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흔들리지 않는다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흔들리지 않는다
  • 인사이트코리아
  • 승인 2015.02.10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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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호의 ‘하하호호 골프’]

활기 찾은 골프웨어 브랜드 ‘허와 실’

지속적인 내수경기 침체로 패션업계는 어려움이 지속될 전망이다. 실물경기지표는 완만하게 회복세로 돌아섰다고는 하지만 소비자들이 느끼는 실제 체감 경기는 그와 반비례하는 것이 현실이다. 호황의 첨병이 되기도 하고 불황의 지표가 되기도 하는 패션은 본질적으로 경기 및 경향에 매우 민감하다. 패션업계에서 오랫동안 일을 하면서 요즘처럼 미래를 예측하기 어려운 시기도 없었던 듯 하다.
이러한 경색된 분위기에서 업계에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다. 2014년에만 7개 회사가 골프웨어 시장에 뛰어들어 신규브랜드를 런칭하거나 제품의 라인을 확장하기로 한 것이다. 그에 따라 골프웨어 시장규모도 2013년 2조 6천억원을 기록했으나 올해는 전년대비 약 8% 신장한 2조 8천억원으로 예상하고 있다.
동종업계에 몸담고 있는 사람으로서 쌍수 들고 환영할 일이다. 외형으로 전체적인 시장 규모가 커지는 결과를 내기 때문에 소비자 입장에서는 선택의 폭이 넓어지고 브랜드 입장에서는 건전한 경쟁 환경을 조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작 골프웨어를 입는 ‘플레이어’는 줄어들고 있는 것이 애써 외면하고 싶은 불편한 진실이다. 물론 국내 골프인구는 숫자로만 봤을 때 2012년 대비, 약 48만명이 늘어난 529만명인 것은 사실이지만 이 인구는 엄정한 골프웨어의 착장이 필요하지 않은 실내 골프장이나 연습장을 출입하기 시작한 즉, 필드 경험이 전무한 비기너들까지 조사 데이터에 포함돼 실질적인 인사이트를 줄 수 없는 현상만 나타내는 데이터에 불과하다.
객관적으로 보자면 골프웨어 시장이 늘어난 결정적인 이유는 아웃도어 시장의 완만한 성장 정체기-시장주기(Product Life Cycle) 상태로 보자면 성숙기 단계 진입-에 접어들면서 경영의 목표가 스포츠 시장의 침입(어찌 보면 당연한 수순의 결과이지만)으로 구체화 되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이전보다 분명히 패션 업계, 특히 스포츠·아웃도어 업계는 그 경계선이 매우 모호해졌다. 아마 구분을 짓는 것 자체가 무의미한 일이라는 것이 정확한 판단이라고 보지만 중요한 것은 기본이다. 브랜드가 무엇이든 간에 저마다 업종의 출발선은 있다. 모든 분야가 그렇지만 패션업계는 ‘누구나 시작할 수 있지만, 아무나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이 정설로 굳혀질 정도로 하나의 명제다. 업계가 커지는 것은 환영이지만 나무를 보지 말고 숲을 보는 혜안이 필요한 시기가 아닐까 생각한다.

어려울 때 일수록 중심 지켜야 산다

골프도 마찬가지다. 아직도 PGA 경기에서 두터운 선수층을 확보하고 있고 아마추어 경기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는 미국을 예로 들어보자.
미국 골프시장의 가장 큰 골칫덩이는 바로 시간이 갈수록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는 골프 애호가들의 숫자다. 골프 브랜드를 포함해 골프장들은 현격히 줄어드는 수요 앞에서 활로를 찾기 위해 지금도 고심 중이다. 이제 미국에서 골프는 심심하고 지루한 게임의 일종이라는 인식이 주류를 이루고 있지는 않지만 젊은 층들에게는 일종의 ‘old fashioned(유행이 지난)’ 스포츠 중 하나가 되고 있는 것이 거부할 수 없는 사실로 되어 버렸다.
이러한 현상을 타개하고 젊은 층을 골프 쪽으로 포섭하기 위해 다양한 아이디어가 실제 게임으로 실현되고 있다. 예를 들면 핵골프(Hack Gol f: 골퍼 및 비골퍼들이 함께 아이디어를 공유하는 모임)의 발기다. 다시 말하면 어떻게 하면 골프를 쉽게 그리고 즐겁게 즐기는 방법을 찾아 저변을 확대시킬 수 있을까 고민하는 일종의 열린 장(場)이라 할 수 있겠다. 실제 게임이 된 것은 바로 4.25인치 홀컵의 지름을 15인치로 늘여 치는 ‘빅 홀 골프(Big hall golf)’가 그 아이디어의 발현이다. 배 이상으로 커진 홀컵으로 인해 타수는 줄어들고 게임의 재미는 커졌을지 몰라도 오랫동안 골프를 취미로 즐기고 스포츠로 받아들여 온 필자의 입장에서는 ‘골프에 대한 모독’이라고 생각한다.
게다가 같은 골프 필드에서 하지만 골프가 아닌 축구가 있다. ‘풋 골프(Foot Golf)’라는 것인데 규칙과 복장은 골프와 거의 같고, 홀에는 깃대도 꽂혀 있지만, 발로 축구공을 차서 큼지막한 홀에 넣는다는 것이다. 미국에서는 이미 개장했거나 올해 말까지 공식 풋 골프 코스가 60개 정도에 달할 것이라고 한다. 또한 ‘아메리칸 풋 골프리고’도 출범했고 이 단체의 웹사이트도 있다! 설상가상, 최근 미국PGA 챔피언스 투어가 파3코스에서 처음으로 대회를 연다고 공식 발표했다. 핵골프가 골프에 대한 모독이라면 풋골프는 모독을 넘어 치욕이다.
아무리 골프업계가 어렵다고 하더라도 지켜야 할 것은 지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많은 스포츠 종목이 그러하듯 다양한 아이디어를 통해 규칙에 대한 변경이나 방식을 새롭게 할 수는 있다. 하지만 본질의 재구성은 이와 다른 접근이다. 과연 핵골프나 풋골프를 ‘골프’라고 부를 수 있을까? 재미만 추구한다면 트렌드에 민감한 젊은 층을 받아들일 수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세대라는 것은 시간의 영속성 위에 있다. 지금의 젊은 세대가 노년이 되고 새로운 젊은 세대가 출현해 핵골프나 풋골프에 질린다면 다시 새로운 ‘어떤’ 골프를 만들어 어필할 것인가?
이는 트렌드를 반영한다기 보다는 본질의 DNA를 파괴하는 자기파괴적인 행위다. 물론 국내에는 도입이 되지 않고 새로운 골프 스타일을 접해본 경험자들도 많지 않을 것이지만, 하나의 새로운 방식이 국경을 넘고 시간을 넘는다는 것은 많은 사례가 있기 때문에 필자는 이러한 변종 골프 트렌드를 심히 우려한다.

비판 없는 모방은 추락의 지름길

아무리 융합 시대이고, 하이브리드가 효율적인 방식이라고 해도 핵심 DNA는 바뀔 수 없다. 차라리 업을 재정의해 수요를 늘리는 것이 어떨까? 예를 들자면 코카콜라는 소화제의 일종이었지만, 젊은 사업가는 숨은 시장성을 판단하고 청량음료라는 새로운 카테고리로 개척해지금의 코카콜라 토대를 만들었듯 골프가 젊은이들에게 시간을 버리거나 재미없는 스포츠로 인식이 되었다면 차라리 그들의 눈높이에서 인사이트를 찾아내 골프를 다시 보게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패션은 하나의 경향이지만 트렌드는 하나의 문화로 자리잡는 것이다. 그만큼 파급력이 크며 행동 방식을 바꿀 정도로 영향력이 높다. 우리 대한민국은 기본적으로 트렌드에 매우 호의적이다. ‘다이내믹 코리아’라는 국가 슬로건에서도 알 수 있듯이 우리 민족은 배타적이지 않고 수용성이 매우 높은 민족성을 갖고 있다. 하지만 반대로 쏠림 현상은 부작용의 하나로 지적 받고 있다.
기억 하는가? 와인삼겹살이 뜨면 와인삼겹살 먹거리촌이 형성되고 패셔니스타 연예인 누군가 백을 들면 금새 유행되어 소위 ‘3초백’이 되어 버리는, 특이하면서도 이해하기 쉽지 않은 우리만의 몰개성 문화. 이질적인 것에 배타적이지 않고 수용하려는 태도는 좋으나 비판 없는 수용이나 철학 없는 모방은 추락의 지름길이라고 생각한다.
최근 업계의 새로운 경향인 ‘골프 브랜드 런칭 혹은 제품 확장’ 현상을 바라보며 같은 업계에 종사하는 한 사람으로서 기대보다 우려가 되는 것이 차라리 필자만의 기우가 되기를 바랄 뿐이다. ‘뿌리깊은 나무는 작은 바람에 쉽게 흔들리지 않는다’라는 선인의 지혜가 필요한 시기다. 어려울수록 본연의 기본을 잃지 않고 중심을 지킨다면 불경기라는 혹한의 바람을 견디고 나만의 트렌드를 만들 수 있는 새싹이 피어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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