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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2024-04-26 18:52 (금) 기사제보 구독신청
[혼자는 우리를 만든다⑤] 덴마크에선 아이 때부터 ‘독립 훈련’ 한다
[혼자는 우리를 만든다⑤] 덴마크에선 아이 때부터 ‘독립 훈련’ 한다
  • 특별기획취재팀
  • 승인 2023.10.19 09: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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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학교 자립 교육으로 이른 독립 가능해져
“아이가 안전하게 사용하고 능숙해도록 지켜보는 게 부모 역할”
<상상 속의 덴마크> 저자 에밀 라우센(Emil Lavsen) 씨의 첫째 딸 리나(Lina·만 5세)가 부모의 도움 없이 혼자서 요리를 만들고 있다.<남빛하늘·정서영>
<상상 속의 덴마크> 저자 에밀 라우센(Emil Lavsen) 씨의 첫째 딸 리나(Lina·만 5세)가 부모의 도움 없이 혼자서 요리를 만들고 있다.<남빛하늘·정서영>

2023년 2분기 대한민국 합계출산율은 0.7명입니다. 한국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출생아 수가 1명도 안 된다는 얘기죠. 세계 최저이자 역대 가장 낮은 수치입니다. 일부 학자들은 이 추세로 가다간 몇백년 후 한민족이 소멸할 것이라고 우려합니다. 정부는 올해부터 월 30만원의 영아수당과 함께 70만원의 부모급여를 지급하고 있지만 출산율 반등을 꾀하기엔 역부족입니다. 한국 청년들은 경제적 지원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의 근본적인 변화 없이는 아이를 낳을 생각이 없는 것으로 보입니다. 교육, 취직, 내 집 마련 등 구조적 문제가 켜켜이 쌓여 있는 한국 사회에서 아이를 낳는 것은 미래를 저당잡힌다고 여기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인사이트코리아>는 한국언론진흥재단 지원을 받아 출산율이 높은 유럽 국가들을 취재하며 국내 초저출생 문제의 가장 큰 원인은 ‘청년들의 독립 지연’ 때문으로 판단하고 대안을 모색해봤습니다.

[인사이트코리아=특별기획취재팀] 덴마크에서는 대개 21세 쯤에 독립을 합니다. 정확히는 평균 21.7세에 부모로부터 떠나 혼자 생활하죠. 갈수록 독립 나이는 늦어지는 추세지만, 한국보다는 아주 빠른 편입니다.

덴마크 청년들이 이른 나이에 독립이 가능한 비결은 가정과 학교에서 자립을 위한 사회문화적 분위기가 잘 조성돼 있어서 입니다. 어렸을 때부터 스스로 요리·청소 등을 할 수 있는 환경이 뒷받침돼 있는 거죠. 여기에 넉넉하지는 않지만 독립할 시기에는 경제적 자립까지 가능한 상태가 됩니다.

<상상 속의 덴마크> 저자 에밀 라우센(Emil Lavsen) 씨도 만 18세에 부모에게서 독립했습니다. 에밀 씨는 사회보건 분야 일을 하면서 친구와 함께 월세를 반씩 부담하며 첫 독립을 시작했습니다. 현재 30대 후반인 에밀 씨는 한국인 여성과 결혼해 만 2세와 5세, 두 딸을 둔 아버지가 됐습니다.

“덴마크 부모, 아이 혼자서 하도록 도울 뿐”

에밀 씨는 어릴 적부터 요리책을 보며 음식을 만들었다고 합니다. 그는 “덴마크 부모는 아이가 손이 벨까봐 칼을 만지지 못하게 하거나, 불이 날까봐 가스레인지를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경우는 없다”며 “아이가 안전하게 사용하고 능숙해질 수 있도록 지켜보는 게 부모의 역할”이라고 얘기했습니다.

그는 부모로부터 배운 대로 아이들에게 교육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그의 아이들은 부모의 도움 없이도 냉장고에 있는 음식을 꺼내 만들어 먹거나, 싱크대 앞에 있는 계단 위에 올라가 설거지를 하는 등 주방에 들어가는 게 자연스러웠습니다.

리나(Lina)가 주방에서 식기 도구를 찾고 있다.&lt;남빛하늘·정서영&gt;
리나(Lina)가 주방에서 식기 도구를 찾고 있다.<남빛하늘·정서영>

에밀 씨의 아내 서유민 씨는 “첫째 딸 같은 경우 만 2세 때부터 칼로 재료들을 썰고, 불 옆에 있으면서 지켜보고 같이 요리하기 시작했다”며 “칼을 사용해 베인 적도 있었지만, 이를 통해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배우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서 씨는 “덴마크 부모들은 그저 물건을 어떻게 사용하는지, 망가졌을 때 어떻게 고치는지, 먹을 때 어떻게 먹는지 등 나중에 아이 혼자서 할 수 있도록 가르쳐준다”며 “부모는 단지 그들을 지켜보고 도움이 필요할 때 지원해주는 역할만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혼자 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졌다 해서 이른 독립이 가능한 것은 아닙니다. 당연히 경제적인 부분도 뒷받침돼야 하죠. 일반적으로 덴마크 부모들은 나중에 자녀가 독립하기 위해 필요한 자금을 모아두는 ‘독립통장’을 만듭니다.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자녀의 이름으로 통장을 만들어 독립할 때까지 자금을 모으는 거죠. 이렇게 독립통장에 저축함으로써 경제 개념도 쌓고, 향후 이 자금으로 저렴한 가구나 생활용품을 살 수 있도록 합리적인 소비습관도 길러주는 겁니다.

에밀 씨도 두 아이를 위한 독립통장을 만들었습니다. 그는 “두 아이가 태어난 이후 만들었다”며 “덴마크에선 독립통장을 만드는 게 일반적”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이어 “아이가 18살이나 21살이 됐을 때 해지할 수 있어, 그 나이가 되면 아이들에게 건네줄 것”이라고 했습니다.

한국에서도 대개 자녀 이름으로 통장을 만들지만, 부모가 관리하거나 청년이 되기 전 깨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설날 받는 세뱃돈도 ‘잘 모아서 나중에 준다’는 어머니의 말 한 마디에 넘어가기 일쑤죠. 덴마크처럼 이런 돈을 잘 모았다면 우리 청년들도 독립을 위한 자금이 조금은 마련되지 않았을까요?

덴마크 셸란섬의 항구도시인 코르쇠르(Korsør)에 위치한 펄커스콜러 모습.&lt;남빛하늘·정서영&gt;
덴마크 셸란섬의 항구도시 코르쇠르(Korsør)에 위치한 프리벳스콜러.<남빛하늘·정서영>

우수한 성적보다 자립이 중요

덴마크의 자립 교육은 가정에서만 이뤄지는 게 아닙니다. 학교에서도 이른 나이에 자립을 위한 교육에 힘쓰고 있습니다. 우수한 성적을 중시하는 한국과 달리 사회에 자립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능력과 가치관을 키우는데 교육의 중점을 두고 있는 거죠.

덴마크는 초중등 교육과정이 통합된 ‘펄커스콜러(Folkeskole)’가 있습니다. 만 6세에 0학년으로 입학하며, 만 7세인 1학년부터 만 16세의 9학년까지가 의무교육에 해당됩니다. 이후 대학 진학을 목적으로 하는 3년제 일반고등학교 ‘귐네이지움(Gymnasium)’과 ‘직업전문학교’로 나뉩니다.

고등학교에 들어가기 전 ‘에프터스콜러(Efterskole)’라는 기숙형 학교에 가기도 합니다. 덴마크 아이들은 부모와 떨어져 1년 동안 에프터스콜러에 살면서 자신의 관심사를 찾고 진로를 생각할 시간을 갖습니다. 이 때문에 에프터스콜러를 ‘자아 발견의 여정’이라고도 합니다.

에밀 씨는 “에프터스콜러는 자녀가 자립하도록 도움을 줄 뿐만 아니라, 자녀와 처음 떨어지는 부모에게도 연습하는 기간”이라며 “내 아이와 떨어진다는 게 부모도 쉽진 않기 때문에 덴마크 사람들은 부모와 자녀 모두에게 있어 매우 중요한 과정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독립은 가족과의 이별이 아닌 ‘성인이 되는 과정’이라는 거죠.

펄커스콜러 요리 교실에 배치돼 있는 세탁기와 건조기.&lt;남빛하늘·정서영&gt;
프리벳스콜러 요리 교실에 배치돼 있는 세탁기와 건조기.<남빛하늘·정서영>

덴마크 유치원, 학교 다녀오다

덴마크는 교육 현장에서도 아이들의 자립을 위한 교육을 실시하고 있었습니다. <인사이트코리아> 특별기획취재팀은 덴마크 셸란섬의 항구도시 코르쇠르(Korsør)에 위치한 사립 유치원과 사립 학교(프리벳스콜러·Privatskole)에서 이같은 모습을 직접 볼 수 있었습니다. 참고로 펄커스콜러가 공립이라면, 프리벳스콜러는 사립 학교입니다.

프리벳스콜러에서 가장 눈에 띈 곳은 요리 교실이었습니다. 한국 학교에 있는 요리 교실이라 하면 음식을 만들 수 있는 공간입니다. 그런데 이곳에는 한쪽 벽면에 세탁기가 배치돼 있었습니다. 아이들은 학교에서 요리 실습뿐 아니라 세탁기 사용 방법까지 배우는 겁니다.

이와 달리 한국은 세탁기가 있는 학교는 거의 없을뿐더러 전자제품은 위험하다는 판단에 모형으로 대체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실제로 쓰지 않다 보니 나중에는 제대로 사용할 수 없는 거죠.

덴마크 코르쇠르(Korsør)에 위치한 유치원 모습.&lt;남빛하늘·정서영&gt;
덴마크 코르쇠르(Korsør)에 위치한 유치원.<남빛하늘·정서영>

덴마크는 만 5세 이하가 다니는 유치원에서도 혼자 하는 방법을 터득하게 하고 있습니다. 이 유치원에서는 친구와 다퉈 아이의 얼굴이 상처가 났더라도 상처 입힌 어린이의 이름은 물론 부모에게 상세하게 설명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부모가 개입하지 않고 아이 스스로 갈등 상황을 해결할 수 있도록 가르치는 거죠.

반면 요즘 한국의 부모는 자녀를 과보호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최근 사회적으로 쟁점이 된 부모들의 교권 침해 행위도 이의 연장선으로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덴마크 부모들은 자녀의 담임 선생님 개인 전화번호를 알 수 없다고 합니다. 에밀 씨는 “알아낼 수도 없으며, 알아내서도 안 된다”고 단호하게 말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세 자녀를 둔 아버지 베니 방스가드 발레(Benny Vangsgaard Balle·만 62세) 씨는 “한국의 부모는 아이와 멀어지려는 위험을 감수하고 싶지 않은 것 같다”며 “덴마크 부모는 자녀를 독립적으로 키우면 자녀 스스로가 해결할 힘을 갖게 된다고 믿는다”고 강조했습니다.

베니 씨는 “덴마크 자녀들은 부모가 자신을 이해하고 지지한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부모를 찾는다”며 “물론 이러한 모습을 부모가 보여주면 자녀 스스로도 결정을 내릴 줄 알아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특별기획취재팀=박지훈·남빛하늘·정서영 기자

※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인사이트코리아, INSIGHT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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