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코리아=박지훈 기자]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이 지난해 은행·카드 부문 시너지 창출에 성과를 낸 것으로 나타났다. 하나은행은 하나카드 여행 특화 서비스 ‘트래블로그’ 덕분에 은행권에서 유일하게 요구불예금 순증을 이뤄냈으며, 하나카드는 하나은행의 기업금융 확대에 기대어 법인카드 시장에서 지위를 높였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은행의 지난해 말 요구불예금은 16조1310억원으로 9.5% 늘었다. 소비자금융 비중이 큰 KB국민은행(74조2974억원)이나 신한은행(37조7149억원)에 비해 열세지만 은행권에서 유일한 성장세를 기록했다는 점이 주목된다.

요구불예금은 주로 결제성 자금 보관이나 월급여 수령 등 용도로 사용하는 입출금계좌로 금리가 연 0.1% 수준에 불과하다. 은행의 대출사업 수익성은 요구불예금이 주를 이루는 저금리성 핵심 예금 규모·비중에 달려 있다.

국민은행의 원화예수금 내 요구불예금 비중은 20.8%로 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 가운데 가장 높고 원화예수금평균이자율은 2.52%로 가장 낮다. 저원가성인 요구불예금의 높은 비중을 통해 자금조달 부담을 낮춰 순이자마진(NIM을 경쟁사보다 많이 낼 수 있는 환경을 갖춘 셈이다.

은행 기업금융-카드 트래블로그 시너지

하나은행의 요구불예금 확대는 하나카드와의 시너지가 반영돼 있다. 하나카드가 지난 2022년 7월 출시한 해외여행 특화 서비스 ‘트래블로그’는 대표적인 시너지 상품이다.

하나카드 트래블로그는 옛 한국외환은행의 외국환 경쟁력을 물려받은 하나은행의 환전 혜택을 담고 있으며, 글로벌 지불결제사 비자(VISA)의 지원을 받는 트래블월렛과 함께 여행소비자들로부터 양대 서비스로 자리 잡았다.

실적은 출시 이후 순항 중이다. 지난해 하나카드 개인고객의 해외 직불·체크카드 이용금액은 1조724억원으로 전년 대비 102.8% 증가했다. 이는 연간 1위(점유율 37.7%) 실적이다. 트래블로그의 고객 유인 효과로 개인고객의 지난해 국내 직불·체크카드 이용액 성장률은 은행계 카드사 최대인 11.3%를 기록했다.

신용카드 성과도 컸다. 하나카드 개인고객의 2023년 국내 일시불 이용액은 전년 대비 13.3%, 국내 할부 이용액의 경우 같은 기간 20.5% 증가했다. 개인고객의 직불·체크·신용카드 이용액 증가는 하나은행 입출금계좌 활성화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하나카드 역시 하나은행의 기업대출 확대 덕을 봤다. 하나은행의 지난해 말 기업대출은 162조원으로 1년 전보다 11.9% 늘었는데, 자연스럽게 하나카드의 법인고객 실적 확대로 이어진 것이다.

하나카드 법인고객의 지난해 일시불 이용액은 전년 대비 22.3%, 할부 이용액은 67.4% 급증했다. 7개 전업카드사 가운데 2022년 기준 5위이던 법인신용카드 시장(일시불·할부)에서 지난해 3위로 뛰어올랐다.

트래블로그는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의 전폭적인 후원 아래 은행·카드 협력으로 출시됐다. 트래블로그의 흥행이 이어질 때마다 함 회장은 하나카드를 찾아 직원들을 격려하고 이승열 하나은행장과 이호성 하나카드 사장을 칭찬한 것으로 알려진다. 올해 신년사에서도 트래블로그를 그룹사 모범 서비스로 언급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과거 하나카드는 지주사의 지원을 받아 스스로 경쟁력을 찾아야 했다면 함영주 회장 취임 이후에는 은행과의 협업 활성화를 바탕으로 카드업계 트렌드를 주도했다”며 “토스뱅크와 신한은행, 국민은행의 외환 전문 서비스 출시 이후 트래블로그와 하나은행·카드 협업이 어떻게 대응할지 주목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