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교환과 담합의 경계
정보교환과 담합의 경계
  • 강영민 법무법인 케이씨엘 변호사
  • 승인 2016.07.04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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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름지기 사업하는 사람은 사람을 만나야 한다. 물건을 팔려고 하는 사람은 물건을 많이, 비싼 가격에 사줄 사람을 만나야 할 것이고, 물건을 사려고 하는 사람은 좋은 물건을 저렴한 가격에 팔아줄 사람을 만나야 할 것이다. 결국 사람 만나서 흥정하는 것이 바로 사업인 것이고, 그래서 사업하는 사람은 바쁘다. 아니, 바빠야 한다.

그런데 사업을 하다 보면, 동종업계에 있는 사업자들끼리 만나는 경우도 더러 생기게 된다. 같은 일을 하는 사람들이다 보니 관심사도 비슷하고 얘기도 잘 통할 것인데, 경쟁 사업자들끼리 사업적으로 아주 예민한 부분에 대해서는 서로 말을 아끼겠지만, 요즘 경기가 어떻다는 등의 얘기는 자연스럽게 오갈 수도 있다. 
그렇다면 이처럼 경쟁사업자들 사이의 회합 등에서 오가는 이야기가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이하 "공정거래법")상 부당한 공동행위(소위 "담합")로 판단되어, 그로 인해 과징금, 형사처벌 등의 불이익을 입는 경우가 있을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그렇다”이다. 

예민한 이야기는 피하는 게 상책?

공정거래법상 부당한 공동행위는 본질적으로 가격 등의 거래조건에 대한 ‘합의’를 의미하고(談合), 그에 따른 가격인상 등의 행위는 실행행위에 불과하여, 원칙적으로 부당한 공동행위의 성부 자체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그런데 이 ‘합의’를 입증한다는 것 자체가 애초에 대단히 어려운 일이다. 예전에야 순진한 사업자들이 다같이 단가를 얼마로 하자거나, 누구랑은 거래하지 말자거나, 이쪽 지역은 내가 맡고 저쪽 지역은 네가 맡자는 식의 합의를 하면서, 이를 회의록, 합의서 등으로 작성하는 일도 있었고, 심지어 이를 공증하는 웃지 못할 일도 있었다. 그런데 더 이상 이런 순진한 사업자들은 없다. 이런 식의 합의를 명시적으로 하는 경우도 잘 없고, 이를 문서로까지 남기는 경우는 이제 없다고 봐야 한다.
실제로 근래 담합으로 문제된 사안들을 보면, ‘합의’를 문서 등의 직접증거로 인정할 수 있는 경우는 찾아볼 수 없고, 주로 경쟁사업자들끼리의 회합이 있고, 그 회합에서 가격 등에 대한 합의가 있었다는 일부 사업자의 진술이 확보되는 경우도 있을 수 있으며(소위 "리니언시"), 그 회합 이후 경쟁사업자들이 다같이 유사하게 가격을 인상하는 등의 행위를 했다는 외형상 일치가 있어, 공정거래위원회가 이를 근거로 ‘합의’를 추정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일부 사업자가 합의를 자인하는 취지의 진술(리니언시)을 한다면, 이 역시 합의에 대한 직접증거가 될 수는 있다. 그런데 리니언시를 하게 되면, 본인은 과징금 감면 등을 통해 불이익을 피할 수 있는 반면, 경쟁사업자들에 대해 치명적인 타격을 입힐 수 있기 때문에, 경우에 따라 그 신빙성을 인정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을 수 있고, 통상 경쟁사업자들은 그 내용이 사실이 아니라고 사활을 걸고 다투게 된다. 따라서 이러한 리니언시가 유력한 증거가 될 수는 있을지언정, 공정거래위원회도 오로지 리니언시 자체만 가지고 ‘합의’로 인정한 경우는 찾기 힘들다.

결국 공정거래위원회로서는 경쟁사업자들의 회합 등 의사연락 사실과 그 이후의 가격변동 등 실제 행위내용들을 근거로 하여, 사업자들 사이에 가격변동 등에 대한 명시적 또는 묵시적 합의가 있었음을 간접적으로 추정해야 하는데, 이때 회합에서 어떠한 이야기가 오갔는지가 대단히 중요해진다.

가격정보 교환 사례로 담합 인정

만약 경쟁사업자들이 친목모임 등에서 만나서 요즘 원자재 값이 많이 올랐다거나, 경기가 안 좋아서 물건이 잘 안 팔린다는 정도의 이야기를 나눈 정도라면 애당초 문제가 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누가 언제 가격을 얼마 올린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이것을 들은 다른 경쟁사업자들이 직원들을 통해 보다 구체적인 정보를 그때 그때 공유하면서 공교롭게도 비슷한 시기에 유사한 수준으로 가격을 올렸다면 어떨까. 
이는 대단히 미묘한 문제인데, 결국 공정거래위원회나 법원은 위와 같은 정보교환행위와 실제 가격변동 등의 양상을 두고, 이를 당시 시장의 구체적인 상황 등을 고려해 볼 때, 경쟁사업자들 사이에 누구부터 가격을 올리면 나머지는 그에 따라 유사한 수준으로 올린다는 등의 합의가 있었던 것으로 추정할 수 있는지를 판단해야만 하고, 이는 결국 개별 사안별로 각 시장의 특성이 고려될 것이기 때문에 그 판단을 예상하는 것도 사실상 어렵다.
다만, 상식적으로 생각할 때 경쟁사업자의 가격 등 거래조건은 일단 시행되고 나면 시장을 통해 얼마든지 확보가 가능한 정보이다. 그런데 이러한 정보를 그 시행 이전에 경쟁사업자들끼리 교환한다는 것 자체가 외부에서 보면 충분히 의심을 살 수 있는 소지가 있다. 굳이 오이밭에서 갓끈을 고쳐 맬 필요가 없다는 말이다. 
실제로 법원의 기존 판결들을 보면, 가격정보가 교환된 사례들에서 담합을 인정해 왔음을 알 수 있다. [한편, 최근 대법원이 정보교환이 문제된 라면 담합 건(대법원 2013두25924)과 생명보험사 담합 건(대법원 2013두16951)에서 담합이 아니라는 취지의 판시를 하였으나, 라면 담합 건의 경우 리니언시를 했던 업체의 진술이 관련 증거들과 배치되는 등 대법원이 리니언시 내용 자체의 신빙성을 부정하게 된 사정이 있었고, 생명보험사 담함 건의 경우 애초에 공정거래위원회조차 사업자들이 이율을 일정한 수준으로 맞춘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어서 가격 등의 ‘외형상 일치’조차 인정되지 않는 경우였기 때문에, 사견으로는 법원이 구체적 사실관계를 고려한 것일 뿐 법리적인 변경이 있었던 것으로 생각되지는 않는다.]
따라서 담합 조사과정과 그에 따른 고액의 과징금, 그리고 임직원에 대한 수사 및 형사처벌 가능성까지 고려해 보면, 사업하는 분들은 가급적 동종업자들끼리의 회합은 피하고, 부득이 동석한 자리에서는 사업적인 이야기를 되도록 삼가하시길 권한다. 또한 혹시 본인의 의사와 상관 없이 다른 사업자들이 의심받을 소지가 있는 이야기를 할 것이 우려된다면, 변호사를 대동하셔서 본인이 관여된 것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위법행위를 하려고 하면서 변호사를 대동해서 가는 사람은 없지 않겠는가.
 

강영민 법무법인 케이씨엘 변호사 
서울대학교 법과대학(2006, 학사) / 동 대학원 수료(2012) /
업무분야 : 공정거래, 기업집단, 하도급, 가맹사업, 전자상거래 등 
http://www.kcllaw.com/prof/?no=4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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