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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2024-04-26 18:52 (금) 기사제보 구독신청
[혼자는 우리를 만든다⑩·끝] ‘아이 낳는 세상’ 만드는 세가지 해법
[혼자는 우리를 만든다⑩·끝] ‘아이 낳는 세상’ 만드는 세가지 해법
  • 특별기획취재팀
  • 승인 2023.10.23 16: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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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의 정서적 독립, 2030세대 미혼의 물리적 독립, 경단녀의 경제적 독립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하정훈 “5% 부족한 육아, 아이 자립심 키운다”
부부와 아이가 함께 살만한 넓이의 임대주택 공급 늘려야
유튜브 채널 ‘하정훈의 삐뽀삐뽀 119 소아과’.<유튜브 화면 캡처>

2023년 2분기 대한민국 합계출산율은 0.7명입니다. 한국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출생아 수가 1명도 안 된다는 얘기죠. 세계 최저이자 역대 가장 낮은 수치입니다. 일부 학자들은 이 추세로 가다간 몇백년 후 한민족이 소멸할 것이라고 우려합니다. 정부는 올해부터 월 30만원의 영아수당과 함께 70만원의 부모급여를 지급하고 있지만 출산율 반등을 꾀하기엔 역부족입니다. 한국 청년들은 경제적 지원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의 근본적인 변화 없이는 아이를 낳을 생각이 없는 것으로 보입니다. 교육, 취직, 내 집 마련 등 구조적 문제가 켜켜이 쌓여 있는 한국 사회에서 아이를 낳는 것은 미래를 저당잡힌다고 여기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인사이트코리아>는 한국언론진흥재단 지원을 받아 출산율이 높은 유럽 국가들을 취재하며 국내 초저출생 문제의 가장 큰 원인은 ‘청년들의 독립 지연’ 때문으로 판단하고 대안을 모색해봤습니다.

[인사이트코리아=특별기획취재팀] 그동안 한국의 초저출산 원인을 두고 가족복지 정책 부족 때문이라는 진단이 많이 나왔습니다. 양육 관련 수당 등 현금성 급여를 대폭 늘려야 하며 어머니의 경력단절을 막기 위해 보육시설을 대폭 늘리고 아버지의 육아휴직을 활성화해야 한다는 것 등입니다.

가족정책당국은 저출산 해법을 잘 인지하고 있습니다. 예산 문제와 산업계의 비협조로 변화가 더딜 뿐입니다. 어린이집 입소 평균 대기 기간은 2021년 6.9개월로 3년 전보다 겨우 0.7개월 줄었으며 직장어린이집 설치 의무 기업들도 벌금을 내고 버티는 실정입니다. 대폭적인 조세 제도 개혁 없이는 고출산 국가의 가족복지 정책을 도입하기 어려울지도 모릅니다.

이에 따라 <인사이트코리아> 특별기획취재팀은 청년들의 독립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저출산 문제를 완화할 수 있는 3가지 해법을 모색해봤습니다. ▲자라나는 어린이의 정서적 독립▲2030세대 미혼 청년의 물리적 독립 ▲경력단절 여성의 경제적 독립을 돕는 해법이 그것입니다.

“아버님·어머님, 친구도 만나셔야 아이가 자립적으로 커요”

스테디셀러 육아책 <삐뽀삐뽀 119 소아과>의 저자 하정훈 원장(소아청소년과 전문의)은 어린아이를 둔 부모들 사이에서 인기가 많습니다. 그 이유는 넘쳐나는 정보 홍수 속에서 명확한 지침과 아이를 쉽게 키우는 육아법을 제시해 부모의 고민을 줄여주고 있기 때문이죠.

하정훈 원장은 특별기획취재팀과의 인터뷰에서 ‘5% 부족한 육아’를 강조했습니다. 원하는 것을 다 들어주지 말고 5% 부족하게 아이를 키우라는 겁니다. 그러면 아이는 부족한 걸 얻기 위해 자립심을 갖고 노력한다는 거죠.

하 원장은 “돈 많이 쓰고, 논문에 나올법한 (특별한 케이스의) 솔루션을 제시하는 육아를 하다 보니 부모가 힘들어질 수밖에 없다”며 “부모가 이웃 사람이나 친구를 만나는 등 자신들 위주로 인생을 살면 아이는 알아서 자립적으로 클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최근 한국은 부모는 뒷전이고 아이들이 주인공인 가정 문화가 조성되고 있습니다. 아이들은 가정에서 공주님, 왕자님으로 떠받들어 키워지고 부모들은 자신의 부모들이 그랬던 것처럼 아이를 위한 삶을 삽니다.

하 원장은 “엄마와 아빠가 서로 친하게 지내면 아이들이 그 사이에 끼기 위해 노력한다”며 “부모가 먼저 스스로 행복한 삶을 살면 아이들도 그렇게 되기 위해 노력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부모 위주의 인생을 살아야 한다는 겁니다.

‘5% 부족한 육아’는 프랑스의 분당이라고 할 수 있는 파리 근교 뇌이쉬르센(Neuily-sur-Seine)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이곳은 소득 수준이 높고 교육열이 뜨거울 뿐만 아니라 자식을 프랑스의 엘리트 고등교육기관 그랑제콜(Grandes Ecoles)로 보내고 싶은 부모들이 많이 이사를 오는 곳이죠.

뇌이쉬르센에 거주하며 EBS 글로벌 리포터로 활동하는 박 모니카 씨는 “이곳 부모들은 프랑스에서 손꼽히는 부자들이지만 우리나라로 치면 대형마트 PB 브랜드 옷을 아이들에게 입히는 경우가 많고 명품 옷을 입고 있는 아이를 찾아보기 힘들다”고 말했습니다.

모니카 씨는 “프랑스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은 부모가 수업을 관람할 수 있는 날에 부모의 절반가량은 베이비시터를 보낸다”며 “프랑스 부모들은 매우 가족적이지만 그렇다고 아이를 위해 커리어를 희생하지는 않는다”고 강조했습니다.

지난 6월 말 기준 전국 4만3000호 이상의 임대주택이 공실이었다. 임대주택 공실이 발생하는 이유 중 하나는 생활에 불편함을 느낄 정도의 ‘작은 면적’이다. 사진은 서울의 한 청년안심주택 내부 모습.<남빛하늘>

임대주택 넓혀야 결혼 생각 조금이라도 한다

‘5% 부족한 육아’는 지금 자라나는 아이들을 위한 제안이라면 현재 청년들의 독립을 위해서는 임대주택을 바라보는 관점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한국 청년들은 결혼 포기 상태에 이르렀습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혼인 건수는 19만1690건으로, 통계 작성이 시작된 1970년대 이래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습니다. 이는 1990년대 혼인 건수의 60%도 되지 않는 수준이죠.

이들이 결혼을 선택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집’ 때문입니다. 보건복지부와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지난 4월 개최한 ‘청출어람단 저출산 정책제안 청년 토론회’에 참여한 20·30대 청년 219명은 결혼·출산을 어렵게 하는 사회구조적인 요인으로 ‘주거 문제’를 지적했습니다.

특히 청년들은 ‘내집 마련’에 대한 욕구도 상당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국토연구원이 2021년 전국 만 20~39세 미혼 남녀 3009명을 대상으로 ‘주거인식 조사’를 실시한 결과, 무주택 미혼 청년의 77.0%가 내집을 꼭 소유해야 한다고 인식하고 있었습니다.

10명 중 7명 이상이 내 이름으로 된 집이 꼭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데다, 집값은 하늘을 찌르는 상황이니 결혼에 대해 회의적일 수밖에 없는 거겠죠. 만약 이들이 양질의 공공임대주택에 살아본 경험이 있다면 어땠을까요?

정부는 이미 청년을 대상으로 한 다양한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하고 있습니다. ‘통합공공임대주택’ ‘청년안심주택’ ‘행복주택’ 등이 대표적입니다. 여기서 문제는 정책을 마련하는데서 그친다는 겁니다. 청년들의 니즈(Needs)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채 말이죠. 이런 문제는 임대주택 공실률에서 나타납니다.

허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국토지주택공사(LH)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 전국 4만3000호 이상의 임대주택이 공실이었습니다. 다수의 임대주택 공실이 발생하는 이유 중 하나는 생활에 불편함을 느낄 정도의 ‘작은 면적’입니다.

LH는 1인가구의 최소 주거면적을 16㎡(약 4.8평)에서 21㎡(약 6.4평)로 넓혔지만, 여전히 좁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신혼부부가 거주하는 임대주택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둘이 살기도 벅찬데 어떻게 아이를 낳아 기를 수 있겠냐는 것이죠.

만약 청년 임대주택이 2명이 살기에도 적당한 크기라면 어떨까요? 자연스럽게 동거하는 커플이 늘거나, 이곳에서 결혼생활을 시작하기에 충분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지 않을까요? 아이 1명을 둔 부부에게도 넉넉한 집이 돌아간다면, ‘1명 더 낳아도 괜찮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까요?

여성가족부 산하기관 여성새로일하기센터는 2009년 경력단절여성의 재취업 서비스 전문기관으로 출범했으나 존재감이 미미하다.여성새로일하기센터
여성가족부 산하기관 여성새로일하기센터는 2009년 경력단절 여성의 재취업 서비스 전문기관으로 출범했으나 존재감이 미미하다.<여성새로일하기센터>

경력단절 여성 위한 좋은 일자리에 출산율 답 있다

한국 청년들은 결혼을 하면 최소한 한 명의 아이를 낳습니다. 취재팀이 여론조사기관 엠브레인을 통해 만 20~39세 청년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 따르면 기혼자 244명 가운데 161명은 아이를 한 명 이상 낳았습니다. 이들 기혼자 244명의 자녀들은 246명입니다.

자녀가 없는 83명 가운데 무자녀 맞벌이인 ‘딩크(Double Income No Kids·DINK)’를 선호하는 경우는 12명에 불과했습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2019년 조사 결과에서도 아이가 없는 남성과 여성의 첫째 아이 출산 의향은 각각 75.0%, 73.6%였습니다.

문제는 둘째 아이인데요. 아이를 한 명 가진 남성과 여성의 둘째 아이 이상 출산 의향은 각각 19.9%, 16.2%로 뚝 떨어집니다. 첫째 아이를 낳은 후 일과 가정의 양립이 매우 힘들다는 것을 깨달을 뿐만 아니라 둘째 아이를 낳은 후 경력이 완전히 단절된 친구·동료·선배들을 봤기 때문입니다.

경력단절은 여성에게 경제적 독립 상실입니다. 결혼 전과 아이 없는 신혼 초에는 자신이 번 돈으로 옷을 사든 여가생활을 누리든 눈치를 볼 필요가 없었지만, 출산·육아로 일터를 떠나면 경제력을 남편에게 의지하게 되고 작은 것을 하나 사더라도 미안한 감정을 가지게 된다는 게 경력단절 여성의 마음입니다. 이미 부모로부터 독립한 기혼여성에게도 남편으로부터의 경제적 자립이 필요하다는 얘기 입니다.

출산 이후 경력단절을 경험한 여성을 위해 ‘혼자는 우리를 만든다’ 7편에서 다룬 아우스빌둥 같은 체계적인 직업훈련 프로그램이 시급합니다. 출산과 육아로 1~2년의 경력 공백이 발생하더라도 기관이 경력을 이어갈 일터를 소개해준다거나 새로운 직업을 얻기 위한 무료 교육·훈련을 지원해준다면 경제적 고민으로 인한 출산 기피는 줄어들 수 있겠죠.

10년 동안 사립유치원 교사로 일하다 첫째 출산 후 그만둔 염지희(가명) 씨는 “사립유치원은 저임금의 젊은 교사를 선호하고 출산 후 복귀한 교사에게 연차가 많아도 호봉대로 주지 않아 사실상 경력을 단절시킨다”며 “괜찮은 직업으로 재취업할 수 있는 직업훈련 시스템이 있다면 둘째 아이 출산도 고민 없이 생각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경력단절 여성을 위한 아우스빌둥 역할은 여성새로일하기센터(새일센터)가 맡고 있지만 존재감은 미미합니다. 2009년 사업을 시작했는데도 이곳에서 제공하는 일자리가 임시직·계약직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 입소문이 나지 않는 거죠. 구인이 급한 기업의 일자리를 중심으로 알선하는 관행을 개선하지 못하면 아무리 많은 예산을 써도 홍보 효과를 거둘 수 없습니다.

심리적 독립의 중요성에 대해 역설한 <독립연습> 저자 황상민 WPI심리상담코칭센터 대표(전 연세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는 취재팀과의 인터뷰에서 “인간은 자기가 살고 싶고 살아가려는 이유를 발견하려는 마음이 있으면 출산을 하게 된다”며 “한국인들은 내 삶의 주인으로 살지 못하고 부모나 사회의 요구대로 살아가는 현실속에서 삶의 욕구와 이유가 사라지고 있다. 이것이 저출산 문제의 핵심”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특별기획취재팀=박지훈·남빛하늘·정서영 기자

※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인사이트코리아, INSIGHT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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