드를 보는 눈이 달라졌습니다. 노조, 직원, 폐광지역 주민, 감사원, 해당 상임위 국회의원이 보는 눈이 많이 바뀌었다는 것을 느낍니다. 3년 전만 해도 여기 와서 게임하는 사람들 평균 나이가 50~60대였는데 지금은 30~40대로 바뀌었습니다. 오는 사람 80%가 애들을 포함한 가족입니다. 강원랜드가 카지노 중심에서 리조트 중심 기업으로 바뀌었다는 징표입니다. 이것이 핵심 포인트입니다. 강원랜드가 음습한 카지노가 아닌, 가족형 복합 리조트가 됐다는 게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많은 사람이 가족단위로 와서 쉬다 가는 곳으로 변했다는 게 가장 큰 변화입니다.”

“세계적 가족형 복합 리조트 만드는 게 꿈“

-마지막으로 정부 당국이나 언론에 하고 싶은 말은?
“일본의 예도 들었지만 이제 카지노를 포함한 리조트 산업이 미래 먹거리입니다. 철강·조선·반도체 등 무거운 산업보다 관광레저 산업이 국가적으로 중요해졌습니다. 그 중 카지노 사업에 대해 부정적인 측면만 의식해 뒷걸음질 치거나 제자리걸음을 하면 4차 산업혁명에서 우리가 뒤처지게 됩니다. 강원랜드는 공기업이지만 자금 축적도 되어있고 사기업 이상의 경쟁력을 갖출 수 있습니다. 단돈 10억짜리 사업도 결과물이 나오기까지 서둘러도 2년은 걸립니다. 우리가 건물 안에 ‘북 카페’ 하나 만드는데 2년이 걸렸고 올해 초에야 문을 열었습니다. 국가계약법, 공기업에 관련된 법을 다 지켜야하기 때문입니다. 파라다이스그룹 오너가 ‘북 카페’를 만들겠다고 할 경우 한 달이면 될 겁니다. 우리는 2년씩이나 걸리는데 무슨 경쟁력이 있겠습니까. 아예 없애려면 몰라도 기왕 할 것이면 정부가 지원은 못하더라도 발목은 잡지 않았으면 합니다. 그렇게만 해주면 강원랜드를 세계적인 가족형 복합 리조트로 만들 자신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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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승희 사장 프로필

1974년 서울대 법학과
1977년 서울대 대학원 법학과 수료
1982~92년 서울·제주·수원 지방검찰청 검사
1992~93년 대검 중수부 검사
1993~94년 대전지검 서산지청장
1996~2001년 법무법인 대륙아주 대표변호사
1998~99년 미국 스탠포드대학 객원교수
2000년 제16대 국회의원
2008년 (사)포럼오래 이사장
2014년 강원랜드 대표이사 사장
저서:<성역은 없다> <세상을 바꿔라>(전 3권)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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