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분석] 이재용 삼성 부회장 운명 가를 ‘1 대 0.35 합병비율’③
[심층분석] 이재용 삼성 부회장 운명 가를 ‘1 대 0.35 합병비율’③
  • 한민철 기자
  • 승인 2021.04.15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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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그룹 불법합병 혐의 재판, 검찰-삼성 측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 시너지’ 놓고 격돌
검찰 “합병 정당성 갖추려 허위 시너지 내세워…2020년 예상 매출액 60조원 합병 효과로 가장”
삼성 “제일모직·삼성물산 두 회사 모두 시너지 발생…낙관적 전망했다고 법 위반이라 할 수 있나”
지난 2017년 1월 12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서울 강남구 선릉역 인근에 위치한 특별검사팀 사무실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 뉴시스
지난 2017년 1월 12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서울 강남구 선릉역 인근에 위치한 특별검사팀 사무실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 <뉴시스>

[인사이트코리아=한민철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에 대한 삼성그룹 불법합병 혐의 재판에서 검찰과 삼성 측이 맞부딪히는 주요 지점 중 하나가 ‘합병 시너지’ 부분이다.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 추진 당시 삼성 측은 두 회사의 합병으로 다양한 시너지가 창출될 것이라고 밝혔다.

2014년 말부터 2015년 초까지 삼성물산은 세계적 유가하락에 따른 해외 건설 수주 타격 등으로 실적과 주가 하락을 피할 수 없었다.

특히 합병을 앞둔 2015년 3월 말 기준 삼성물산의 시가총액은 9조4280억원에 불과했는데, 2016년 1월 말 통합 삼성물산은 2015년 연간 실적을 발표하면서 합병 전 삼성물산의 잠재손실이 2조6000억원 규모에 달한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당시 유가하락에 따른 유전 자산의 가치 감소로 5600억원의 손실을 입었고, 건설과 상사 부문에서 각각 1조6000억원, 1조원 규모의 손실이 난 것으로 집계됐다. 

만약 삼성물산이 제일모직과 합병하지 않은 채 사업 활로를 찾지 못하고 주가 하락이 지속됐다면 실제 손실 규모가 더 커졌을 가능성이 높다고 할 수 있다. 9조원대 시총의 약 3분의 1에 해당하는 2조6000억원 이상의 손실은 회사가 장기적으로 침체에 빠질 위험이 있다는 것을 예상하게 한다.

반면 당시 제일모직의 경우 상장 전 6~8조원 규모로 추산되던 시가총액이 상장 후인 2014년 말 경에는 21조원으로 급등했다. 국내 1위 사업이었던 패션과 리조트 부문의 장래성이 확고했다. 또 건설 부문에서 에너지 절감 및 기술력을 활용한 플랜트와 신재생 에너지 사업 등이 각광을 받으면서 향후 합병 추진 과정에서 연료전지를 통한 발전사업을 2020년까지 1조3000억원 규모로 키운다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무엇보다 제일모직은 삼성그룹에서 추진하던 미래 산업 주력인 바이오 사업에 있어 핵심을 맡았던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지분 45.8%를 보유하며 사실상 지배하고 있었다. 

당시 국내외 건설 프로젝트에서 대규모 손실이 예상되거나, 이를 이미 어느 정도 체감하고 있던 삼성물산 입장에서는 같은 건설 부문을 공유하던 제일모직과 접점을 갖는 게 위기에 대한 돌파구가 될 가능성이 충분히 있었다. 또 합병이 이뤄진다면 제일모직의 패션과 바이오 사업을 이용한 포트폴리오 다각화도 예상해 볼 수 있었다. 

물론 제일모직 입장에서도 삼성물산과의 합병을 통해 상사 부문이 보유한 해외 인프라로 패션사업의 해외진출과 무역 기회 확대 등의 시너지가 기대됐다. 삼성 측은 이런 합병 시너지들을 2015년 5월 26일 합병 이사회 결의 당시 합병의 동기와 목적, 향후 지분율 변동 등의 내용과 함께 상세히 밝히기도 했다. 

검찰 “2020년 목표 매출 전부 허위…졸속 합병 위한 시너지 산출”

하지만 검찰 측은 이런 합병 시너지들이 모두 허위였다고 보고 있다. 당시 제일모직의 기업가치가 상승한 반면 삼성물산의 기업가치 및 주가가 하락하면서 이재용 부회장에게 유리한 합병비율을 조성할 수 있는 조건이 형성됐다는 것이다. 이에 이 부회장 등이 두 회사의 합병 추진을 주도했고, 이런 합병의 정당성을 갖추기 위해 여러 허위 시너지를 내세웠다고 보고 있다. 

검찰 측은 이 사건 공소장에서 “(이재용 부회장을 포함한) 피고인들은 합병 시너지 효과 등에 대한 실질적 검토 없이 합병을 추진했다”며 “2015년 5월경 아무런 검증도 없이 두 회사의 기존 중장기사업계획상 2020년도 사업부문별 목표 매출액을 단순 합산하는 방식으로 합병 법인의 2020년도 예상 매출액을 60조원으로, 예상 세전이익을 4조원으로 만들어 내고, 이를 합병에 따른 효과인 것처럼 가장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실제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 이사회 결의 후 삼성물산은 합병 설명자료 등에 합병 후 통합 삼성물산의 건설 부문이 2020년까지 매출 23조6000억원, 연평균 6.5%의 성장을 보일 것이며, 기존에 2조원대의 매출이었던 패션 부문을 10조원까지 늘릴 수 있다고 전망했다. 

또 2020년 전체 매출 60조원, 세전 이익 4조원을 목표로 잡고, 건설과 상사(19조6000억원), 패션, 레저·식음료(4조2000억원), 바이오(1조8000억원) 등 5개 부문에 걸쳐서 전년도 총 33조6000억원의 매출 규모를 2배 수준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검찰 측은 합병 시너지를 통해 산출한 예상 매출액의 객관적 근거가 부족했고, 오로지 당시 이 부회장과 삼성 미래전략실이 합병을 원활히 성사시키기 위해 수치도 허위로 발표했다고 보고 있다.

“낙관적 매출 전망 빗나갔다고 형사처벌 유죄 증거 될 수 있나”

검찰 공소장에 등장한 두 회사의 합병 이사회 결의 후 삼성 측이 발표한 2020년도 목표 매출액에 대해서는 당시에도 논란이 있었다. 

일부 업계와 주주들 사이에서 대내외적으로 건설업계 침체와 국제 유가 하락 등 사업 상황이 좋지 않았고, 합병 전 삼성물산 주가가 지나치게 하락세였던 만큼, 지나치게 장밋빛 시너지만 내세우며 목표 매출액을 다소 높게 전망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었다. 실제 삼성물산의 지난해 연결기준 연간 매출액은 합병 당시 밝혔던 60조원에 절반가량인 30조2160억원이었다. 

그런데 생각해 봐야 할 게 이런 예상과 전망을 과연 검찰 측 주장대로 허위이자 형사사건에서 유죄로 판단하기 위한 범죄의 근거로 삼을 수 있는지 여부다. 이는 현재 진행 중인 재판에서 삼성 측 변호인들이 주장하는 주요 근거다. 당시 삼성물산과 같은 국내 기업 상당수가 합병에 대한 중장기 목표를 낙관적으로 전망해왔다.

2014년 10월 최종 합병한 다음-카카오의 경우, 같은 해 5월 26일 합병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이석우 카카오 대표가 “장기적 목표는 연간 매출 10조원을 달성하는 것”이라고 밝혔지만, 이후 이 회사의 연매출이 10조원을 넘긴 적은 한 번도 없다. 지난해 연매출도 4조1567억원에 그쳤다. 

또 2013년 4월 1일 합병한 CJ대한통운과 CJ GLS 간 합병 과정에서 당시 합병회사의 대표이사였던 이채욱 CJ대한통운 부회장은 “2020년에 매출 25조원, 해외 매출 비중 50% 이상을 달성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CJ대한통운의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은 25조원의 절반이 안 되는 10조7811억원이었다. 

지난 2015년 7월 최종 합병한 현대제철과 하이스코도 통합 출범에 따른 비전 선포식에서 2020년 매출 26조원 규모의 종합소재 기업으로 성장한다는 중장기 계획을 발표했지만, 현대하이스코의 지난해 매출은 18조234억원이었다. 

이들 회사가 합병 당시 목표로 밝혔던 2020년 매출을 달성하지 못했다고 해서 이를 허위라고 폄훼하거나 합병을 위한 거짓 시너지로 볼 수 있을까. 중장기 목표는 말 그대로 미래에 대한 비전과 포부일 뿐이다. 단순한 예측 정보로 불확실성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에 중대한 차이가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삼성 측은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 당시 2020년도 매출 목표를 밝힐 때 주주 설명자료에 이런 불확실성이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당시 이사회 심의안건 자료와 이사회 의사록에도 합병 후 삼성물산의 바이오산업 가치와 합병 시너지 효과에 대해 검토한 증거가 남아있고, 그 수치가 허위라거나 터무니없는 예상 수치에 근거했다는 이의제기도 나오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합병을 하는 데 낙관적 전망을 가지고 시너지와 매출 목표를 산출했을 뿐 허위로 회사 가치를 부풀리기 위한 의도가 없었다는 것이다. 

합병에 따른 각 사업의 성장성과 수익성, 미래가치 등은 재량이 허용되는 경영판단의 영역인데, 사후에 기대하는 만큼의 수익을 올리지 못했다고 할지라도 이를 기업에서 선관주의의무 및 충실의무 등 법적 위반이 있었다고 볼 수 없다는 설명이다. 

지난달 11일 이 사건 재판에서 삼성 측 변호인단은 “삼성물산이 2020년에 매출 60조원을 달성하지 못했다고 해서 5년 전 미래 전망이나 포부가 거짓이라고 할 수 없다”며 “이런 것마저 다 범죄사실에 포함한다면 사실상 대한민국에서 합병한 기업들 대부분이 범죄를 저질렀다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주장했다.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 시너지’ 현실화하지 않았다?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 당시 밝힌 시너지는 지금 어느 정도 현실화됐다. 이사회의 합병 결의 직후 두 회사 주가가 모두 상한가로 합산 시총이 약 4조6000억원이나 증가했다. 또 2015년 9월 한국신용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삼성물산의 신용등급이 합병 후 기존 AA⁻에서 AA⁺로 2계단이나 상승했다. 

법인의 신용등급이 상승하면 회사채 금리는 인하하는데, 그럴 경우 조달 금리도 떨어지게 된다. 이는 대규모 자금 조달이 필요한 건설 사업을 영위하는 삼성물산에게 있어 은행으로부터의 단기 차입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다고 할 수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경우 지난해 연간 기준 매출액 1조1648억원을 기록해 창사 9년 만에 매출 1조원을 넘겼다. 지난 2019년 회계부정 사건으로 주가가 휘청거렸어도 장기적으로 상승해 올해 4월 15일 기준 시가총액이 52조원이 넘어 현대자동차 시가총액보다 2조원 이상 많다.    

지난 2017년 10월 19일 구 삼성물산 주주들이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 무효를 요구하며 삼성물산을 상대로 제기한 민사소송 당시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 16부는 이런 시너지들이 허위라고 볼 수 없는 동시에 합병이 오로지 이 부회장 개인을 위한 것이 아니었다며 원고 기각 판결을 내렸다.

당시 재판부는 “두 회사의 합병이 구 삼성물산 주주들에게 손해만을 주고, 이재용과 제일모직 주주들에게만 이익을 주는 것이라고 보기도 어렵다”라며 “합병이 (이 부회장의) 포괄적 경영권 승계작업의 일환이었다고 할지라도 경영상의 합목적성이 있었으므로 그것이 합병의 유일한 목적이었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특정인의 기업에 대한 지배력 강화가 법적으로 금지돼 있는 것도 아닌 이상, 지배력 강화를 위한 합병이 부당해 무효라고 단정할 수도 없다”며 “합병을 통한 지배구조 개편이 경영 안정화 등의 효과와 삼성그룹 계열사 이익에도 기여할 부분이 있다는 점을 보면 합병 목적이나 시너지가 부당하다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 부회장의 유무죄를 가를 당시 합병비율 1 대 0.35에 대한 정당성 여부는 앞선 민사재판부가 문제 없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검찰은 이 비율이 부당했다고 주장하며 치열한 법정공방을 예고하고 있는 것이다.

피고인들은 수년 간 검찰 측 주장을 여러 논리적 근거를 제시해 반박하며 여전히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특히 당시 합병비율이 부당했다면 합당한 합병비율은 얼마이며, 합병 시기가 문제였다면 언제 합병을 해야 맞는지, 합병 자체가 부당했다면 왜 합병을 해서는 안 되는 것인지 등을 검찰에 되묻고 있다.

인사이트코리아, INSIGHT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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