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코리아=손민지 기자]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은 올해 들어 가장 활발한 행보를 보이고 있는 30대 최고경영자(CEO) 중 한명이다.

1983년생인 김 부회장은 사장이 된 지 2년 만인 지난해 8월 한화그룹 지주 부문인 ㈜한화 부회장으로 승진해 현재 한화그룹 미래 사업의 핵심축인 방산과 친환경에너지를 총괄하고 있다. 기존 한화솔루션 대표이사직과 함께 ㈜한화 전략부문 및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전략부문 대표이사직을 새롭게 맡았다. 특히 올해 그룹 최대 현안인 한화오션(옛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진두지휘해 성공적으로 마무리했고, 한화오션 사내이사로도 이름을 올렸다. 대외적으로는 대통령 해외순방 일정 등 공식 행사에 참석하며 아버지 김승연 회장을 대신해 그룹 전면에 나서고 있다.

방산 세일즈 전면에…K-방산 잭팟 노린다

"조선 3사 중에 방산을 한화만큼 잘하는 회사는 없다고 생각한다. 한화오션은 글로벌 시장에서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여러 분야 중에서도 김 부회장이 최근 가장 신경을 쏟는 사업은 한화그룹의 ‘뿌리’이기도 한 방위산업(이하 방산)이라고 볼 수 있다. 한화는 고(故) 김종희 창업주가 산업용 화약 및 다이너마이트 등을 생산하는 한국화약으로 사업을 시작해 1974년 방위산업체로 지정됐고, 이후 전남 여수 공장을 중심으로 꾸준히 방산 제품을 만들어 왔다. 한화는 전 세계 방산 수요가 상승하는 틈을 타 다시 방산에 기지개를 켜는 모습이다.

한화 방산 부문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 곳으로 통합됐고, 인수합병 자본도 방산에 집중되고 있다. 올해 초 ‘빅딜’로 꼽힌 한화오션(옛 대우조선해양) 인수전 주인공도 한화에어로스페이스다. 이 회사는 인수대금의 절반인 1조원을 투자했고,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대주주인 한화임팩트파트너스, 한화시스템 등이 각각 4000억원, 5000억원 등 나머지 대부분을 조달했다. 또한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한화오션 유상증자에 3853억원을 투입키로 했다. 김 부회장이 대표이사를 직접 맡고 있는 만큼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그룹 방산 부문의 사령탑을 담당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지배구조 측면에서도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한화시스템과 한화오션의 최대주주로서 모회사 역할을 하고 있다.

김동관 부회장은 방산 사업 확장을 위해 직접 발로 뛰는 세일즈에 나서며 수주 확대를 꾀하고 있다. 해외 유명 전시회에 나가거나 외국 대통령을 만나 사업에 대해 알리는가 하면 대학교 채용설명회에 직접 등장해 인재 선점까지 나섰다. 통 크게 사무직군 연봉을 높여 인재 이탈을 막는 한편, 유상증자와 테스크포스 신설 등 경영 정상화도 직접 챙기고 있다.

김 부회장은 올해 7월 초 싱가포르에서 열린 가스관련 분야 세계 최대 전시회인 ‘가스텍 2023’에 등장했다. 당시 글로벌 에너지 기업 경영진과 만나 사업 협력을 논의하며, 한화오션을 물심양면으로 지원했다. 그 결과 노르웨이 선급인 DNV, 미국 선급인 ABS로부터 친환경 기술과 무탄소 선박에 대한 기술을 승인받는 등 친환경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당시 김 부회장은 전시회에서 타기업들을 대상으로 “약 6000억원을 투자해 암모니아와 메탄올, 수소 기반의 친환경 추진 시스템을 개발하고, 암모니아·이산화탄소·수소 운반선도 개발할 계획”이라며 “미래의 해양 시장 주도권을 확보하겠다”고 강조했다.

김 부회장은 지난 9월 5일(현지시각) 폴란드 키엘체에서 개막한 국제방위산업전시회(MSPO)에서 K-방산을 소개하는 영업사원으로 변신하기도 했다. 그는 한화그룹 통합전시관을 찾은 두다 대통령에게 한화의 육해공 첨
단 기술력과 폴란드 맞춤형 솔루션 등을 직접 설명했다. 특히 한화오션의 3000t급 잠수함(장보고III 배치II) 모형 앞에서 우수한 잠항 능력 및 다목적 수직 발사 등 기술력을 강조했다. 또한 폴란드 국영방산기업 PGZ와 K9자주포 현지 생산 및 후속군수 지원, 레드백 기반 차세대 보병전투장갑차와 다연장로켓 협력 방안을 논의하며 교류의 폭을 키웠다. 김 부회장은 “한화의 육해공 방산 토탈 솔루션이 양국의 우호 증진과 기술 협력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방산, 한화가 제일 잘해"...‘K-방산’ 자신감 원천은?

지난 9월 중순에는 ‘방산 인재’ 선점을 위해 직접 채용 설명회 현장을 찾았다. 그는 서울대 조선해양공학과 및 공학계열 학부와 대학원생 150여명을 대상으로 열린 채용설명회에서 회사의 비전을 소개하는 것은 물론 질의응답까지 진행하며 인재 유치에 팔을 걷어붙였다. 특히 그는 한화오션의 강점을 묻는 학생에게 “조선 3사 중에 방산을 한화만큼 잘하는 회사는 없다고 생각한다”며 “한화그룹은 이미 여러 국가에 수출하며 방산 경쟁력이 압도적이기 때문에 한화오션도 글로벌 시장에서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고 강조했다. 

김 부회장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외 또 다른 방산 계열사인 한화오션 경영 정상화에 모든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는 지난 7월 한화오션에 ‘톱(Top) 추진 태스크포스팀(TFT)’를 만들었다. 전사적 운영 혁신 프로그램인 톱 ‘토탈 오퍼레이션 퍼포먼스 엑설런스(Total Operational Performance Excellence)’의 영문 첫 글자를 딴 명칭이다.

인재 이탈 방지 및 우수 인력 확보를 위한 방안도 마련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조선3사(HD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한화오션) 중 한화오션의 임금이 가장 낮았으나, 지난 7월 한화오션은 처우 개선 일환으로 사무직 연봉을 이전 대비 1000만원 인상했다.

한화오션은 8월 말 2조원의 유상증자를 통해 오는 2040년까지 매출 30조원 이상, 영업이익 5조원 이상을 내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한화오션 인수 당시 주체로 참여한 한화에어로스페이스·한화시스템·한화임팩트·한화에너지 등이 지분율만큼 유상증자에 참여했다. 여기서 조달한 돈으로 방산 설비 확충 및 해외 사업장 구축에 9000억원, 친환경 스마트십 개발에 6000억원, 해상풍력 단지 개발에 2000억원, 스마트 야드 구축에 3000억원을 투입한다. 김 부회장은 이 같은 전폭적·전방위 방산 투자를 바탕으로 한화를 2030년까지 세계 10위권 방산기업이자 ‘글로벌 오션 솔루션 프로바이더’로 키운다는 목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