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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P2P금융 법제화 주도한 김성준 렌딧 대표
[인터뷰] P2P금융 법제화 주도한 김성준 렌딧 대표
  • 이일호 기자
  • 승인 2019.11.03 20: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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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 신용 분산투자, 부동산보다 안전합니다”

김성준 렌딧(LENDIT) 대표는 국내 P2P금융 산업 성장의 주역이다. 저축은행에서 대출을 받으려다 22%에 달하는 고금리에 문제를 느껴 2015년 렌딧을 창업했고, 포트폴리오 분산투자와 자체 신용평가 모델을 업계에 처음 도입하면서 개인 신용대출 부문 강자로 일찍이 자리매김했다. ‘마켓플레이스금융협의회’를 이끌며 관련 법제화를 선도한 김 대표는 “내년 기관투자가 활성화되면 P2P금융업 성장세가 더 빨라질 것”이라 강조했다.


김성준 렌딧 대표.<렌딧>

[인사이트코리아=이일호 기자] ‘P2P금융’ 시장이 커지고 있다. 지난 6월 말 기준 국내 P2P금융사는 총 220여 곳으로 누적 대출액은 6조2500억원에 달한다. 2017년 누적 대출액 1조원을 돌파한 지 2년여 만에 무려 6배나 성장했다. 1500조원에 달하는 전체 가계대출에 비해 아직 미미하지만 성장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는 게 김성준 대표의 설명이다.

- 국내에 P2P금융이 아직 생소하다.
“P2P금융은 돈이 필요한 개인이나 법인, 돈을 보유한 개인이나 법인 간에 돈을 빌려주고 갚을 수 있는 새로운 금융 플랫폼이다. 우리나라에서는 ‘개인 간(Person to Person)’으로 알려졌는데 사실은 ‘네트워크 간(Peer to Peer·피어투피어)’에 가깝고, 선진국에선 ‘마켓플레이스(Marketplace)’라는 용어로도 불린다. P2P금융은 대출자 모집과 신용평가, 투자자 모집, 운영이 모두 온라인 비대면으로 이뤄진다. 인력과 지점 운영 등에 따른 비용을 줄여 사용자들에게 저금리나 투자수익 등 금융 이익으로 돌려준다.”

-‘P2P금융법’이 국회통과를 앞두고 있다.
“지난 9월 국회 민병두 정무위원장과 여야 간사, 은성수 금융위원장 등이 모여 간담회를 열었다. 금융위가 밝힌 바와 같이 현재 시행령 작업을 하고 있고, 상임위 전체회의까지 통과한 상황에서 그 필요성에 대해 여야와 시민단체 어디도 이견이 없다. P2P금융법 제정은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가 처음으로 금융업에서는 일대 ‘사건’이다. 여러 사정으로 한두 달 지연된 건 지엽적 문제일 뿐이다. 큰 걱정이 없다.”
(주 : 인터뷰 3주 뒤인 지난 10월 31일 현재 국회 본회의에서 관련 법이 제정되면서 세계 최초로 P2P금융법이 탄생했다.)

-법정 협회도 발족됐다. 
“기존 협회(한국P2P금융협회)와 이번 법정 협회는 완전히 다르다. 기존 협회는 임의 단체로서 동일한 업을 하는 사람들이 모여서 의견을 개진하는 곳이었다. 반면 법정 협회는 명시적으로 위임받은 업무가 정해졌다. 업 전체를 관리하고 의견을 통합해 개진하며 금융당국의 규제를 대리하는 ‘도가니’ 역할을 하는 게 이번 법정 협회다. 세간에는 기존 협회 회원사 간에 사이가 안 좋아서 나눠진 것 아니냐는 말도 있었다. 이는 오해인 게, 업 자체가 다루는 자산이 다양하다 보니 협회 한 곳에서 구체적인 것들을 진행하기가 어려웠고, 때문에 특화된 별도 협의체가 있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새 협회가 탄생한 것이다. 법제화가 되는 만큼 이제는 통합 운영될 수 있는 상황이라고 생각한다.”

-새 협회는 어떤 식으로 운영되나.
“아직 정해지진 않았다. 나와 양태영 한국P2P금융협회 대표가 법정협회준비위원회 공동 위원장을 맡아 연내 조직 구성과 협회장, 이사회 구성 등 세부 내용을 구체화하는 게 목표다.”


김 대표는 카이스트에서 생명공학을 전공하다 산업디자인으로 방향을 튼 뒤 창업에 뛰어든 특이한 이력의 소유자다. 첫 창업이었던 ‘2분의 1 프로젝트’로 유수의 글로벌 디자인상을 받았고, 이후 온라인 커머스를 창업해 14억원을 투자받기도 했다. 그는 “대중의 필요를 찾아 그에 맞는 제품을 만든다는 점에서 디자인과 창업은 차이가 없다”고 설명했다.


-디자인 전공자인데도 창업에 뛰어들었다.
“디자인에 대한 대중 인식이 바뀔 필요가 있다. 나 또한 어릴 적 디자인에 대해 외형을 예쁘게 하는 것이라고만 생각했다. 그런데 카이스트 재학 당시 아이데오(IDEO·미국의 혁신적 디자인 컨설팅 회사)에서 일하던 분을 만난 걸 계기로 생각이 바뀌었다. 대중의 필요를 연구하고 그에 맞는 상품을 개발하는 게 디자인이라는 것을 깨달으면서 산업디자인 쪽으로 전과를 했다. 디자인의 정의에 따라 자연스럽게 창업으로 이동한 셈이다.”

-그간의 창업 히스토리가 궁금하다.
“첫 창업은 기부 문화를 바꾸는 소셜 벤처였다. 기부함에 돈을 넣거나 어디 가서 봉사활동을 하는 식이 아닌 일상에서 기부 문화를 만들고 싶었다. 그렇게 만든 게 ‘2분의 1 프로젝트’다. 예컨대 커피를 한 잔 살 때 반만 마시고 나머지 반은 기부하는 식의 사회적 기업이다. 스탠포드 대학 유학 때는 고객이 직접 상품 링크를 공유해 돈을 벌게 하는 온라인 커머스 ‘스타일세이즈(Stylesays)’를 만들기도 했다.”

<그래픽=이민자>

-렌딧은 그간 개인 신용대출만 다뤘다.
“일부 대면이 필요한 부동산 대출이나 사업자금 대출은 수십 년간 사업을 꾸려나간 대형사들을 이기기 어렵다. 반면 비대면 신용대출은 시작한 지 3~4년에 불과하다. 우리는 그간의 사업 경험과 누적된 데이터, 개인 신용평가 모델 등을 바탕으로 이 분야에서 기존 금융사보다 역량이 낫다. 언젠가 다른 자산을 다룰 수도 있겠지만, 현재는 잘하는 것을 압도적으로 잘하는 쪽이 낫다고 본다.”

-분산투자와 자체 신용평가 모델이 호평을 받고 있다.
“중금리 고객에 대한 자체 신용평가 모형은 우리가 다른 금융사보다 잘해야 하는 일이다. 더 많은 빅데이터를 분석하는 게 우리 사업의 핵심이라 사업 초반부터 집중했다. 분산투자 포트폴리오는 고객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 만들었다. 취급액을 높이는 게 목표라면 딜 회전율을 높이면 그만이지만, 우리는 그보다 고객 신뢰를 확보하기 위해 포트폴리오 투자를 도입했다. 렌딧 고객은 10만원만 투자해도 최소 몇십 개의 상품에 분산투자하게 된다. 반대로 보면 한 개인 대출자에게 많은 사람이 소액을 대출해주는 식이다.”

-개인대출만 다루는 건 리스크 요인 아닌가.
“분산투자의 개념을 ‘나눠 담으면 된다’는 식으로만 알고 있는 경우가 많다. 더 중요한 건 각각의 투자가 독립적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100개 나눠 담아도 하나 깨질 때 나머지가 다 깨지면 분산투자가 아니다.
예컨대 부동산 시장이 안 좋을 때는 전체적으로 다 나쁘다. 상호 연관성이 높은 자산이기 때문이다. 또 통계적으로 볼 때 부동산 시장이 안 좋으면 주식도 안 좋았다. 반면 개인 신용 대출은 각각의 연관성이 다르다. 대출자의 거주지가 다르고 직업이 다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외부 변수로 인해 경기 지표가 안 좋아졌을 때 ‘도미노 효과’가 가장 적은 게 바로 개인 신용 대출이라는 게 전 세계적 통계다.”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
“2008년 금융위기의 경우 국내 증시가 흔들렸음에도 신용대출에 준하는 카드론 연체율은 거의 꺾이지 않았다. 당시 가장 충격을 덜 받은 자산이 신용대출에 분산 투자한 것이었다. 물론 1997년 외환위기와 같은 국가 부도 사태라면 개인 신용 대출의 부실이 커질 수 있다. 하지만 그 정도 수준이면 모든 자산 가치가 하락한다는 점도 인지해야 한다. 자산별로 상관계수를 따졌을 때 가장 계수가 낮은 자산이 바로 개인 신용 대출이다. 미국 내 P2P에서 개인 신용 대출 비중이 80%에 달하는 이유도 투자하기 가장 안전하기 때문이다.”

렌딧은 투자 상품의 중간 판매를 가능토록 하는
'세컨더리 마켓'인 렌딧마켓을 선보였다.<렌딧>

-‘렌딧마켓’도 전에 없던 시도다.
“서비스 론칭 3주년에 고객 설문조사로 불만 사항을 조사했는데 압도적으로 장기투자에 따른 ‘유동성’ 문제를 지적했다. 예컨대 적금도 2년을 붓다가 급전이 필요하면 이자를 포기하더라도 깰 수 있다. 반면 P2P금융은 중도 상환 장치가 없어서 유동성 개선 문제가 요구됐다. 그걸 구현한 게 렌딧마켓으로, 파는 사람은 빨리 돈을 확보할 수 있고 반대로 사는 사람은 단기 투자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윈윈’할 수 있다.”

-중금리 대출 사업지가 늘어나 경쟁이 우려된다.
“금융권마다 고객층이 다르다고 생각한다. 인터넷전문은행의 경우 자산 건전성이 요구되는 은행사업자라 중금리 고객이 주가 될 순 없다. 일부 고객층이 겹칠 순 있어도 그보다는 상보적 관계가 될 것이다. 2금융권과는 추후 경쟁이 당연한 수순이다. 다만 고객으로선 기존에 없던 대출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수요가 늘 것이고, 그 과정에서 경쟁력 있는 업체가 고객의 선택을 받아 지속 가능한 회사가 될 것이라고 본다. 시장 경제상 당연히 발생할 문제다.”

-P2P업계 연체·부실 문제도 심각하다.
“일부 업체가 ‘부실률 0%’를 내세우다가 갑자기 그 비율이 올라가면서 문제가 되고 있다. 부실률이 낮으면 좋지만, 선행돼야 하는 것은 부실 가능성을 투명하게 공지했나 하는 ‘신뢰’의 문제다. 정부와 정치권에서도 신뢰 회복을 강조하고 있고, 이는 업계 전체에서 노력해야 하는 부분이다. 애초에 ‘숫자 마사지’를 하지 못하도록 정보를 플랫폼에 투명하게 공개하는 게 이 업의 존재 의미다. 관련 점검 방식과 규제를 고안하는 게 중요하다.”


김 대표는 지난 5월 문재인 대통령의 북유럽 순방에 함께 했다. 스타트업 53개사 중에 핀테크 사업자는 렌딧을 포함해 세 곳뿐이었다. 핀란드 알토대 ‘해커톤’에 맨토로 참여한 김 대표는 스타트업 산업 육성이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모멘텀이 될 것이라고 봤다. 국내 스타트업 환경에 대해선 “과거보다 많이 나아졌지만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고 평가했다. 


-지난 5월 대통령 해외 순방에 함께 했는데.
“역대 대통령 경제 순방 때 스타트업을 데리고 간 자체가 처음이었다. 핀란드는 거대기업 ‘노키아(NOKIA)’가 무너진 이후 스타트업이 경제를 부흥시킨 전례가 있다. 당시 헬싱키 행사에서도 스타트업을 통해 우리 경제를 어떻게 살릴지가 진지하게 논의됐다.”

-우리나라의 스타트업 환경은 어떤가.
“스타트업 환경이 나쁘다는 건 옛날이야기다. 최근 10년 새 정부 지원과 네트워킹, 투자 등 창업 환경이 매우 좋아졌다. 다만 규제 부분은 꼭 개선돼야 한다고 본다. 특정 영역만 허용하는 ‘포지티브 규제’가 신산업 성장을 막고 있다. 정부가 ‘네거티브 규제’를 도입하겠다지만 아직은 초반 단계다. 북유럽이나 미국 같은 선진국이 스타트업강국이 된 데는 네거티브 규제가 결정적이었다. 환경이 좋아도 규제가 심하면 새로운 사업이 발현되기 어렵다.”

김 대표는 "스타트업 성장을 위해선 네거티브 식의
과감한 규제완화가 필수"라 강조했다.<렌딧>

-‘규제 샌드박스(특정 규제만 따로 풀어주는 방식)’는 어떻게 보나.
“그보다는 모든 규제를 풀되 법 위반 시 처벌 수위를 높여야 한다고 본다. 법을 어기면 엄청난 처벌을 받는다는 인식이 있어야 사업자들이 책임감을 느끼고 일한다. 외국에선 징벌적 처벌까지 하는 사안에 대해서도 우리나라는 그만큼 처벌을 하지 않는다는 게 문제다.”

-핀테크 미래를 ‘온라인 금융 플랫폼’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
“상당 부분 그렇게 되겠지만 모든 핀테크가 금융 플랫폼으로 가진 않을 것이다. P2P금융업에서 중금리 신용 평가모형이 중요하듯 핀테크에서도 업마다 각각의 특수성이 있기 때문이다. 금융 플랫폼이 여러 상품을 다루면 우리는 그곳을 판매처로 활용하는 식의 상호 보완 관계가 이뤄질 것으로 본다.”

-올해 목표는 잘 이뤘는지, 내년 목표는 무엇인지 궁금하다.
“올해는 법제화가 가장 큰 목표였는데 다행히 마무리가 잘 되고 있다. 내년은 새 ‘운동장’이 깔렸으니 그에 맞춰서 열심히 달려야 하는데, 가장 큰 게 기관투자자 자금 조달이다. 선진국처럼 중금리 대출을 하기 어려운 은행 등 기관이 대체투자 차원에서 P2P에 투자를 할 수 있다면 이 산업이 더 커질 것이다. 물론 그에 따라 우리도 금융회사에 따르는 내부통제시스템을 갖추는 등 시스템 고도화를 이뤄내야 한다.”

atom@insight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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