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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2024-04-26 18:52 (금) 기사제보 구독신청
[혼자는 우리를 만든다②] 이탈리아 부자 도시 밀라노서 아이 울음 끊긴 까닭
[혼자는 우리를 만든다②] 이탈리아 부자 도시 밀라노서 아이 울음 끊긴 까닭
  • 특별기획취재팀
  • 승인 2023.10.17 09: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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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에 분가하는 남유럽…한국 다음으로 출생율 낮아
경제 회복에도 저출생…가족주의가 청년 독립 가로막아
부모로부터 분가하는 나이가 빠른 나라일수록 출산율이 높은 경향이 관찰된다.
부모로부터 분가하는 나이가 빠른 나라일수록 출산율이 높은 경향이 관찰된다.<그래픽=이민자>

2023년 2분기 대한민국 합계출산율은 0.7명입니다. 한국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출생아 수가 1명도 안 된다는 얘기죠. 세계 최저이자 역대 가장 낮은 수치입니다. 일부 학자들은 이 추세로 가다간 몇백년 후 한민족이 소멸할 것이라고 우려합니다. 정부는 올해부터 월 30만원의 영아수당과 함께 70만원의 부모급여를 지급하고 있지만 출산율 반등을 꾀하기엔 역부족입니다. 한국 청년들은 경제적 지원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의 근본적인 변화 없이는 아이를 낳을 생각이 없는 것으로 보입니다. 교육, 취직, 내 집 마련 등 구조적 문제가 켜켜이 쌓여 있는 한국 사회에서 아이를 낳는 것은 미래를 저당잡힌다고 여기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인사이트코리아>는 한국언론진흥재단 지원을 받아 출산율이 높은 유럽 국가들을 취재하며 국내 초저출생 문제의 가장 큰 원인은 ‘청년들의 독립 지연’ 때문으로 판단하고 대안을 모색해봤습니다.

[인사이트코리아=특별기획취재팀] 대한민국만 청년들의 독립이 늦은 나라는 아닙니다. 우리와 비슷한 사례로 이탈리아·스페인·그리스·포르투갈 등 남유럽 국가가 있습니다. 유럽연합(EU) 통계기구 유로스타트(Eurostat)에 따르면 스페인 청년들은 2022년 기준 30.3세에 부모로부터 분가합니다. 그리스와 이탈리아의 분가 나이는 각각 30.7세, 30.0세입니다.

EU 회원국가 청년들의 평균 분가 연령은 26.4세입니다. 남유럽 국가 청년들이 평균보다 3~4년 늦게 부모 품을 떠나는 셈이죠. EU는 2012년부터 매년 회원국 청년의 분가 연령을 조사하고 있는데, 이런 구체적인 사실까지 조사하고 있다니 놀랍습니다.

한국은 따로 우리 청년의 분가 연령을 조사하지 않습니다. 국무총리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한국 청년이 생각하는 독립 적정 시기는 26.3세입니다. 국회미래연구원을 비롯해 국내 연구를 종합한 한국 청년의 평균 분가 나이는 28~29세입니다. 적당하다고 생각한 시점보다 3년 가량 늦어진 것입니다.

공교롭게 남유럽 국가들은 출산율도 낮습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스페인의 합계출산율은 1.19명으로 ‘꼴찌’ 한국 다음으로 낮습니다. 이탈리아는 1.25명으로 스페인보다 겨우 한 단계 위에 서 있으며 그리스(1.43명), 포르투갈(1.35명)은 OECD 38개 회원국 가운데 29위, 33위입니다.

이탈리아 남부 지역은 북부 지역보다 1인당 총소득이 현저하게 적지만 출산율은 오히려 더 높다. 이는 경제력이 출산율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고 보기 어렵다는 의미다.&lt;박지훈&gt;
이탈리아 남부 지역은 북부 지역보다 1인당 총소득이 현저히 적지만 출산율은 오히려 더 높다. 경제력이 출산율에 미치는 영향이 절대적이지 않다는 의미다.<박지훈>

남유럽 저출산, 경제 위기 때문 만은 아니다

남유럽 국가 미디어들은 경제적인 문제가 출산율 하락을 가져왔다고 진단하는 경향이 큽니다. 경제 성장이 둔화되고 주거비용 부담이 커져 청년들이 결혼을 하지 못한다는 논리입니다. 하필 이들 국가들이 유로존(유로화 국가 19개국) 가운데 2008년 금융위기 여파로 경제 상황이 가장 악화됐던 포르투갈(Portugal), 이탈리아(Italy), 그리스(Greece), 스페인(Spain) 등 피그스(PIGS) 국가들이었네요.

이 같은 주장은 점점 힘을 잃어가고 있습니다. 남유럽 국가들이 2010년대 중반 이후 다시 경쟁력을 회복했고 이들 국가에서 경제력과 무관하게 거의 모든 지역 출산율이 회복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죠.

지역별 경제력 차이가 극과 극인 이탈리아가 참고할 만한 사례입니다. 금융·패션 중심지인 밀라노가 주도(州都)인 롬바르디주, 자동차 산업의 핵심인 토리노를 품은 피에몬테주는 2022년 출산율이 각각 1.26명, 1.22명으로 이탈리아 평균(1.24명)과 비슷합니다. 오히려 지역별 1인당 국내총생산(GDP) 최하위권인 시칠리아주(1.35명), 캄파니아주(1.33명)가 더 높습니다.

남유럽 국가에서도 <인사이트코리아> 특별기획취재팀처럼 저출산 원인을 경제적인 문제에서 찾기보다 청년 독립 지연으로 접근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피렌체대학교 마시모 리비-바치(Massimo Livi-Bacci) 명예교수는 2001년 <너무 적은 아이들과 너무 과한 가족(Too Few Children and Too Much Family)>이라는 연구를 통해 이탈리아처럼 과도한 가족주의 사회가 저출산의 원인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리비-바치 교수가 이 연구를 진행할 당시 이탈리아 경제는 1960~70년대 고성장기에 미치지 못하지만 2000년대 중반 이후 저성장기보다 활력이 있었습니다. 경제가 건재했던 1990년 후반 2000년 초반에도 이탈리아의 출산율은 1.2명 내외였습니다. 이렇게 되면 산업화 이후 이탈리아의 저출산은 단순히 경제 문제로만 보기 어렵죠.

스페인 사례 역시 빼놓을 수 없습니다. 스페인에서도 저출산 원인을 경제 탓으로 돌렸습니다. 경제는 지속적으로 개선되고 있지만 출산율은 경제가 최악의 상태였을 때보다 떨어져 있어 문화적인 요인에서 찾는 시도가 최근에 나왔죠.

바야돌리드대학 사회학과 알무데나 모레노(Almudena Moreno Mingeus) 교수가 대표적입니다. 그는 스페인 청년의 독립 지연에 경제적인 위기와 스페인 특유의 가족주의 문화가 영향을 미쳤다고 보고 있습니다. 이러한 이야기를 많은 매체와 기관을 통해서 하고 있죠.

모레노 교수가 스페인 카이샤(Caixa)은행이 설립한 카이샤재단 후원으로 연구한 ‘스페인 청년의 성인 전환 : 경기 위기와 늦은 독립(The Transition to Adulthood in Spain Economic Crisis and Late Emancipation)’이라는 리포트는 부모가 되기에 이상적인 나이를 묻는 조사에서 스페인 청년은 28.3세, 스웨덴 청년은 26.9세로 답했다고 보고했습니다. 독립이 늦으니 부모가 되는 시점도 다른 나라 청년보다 늦어도 된다는 생각인 거죠.

남유럽의 가족주의는 어떻길래 청년들의 독립을 늦추고 있을까요? 남유럽은 사회문화적으로 보수적인 로마 가톨릭과 그리스 정교회에 뿌리를 두고 있어 사회의 기본을 이루는 가족에 대한 의무감이 강합니다.

예컨대 남유럽에서 부모님을 요양원에 모시는 행위는 불효(不孝)로 여겨지고, 이탈리아에서 딸들은 결혼을 하지 않고 나이 들어 아픈 부모님을 돌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스에서 부모님은 딸이 결혼할 때 집값을 마련해줘야 합니다.

남유럽에서 오래 살고 있는 우리 교민들도 상호 책임의식이 강한 가족주의와 이에 따른 청년들의 독립 지연이 출산율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합니다.

이탈리아에서 공인가이드로 일하는 박형채 씨는 “이탈리아 남자들은 40세가 넘도록 엄마와 살다가 결혼을 하면서 늦은 독립을 하는 경우가 많다”며 “가족주의가 좋은 점도 있으나 부모 밑에 부족함 없이 지내다 보니 독립할 의지가 없어지는 것도 사실이다. 가족주의 문화가 저출산을 자극하는 건 맞는 얘기”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리스 로도스(Rhodes) 섬에서 한국어를 가르치는 교사 허숙경(그리스 이름 사라) 씨는 “그리스 엄마는 자신이 일을 하고 있더라도 결혼한 딸이 아이를 가지면 퇴근 후 아이를 돌봐주러 와줄 정도로 모계 중심적인 가족주의가 강하다”며 “부모가 한 명의 아이를 키울 때 무척 정성을 쏟는 탓에 아이를 많이 낳지 않는 분위기가 형성돼 있다”고 전했습니다.

특별기획취재팀=박지훈·남빛하늘·정서영 기자

※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인사이트코리아, INSIGHT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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