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코리아=이재형 기자] 미래에셋증권 퇴직연금 적립금 규모가 우리은행을 앞지르며 시장 점유율 6위를 차지했다. 보수적인 운용보다 주식이나 상장지수펀드(ETF) 등 공격적인 투자 수요가 증가한 것이 원인으로 풀이된다.

16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2분기 말 기준 미래에셋증권의 퇴직연금 적립금은 21조7560억원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말(19조5407억원) 대비 2조원 넘게 증가했다. 현재까지 퇴직연금 적립금이 20조원을 넘긴 증권사는 미래에셋증권이 유일하다.

퇴직연금 시장의 지각 변동이 시작되고 있다. 우리은행의 퇴직연금 적립금은 2분기말 21조3034억으로 집계됐는데, 미래에셋증권이 이를 넘어서 시장 점유율 6위를 꿰찼다. 2분기말 퇴직연금 적립금은 삼성생명(44조9812억원), 신한은행(36조7475억원), KB국민은행(33조6491억원) ,하나은행(29조4897억원), IBK기업은행(22조9590억원) ,미래에셋증권(21조7560억원), 우리은행(21조3034억원)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퇴직연금 시장은 지난해 말 기준 340조원 규모로 추산된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은 퇴직연금 시장이 오는 2032년 860조원 규모로 2.6배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퇴직연금 상품은 통상 은행과 보험사를 통해 많이 가입하지만, 주식형, ETF형 등 공격적인 투자가 가능해 최근에는 증권사를 통한 가입도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미래에셋증권은 지난해 9월 출시한 퇴직연금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 가입계좌가 1만좌를 돌파했다고 최근 밝혔다. 가입계좌가 꾸준히 증가하면서 지난달 12일 기준 가입계좌는 1만35좌, 서비스 가입 금액은 6644억원이다. 가입계좌 중 60% 이상이 개인형 퇴직연금(IRP)계좌로 개인 고객들에게 호응을 얻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의 퇴직연금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는 6년 간의 연구개발을 통해 자체 개발된 AI기반의 GQS(Global Quants Solution) 알고리즘이 탑재된 서비스다. 매일 계좌를 모니터링하고 시장환경, 계좌 현황을 고려해 맞춤형 포트폴리오를 자동으로 제안한다. 퇴직연금 특성에 맞춰 개발된 알고리즘으로 낮은 변동성과 꾸준한 자산 성장을 목표로 운영된다.

안정적인 수익률도 장점이다. 미래에셋증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로 운용중인 계좌의 98% 가량이 수익을 내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은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가 ▲미래에셋증권의 글로벌 자산배분 노하우와 투자철학이 탑재됐고 ▲고객 특성에 맞는 맞춤형 포트폴리오를 제공하며 ▲실시간 모니터링 되는 개인화 알림을 통해 시장 상황에 맞는 포트폴리오로 계좌를 관리해 성과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래에셋증권은 향후 개인연금 등으로 서비스를 확장할 예정이다.

안인성 미래에셋증권 디지털부문 대표는 “퇴직연금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는 누구나 모바일앱을 통해 연금자산을 손쉽게 관리할 수 있도록 구현한 자산관리 분야 디지털 전환 혁신 사례”라며 “앞으로도 투자 부담과 고민을 덜어줄 양질의 디지털 투자 솔루션을 AI 기술을 활용해 확대해 갈 것”이라고 말했다.

ETF 투자 성과 가장 높아 주목

퇴직연금 상품 중 미국 ETF에 투자한 투자자의 성과가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미래에셋증권이 3년 이상 운용 잔고 1000만원 이상, ETF 보유 금액 50% 이상인 확정기여형 퇴직연금(DC)·개인형퇴직연금(IRP) 고객 1만912명의 3년 수익률을 분석한 결과, 6월 말 기준 미국 ETF를 50% 이상 보유한 고객 수익률이 25.91%였다. 대상 고객 전체 평균 수익률 15.48%를 크게 넘어서는 수치다. 미국을 포함한 해외 ETF에 50% 이상 투자한 고객 수익률은 17.69%로 뒤를 이었다. 미국에 투자하지 않은 고객 수익률의 경우는 9.56%로 평균을 밑돌았다.

특히 미래에셋증권 퇴직연금 잔고 상위 20개 ETF 중 미국에 투자하는 ETF를 보면 ▲타이거 미국 나스닥100 ETF ▲타이거 S&P500, 타이거 미국테크TOP10 INDXX ▲타이거 미국필라델피아반도체 ▲코덱스(KODEX) 미국S&P500TR 등 순으로 매수세가 컸다. 또 최근 3년간 수익률을 보면, 지난달 말 기준 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가 44% 올라 유럽 유로스톡스(EuroStoxx)50 지수 36%와 코스피 22%, 중국 상하이 종합지수 7% 등 다른 국가 지수보다 수익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최종진 미래에셋증권 연금본부장은 "미국 증시는 전 세계 시가총액의 40%를 차지하고, 다양한 글로벌 1등 기업이 상장돼 있어 수익률 제고 차원에서 투자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최현만 미래에셋증권 회장은 퇴직연금 디폴트옵션(사전지정운용제도) 시행을 앞둔 지난 4월 “근로자의 소중한 퇴직연금을 관리하는 금융기관으로서 책무를 느낀다"며 "수익률 제고와 서비스 혁신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퇴직연금 시장은 이제 시작이기 때문에 제도가 잘 시행되도록 사려 깊게 주의하고 근로자들의 소중한 노후 수익원이 안정적으로 쓰이도록 금융기업으로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퇴직연금이야말로 미래 근로자들이 활용해야 하는 에셋(Asset·자산)”이라며 “제도 안착을 위한 홍보와 교육에 신경 쓰고 책무를 가지고 임하겠다”고 덧붙였다.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은 과거 미래에셋 그룹 유튜브 채널을 통해 “IRP 개인연금, 퇴직연금, 변액연금 등을 통해 젊었을 때부터 노후를 준비해야 하는데, 노후 준비는 50세가 넘어서 하는 게 아니라 직장 생활을 출발하면서, 자영업을 하면서, 비즈니스를 하면서부터 출발해야 한다”고 퇴직연금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개인연금 랩 잔고 500억원 돌파

미래에셋증권은 최근 개인연금 랩 잔고가 500억원을 넘어섰다고 밝혔다. 미래에셋증권은 2022년 6월 증권사 최초로 개인연금 랩 서비스를 출시, 올해 들어 잔고가 큰 폭으로 증가했다. 지난 2022년 말 17억원 수준이던 잔고가 이달 7일 500억원을 돌파하며, 약 7개월 만에 2800%나 성장했다. 업계 점유율도 97%를 차지한다. 미래에셋증권 개인연금 랩은 시장 상황에 맞게 개인연금 자산을 미래에셋증권의 전문운용역이 알아서 관리해주는 서비스로, 꾸준한 장기성과를 추구한다. 정기적인 포트폴리오 리밸런싱(재조정)을 통해 시장 상황에 맞는 최적 포트폴리오를 찾아가는 만큼 장기적으로 안정성을 유지할 수 있다고 회사는 설명한다.

박건엽 고객자산운용본부장은 “전체 계약 중 38%가 모바일 앱으로 이뤄졌다는 점은 기존 일대일 대면 중심의 랩어카운트 가입 절차가 점차 비대면으로 변화하고 있는 것”이라며 “영상통화를 통해 본인이 원하는 시간에 맞춰 연금컨설턴트와 편하게 상담을 받고 투자 결정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호응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