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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2024-04-26 11:15 (금) 기사제보 구독신청
불황 터널 뚫고 나온 일본 '불사조 기업'
불황 터널 뚫고 나온 일본 '불사조 기업'
  • 염지현 중앙일보 기자
  • 승인 2017.02.07 16: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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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키호테처럼 안하면 망한다

1990년대부터 시작된 일본의 거품 붕괴는 기업의 ‘생존 지도’를 바꿔놨다. 전통적인 경영 방식을 고수하던 기업들은 하나 둘 사라졌다. 빈자리는 새로운 ‘게임 체인저’가 차지했다. 장기 불황을 이겨내고 승승장구하는 일본의 ‘불사조 기업’들을 소개한다.

대규모 자본을 갖고 세계 시장을 무대로 자원개발·무역거래를 해왔던 일본 스미토모 상사가 2015년 3월 850억엔(약 8750억원)에 달하는 적자를 발표했다. 1999년 이후 15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미국 텍사스주(州) 셰일오일 개발에 나섰다가 채굴 비용이 크게 늘면서 손실이 불어난 것이다.
‘스미토모 쇼크’는 업계에 연달아 나타났다. 지난해 종합무역상사 1·2위를 달리던 미쓰비시 상사와 미쓰이 물산이 사상 최초로 적자를 기록했다. 두 기업이 공동으로 투자한 칠레 구리광산과 호주의 액화천연가스(LNG) 프로젝트에서 대규모 손실을 입은 게 원인이었다. 업계가 휘청일 때 이토추 상사가 ‘반짝 스타’처럼 단번에 업계 1위(순이익 기준)로 올라섰다. 2013년부터 자원 투자의 한계를 직감하고 곡물·연어양식·커피 등 식량사업으로 투자 포트폴리오를 확 바꿨기 때문이다. 세계 인구가 늘어난 데다 이상기온 현상으로 식량 가격이 급등하며 약 2400억엔 순이익을 거뒀다.
이처럼 일본에선 전통적인 경영방식을 고수하던 기업은 흔들리고 빠르게 사업을 재편하거나 새로운 방식의 마케팅을 앞세운 기업들이 떠오르고 있다. 바로 발상의 전환으로 기존 업계의 상식을 깨고 산업의 판도를 바꾸는 ‘게임 체인저(game changer)’다.
국내 금융 전문가들이 이들을 주목하는 이유가 있다. 일본은 1990년부터 시작된 거품붕괴에다 저출산·고령화로 생산인구 감소까지 겹치면서 ‘잃어버린 20년’을 겪고 있다. 1960년대 일본 제조업의 영업이익률은 매출액의 7.5%에 달했다. 1990년 이후 저성장 시대로 접어들며 3%로 떨어졌고 미국발 금융위기가 발생했던 2008년엔 처음으로 1%대에 그치기도 했다. 문제는 한국도 저성장·저출산·고령화 등 일련의 과제들이 일본이 겪은 장기침체와 닮아가고 있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장기불황을 이겨낸 일본 기업들의 성공 전략은 뭘까.

할인매장 돈키호테의 ‘정글 진열’

유통업계의 대표적인 게임 체인저는 돈키호테와 니토리다. 최근 일본 유명 백화점이 문을 닫고 있는 와중에 대형 할인매장인 돈키호테는 1년 새 35곳의 매장이 새롭게 문을 열었다. 현재 돈키호테 전체 매장 수는 341개(2016년 6월 기준)에 이른다. 돈키호테의 전략은 ‘없는 것 없는, 값싼 잡동사니 매장’이다. 일반적으로 유통 기업이 상품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포장한다면 돈키호테는 싼 물건을 더 싸보이게 만드는 데 공을 들인다. 파산한 기업이 덤핑으로 처분하는 상품부터, 반품·B급 상품을 사들여 판매하기 때문에 일반 할인마트보다 10~15% 저렴하다.
돈키호테 매장에 들어서면 장난감부터 과자, 롤렉스 시계, 선풍기까지 약 4만 개의 물건이 뒤섞인 채 무질서하게 진열돼 있다. 산만한 진열도 돈키호테만의 성공 비결이다. 일본 유통업계의 이단아로 불리는 창업자 야스다 다카오가 돈키호테 전신인 ‘도둑시장’을 직접 운영하면서 개발한 ‘정글 진열’ 방식이다. 고객이 마치 정글 속을 탐험하듯 원하는 물건을 찾는 재미를 맛볼 수 있도록 했다.

산만해 보이는 진열에도 숨겨진 규칙이 있다. 가장 인기 있는 상품은 통로 안쪽이나 고객 손이 닿지 않는 선반 위에 있는 경우가 많다. 이 상품 옆에는 가격은 더 싸지만 마진이 큰 자체 브랜드(PB) 상품들이 놓여있다. 값싼 가격에 독특한 매장 운영 방식으로 일본을 찾는 관광객에겐 반드시 들려야 하는 관광 명소가 됐다.

거대 공룡 ‘이케아’ 물리친 니토리

1967년 설립된 니토리는 ‘일본의 이케아’로 불리는 홈퍼니싱(home furnishing) 기업이다. 2001년 일본 가구업계 1위였던 오오츠카 가구를 제쳤다. 스웨덴의 가구 공룡인 이케아가 2006년 일본에 진출했지만 니토리 아성을 깨진 못했다.

1980년까지만 해도 니토리는 홋카이도 삿포로의 동네 가구점에 불과했다. 이곳이 꾸준하게 성장한 비결은 뭘까. 창업자 니토리 아키오 회장의 과감한 투자 덕분이다. 그는 1970년 초 미국 출장을 갔다가 저렴한 생활 소품을 함께 파는 가구 업체들이 인기를 끄는 것을 본 뒤 사업전략을 수정했다. 앞으로 일본 경제가 발전할수록 집을 예쁘게 꾸미고 싶어 하는 소비자의 욕구가 커질 것으로 봤기 때문이다. 니토리는 1980년부터 전통적인 가구 업계의 상식을 깨고 침구·커튼·벽지 등 인테리어 소품을 가구와 함께 판매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승승장구하며 성장한 니토리에게도 이케아의 일본 진출 소식은 악재였다. 니토리는 최대 40%까지 가격을 인하했다. 대신 제품의 질을 높이기 위해 디자인부터 생산·유통·판매까지 도맡는 제조·유통 일괄형(SPA) 생산방식을 도입했다. 각 단계에서 발생한 비용을 줄이고 신속하게 제품을 공급할 수 있어서다. 특히 이케아가 ‘불편을 판다’는 것을 마케팅 전략으로 내세울 때 니토리는 ‘친절 마케팅’으로 대응했다. 예컨대 이케아가 싼 부지를 찾아 도심 외곽에 창고형 대형 매장을 짓는다면 니토리는 고객의 이동거리를 고려해 역세권을 중심으로 매장을 열고 배송 서비스를 마련했다.

 

 

 

 

 

 

 

2015년 니토리 매출액은 4581억엔(약 4조7000억원), 영업이익은 730억엔(약 7500억원)이었다. 2009년 이후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연평균 10%씩 성장했다. 일본 도쿄증권거래소에 상장된 니토리의 주가 상승세도 가파르다. 현재 주가(1월 23일 종가기준)는 1만2440엔(약 12만8200원)으로 4년 새 292%나 올랐다.

부동산 업계 판도 바꾼 레오팔레스21

레오팔레스21은 일본 부동산 업계의 판도를 바꿨다. 국내 부동산 전문가들이 향후 부동산 대책으로 뉴스테이(기업형 임대주택)를 얘기할 때마다 성공 사례로 꼽았다. 과거엔 아파트 건설사였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아파트 건설을 접고 주택임대 중심으로 사업을 재편하면서 재기했다. 특히 부동산 개발업자가 건물(땅)을 통째로 빌린 후 이를 재임대해 수익을 얻는 마스터 리스(Master lease) 방식을 활용하고 있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일본은 1990년 초 거품경제 붕괴 이후 주택을 비롯해 부동산 가격이 줄곧 하락했다. 따라서 연간 일정 수익(이자)만 보장한다면 장기간 땅이나 건물을 빌려서 임대사업을 할 수 있다. 여기서 나오는 임대수입은 건물주와 분배한다.

레오팔레스21은 대도시의 1인 가구에 초점을 맞춰 소형주택 임대사업을 펼친 게 성공 비결이다. 일반적으로 46㎡(14평) 규모의 방에 TV부터 냉장고·에어컨·세탁기 등 모든 가전제품을 갖춰 놓았다. 세입자는 몸만 들어가면 된다. 권재형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최근 도쿄 지역의 1인 가구 수만 268만 가구로 10년 전보다 10% 가까이 증가했다”고 말했다.
도쿄와 같은 대도시는 1인 가구가 빠르게 늘면서 가구까지 모두 갖춘 소형 임대주택이 인기가 많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현재 일본의 1700만 임대주택 중 약 55만 채를 레오팔레스21이 관리하고 있다. 2012년 말 한국에 진출해 공동주택 시설관리 업체인 우리관리와 손잡고 합작사인 우리레오PMC를 설립했다.

IT 기술 활용한 ‘게임 체인저’들

2000년 초반에 등장한 에스엠에스와 엠쓰리는 정보기술(IT)을 활용한 게임 체인저다. 에스엠에스는 일본의 심각한 인구 고령화를 사업 기회로 삼았다. 간병이나 간호에 특화된 인력을 소개하는 일이 주요 업무다. 최근 일본에선 간병산업이 뜨면서 이온그룹·파나소닉 등 대기업들이 잇따라 진출하고 있다. 김보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일본 정부는 현재 3461만명으로 전체 인구의 27%에 달하는 65세 이상의 고령자가 75세를 넘기는 2025년엔 38만 명의 간병 인력이 부족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며 “간병산업은 지속적으로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에스엠에스는 2014년 간병관련 기업들의 경영 지원 서비스로 사업을 확대하면서 수익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현재 주가(1월23일 종가 기준)는 2765엔으로 2013년 초 대비 514% 올랐다. 같은 기간 게임 체인저 사례로 뽑은 기업 중 주가 상승률이 가장 높다. 김 연구원은 “에스엠에스는 발 빠르게 한국을 비롯해 싱가포르·중국 등지 170만 명 회원을 보유한 의료정보서비스 기업 미디카아시아를 2015년에 인수했다”며 “향후 아시아 시장에 진출할 경우 주가는 더 오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엠쓰리는 IT로 제약업계의 오랜 관행을 깬 기업이다. 과거 제약사들은 병원에 더 많은 약품을 납품하기 위해 출혈 경쟁을 일삼았고 불법적인 접대·리베이트 등으로 사회적 문제를 일으켰다. 그동안 대면으로만 이뤄졌던 제약영업 활동을 인터넷 플랫폼으로 옮겨온 기업이 엠쓰리다. 약품 영업이 비대면으로 바뀌면서 제약사는 영업활동에 들어간 비용을 줄이고, 병원 의사들은 의약품에 대한 정보와 의견을 실시간으로 받아 윈-윈 하는 효과를 얻었다. 엠쓰리가 2003년에 설립된 의료정보 사이트(m3.com)는 현재 일본 의사의 80%인 20만 명이 이용하고 있다.

파괴적인 혁신만이 살 길이다

전문가들은 일본 게임 체인저들의 공통점으로 혁신을 꼽았다. 특히 기존에 통용되던 비즈니스 모델에 연연하지 않고 완전히 새로운 사업에 뛰어들 정도의 파괴적인 혁신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지평 LG경제연구원 연구원은 “1990년대 일본 경제를 이끌었던 수많은 대기업이 경영 위기에 직면했던 것은 시장 변화를 놓쳤기 때문”이라며 “반대로 세계 IT 트렌드에 빠르게 대응한 소프트 뱅크는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소프트뱅크가 성공할 수 있었던 것도 발 빠른 사업 재편 덕분이다. 1980년대까지는 PC 마니아를 위한 출판 사업에 주력했던 소프트뱅크는 1990년대 들어 이동통신, 인터넷 게임 등 정보기술(IT) 분야 전반에 투자하는 기업으로 변신했다. 특히 1996년 손정의 회장이 미국 야후의 지분 49%를 사들여 야후재팬을 설립한 게 ‘신의 한수’였다. 국내에서 네이버가 설립되기도 전에 인터넷 검색 사업의 성공 가능성을 꿰뚫어보고 투자에 나선 것이다. 현재 일본 야후는 소프트뱅크 수입의 20% 정도를 차지하는 주력 기업으로 성장했다.

시장 트렌드를 빠르게 읽을 줄 알아야 한다. 장기 불황이 지속되면서 가격대비 효용을 따지는 합리적인 소비문화로 바뀐 것을 파악한 돈키호테·니토리 등은 싼 가격에 재미와 친절 등을 입혀 성공할 수 있었다. 정희석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과거처럼 비용을 낮추는 식의 효율성 경영으로는 급변하는 시대에 살아남는다는 보장이 없다”며 “변화를 읽는 통찰력과 거기에 모든 것을 거는 강한 의지가 어느 때보다 기업가들에게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인사이트코리아, INSIGHT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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