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철과 독일기업의 경영비법
이병철과 독일기업의 경영비법
  • 민석기 기자
  • 승인 2016.05.31 15: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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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보다 현명한 인재를 모아들인 사나이"

호암은 사람 욕심이 정말 많았다. 다른 기업에 있는 누가 일을 잘한다는 얘기를 들으면 호암은 그를 꼭 데려오라고 말했다. 삼성이 과거 한국은행과 산업은행 직원을 스카우트하거나 학생군사교육단(ROTC) 출신을 예편 전에 채용한 이유가 바로 이런 연유에서다. 

호암은 신입사원 면접에도 정성을 쏟았다. 면접을 두 번 본 일도 있다. 그리고 아주 혹독하게 인재를 양성했다. 공부 안하는 임원은 배겨날 수 없게 했다. 호암은 일본 출장에서 책을 한 아름 갖고 돌아와서는 해당 임원들에게 읽으라고 종종 지시했다. 
호암은 그 뒤 독후감을 받게 했는데, 일부 임원들이 바쁘니까 직원에게 독후감을 대신 쓰게 했다. 그런데 그걸 호암은 알아차렸다. 갑자기 점심시간에 불러 책과 관련한 질문을 했고, 그 내용을 자세히 모르면 호암은 그 임원을 조용히 혼을 냈다. 
호암은 1985년 4월 22일 KBS 방송대담에서 이렇게 말했다. 
“좋은 수종을 골라 심어도 거름을 주고 가꾸어야 훌륭한 재목으로 성장할 수 있듯이 훌륭한 인재를 뽑았다고 해도 끊임없이 교육을 시키지 않는다면 쓸모가 없어집니다. 그래서 나는 일단 입사한 사람을 올바른 인재로 키우기 위한 교육제도 확충에 심혈을 기울였습니다. 삼성의 성장배경에는 여러 가지 요인이 있겠지만, 가장 핵심적인 것은 역시 인재의 힘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훌륭한 인재는 먼저 끌어 오라 

독일의 ‘비브라운’은 세계적인 기업이라서 입사하고 싶어 하는 인재들이 항상 줄을 서 있다. 하지만 비브라운은 평소 남보다 한발 앞서 인재를 영입하려고 부단히 애를 쓴다. 회사에서 결원이 생겨 신규 인원이 필요해졌을 때, 마침 훌륭한 사람이 기다렸다가 나타날 가능성은 별로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비브라운에서는 결원이 생겼다면서 직원을 새로 뽑아야겠다고 말하는 부서장은 거의 없다. 
부서장들은 평소에 좋은 고객을 찾듯이 능동적으로 인재를 찾아 나선다. 그리곤 아주 적합하다고 판단되는 좋은 사람이 발견되면 인사위원회에 “이 사람이 우리 업무에 최적의 후보자이기 때문에 함께 일하고 싶다”고 건의하고 설득한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헤드헌터 회사들은 인재를 누구보다 먼저 비브라운에게 소개해주는 고객이 된다. 일반적으로 결원이 생기면 그때서야 헤드헌터 회사에 인재 추천을 의뢰하는 우리 회사들과는 전혀 다른 방식이다. 
호암은 어떻게 사람을 활용했을까? 호암은 항상 인재를 중시하고 적재적소에 배치해야 전쟁에서 이긴다고 생각했다. 
역사서 《사기(史記)》의 회음후열전(淮陰侯列傳)에는 한나라 고조 유방과 한신이 나눈 이야기가 나온다. 
유방은 천하를 통일한 뒤 정권 안정을 위해 세력 있는 개국 공신들을 차례로 숙청했다. 일등 공신인 한신도 모반죄로 잡힌다. 유방이 한신과 장수의 그릇을 얘기하면서 물었다. 
“나 같은 사람은 얼마만한 군사를 거느릴 수 있겠는가?” 
“폐하께서는 한 10만명쯤 거느릴 수 있는 장수에 불과합니다.” 
“그대는 어떤가?” 
“신은 신축자재(伸縮自在)해 많으면 많을수록 더욱 좋습니다.” 
“그런데 그대는 어째서 10만의 장수감에 불과한 나의 포로가 되었는가?” 
한신은 이렇게 대답한다. “저는 병사를 잘 쓰지만 폐하는 장수를 잘 쓰는 ‘장의 장’이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신이 폐하의 포로가 된 이유입니다.” 
이 일화는 나라든 기업이든 리더가 사람을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를 시사한다. 
맹자는 군주가 천하를 도모할 정도의 제왕이 될 뜻이 있으면 불소지신(不召之臣)을 얻으라고 했다. 불소지신은 임금도 함부로 오라 가라 하지 못할 만큼, 소신과 판단력을 갖고 군주가 가서는 안 될 길을 가면 막을 수 있는 신하를 뜻한다. 
피터 드러커는 인재를 발탁할 때는 무엇을 할 수 있는 사람인지부터 먼저 봐야 한다고 했다. 
사람을 잘 쓰는 장의 장, 껄끄러워도 불소지신을 찾는 리더의 모습은 호암의 가장 큰 특징이다. 호암은 사람들의 특성을 정확하게 파악해 귀신같이 부렸다. 주변에 기발하고 창조적인 ‘기획통’, 치밀하고 분석적인 ‘관리통’, 돌파력이 뛰어난 ‘불도저형’ 등 여러 종류의 사람을 뒀다. 그리고 이들을 잘 조합해 부렸다. 
공장을 지을 때는 불도저형을 써서 밀어붙이고, 공장이 완성되면 관리형을 넣어 조직을 안정시켰다. 
‘공격형’과 ‘안정형’은 그 나름대로 문제가 있으므로 오래 두지 않고 적절히 교대시켰다. 
또 삼성은 확장 과정에서 외국기업들과 합작사업을 많이 했는데, 합작처가 무리를 한다 싶으면 ‘싸움꾼’을 넣어 사정없이 싸우게 했다. 호암이 사람을 넣고 빼는 타이밍과 리듬이 귀신같다는 평가를 많이 받았던 이유다. 
보통 사람은 대개 10명 정도, 능력 있는 사람은 30명 정도를 직접 관리할 수 있다 하는데 호암은 100명 넘는 사람을 직접 활용하는 것 같았다. 호암은 인간 집단의 30%는 우수하고 10%는 떨어지며 나머지 60%는 환경과 제도 여하에 따라 달라진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일을 맡겨보며 점점 그릇을 키워 가는데 더 이상 가능성이 없다 싶으면 다시 부르지 않았다. 호암이 불러서 야단을 치는 것은 그나마 가능성이 있다고 본 것이었다. 안 되겠다 싶으면 다시는 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긴장과 냉철한 자기절제

호암은 기업경영에서 막연히 온정 때문에 인사를 머뭇거리면 조직을 병들게 하고 결국은 사업을 망하게 한다고 강조했다. 1977년 5월 ‘사보 삼성’에 호암은 이렇게 썼다. 
“나는 사업을 처음 시작할 때부터 모든 일은 사람에서 비롯된다는 생각을 갖고 출발했고 지금도 그 원칙으로 일관하고 있다. 우리 직원들이 나를 생각하고 대접하고 있지만, 나는 인재라고 기억되는 사람을 그들이 나를 대접하는 것보다 수십 배로 더 생각해준다. 그런 인재들을 적소에 배치해놓고 그들의 장래와 생활안정을 보장한 후에 모든 일을 떠맡겨버리는 것이 바로 경영의 요체라고 생각한다. 즉 성실하고 책임질 줄 아는 사람, 더 욕심을 낸다면 급할 때 판단이 빠르고 부하들이 따를 수 있는 덕망까지 갖춘 사람, 이런 사람들에게 모든 것을 위임해버리는 것이다.” 
호암은 1983년 11월 14일 사장단회의에서는 이런 말도 했다. 
“삼성은 최고경영자를 빈번히 교체하는데도 불구하고 회사의 경영이 순탄히 되고 있는지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이 많다는 항간의 얘기가 있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최고경영자의 경질을 기분에 따라 우연히 할 수는 없습니다. 회사가 안 되는 경우는 그 책임을 물어 바꾸고 잘 되는 경우는 어려운 회사를 맡겨 더 한층의 역량을 발휘하고자 교체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자만하는 사람은 책망으로써 자만하지 않도록 하고 사기가 저하된 사람은 격려해줌으로써 사기를 북돋워줘야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선할 여지가 없다고 생각하면 간섭조차 하지 않습니다.” 
호암이 수많은 인재를 수족같이 부려가며 많은 일을 한데는 상시 ‘긴장과 냉철한 자기절제’가 핵심에 자리잡고 있었다. 
호암은 24시간 일을 생각하고 있다고 보일 정도로 긴장을 풀지 않았다. 골프를 치는 것도, 여행을 하는 것도, 휴식을 취하는 것도 사업이 밑바탕에 있었다. 
에버랜드 안에 있는 호암의 묘비에 이런 말이 쓰여 있다. 
“자기보다 현명한 인재를 모아들이고 노력을 했던 사나이 여기 잠들다.” 
재계에서 호암과 수위자리를 놓고 평생을 겨뤘던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은 호암이 세상을 떠난 뒤 어떤 평가를 내렸을까. 
“호암은 사업이란 사람의 일이라는 것을 잘 알고 계셨던 분이다. 흔히 삼성사관학교라는 말이 통용될 정도로 인재에 대한 호암의 열정은 기업사에 하나의 기업문화를 일궈냈다.” 
잭 웰치 제너럴 일렉트릭(GE) 전 회장은 “경영자에게 가장 필요한 네 가지는 책임감, 사람을 중시하는 경영, 적재적소에 사람을 배치하는 능력, 올바른 비전이라고 생각한다”며 “호암은 그 네 가지를 고루 갖춘 경영자”라고 술회했다. 

인사이트코리아, INSIGHT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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