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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채욱 CJ 부회장 “조직엔 같은 색깔의 피가 돌아야”
이채욱 CJ 부회장 “조직엔 같은 색깔의 피가 돌아야”
  • 이필재 인물스토리텔러
  • 승인 2017.07.04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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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채욱 CJ 부회장 소통 리더십… “五感을 트레이닝 하라”
▲ 토크콘서트 ‘뉴 스타트 2015-젊음, 아름답게 욕망하라’에서 이채욱 부회장이 강연하고 있다.<뉴시스>

이채욱 CJ 대표이사 부회장은 지난 3월 열린 CJ 정기 주주총회에서 앞으로 M&A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CJ의 핵심역량을 차별화하고 질적 우위를 강화하는 한편 ‘일류문화 구현’과 ‘공유가치 창출(CSV) 정착’을 두 축으로 CJ 경영철학을 심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날 사내이사로 재선임 된 그는 지난해 연봉 24억4400만원을 받았다. 1년 새 몸값이 46.8% 뛰었다.

만 71세인 이 부회장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전문경영인이다. 삼성그룹 출신으로 세계 최대 제조업체인 GE에서 12년 간 CEO를 지냈다. CJ에 영입되기 전엔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으로 있었다. 그의 재임 중 인천국제공항은 7년 연속 공항 분야의 노벨상으로 통하는 ‘세계 최고 공항상’을 받았다.

그의 이니셜은 CW다. 그 뜻을 그는 ‘무슨 일이든 도전해(Challenge) 반드시 이긴다(Win)’로 풀이한다.

그의 최대의 자산은 <백만불짜리 열정>(그의 자서전)이다. 1980년 초 그가 삼성물산 과장으로 근무할 때의 일이다. 미국 출장길에 낡은 선박을 해체해 철강회사에 고철로 파는 고선박 해체사업에 눈을 뜨게 됐다. 이렇게 들여온 낡은 배 네 척을 부산 감천만에 정박시켰다.


“기업에서 적자 낸 리더는 죄인”

어느 날 해일이 들이닥쳤다. 그 바람에 배들이 가라앉았다. 자연재해였지만 삼성물산 자본금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40억여 원의 손실을 회사에 끼치게 됐다.

그에게 법적 책임이 있는 건 아니었다. 부산으로 내려가는 기차에서 그의 머릿속에 여러 생각이 오갔다. 무엇보다 이 난국으로부터 도망치고 싶었다. 때마침 오라는 곳도 있었다.

‘이참에 직장을 옮길까?’

고심 끝에 그는 현실로부터 도피하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부산에서 올라온 그는 제출 날짜만 적지 않은 사직서를 작성해 책상서랍에 넣어뒀다. 실패를 잊지 않겠다는 각오로 그는 감천고해(甘川苦海·감천만 앞바다는 고통의 바다)라고 써 벽에 걸었다.

그날 이래 그의 앞에 펼쳐진 인생은 말 그대로 고해였다. 고선박을 해저에서 50t 단위로 절단해 크레인으로 끌어올리는 데 꼬박 1년 3개월이 걸렸다. 그 기간 동안 매주 부산과 서울을 오갔다. 회사에 마지막 보고를 하고 난 후 그는 서랍에서 사직서를 꺼내 날짜를 적어 제출했다. “기업에서 적자를 낸 리더는 죄인이라는 생각에서였다”고 그는 회고했다.

“그 시절의 과장급은 책임감이 상당히 강했습니다. 사실 적자를 내는 CEO는 형법에 없는 죄인이라고 할 수 있죠.”

집에서 쉬고 있는 그에게 회사에서 두바이 지사장으로 나가라는 연락이 왔다. 이때의 해외 근무 경험이 발판이 돼 그는 삼성-GE 합작법인(삼성-GE 의료기기)을 맡게 된다. 이 회사를 기사회생시키자 이번엔 GE가 삼성 측에 그를 임대해 달라고 요청했다. 당시 GE가 보낸 공문엔 이런 구절이 있었다고 한다.

“CW(이채욱)를 보내줄 수 없다면 몇 년간 빌려주시기 바랍니다. 비용은 우리가 부담하겠습니다.”

이 부회장은 젊은 날 삼성물산을 떠나지 않은 것이 스스로도 대견스럽다고 말했다.

“그때 현실 도피하지 않은 것에 자부심을 느낍니다. 실패로부터 배우는 게 성공을 통해 배우는 것보다 100배, 1000배 더 많아요. 무엇보다 그 일로 회사를 떠났다면 평생 내 인생에서 도망쳤다는 생각에서 벗어나기 어려웠을 거예요. 사실 어려움은 어디서나 겪습니다. 결국 직면하는 길밖에 없어요. 나는 어려움이 닥칠 때마다 뭔가 뜻이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단적으로 시련은 우리를 더 강하게 만들죠. 솔로몬이 설파했듯이 어떤 어려움도 결국은 지나가게 마련이고요.”

▲ 베트남 하노이 플라자에서 열린 ‘베트남 국가주석 우호훈장 수여식’에서 황 뚜언 아잉(Hoang Tuan Anh) 베트남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이채욱 부회장(왼쪽)에게 우호훈장을 수여하고 있다.<뉴시스>

인천공항에 윤리경영 도입

그는 경영을 GE에서 배웠다. GE 식 시스템 경영이다. 몸담은 기업의 성격에 맞게 그때그때 조율을 한다. GE에선 이 세상에서 변하지 않는 게 두 가지가 있다고 말한다. 하나는 세상이 변한다는 사실, 다른 하나는 정직과 신뢰, 즉 윤리적 가치다.

GE가 요구하는 변화도 두 가지다. 하드웨어적 변화와 소프트웨어적 변화. 하드웨어적 변화를 강조하는 GE가 추구하는 게 ‘넘버 원, 넘버 투 전략’이다. 모든 비즈니스에서 반드시 넘버 원 또는 넘버 투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1, 2등이 아니면 어떻게 해서든 그렇게 만들 전략을 세우든지 아예 그 사업을 버리라고 요구한다. 3등 이하의 제품을 파는 데는 두세 배의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반면 1등 제품은 팔기 쉬울뿐더러 마진도 좋고 가격을 결정하기도 유리하다. 시장 지배력 덕이다. 소프트웨어 전략으로는 3S, 즉 신속성(speed), 단순성(simplicity), 자신감(self-confidence)을 중시한다. 이 부회장은 GE의 이런 전략이 모든 업종에 적용된다고 말한다.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 시절 그는 윤리경영을 도입했다. 취임사에서 “윤리적으로 문제를 일으킨 사람은 즉시 퇴출시키겠다”고 선언했다. “두 번째 기회란 아예 없고 예외도 없다”고 못 박았다. 원 스트라이크 아웃제다. 이 규정 덕이었을까? 그의 재임 시절 인천공항공사엔 부정 사건이 없었다.

한번은 공기업 평가단의 어느 교수가 원 스트라이크 아웃제도의 실적을 보여 달라고 요구했다고 한다. 아웃시킨 실적이 없다고 하자 “그러면 유명무실한 제도 아니냐”고 이 교수가 물었다. 이 부회장은 직원 퇴출이 없다는 점이야말로 이 제도가 살아 있는 방증이라고 응수했다.

“이름에 아웃이 들어가지만 제도의 취지가 직원을 아웃시키는 게 아니었어요. 존경받는 공기업이 되어보자는 거였죠. 공기업 하면 철밥통, 비효율, 심지어 부정부패의 온상이라는 이미지를 사람들이 떠올리지 않습니까? 존경받는 기업의 요건은 다섯 가지입니다. 기업 윤리, 지속적 성장, 경쟁력을 바탕으로 한 성과 창출, 인재 양성, 사회 공헌활동이죠. 국민의 세금이 투입된 공기업도 민간기업처럼 투자자에게 이익을 돌려줘야 합니다.”

조직의 투명도·신뢰도를 높이려 간부 인사청문회(New Leader Assimilation)를 도입하기도 했다. 이 제도에 따라 본부장들이 청문위원 격으로 참여하는 청문회를 열었다. 본부장은 처장, 처장은 팀장, 팀장은 팀원들과 청문회를 열어야 한다. 청문회 참석자들은 리더에게 궁금한 것들을 묻고 리더는 진솔하게 답변해야 한다. 질문자의 익명성을 보장하기 위해 질문할 내용은 리더 입장 전 노란색 포스트잇에 써서 미리 보드에 붙여놓는다.

질문의 범주는 다섯 가지. 소문 등으로 리더에 대해 이미 알고 있는 것, 리더에 대해 더 알고 싶은 것, 리더가 조직에 대해 알아야 할 것, 리더에 대해 우려하는 것, 리더에 대한 제안이 그것이다. 대화를 나누다 보면 토론이 벌어지고 서로 이해의 폭이 넓어지게 마련이다. 그는 “청문회를 열면 오해와 억측이 사라지고 조직이 투명해진다”고 말했다.

“리더와 구성원이 서로 친밀해지고 신뢰도 두터워지죠. 자연히 팀워크가 좋아지고 불필요한 낭비도 줄어듭니다. 리더로서는 청문회 때 공언한 것에 스스로 얽매이는 부수적 효과도 있어요.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리더도 성장하게 됩니다.”

인사 시스템도 바꿨다. 핵심은 인사권의 위임과 전 직위를 대상으로 한 직위 공모제(Job Posting) 도입. 사장은 자신에게 직접 보고하는 본부장 인사만 하도록 했다. 본부장은 처·실장을, 처·실장은 팀장을, 팀장은 같이 일할 팀원을 고른다. 자신이 쓸 사람을 자기 손으로 뽑고 그에 대해 책임을 지도록 한 것이다. 인사 원칙은 공정성·투명성·일관성. 인사팀은 이 원칙을 제대로 준수했는지 감독만 한다.

인사권자가 원칙을 어기면 인사권을 회수한다. 한편 인사의 대상자들은 공모하는 직위에 3지망까지 지원하게 돼 있다. 이로써 구성원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팀장급 이상은 원하는 인력을 뽑아 쓸 수 있다. 회사 안에 인력 시장이 생기는 셈이다.

 

방학 때면 똥지게 진 ‘흙수저’ 출신

이 부회장은 흙수저 출신이다. 스펙이 좋은 것도 아니다. 경북 상주에서 5남2녀의 장남으로 태어난 그는 형편이 어려워 유년 시절 집안일을 도맡았다. 방학 때면 똥지게를 졌다. 일 자체가 힘들기도 했지만 어쩌다 균형을 잃으면 똥물이 몸에 튀었다. 그래도 그렇게 일을 하고 나면 밥맛이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다고 그는 말했다.

영남대 법학과 시절엔 늘 교복만 입었다. 그 시절에도 교복 차림의 학생은 전교에서 몇 명 안 됐다고 한다.

“대학생이라는 게 신바람 났습니다. 대학생이라고 내 입으로 자랑할 순 없고, 교복을 입으면 말 안 해도 대학생이란 걸 사람들이 알잖아요? 지방대 다닌다는 열등감도 없었어요.”

유년 시절 중학교나 마치고 철공소에 들어가리라 마음먹은 그였다. 장학생으로 상주고에 진학하면서 꿈이 면사무소 서기로 바뀌었다. 어느 날 담임교사가 그를 불렀다. 영남대에서 4년 장학생을 모집하는데 시험을 보라고 권했다. 그 시험에 합격해 대학생이 됐다. 그는 콧노래가 절로 나오더라고 했다.

“지방 출신의 좋은 점은 사람들이 촌놈은 경쟁상대로 생각지 않는다는 거예요. 주변의 훌륭한 사람들에게 무엇이든 물어봤죠.”

이 부회장의 리더십은 소통의 리더십이다. 모름지기 조직이란 같은 색깔의 피가 돌아야 한다고 그는 말한다.

“피가 잘 돌아야죠. 동맥경화에 걸린 조직이 많습니다. 다음으로 이 피가 같은 색깔이라야 합니다. 같은 방향으로 나아가려면 구성원들이 같은 생각을 해야 돼요. 그 과정에서 다양한 아이디어가 분출하고 토론이 이뤄져야죠. 이렇게 방향이 결정되고 나면 구성원들이 공유해야 합니다.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는 짐바브웨 속담처럼 뜻과 지혜를 모아야 목표를 이룰 수 있어요.”

그는 CEO들의 롤 모델이다. 글로벌 인재를 꿈꾸는 젊은 세대에게 그는 오감(五感)을 트레이닝 하라고 권한다.

“눈으로 원대한 비전을 바라보고 머리는 전문지식으로 채우는 겁니다. 입으로는 국제어를 유창하게 구사하고, 가슴은 다른 문화와 인종을 존중하고 배려하는 마음으로 채워야죠. 글로벌 시대는 더불어 사는 세상입니다. 더불어 살아가려면 소통 능력이 필요한데 그 요건이 영어능력과 차이를 존중하는 자세예요. 또 손으로는 컴퓨터 등 첨단 IT 기기를 능숙하게 다룰 줄 알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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