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찰담합에 따른 손해배상액 산정 방법론
입찰담합에 따른 손해배상액 산정 방법론
  • 이은영 법무법인 케이씨엘 변호사
  • 승인 2016.11.01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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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몇 년 사이 건설사들이 공사입찰에서 담합을 하였다는 이유로 발주처가 건설사들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대부분의 건설사들은 담합을 이유로 이미 거액의 과징금을 납부하였는데 이와 별개로 발주처에 손해배상까지 하라니 억울하다고도 한다. 그러나 위법행위에 해당하는 담합을 하였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발주처에 대한 손해배상책임 자체를 면하기는 쉽지 않다. 그렇다면 이제 방점을 두어야 할 부분은 구체적인 손해배상 액수가 얼마인가 하는 점이다. 

손해액 감정평가 방법이 정립되지 않아 혼선 

입찰담합 사건에서 발주처에게 발생한 손해라 함은 “담합행위로 인하여 형성된 낙찰가격과 담합행위가 없었을 경우에 형성되었을 낙찰가격의 차액”을 의미한다. 그러나 “담합행위가 없었을 경우”를 가정하여 가상으로 낙찰가격을 산정하려니 발주처와 건설사 모두 배상액에 대해 의견이 제각각이다. 심지어는 손해를 평가하는 감정인마다 평가방법도 제각각이어서 법원 또한 손해배상액 산정에 혼선을 빚고 있다. 
일례로, 서울지하철 7호선 연장공사 705공구 및 706공구의 입찰담합 손해배상 사건에서 제1심 법원이 인정한 배상액은 634억 원이다. 이 사건에서 감정인은 소위 ‘표준시장 비교방법’이라는 분석법을 활용하였는데, 이는 담합이 없었던 시장을 표준으로 삼아 그 시장에서의 가격과 담합이 있었던 시장의 가격을 비교함으로써 담합으로 인한 가격 인상분을 파악하는 방법이다. 이 사건에서 감정인은 인천도시철도 2호선 206공구에서 정상적인 경쟁입찰이 이루어졌다고 보고 206공구의 낙찰률 66.078%를 ‘가상 경쟁낙찰률’로 상정하였다. 그리고 법원은 감정결과를 그대로 인정하여, 공사예정금액에 위 66.078%를 곱한 값을 가상경쟁가격이라고 보아 손해배상액 634억 원을 인용하였다. 
한편, 같은 서울지하철 7호선 연장공사의 701, 702, 703, 704공구 입찰담합 손해배상 사건에서 감정인은 ‘표준시장 비교방법’을 일부 수정하여 활용하였다. 즉, 감정인은 건설사들이 80% 미만의 투찰률로 입찰에 참여할 가능성은 매우 적었던 것으로 보인다면서 가상경쟁가격의 투찰률 하한선을 80%로 보고, 일부 경쟁이 존재한 701공구의 낙찰률 80.74%를 가상경쟁가격의 투찰률 상한선으로 보아, 그 중간값인 80.37%를 가상경쟁가격 투찰률이라고 상정하였다. 이에 따라 이 사건은 위 705, 706공구 사건과 특별히 차별하여 다룰 이유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감정결과는 무려 수백 억 원이 낮은 270억 원으로 나왔고, 법원은 이를 그대로 손해배상액으로 인정하였다. 
이처럼 어느 감정인을 만나느냐에 따라 손해배상액이 크게 달라지다 보니 당사자들이 결과에 승복하지 못하는 것은 당연하고, 실제 그 액수가 공평 타당한 결과라 보기도 어려워 법원도 적절한 손해액 산정방법을 두고 고심하고 있는 상황이다. 

주로 활용되는 손해액 평가방법과 개선방향 

그 동안 법원은 대부분의 담합사건에서 경제통계학자들에게 가상 경쟁가격 감정을 일임하였고, 그 결과 경제학적 분석방식인 ‘중회귀분석 방법’과 ‘표준시장 비교방법’이 주로 사용되었다. ‘중회귀분석 방법’은 가장 많이 활용되는 방법인데,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요소들을 변수로 설정하고 중회귀분석이라는 통계학적 추론방법을 사용하여 담합이 가격에 미친 영향과 담합 이외의 경제적 요인들이 가격에 미친 영향을 분리함으로써 ‘다른 모든 조건이 동일한 상황에서 담합이 없었을 경우에 형성되었을 가격’을 추정해 낸다. 과거 밀가루나 유류 등의 가격담합 사건에서 ‘중회귀분석 방법’은 가장 적합한 손해액 산정방식으로 여겨졌고, 실제로 현재 진행 중인 입찰담합 손해배상 사건에서도 대부분 이 방법을 염두에 두고 있다. 
그러나 이와 같은 계량통계학적 분석방법은 가용한 자료의 양에 따라 신뢰도가 결정되어, 만약 불충분한 자료로 통계를 내는 경우에는 오류 값이 도출될 가능성이 높아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 또한, 밀가루나 유류와 같이 제품의 품질이 비교적 균일하여 변수의 통제가 쉬운 사안에서는 ‘중회귀분석 방법’이 훌륭하게 작동할 수 있지만, 입찰담합의 경우 각 건설사의 설계품질, 투입비용, 공사 별 난이도와 같은 변수는 객관적으로 수치화하거나 예측 가능한 변수가 아니어서 통제하기가 지극히 어렵다. 따라서 입찰담합 사건에서 무턱대고 계량통계학적 방법을 적용하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표준시장 비교방법’ 역시 널리 활용되고 있는데, 이는 ‘표준시장’으로 선정할 만한 적절한 비교 표본이 있을 때에는 매우 좋은 방법이지만, 앞서 서울지하철 7호선 연장공사 담합사건에서도 보았듯이 건설공사 입찰담합에 적용하기에는 다소 부적합하다. 즉, 건설공사의 경우 개개의 공사가 명확히 구별되는 유일무이한 거래대상이기 때문에, 담합행위 이외의 모든 가격형성요인이 동일하다는 전제조건을 갖춘 ‘표준시장’을 찾기란 불가능하다고 보면 된다. 실제로 ‘표준시장 비교방법’을 적용한 최근의 담합사건들은 단순히 경쟁입찰이 있었다고 보여지는 다른 임의의 공사의 낙찰률을 그대로 차용한 것에 불과하여 진정한 의미에서의 ‘표준시장 비교방법’이라고 할 수도 없다.  
이와 같은 기존 평가방법의 난점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보다 현실적인 방식을 도입할 필요가 있는데, 그 중 하나로 논의되고 있는 것이 비용분석 방법이다. 이는 공사비 산정 관련 전문가가 감정인으로 참여하여 발주처의 추정금액, 객관적인 공사원가, 입찰참가자들의 예상비용을 비교함으로써 투찰금액의 비용적 하한선을 분명하게 그어두는 데에서 출발한다. 이 경우 가상경쟁가격의 투찰률을 엉뚱하게 낮게 상정하여 손해배상액을 과다하게 평가하는 일은 피할 수 있다. 비용분석 방법 또한 무결하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기존의 계량통계학적 분석방법을 보완하여 보다 현실적인 결론을 내릴 수 있다는 점에서 관련 사건의 당사자나 법원 모두 이러한 방법도 적극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할 것이다. 

 

프로필 이은영 법무법인 케이씨엘 변호사

서울대학교 경제학부(2011, 학사)
연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2014, 석사)
업무분야 : 민사소송, 행정소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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