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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2022-08-18 11:09 (목) 기사제보 구독신청
유준환 LG전자 사무직 노조위원장 “수직적·폭력적 문화부터 없애야”
유준환 LG전자 사무직 노조위원장 “수직적·폭력적 문화부터 없애야”
  • 이하영 기자
  • 승인 2021.12.03 14: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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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명하지 못한 성과급만 문제 아냐…권익 되찾기가 궁극적 목표”

주로 ‘업계 관계자’ 이야기만 들었다. 회사 측 주장이나 전문가 멘트가 기사에 실렸다. 귀족노조 편견이 없었다면 거짓말이다. 노조와 연이 닿은 건 안전사고 취재를 하면서다. 회사의 주장을 정면 반박하는 말들이 쏟아졌다. 정신이 번쩍 들었다. 한쪽 말만 듣고 기사를 쓴 건 아닌가 반성했다. 면대면 연재를 시작한 이유다.

유준환 LG전자 사람중심 사무직노동조합위원장.<이종수>

[인사이트코리아=이하영 기자] 갑골문의 ‘人(사람 인)’자는 한 사람이 일하는 모습을 측면에서 바라본 모양을 형상화한 표의문자(表意文字)다. 그 人이 둘 겹쳐진 게 ‘LG전자 사람중심’의 로고다. 이름에는 사연이 더 깊다. LG그룹의 경영철학 중 하나가 사람을 아끼고 서로 화합한다는 ‘인화(人和)’다. 이를 두고 직원들은 “인화에서 사람이 직원은 아닌 것 같다”는 우스갯소리를 하곤 했다. 정말 사람 중심의 문화를 만들자는 의미에서 ‘사람중심’이 노동조합 명칭이 됐다. 11월 18일 오후 하루 일과를 마친 유준환 LG전자 사람중심 노동조합 위원장으로부터 사람에 대한 고민을 들어봤다.

LG전자에 언제 입사했나.

“2018년에 입사했다. 만으로 3년, 연차로는 4년차가 됐다. LG전자 TV본부 내 소프트웨어 개발자로 일하고 있다.”

노조를 언제 설립했고, 그 이유는 무엇인가.

“노동청에 설립 신고된 게 2월 25일이다. 9개월 정도 됐다. 솔직히 올해 초까지만 해도 노조를 만든다는 생각은 안 했다. 사측에 목소리를 내는 창구가 필요하겠다고 생각하면서도 그게 노조고 내가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한지는 얼마 안 됐다. 그동안 일하며 쌓인 것들이 폭발한 것 같다. 성과급 문제도 있고 근로시간 산정 방식 등 여러 가지 측면에서 문제의식을 느꼈다.”

회사의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노조 구성을 촉발시킨 것은 투명하지 못한 성과급 문제였지만 사내에 수직적이고 폭력적인 문화도 큰 문제다. 팀이나 부서마다 다르지만 폭언을 일상으로 듣거나 동료직원들이 있는 곳에서 뺨을 맞는 등 폭행을 당한 사례를 듣기도 했다. 올해 초 노조 자체 조사에 따르면 507명 응답자 중 139명(27.4%)이 폭언 피해를 직접 겪었고 196명(38.7%)이 직접 당하진 않았지만 목격했다. 폭행의 경우 494명 응답자 중 11명(2.2%)이 직접 겪고 40명(8.1%)이 목격한 것으로 나타났다.”

노조 설립 후 회사에서 불이익을 받은 건 없나.

“아직 (얼굴이 알려진) 저나 집행부 사람들에게는 없었다. 회사에서 일반조합원이 누구인지는 모른다. 노조명단을 회사에 주면 회비를 월급에서 정산해 주는 시스템이 있는데 우리는 그렇게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조합원에 불이익이 생길 것을 우려한 점이 없지 않다.”

현재 노조 규모는 어느 정도인가.

“3400여명쯤 된다. 설립 초기에는 좀 빠르게 늘다가 최근에는 꾸준히 늘고 있다.”

설립하자마자 ‘교섭단위 분리’를 신청한 이유는.

“LG전자 취업 규칙을 보면 사무직과 생산직이라고 하는 기능직으로 분리돼 있다. 연봉, 호봉, 임금 체계 등 모든게 다르다. 현재 교섭대표 노조는 기능직 직원분들만 가입돼 있다. 상황이 이러니 서로의 상황을 대변할 수 없어 분리해야 된다고 생각했다.”

지난 7월 중앙노동위원회에서 교섭분리 신청을 기각해 고민이 깊었을 것으로 예상된다.

“원래는 중노위에 불복할 수 있었다. 행정소송을 거쳐 법원에 가는 거다. 그러면 3심까지 진행되고 회사가 불복하면 수년간 매달릴 수밖에 없다. 또 노조 집행부 모두 퇴근 후나 주말에 일을 하는데 법원까지 쫓아다니다 보면 놓치는 일이 더 많을 거라 생각했다. 대신 내실을 좀 더 다지기로 했다.”

단체교섭권 없는 노조는 유명무실하다고 생각해도 되나.

“지금 제도상으로는 그렇다. 한 명이라도 더 많은 노조가 모든 교섭권을 가져가는 형태다. LG전자 현 교섭대표 노조의 노조원이 9400명 정도 된다고 알고 있다. 전체 사무직 근로자가 2만7000명으로 대표 노조의 조합원 수를 뛰어넘을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넘더라도 문제다. 우리가 기능직이 어떻게 근무하는지 알 수 없어 대변하기 힘들어서다. 제도 자체가 변화할 필요성도 있다고 본다.”

사무직 인원이 많은 만큼 단체교섭권을 획득할 가능성도 있다는 건가.

“단순히 교섭권을 가져간다고 하면 정확히 6000명 정도 남은 거다. 그러나 단순히 유지만 한다고 해서 언젠가 교섭대표 노조가 될 거란 생각은 하지 않는다. 무엇보다 우리 노조가 굳건하다는 신뢰를 형성해야 가입 인원이 늘어날 것이라 생각한다. 단체교섭권을 얻기 전까지 회사의 부당한 부분을 하나씩 밝혀 나가며 노조 나름대로 노력할 생각이다.”

단체교섭권을 얻는다면 사측과 가장 먼저 협의하고 싶은 부분은.

“단체협약을 맺고 싶다. 또 시급한 부분이 두루뭉술하게 정해져 있는 근로시간 산정방식을 명확히 하는 것이다. 이 중에서 포괄임금제와 재량근로제 두 가지가 근로자들에게 많은 고통을 주고 있다. 많은 근로자들이 ‘너무 고통스럽다’ ‘너무 힘들다’고 이야기 한다. 주말근무는 기본이고 새벽 퇴근, 철야를 당연시 한다. 그런데 출퇴근부 등의 기록이 회사에 있어 근로자 입장에서는 부당한 초과근무를 입증하기도 쉽지 않다. 초과근무를 많이 하는 부서가 다른 부서에 일을 더 하라고 눈치 주는 일도 생겼다고 들었다.”

유준환(왼쪽) LG전자 사람중심 사무직노조위원장이 인터뷰를 하고 있다.<이종수>

현재 노조가 진행하는 권익 되찾기 활동은 무엇인가.

“노사협의회는 회사가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하는 단체다. 이 부분이 제대로 운영되지 않고 있다고 노조에서 고용노동부에 진정을 넣었다. 현재 노조와 회사가 조사를 받았다. 이런 식으로 하나하나 회사의 잘못된 부분을 짚어가려고 한다.”

노조원들이 궁극적으로 바라는 바가 있다면.

“권익 향상, 아니 ‘권익 되찾기’가 궁극적인 목표다. LG전자 내에서 근로자들은 힘이 없다. 무기력함이 학습돼 있다. ‘노조가 필요한 이유’와 맞닿아 있다. 노조가 없으면 사실상 회사는 최소한의 기준만 지키면 된다. 근로기준법에 나와 있는 최소한만 하게 된다는 거다. LG전자는 이직률이 굉장히 높은 편이다. 이 상황에서 벗어나고자 이직으로 탈출하기보다 애사심을 갖고 일하고 싶다.”

양대 노총에 소속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인가.

“사실 설립 초기 상황과 연결된 문제다. 노조 설립을 일주일 만에 했다.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다 보니 사실상 양대 노총에 연락할 시간이 없었다. 2년 전에 노조 설립을 준비하다 회사의 압박과 회유로 와해됐다고 들어 서두른 측면이 있다. 노조 설립 과정에서 굳이 상위단체가 필요하다는 생각도 못했다. 현재도 필요성은 특별히 느끼지 못하고 있다.”

정치권과 연합할 생각이 있나.

“이해관계가 맞다면 가능하다. 예를 들어 근로조건 제도 개선안 등이 우리 노조 생각과 일치한다면 참여할 수 있다. 더불어민주당이나 국민의힘 등 당색이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

‘공정’을 정의한다면.

“‘노력에 대해 올바른 대우를 받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LG전자는 개인고과로 내년도 임금인상률이 결정된다. 개인고과에서 A를 받지 않는 이상 물가상승률에 못 미치는 수준이다. A를 받는 인원은 정해져 있다. 이 때문에 개인고과가 실질적인 상대평가로 이뤄지는 부분이 문제다. 각 개인이 속한 부서의 실적이 좋아도 누군가는 임금이 동결되고, 물가상승률을 따지면 실질적 마이너스가 될 수밖에 없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발생한다. 표면적인 공정보다 실제적인 공정이 지켜지기를 바란다.”

다른 사무직 노조와 연대할 생각은 있나.

“어떤 연대, 단체를 만든다는 것보다 우호적으로 지내려 한다. 그러다가 서로 공통된 목표가 있으면 연대를 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정보교류 같은 것은 가끔 하지만 현재 연대로 무언가를 하자는 말은 안 나왔다. 서로 돕는 역할을 해주면 좋겠다는 마음이다.”

노조를 운영하면서 어려웠던 점이 있다면.

“힘든 부분들이 없진 않다. 다행히 조합원들이 많이 지지해줘 그래도 잘 넘기고 있다. 여러 결정 등에 대해서도 신뢰를 받는다고 느낀다.”

노조 설립을 잘 했다고 생각한 이유는 무엇인가.

“내가 아니라 어느 누구라도 노조를 만들었을 것 같다. LG전자 내에서 그 역할을 한 것을 후회하지는 않는다. 회사가 그동안 근로자들을 너무 쉽게 봤다. 노조가 다시 볼 계기를 만들었다고 본다. 올해 전체적으로 임금인상도 노조 설립과 무관하지 않다는 반응이다. 보람 있었다. 아무리 교섭권이 없다고 해도 3000명, 4000명 인원이 쌓이면 회사가 무시할 수 없다. 직원도 당연히 회사의 자산이고 경쟁력인데 그 많은 사람들의 의견을 무시할 수는 없을 것이다.”

앞으로 노조를 어떻게 운영할 생각인가.

“제일 중요한 건 노조가 변질되지 않는 거라고 생각한다. 조합원들이 뜻을 모으면 언제든 잘못된 부분을 수정할 수 있도록 노조 내에 견제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고 있다. 최근 몇 개월 동안 자문 법인과 함께 규약을 자세히 검토 중이다. 위원장이 아니라 규정으로 돌아가는 신뢰할 수 있는 노조를 만드는 게 목표다.”

건강한 노사 문화를 만들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이라 생각하나.

“회사가 노력해야 된다고 본다. 설립한 후 9개월 동안 회사가 실질적인 협의에 미온적이라고 느꼈다. 노조의 요구를 들을 자리도 만들지 않으려 한다. 요구한다고 해도 ‘내부 검토를 하겠다’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 지금까지 노조실, 근로시간 면제 등 아무런 협조도 받지 못했다. 회사는 정말로 강제력이 없으면 아무것도 안 하려고 한다. ‘필요한 법적 절차는 밟겠다’는 말은 법적 강제력이 없으면 움직이지 않겠다는 말과 같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노동조합은 개개인으로서 너무나 약자인 노동자들이 회사와 동등한 위치에 서려고 만든 것이다. 이걸 너무 안 좋게 생각하는 이미지가 강하다. 당연한 권리라는 것을 알아줬으면 좋겠다. 회사의 자비에만 매달려 회사가 잘해주기를 기대하는 것보다 한 발 더 나가 애사심을 갖고 일할 수 있는 회사를 만들려는 움직임이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LG트윈타워.<뉴시스>

재량근로제(TDR)의 함정

최저임금도 못 받는다고요?

국내 굴지의 기업 중 하나인 LG전자에서 최저임금도 못 받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는 재량근로제(TDR) 때문이다. LG사람중심 사무직 노동조합에 따르면 사측의 과도한 TDR 요구로 관련 팀원은 초과노동에 시달리고 있다. 새벽근무와 철야는 기본이고 주말업무도 당연시 되는 분위기이기 때문이다.

사정이 이렇지만 재량근로제 특성상 추가 수당을 받기 힘들다. 이 때문에 10시 이후 교통비를 제외하면 최저임금도 못 받는 상태다. 심지어 다년간 TDR 업무를 진행한 한 직원은 과로로 쓰러져 휴직하게 됐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TDR의 개념은 업무 성질에 따라 근로자 재량에 위임할 필요가 있는 업무를 뜻한다. 이때 근로시간은 사용자가 근로자대표와 서면합의로 정한 시간이 된다. 문제는 이 시간 관리가 전적으로 사측 위주로 진행된다는데 있다.

출입기록이 핵심 자료인데 이를 사측에서 관리하기 때문에 과도한 초과노동을 입증할 방법이 없다. 이 뿐만 아니라 회사 외부에서 일을 시킨다던지, 실험실 등 회사 내부에서도 출입기록을 남기지 않아도 되는 곳을 골라 초과근무를 시키는 일이 자행되고 있다는 주장이다. 고용노동부에 근로감독관 조사를 요청하려고 해도 어느 정도 피해 사실을 증명할만한 객관적 자료를 제시해야한다. 그 모든 자료가 사측에 있으니 피해 근로자들은 벙어리 냉가슴만 앓고 있다.

사무직 노조에 따르면 TDR 근무 직원들은 “인원충원은 안하고 근로시간만 늘리려 한다” “최소한의 비용으로 최대한의 이익을 내려 직원의 노동력을 착취한다” “촉박하고 끝낼 수 없는 일정에 점점 해보자가 아니라 자포자기하게 된다” 등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인사이트코리아, INSIGHT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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