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코리아=박지훈 기자] 하나·우리 등 국내 은행들이 코로나19 유행 이후 다시 증가하고 있는 해외이주 수요에 대응해 관련 서비스를 내놓고 있다. 국내외 자산관리뿐만 아니라 외국환 서비스를 제공하며 비이자수익을 확대할 수 있어서다.

17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지난해 해외이주신고자 가운데 무연고이주자는 221명으로 2020년(78명), 2021년(67명) 대비 각각 183.3%, 229.9% 증가했다.

무연고이주는 외국기업과의 고용계약에 따른 취업이주, 해외이주알선업체가 이주대상국의 정부기관·이주알선기관 또는 사업주와의 계약에 따르거나 이주대상국 정부기관의 허가를 받아 행하는 사업이주 등을 이유로 하는 이주를 말한다.

국내 은행들은 해외이민 증가 추세에 맞춰 고객을 관련 전문업체와 연결하고 있다. 하나은행은 지난 4월 해외이민 컨설팅기업 ‘국민이주’와 해외이주 서비스를 출시했으며 우리은행도 이달 13일 같은 업체와 관련 서비스를 내놨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인한 국제이동 제한으로 억눌렸던 투자이민 수요가 사태 이전으로 회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개정 해외이주법이 시행된 2017년부터 코로나19 사태가 촉발되기 전인 2019년까지 매년 무연고이주자 수는 400명대에 육박했다.

이민 수요 확대로 늘어나는 비이자 먹거리

최근 해외이주를 자극하는 국내외 사건들이 연이어 발생하면서 국민의 국내 이탈은 가속화할 전망이다. 특히 미국 대학 입학을 원하는 자녀를 둔 부모나 의사 등 전문직의 이민 수요 움직임이 관측된다.

미국 대법원은 지난 6월 아프리카계·히스패닉계(系) 학생들을 그동안 소수인종으로 인정해 대학 신입생 선발에서 우대를 제공하던 정책이 위헌이라고 판결했다. 이로 인해 한국 등 아시아계 학생들의 명문대 입학 문호는 더욱 넓어질 전망이다.

해외유학 알선업계 관계자는 “무연고이주 인원 가운데 절반 이상이 미국으로 향했는데, 미국에서 아시아 학생의 명문대 입학에 유리한 조건이 마련되면서 학부모들이 유학을 위한 부동산 마련 등을 위해 유학·이주 서비스 업체를 찾는 발걸음이 늘었다”고 말했다.

미국 등 영미권 국가가 한국인 고급 인력에 이민 문을 넓힌 점도 있다. 의료·반도체업계에 종사하는 사람은 미국 기업과의 고용계약 없이도 영주권을 받을 수 있는 고학력 독립이민(National Interest Waiver·NIW)이 가능하다.

국내 의료수가가 낮은 병과 의사들은 의료 서비스가 부족한 미국 벽오지에서 일정 기간 근무하면 영주권을 취득할 수 있으며, 반도체기업 임원·중역은 반도체 산업을 국내 유치하는 미국으로부터 국익 증진 인력으로 인정받아 영주권을 얻을 수 있다.

이들 은행들은 해외이주 행렬이 늘어나면서 자산관리·외국환서비스 관련 비이자 이익을 늘릴 수 있을 전망이다. 해외이주와 연결된 구체적인 서비스는 해외이주 컨설팅 기업이 담당하지만 이와 관련된 해외 이주비 송금, 국내재산 반출 신고 업무 등 복잡한 금융업무는 은행이 수행하기 때문이다. 국내 잔류자산을 운용하는 서비스는 국내 영업점 PB를 통해 이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