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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2024-04-26 18:52 (금) 기사제보 구독신청
“소련서 온 B장군 기분을 맞춰줘라”
“소련서 온 B장군 기분을 맞춰줘라”
  • 문기환 전문위원 겸 새턴PR컨설팅 대표
  • 승인 2017.07.31 11: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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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협력 프로젝트 계약 위해 방송사에 ‘보도 SOS’

대중에게 전달되는 언론매체의 영향력은 시대에 따라 변화한다. 인터넷언론과 SNS가 발달한 요즘에도 변함없이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것은 바로 TV다. 

기사만 나오는 보도 보다는 사진, 특히 동영상이 함께 나오는 보도의 영향력은 예나 지금이나 상당한 것이다. TV 뉴스에서 단순한 코멘트 방식의 인터뷰를 해 본 사람들은 한번쯤 가까운 친지들은 물론 오랫동안 교류가 없었던 초등학교 친구나 고향의 먼 친척들이 ‘어제 밤 TV 뉴스에서 봤다’며 어찌 어찌 연락처를 알아내 반갑게 안부 전화를 걸어오는 경우를 경험했을 것이다. 

언론보도의 영향력은 물론 만국 공통이다. 국제적 뉴스메이커가 아닌 정치인·관료·기업인들이 해외출장을 갔을 경우, 귀국 후 가장 효과적으로 출장보고서에 첨부해 활약상을 보여줄 수 있는 방법이 하나 있다.

바로 현지 언론과 인터뷰를 하는 것이다. 비영어권 국가의 경우 현지어로 된 유력언론도 좋지만, 영자로 된 매체는 그 뜻을 쉽게 알아 볼 수 있어 더욱 좋다. 여기에 큼지막하게 인터뷰 인물사진이 곁들여 나오면 금상첨화다. 

아프리카 상공장관의 출장보고 인터뷰

평소 일반 대중에게 쉽게 다가가지 못한다는 매체의 특성 때문에 기업 홍보실로부터 그다지 총애(?)받지 못해온 영자신문들이 제대로 대우 받는 경우가 종종 있다.

필자가 종합무역상사 홍보팀장으로 근무하던 때의 일이다. 어느 날, 부서업무 특성상 언론보도와는 크게 관련이 없어서 평소 홍보팀과 왕래가 드물었던 모 부서장이 급히 만나자는 연락이 왔다. 이유를 들어보니 의외로 언론보도 협조를 해 오는 것이 아닌가. 

얘기인 즉, “최근에 모 아프리카 국가의 A상공장관이 방한했는데, 향후 아프리카 지역 비즈니스 확대를 위해 매우 중요한 인물이다. 게다가 마침 무역관련 대규모 프로젝트도 협상 중에 있다. 해서 나름대로 융숭한 접대도 하고, 선물도 준비했지만 왠지 불안하다.

그러다가, 어제 A장관의 수행원들과 얘기를 하는 과정에서 우연히 정보 하나를 얻었다. 다름이 아니라 A장관은 해외 출장을 마치고 대통령에게 귀국보고를 할 때 유난히 현지 언론보도 기사를 챙긴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번 프로젝트를 반드시 따내기 위해서라도 모쪼록 홍보팀에서 이 문제를 적극 도와주길 부탁한다”는 대충 이런 내용이었다. 

필자는 아직 성사되지도 않은 건으로 보도자료를 낼 수도 없고 그렇다고 여러 매체를 대상으로 기자회견 하기도 마땅치 않고 해서, 아무래도 특정 매체와 인터뷰를 주선하는 방법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생각했다. 그것도 이왕이면 그들도 읽을 수 있는 영자 매체와…. 

그래서 평소 친하게 지내던 모 영자신문 출입기자에게 긴급 SOS를 보냈다. 다행히 기자의 스케줄도 여유가 있었고 신문 편집 지면 사정도 그다지 어렵지 않아 그 다음날 무난히 ‘한국과 아프리카 국가와의 향후 경제협력’을 테마로 한 인터뷰를 마쳤다. 

그 인터뷰 기사는 이틀 후 조간신문에 제법 큰 사이즈로 게재되었고, 호텔방으로 배달된 신문을 받아 본 A장관은 아마도 귀국 행 비행기에서 자신의 사진이 큼지막하게 나온 영자신문을 흐뭇한 표정으로 읽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그 덕분인진 몰라도 이후 회사는 그 아프리카 국가와 각종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진행했던 것으로 기억된다. 

CEO의 긴급 ‘SOS’

이런 일도 있었다. 대기업들이 모두 구 소련인 러시아연방과 한창 경제협력관련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었던 1990년대 초반의 일이다. 어느 날 늦은 오후, 사장실에서 긴급 연락이 왔다. ‘오늘 저녁 모 호텔에서 사장이 러시아의 B고위 군장성과 만찬 약속이 있는데 그 자리에서 의향서 체결이 있다’는 말이었다. 

어느 정도 프로젝트가 구체화된 양해각서(MOU)가 아닌 단지 양측의 의향을 확인하는 수준에 불과한 의향서(LOI)였기 때문에 기자회견도 없었고 보도자료를 낼 만큼 홍보가치도 크지 않은 것이었다. 잘해야 단순 동정 보도용으로 처리할 수 있는 건이었다. 

그러나 B장성은 회사의 프로젝트 책임자에게 의향서를 체결할 때 TV 방송에서도 취재가 올 것으로 내심 기대하는 눈치를 보였다고 한다. 그리고 이를 보고 받은 사장이 ‘어떻게 하든 B장성의 기분을 맞춰주라’는 지시를 비서실에 내린 것이었다. 

이것 참, 난감한 지경이었다. 연락 받은 시간은 오후 4시경, 만찬은 오후 7시. 이를 어찌 해결하나 고민하다가 ‘에라 모르겠다. 노력이나 해보자’ 하며 모 방송국 데스크에게 전화를 했다.

전후 사정을 간곡히 얘기하니 “알겠다. 참 딱하게 됐다. 허나, 지금 취재팀을 보낼 수는 없고 하니, 촬영팀만 보내겠다. 그러나 뉴스에 들어갈 수 있을 지는 장담 못한다.” 다른 방송국들도 비슷한 취지의 대답을 했다. 

이윽고 저녁 7시, 모 호텔의 양식당 문 앞에는 3대의 지상파 방송 카메라가 자리를 잡고 있었다. 엄청나게 밝은 카메라 플래시 세례를 받으며 의향서 체결을 하는 B장성의 표정은 자못 으쓱해 하며 매우 만족한 듯 보였으며, 회사 사장도 조금 놀라워하면서도 무척 흐뭇해하는 모습이었다. 

예상대로 의향서 체결 장면은 그 날 밤 뉴스에 보도되지 못했다. 다음 날 출국하는 B장성도 다행히(?) 보도 여부에 대해서는 궁금해 하지 않았다고 한다. 며칠이 지났건만 아무도 뉴스 보도 여부에 대해 물어 보지 않았다. 그러나 카메라만은 그날 저녁의 진실을 알고 있을 것이다.  

인사이트코리아, INSIGHT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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