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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2022-06-27 19:31 (월) 기사제보 구독신청
심상철 대우건설 노조위원장 “평사원이 사장 꿈꾸는 기업문화로 되돌리고 싶다”
심상철 대우건설 노조위원장 “평사원이 사장 꿈꾸는 기업문화로 되돌리고 싶다”
  • 이하영 기자
  • 승인 2021.07.20 11: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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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적 좋아지지만 직원들 기뻐하지 않아…퇴사율 역대 최고 경신”
“KDBI의 보이지 않는 손, 경영 전반 뒤에서 컨트롤”
“건강한 노사문화 만들려면 정기적 소통 창구 필요”

주로 ‘업계 관계자’ 이야기만 들었다. 회사측 주장이나 전문가 멘트가 기사에 실렸다. 귀족노조 편견이 없었다면 거짓말이다. 노조와 연이 닿은 건 안전사고 취재를 하면서다. 회사의 주장을 정면 반박하는 말들이 쏟아졌다. 정신이 번쩍 들었다. 한쪽 말만 듣고 기사를 쓴 건 아닌가 반성했다. 면대면 연재를 시작한 이유다.

지난 2일 대우건설 본사 앞에서 열린 매각대응 비상대책위원회 출정식에서 삭발을 하는 심상철 전국건설기업노동조합 대우건설지부 노조위원장.<대우건설 노조>

[인사이트코리아=이하영 기자] 벌써 3번째 매각 대상에 오른 기업이 있다. 대우건설이다. 대우그룹 해체로 인해 매물로 등장한 대우건설은 2006년 금호아시아나에 매각됐다. 매각 금액은 6조4225억원이었다. 금호아시아나 사정이 어려워지면서 또 다시 시장에 나왔다. 2011년 공적자금 3조3000억원을 들인 KDB산업은행 소속이 됐다. 2017년 말 산업은행이 재매각을 선언한 후 2018년 초 우선협상자로 선정된 호반건설은 해외부채를 이유로 1주일만에 인수를 포기했다.

2021년 대우건설은 산업은행 자회사 KDB인베스트먼트 관리 하에 한번 더 주인 찾기에 나섰다. 이번 매각은 처음부터 산 넘어 산이었다. 25일 만에 시작된 본입찰과 중흥그룹 컨소시엄에 2000억원을 깎아준 재입찰 논란으로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19일 노조는 매각 저지를 위한 총파업을 결의했다. 조합원 85.3%가 참여해 95.9%의 찬성률로 가결 됐다. <인사이트코리아>는 지난 7일 대우건설매각대응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심상철 전국건설기업노동조합 대우건설지부 노조위원장을 만나 대우건설 매각과 노사관계에 관한 입장을 들었다.

대우건설에는 언제 입사했나?

“2005년에 현장 채용직 안전관리자로 입사했다. 현장 채용직은 건설회사에서 가장 낮은 위치에 있는 고용형태로 현재는 안전관리자들이 그 윗 단계인 전문직부터 시작하는 것으로 개선됐다. 그 당시는 많은 안전관리자들이 현장 채용직으로 입사하던 시절이었다. 입사 후 시험 등 전환과정을 거쳐 전문직이 됐다. 첫 번째 사수가 노동조합의 간부였다. 당시 대우건설이 금호그룹으로 넘어가던 시기였다. 사수가 다수의 현안 사항 논의로 본사에 자주 가는 모습을 보며 회사의 어려움을 알고 노동조합에 들어가고자 했다. 노조에는 정규직과 본사 계약직까지만 가입을 할 수 있어 들어가지 못했던 설움이 있다. 나중에 본사 계약직으로 전환 됐을 때 조합에 처음 가입하게 됐다. 그 과정에서 인사 시스템이 공정하지 않다고 많이 느꼈다. 현장에서만 16년 정도 일했는데 각각의 고용 형태에서 상위의 고용 형태로 전환될 때마다 경력 누락 등 불이익이 비일비재했다. 정규직이 된 이후에도 인사상 불이익이 있었다. 정규직 전환 후 대우건설 전체 현장에서 안전 부분 1등을 2년 연속했는데 계약직에서 정규직으로 전환됐다는 이유로 진급에서 누락되기도 했다.”

왜 노조 활동을 시작하게 됐나?

“노조로 일한지는 3년여 됐다. 차별을 겪으면서 이런 부당함을 ‘누군가 바꿔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런 사람이 없다는 것을 깨닫고는 ‘내가 해보자’라는 생각으로 바뀌게 됐다. 노조 가입 후 얼마 있다 대의원으로 간부활동을 시작했고, 그 후 상무집행위원이 되면서 갖가지 의견들을 냈다. 이후 전임으로 올 수 있는 기회가 생겼고 2019년에 정책기획실장으로 활동을 시작했다. 지금까지 노조 집행부 중 계약직에서 전환된 분이 없어 정규직 이외 직원들의 애환에 공감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었다고 본다. 회사의 인사 정책이 임직원들한테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이 부분도 아우르려고 노력 중이다. 위원장 출마를 결심했을 때 러닝메이트인 김경환 수석부위원장과 이런 이야기를 많이 했다. 대우건설 조직 구조가 본사로 편중되고 실제 매출을 일으키는 현장 직원들이 제대로 된 대우를 받지 못하는 현상이 심해지고 있다. 현장 직원 이탈이 점점 늘어나고 본사에 한 번 들어오면 현장으로 다시 안 나가려고 하는 문화가 확산되고 있으며, 그 이면에는 현장의 근무여건 대비 적정한 수준의 보상이 이뤄지지 않는 것과 현장대비 본사가 진급이 잘 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여진다. 그래서 현장 조합원들의 처우개선을 중점과제로 삼고 노력 중이다.”

최근 대우건설이 2분기 연속 어닝서프라이즈를 나타내며 실적 향상을 보이고 있는데도 이직 움직임이 활발하다고 알고 있다. 매각 추진과 관계가 있다고 보나?

“전 임직원들이 본인들을 갈아 넣어 만든 실적이다. 정말 인원이 부족한 상황에서 어떻게 해서든 회사를 살려보겠다는 사명감에 만든 실적이라고 본다. 실제 건설현장에서는 지금 인원이 부족해 주 52시간제를 지킬 수 있는 현장이 많지가 않다. 최근 주택 업황 자체가 좋은 점도 실적 향상과 연관이 있을 거라고 본다. 또 어닝서프라이즈는 영업이익이 개선됐다는 것이고 재무제표상에 수치가 좋아졌다고 볼 수도 있다. 자산을 팔아 그 돈으로 부채를 갚고 지금 당장 돈이 안 되는 사업들은 정리하고, 손해 볼만한 사업들은 아예 손을 떼버린다. 남는 인원들은 희망퇴직, 명예퇴직 아니면 근로조건 저하를 통해 자연 퇴사를 유도한다. 인원이 줄면 인건비가 줄어들고 당장 돈이 되는 사업에서는 인원충원 없이 기존 인원들을 갈아 넣는다. 결국 인당 생산성을 지속적으로 높여 매출이 많이 나오게 만드는 것이 현재 회사가 운영되는 방식이다. 그러다 보니 실적은 좋아지지만 직원들이 기뻐하지 않는다. 대우건설의 퇴사율은 역대 최고를 연일 경신하고 있다. 회사의 미래 전망이 있으면 떠나는 사람이 드물 거다. 더 이상 미래 비전이 안 보이기 때문에 떠나지 않겠나. 현재 동종사 대비 20% 가까이 임금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 그런데 직원을 안 뽑아줘 일은 점점 더 늘어난다. 산업은행과 KDB인베스트먼트에서 내려온 사람들이 각자 이익만 취하려고 하니 결국 사내 정치질 밖에 남은 게 없다. 직원들이 계속 퇴사를 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KDBI로 넘어온 이후 지금까지 기업 가치 제고라는 명분하에 정말 말도 안 되는 노예 생활이 계속돼 왔다.”

대우건설 매각 논란은 국회로도 번졌다. 지난 15일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KDB인베스트먼트의 대우건설 M&A가 졸속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이날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현재 KDB산업은행이 조사 중에 있고, 금융위원회도 한번 살펴보겠다”고 밝혔다. 참여연대 또한 지난 12일 매각과 관련해 중흥건설측이 특혜를 받은 건 아닌지 들여다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3년 만에 시작하는 대우건설 매각이 첫발부터 흔들리자 불안감에 직원들의 이직 움직임도 본격화 하고 있다. 

지난 2일 대우건설 노조는 매각대응 비상대책위원회 출정식을 진행했다. <대우건설 노조>

대우건설 매각에서 가장 안타까운 점은 무엇인가?

“산업은행 아래 있는 10년 동안 대우건설만의 장점인 기업 문화가 사라진 게 가장 안타깝다. 2013년경 제가 있던 현장에 신입사원 OJT교육이 있었다. 새로 들어온 친구는 메이저 건설사 5개를 다 붙고 심지어 영어 교사 임용고시까지 통과한 인재였다. 그 중에 대우건설을 선택해 들어온 거였다. 대우건설을 선택한 이유를 물으니 그 친구가 ‘현대, 삼성보다 대우건설이 기회의 땅이라고 느꼈다. 나만 열심히 하면 대우건설은 사원에서 시작해 대표이사까지 갈 수 있는 곳이라고 생각한다’고 대답했다. 이게 불과 8년여 전의 일이다. 당시만 해도 취업 준비생들에게 대우건설의 기업 문화가 가장 좋아 보일 정도였다. 그런데 산업은행과 KDBI를 거치며 대우건설이 망가져 버렸다. 지금 대우건설의 임직원들은 과거와 같은 그런 애사심을 느끼기 힘들어졌다. 이런 상황에서 KDBI가 대우건설 임직원과 자산을 마른걸레 쥐어짜듯 실적을 만들어 놓고 자신들의 공적으로 포장하는데 정말 반성해야 된다고 본다. 하루라도 빨리 좋은 주인을 만나야 된다는 점은 우리도 인정한다. 다만 방법이 잘못됐다.”

이대현 KDBI 대표는 지난 5일 온라인 기자회견에서 대우건설 매각 추진 전 노조와도 수차례 만나 의견 청취를 했다고 밝혔다. 반면 노조는 KDBI가 노조와의 만남을 전면 거절했다고 말했다. 이러한 양측 의견차가 나온 이유는 무엇 때문이라고 생각하나? 매각 관련 양측 논의는 전혀 없었나?

“2월 1일 노조위원장 임기를 공식적으로 시작하고 나서 딱 한 번 만났다. 올해 대표이사 재선임 문제부터 시작해 매각 등 굵직한 현안이 많았다. 협조를 구하고자 3월 초 공문을 보내서 만나자고 했고 식사 미팅이 그달 26일 진행됐다. 만남의 성격부터 노조와 KDBI측에 온도차가 있었다. 우리 느낌에는 본인들이 모 기업인 산업은행에 ‘내가 이렇게 노조를 관리하고 있다’는 명분을 만들기 위한 자리에 불과했다. 전임 위원장 시절에도 밥 한끼 먹는 동안 현안에 대해 얘기는 안 하고 약간 훈계하듯 ‘노조가 많이 도와줘야 회사가 잘 된다’는 허울 좋은 말들만 내뱉고 헤어지는 관계였다. 식사자리에서 앞으로 분기에 한번씩 식사자리가 아니라 공식적인 자리에서 정기적으로 만나자고 제안했더니, 일단 본인들이 대주주 입장에서 노동조합과 소통하는 것 자체를 거부했다. 예상했던 부분이라 식사자리에서 사전질의서를 주고 답변을 요청했다. 경영 간섭에 관련한 질문을 담았는데 모든 내용을 부정하며 ‘대우건설은 독자적인 자율경영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회사 경영진은 무슨 일이 있을 때마다 ‘대주주가 이렇게 하라고 했다’고 말하는 형국이고, 실제 KDBI는 보이지 않는 손이 돼 경영 전반에 걸친 모든 것들을 뒤에서 컨트롤 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노조는 식사 중에 지난해 매각한 회사 자산에 대해 이 대표가 ‘상세히 알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누가 어떤 식으로, 어떻게 일을 진행했는지 그 시기와 방법이 너무 상세해 놀랄 수밖에 없었다는 주장이다. 매각 사항을 협의하기 위해 KDBI와 산업은행에 공문을 발송했으나 모두 ‘대우건설의 이익을 위하겠다’는 형식상 답변밖에 받지 못했다. 노조에 전해진 문서는 공식문서가 아닌 레터형식이었다. 노조측은 이러한 사실들로 미뤄볼때 KDBI측이 노조와 협상테이블을 만들 의지 자체가 없었다고 판단했다.

5월 대우건설 노조는 KDBI와 산업은행에 대우건설 매각관련 확인을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으나 ‘구체적인 사항이 확정된 것은 없다’는 답변만 받았다. <대우건설 노조>

노조는 산업은행측이 ‘컨설팅’ 명목으로 대우그룹 자산도 미래 가치를 생각지 않고 팔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전에 금호그룹에 인수되기 전에도 주요 자산을 뺏겼다고 주장했는데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

“대우건설은 2006년 금호그룹에 인수된 후 회사 상징물로 여겨졌던 서울역 앞 대우센터빌딩(현 서울스퀘어)을 이듬해 7월 외국계 투자회사인 모건스탠리에 9600억원에 강제 매각 당했다. 지난해 400억원대에 매각당한 서울 당산동 대우로얄프라임도 20여년 간 임직원 생활관으로 사용된 대우건설의 상징물 중 하나였다. 생활관 덕분에 지방 거주 직원들이라 하더라도 본사 발령에 부담 없이 응할 수 있었다. 서울권에 있는 현장 직원들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이걸 노조와 협의 없이 ‘자산 매각은 회사의 권한’이라면서 팔아치웠다. 생활관이 2‧5호선이 동시에 지나는 더블역세권 영등포구청역 3분 거리에 있는데도 디벨로퍼라면서 개발하지 않고 부동산회사에 매각했다. 우리가 개발해도 매각가보다 훨씬 가치가 높아질 위치인데 헐값에 넘긴 셈이다. 생활관에 대한 후속 대책도 없었다. 코로나19로 영종도 내 오피스텔에 공실률이 높아지자 그 곳을 생활관 삼았다. 서울 본사에 근무하는 직원들을 위한 생활관 개념이 아닌 거다. 수원의 인재원도 2017년 기술연구소 자체를 본사로 다 이전시켜버렸다. 매각을 목적으로 진행했을 것으로 추정되나 현재는 개발하는 방향으로 선회했다. 대우건설의 상징은 계속 사라지고 있다. 2018년 1월 호반건설이 대우건설 우선협상대상자를 포기한 이후 춘천 파가니카CC, 인천 송도 쉐라톤 호텔, 사이판 라오라오베이 골프리조트 등 회사 자산매각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춘천 파가니카CC는 2019년 서둘러 매각하지만 않았어도 지난해 코로나19로 상승한 골프장 인기를 누릴 수 있었을 거다.”

1977년 6월 완공된 대우센터빌딩은 대우그룹의 상징으로 일컬어졌다. 서울역 앞에 자리한 23층 높이 건물은 대우그룹의 상징이자 1970~1980년대 가파르게 성장하던 한국경제의 상징물이기도 하다. 모건스탠리는 리모델링 공사 후 ‘서울스퀘어’로 이름을 바꿨다. 현재는 모건스탠리와 알파인베스트먼트파트너스를 거쳐 NH투자증권 소유다.

대우그룹의 상징으로 일컬어지는 서울역 앞 대우센터빌딩(현 서울스퀘어)은 2006년 금호아시아나의 대우건설 인수 이후 모건스탠리에 팔렸다. <뉴시스>

산업은행측 인사가 낙하산으로 들어와 회사 인사에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들었는데, 구체적인 지시 내용은 무엇이며 회사에 어떤 영향을 미쳤나?

“민감한 내용이다. 대우건설 사장은 2005년 이후 그냥 산업은행이 다 임명했다고 보면 된다. KDBI가 대주주 협의를 해야 하는 모든 사항에 대해 월권을 행사하고 심지어 임직원 승진 관련 부분까지 관여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사인만 본인이 안 할 뿐 실제로 모든 페이퍼를 다 보고 받는 걸로 안다. 사장단은 ‘실적이 이렇게 좋은데 왜 직원들이 이렇게 불만이냐’고 얘기하는 것으로 안다. 그분들 표현을 빌리자면 ‘회사가 실적도 좋고 앞으로도 좋아질 것이다. 최근에 주가도 많이 올랐는데 직원들은 왜 이렇게 사기가 저하돼 있는지 모르겠다’이다. 그분들이야 우리사주 주식을 많이 사며 신나실 수 있다. 그런데 임직원, 조합원 입장에서는 동종사와 임금격차가 이렇게까지 벌어지고 있는데 회사는 그걸 만회하기 위한 노력을 하지 않으며, 경영진은 대주주의 눈치만 보고 있는 상황에서 과연 임직원들이 회사의 어떤 희망을 보고 웃을 수 있겠는가.”

매각이 급하게 추진됐다는 노조 입장과 달리 KDBI는 건설업 호황시기에 원매자가 관심을 보이는 ‘적기’임을 강조하고 있다.

“전국적으로 노후주택이 많아 향후 10년 정도는 국내 주택사업이 호황일 것으로 예상된다. 많은 기업들이 대우건설의 미래가치를 통해 매수의사를 보이고 있기 때문에 이렇게 급하게 졸속으로 매각을 진행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고 본다. 하루라도 빨리 KDBI를 떠나야 한다는 것에는 적극 동의하지만, 시간이 걸리더라도 제대로 된 절차를 통해 원칙을 지키며 공정하고 합법적인 매각이 진행돼야 한다. 대우건설은 2006년부터 3년 연속 시공능력평가 1위를 했던 기업이다. 충분히 가치를 높여 지금보다 매각가를 높일 수도 있다. 2005년부터 2015년 주택 경기가 살아나기 직전까지 토목이 대우건설을 먹여 살렸다. 4대강 사업하면서 토목에서 엄청난 수익이 창출됐다. 이게 종합건설업체다. 지금 어떤 특정 분야에 업황이 좋지 않다고 하더라도 적정 인원을 유지해 영역을 계속 구축해야 되는 거다. 수주산업이지만 수주한 실적이 바로 나타나는 것도 아니다. 제조업과 달라서 지금 수주한 게 10년 뒤 실적으로 나올 수도 있는 거다. 이런 건설산업의 생리를 무시하고 재무적인 논리로만 접근하면 안 되는데 지금 KDBI가 대우건설을 그렇게 다루고 있다. 매출이 얼마니까 매출 대비 인원을 몇명만 갖고 가라던지. 지금 주택 건축 현장은 급증하고 있지만 당장 매출은 나오지 않는다. 현장을 개설하고 매출을 일으킬 만한 세팅을 하는 단계가 필요하다. KDBI는 ‘주택건축은 아무리 늘어나도 인원을 늘리지 마, 전체 인원 안에서 어떻게든 해결해’ 이런 기조다. 산업을 모르고 무조건 재무적으로만 접근해 대우건설을 서서히 침몰시키고 있다.”

본입찰에 앞서 노조는 KDBI를 자회사로 둔 산업은행이 DS네트웍스 컨소시엄에 자금지원을 했다며 ‘짬짜미’ 의혹을 제기했다. 하지만 우선협상대상자로 중흥그룹이 낙점됐다.

“노조가 수차례 밝혔듯 산업은행과 KDBI쪽은 DS네트웍스 컨소시엄을 지원했다고 알고 있다. DS네트웍스 컨소시엄과 산업은행이 인수자금 조달 자문사로 계약을 맺은 것도 확인했다. 중흥그룹쪽이 들어온 것은 밝히기 힘들지만 다른 쪽의 힘이 가해진 것으로 들었다. 매각가를 깎아준다는 게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가는 일이다.”

노조는 KDBI측이 매각 인센티브를 받기 위해 매각을 서두른다고 주장한 것으로 안다. 이에 따른다 해도 올해 안에만 대우건설을 매각하면 되는 것 아닌가. 특별히 KDBI측이 매각을 서두르는 이유가 있을까?

“이 대표의 KDBI 임기가 내년 초까지인 것으로 알고 있다. 이번 대우건설 매각을 통해 이 대표가 자격을 이어갈 것이냐, 다른 자리를 보장받을 것이냐가 결정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매각 인센티브는 매각을 성사시켜야만 나오는 성공보수다. 이 대표 입장에서는 연내 매각을 성사시키지 못하면 인센티브건 향후 직장이건 모두 날아가는 셈이다.”

노조는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중흥그룹에 대해 매각원칙을 무시해 신뢰할 수 없다며 실사저지 및 총파업 등을 예고했다. 멈출 의향은 없나?

“이번에 임금 인상, 임금 협상이 결렬되고 중앙노동위원회 조정 신청까지 다녀왔다. 상황이 이런데도 KDBI는 노조와 직접 대화는 거부한 채 주변인들을 통해 여러 종류의 압박을 가하고 있다. 지난 2일 기자회견을 취소하라고 압박을 해왔고 ‘취소하지 않으면 올해 임금 인상에 절대 협조하지 않겠다’는 식의 발언을 들었다. 현재 조정위원회의 조정 절차까지 결렬되고 쟁의권을 확보해 놓은 상태다. KDBI가 지금이라도 임금협상과 매각을 분리해 2차례의 어닝서프라이즈를 만들어낸 대우건설 임직원들에게 제대로 된 보상을 실시하고, 공정한 매각으로 선회해 노조와 협상 테이블을 만든다면 언제든 파업은 재고될 수 있다. 처음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가 대우건설을 매각할 때 2004년 11월에 매각 주관사를 선정했다. 1년 뒤인 2005년 11월 입찰 참가 안내서를 보낸다. 계속 이렇게 순차적으로 절차에 맞게 진행했다. 물론 매각 절차를 충분한 기간을 두고 진행 하면서 노조와도 소통하고 캠코와도 협상을 진행했다. 지금의 KDBI는 이런 과정이 아예 없다. 대우건설을 매각하는데 직원들과 소통을 안 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

노조는 KDBI측에 ‘지속가능성과 발전가능성을 갖춘 원매자’를 찾아달라고 꾸준히 말했는데, 어떤 원매자를 말하는 건가?

“대우건설의 가치를 훼손하지 않고 시너지를 일으킬 만한 자산이 있어야 한다는 게 아니다. 과거 대우건설을 인수했던 회사이나 지금 KDBI처럼 대우건설을 인수해 몇 년 동안 분리 매각해 본인들의 수익 창출 도구로 삼은 뒤 다시 버리는 연결고리는 이제 끊어야 된다고 생각한다. 건설업을 지속할 만한 원매자를 만나고 싶다. 대우건설은 얼마든지 저력이 있는 회사다. 스스로 자율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서포트만 해주면 얼마든지 건설산업에서 훨씬 더 높은 성취를 낼 수 있는 회사라고 생각한다. 대우건설이 잘 될 수 있도록 도와만 준다면 인수자까지 시너지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대우건설 인수를 희망했던 국내 그룹사들도 몇 있었던 걸로 들었다. 그러나 25일 만에 구속력 있는 제안서를 입찰 의향서를 제출하기 어렵고, 내정자가 있는 것 아니냐는 판단 하에 입찰에서 빠진 것으로 안다. 2조원이 넘는 돈을 쓸 정도로 대우건설에 적정가치가 있는지 없는지 그 회사도 충분히 검토를 해 봐야할 것 아니냐. 지난 5일 이 대표가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중흥그룹과 DS네트웍스 컨소시엄 측이 사전에 충분한 정보를 갖고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실사 기간이 2~3주면 충분할 것으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반대로 말하면 입찰을 시작하기 이전부터 양측에 대우건설을 팔겠다고 밝히고 대우건설의 적정 가치 산정을 끝내놓고 프라이빗 딜을 해달라고 제안 받은 것으로 볼 수 있다. 이게 밀식 매각인 거다. 그러니 다른 기업들은 대우건설에 입찰을 넣고 싶어도 들어올 수 없는 구조였다고 생각한다. 그들이 굳이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경기를 할 필요는 없는 것 아니겠나.”

적당한 원매자를 찾지 못한다면 5400여명 사원이 힘을 합해 우리사주로 대우건설을 지속하는 방법도 있지 않을까?

“우리사주로 인수하는 방법 또한 검토는 하고 있다. 참고로 대우건설 노조가 아부다비 투자청을 원했던 적은 없다. 잘 모르는 직원들이 온라인에서 어떤 글을 썼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부다비 투자청은 기본적으로 기업에 투자하는 회사가 아니다. 넘쳐나는 자본으로 다른 국가의 토지를 주로 매입하는 회사다. 그래서 아부다비 투자청이 마음만 먹는다면 입찰에 참여하지도 않고 금액을 제시하고 매각을 역제안 했을 것이다. 대우건설을 매각할 때마다 거론되는 것부터가 짜고 치는 교섭이 아니라고 말하기 위한 연막작전에 지나지 않는다고 본다.”

노조를 운영하면서 어려웠던 점은 무엇인가?

“노동조합 집행부로 있다 보면 당장 조합원들이 원하는 것과 장기적으로 노동조합과 회사에 득이 될 수 있는 방향성이 다를 때가 있다. 그런 부분에서 이제 어떤 선택을 해야 될 때가 있는데 참 많은 고민을 하게 된다. 조합원들 입장에서는 개인이 처한 상황이 가장 힘들다. 플랜트 사업본부는 플랜트 사업본부 대로 업황이 너무 안 좋아 지금 위치가 너무 불안하다. 주택건축사업본부는 그 나름 실적은 좋지만 급증하고 있는 현장 수에 비해 인원이 부족해 일이 너무 힘들다. 각자 처한 상황이 다 힘든데 결국 집행부는 무엇이 가장 노동조합과 대우건설의 발전을 위해 올바른 길인가 결정을 해야 된다. 그때가 가장 어렵다.”

노조를 시작하길 잘 했다고 생각하나?

“저희 집행부는 ‘어용노조’라는 말을 듣지 않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노동조합이 노동조합답게 일하는 게 저희 목표다. 조합원 개개인의 입장에서 할 수 없는 말, 회사에 전달하기 힘든 것들을 노동조합을 통해 말할 수 있게 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노동조합이 필요한 거고 그게 저희의 출발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들만의 뜻을 이루기 위해 한 6개월가량 열심히 달려왔는데 조합원들이 그런 부분을 좋게 봐주셨는지 ‘이번 집행부는 전과 많이 다르다’는 얘기를 해주신다. 그러면서 조합원 수도 급증해 6월 6일 대우건설 노동조합 창립 이래 최초로 과반 노조를 달성했다. 이런 점에서 저희 집행부는 스스로 부끄럽지 않게 떳떳하게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노조를 어떻게 운영할 생각인가?

“노조 출범 당시 슬로건이 ‘소신 있게 실천하는 노동조합. 조합원을 대변하는 사이다 같은 집행부’다. 2000명 조합원을 대표하는 대변자 역할을 하라고 뽑아주신 위원장이니까 누구를 만나더라도 우리 대우건설 노동조합이 부끄럽지 않은 대변자 역할을 하고 싶다. 현재 노조 가입률은 50%를 조금 넘기는 수준이다. 향후 60%, 70%, 80%가 될 때까지 직원들이 노동조합을 신뢰하고 스스로 찾아올 수 있는 노동조합이 될 수 있도록 만들고 싶다. 또 힘이 되는 노동조합이 되고자 한다. 회사에서 뭔가 불합리한 일을 당했을 때 노동조합에 얘기하면 해소될 수 있다는 믿음을 주고 싶다.”

건강한 노사문화를 만들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이라 생각하나?

“좋은 회사를 만들기 위해서는 정기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창구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또 서로 듣는 귀와 받아들이는 마음을 갖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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