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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2024-04-26 18:52 (금) 기사제보 구독신청
生死涅槃相共和 <생사열반상공화>
生死涅槃相共和 <생사열반상공화>
  • 엄문희 전문위원
  • 승인 2016.03.31 09: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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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에서 왔으니 다시 흙으로’…人生流轉

어떤 한 사람, 인간의 생애가 주는 진실이 있다. 크지 않으나 결코 작아질 수 없는… 우리 삶에 죽음이 지워지고 죽음을 외면하는 것은 결코 삶의 최선이 아니다. 우리의 삶은 죽음을 토대로 하고 있고 일상에서 죽음을 직면하지 않으려는 시도는 삶을 겸손하고 열정적으로 만드는 데 방해가 되기 때문이다. 어떤 이의 죽음은 어떻게 해도 그의 결과다. 그가 실제 누운 물리적 장소이자 동시에 정신적 교감이 이뤄지는 묘지야 말로 어떤 한 인간의 업적과 생애를 떠나 실존했던 그의 귀결이자 시작점은 아닐까.

▲ 은혜정원은 대구의 근대 역사에 빼놓을 수 없는 유물이면서 대구 사람들의 감사가 담긴 이름이다. 은혜정원이 있는 대구 동산 언덕은 대구 기독교와 근대화가 처음 뿌리 내린 곳이다. 20대의 젊은 선교사와 태어난 지 10일 만에 죽은 갓난아기의 묘비도 있다. 딸들에게 책을 읽어주는 엄마의 사진이 박힌 묘석에선 누구나 잠시 숨을 멈추게 된다. 결국 두 딸은 죽어 이곳 엄마 곁에 묻혔다.

기억된다는 것

조선 태조 이성계가 한양에 도읍을 정하고 사직의 기초를 닦은 후 자신의 묏자리부터 알아보게 했다. 지금의 구리시 동구동의 동구릉 자리를 둘러보고 돌아가던 중에 이 고개에 이르러 자기가 묻힐 터를 굽어보면서 “이제야 모든 근심을 잊을 수 있겠노라”고 말했다. 이후 ‘근심을 잊는 고개’라는 이름을 얻어 망우(忘憂)고개라 불렸다고 전한다. 

▲ 광주 망월동 5.18국립묘지를 하얀 겨울에 걸었다.

망우리공원묘지에는 일제 강점기 저항시인이며 승려, 작가이자 독립 운동가인 만해(萬海) 한용운을 비롯해 어린이날을 만든 사회운동가 소파(小波) 방정환, 3ㆍ1운동 민족대표 33인 중의 한 사람이자 우리나라 최초의 신문인 한성순보 기자, 위창(葦滄) 오세창, 통일운동가이자 진보적 정치가 죽산(竹山) 조봉암, 1950년대의 대표적인 모더니즘 시인 ‘목마와 숙녀’의 박인환, 천연두 백신을 만든 의사 송촌(松村) 지석영, 화가 이중섭 등 독립운동ㆍ정치가ㆍ학자ㆍ시인ㆍ소설가 등 우리나라 근현대사의 중요한 인물 다수가 잠들어 있다. 
묘비명 가운데서도 가슴이 철렁하여 쉬이 잊히지 않는 것도 있다. 일찍 떠난 아이에게 부모가 남긴 묘비명도 있고 돈이 궁했는지 돌로 된 묘비를 세우지 못하고 나무 각목을 땅에 박고 검은 페인트로 ‘아버님 잠드신 곳’이라고 쓴 것도 있다. 죽산 조봉암이 비석에 아무것도 남길 수 없었던 것이나 복권되고도 여전히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것도 특별한 감명을 준다. 어찌할 도리 없이 무덤은 그 주인이 현세에 남긴 결말이 된다.

▲ 양화진 선교사 묘지에 노을이 내린다.

‘잠들어 있다’라는 표현을 쓰듯이 무덤은 과거완료형이면서 동시에 현실 공간이다. 살아 있었던 어떤 존재의 마침표 같은 것으로 삶의 완결된 축약이다. 죽음을 그렇게 인식한다면 묘지라는 공간은 낯설고 불편한 공간이 아닌 삶을 적극적으로 인식하는 자리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른 봄이면 교회력으로 사순시기에 든다. 재의 수요일에 기억하는 창세기의 한 구절은 종교적 의미를 넘어서 유한한 인간 존재로서 새겨볼 만하다.

“사람이여, 흙에서 났으니 흙으로 돌아갈 것을 기억하라.”
 

인사이트코리아, INSIGHT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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