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분석] 이재용 삼성 부회장 운명 가를 ‘1대0.35 합병비율’①
[심층분석] 이재용 삼성 부회장 운명 가를 ‘1대0.35 합병비율’①
  • 한민철 기자
  • 승인 2021.04.09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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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비율 케케묵은 논쟁이지만 유무죄 가를 핵심 쟁점
검찰 “이재용 부회장에 가장 유리한 합병비율 맞추기 위한 인위적 시도 있었다”
삼성 “주가로 계산하는 합병비율 변수 많아…유리한 시점에 합병 어떻게 가능한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뉴시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뉴시스>

[인사이트코리아=한민철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에 대한 삼성그룹 불법합병 혐의 재판에서 제일모직-삼성물산 간 합병비율 문제를 놓고 치열한 법정공방이 이뤄지고 있다. 당시 합병비율이 정당했는지 그리고 삼성 측이 인위적 조작을 통해 제일모직에 유리한 합병비율을 조성했는지는 케케묵은 논쟁이지만, 이 부회장 등의 유무죄를 판가름할 핵심 쟁점 중 하나다. <인사이트코리아>는 검찰 측이 주장한 대로 당시 합병비율이 부당한 방법을 통해 사실상 조작이 된 것인지, 그랬다면 과연 어떻게 가능했는지를 살펴봤다. 또 이를 줄곧 반박해 온 삼성 측의 근거는 무엇인지도 상세히 들여다봤다.

이 사건 재판에서 검찰 측은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이 이재용 부회장에 유리한 조건에서 성사되게 하기 위해 합병비율을 인위적으로 조작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검찰 측은 당시 이 부회장이 총수 일가가 42%의 지분으로 완전히 지배하고 있던 제일모직을 통해 핵심 계열사인 삼성전자의 지분을 4% 보유하고 있던 삼성물산을 흡수합병하면서 삼성물산의 최대주주가 되고 삼성전자에 대한 해당 지분도 확보한다는 계획을 세웠다고 보고 있다. 

이 부회장 입장에서는 제일모직의 기업가치와 주가가 높은 동시에, 삼성물산의 기업가치와 주가가 낮은 상황에 흡수합병을 하게 된다면 삼성물산의 지분을 최대한 많이 취득할 수 있었다. 다시 말해 제일모직의 고평가 그리고 삼성물산의 저평가 상태에서 정해진 합병비율이 이 부회장에게 가장 유리하다는 것이었다.

검찰은 이 부회장이 이런 합병 조건을 만들기 위해 삼성그룹 미래전략실과 계열사를 총동원했고, 그 과정에서 자본시장법 위반에 해당하는 각종 불법행위가 이뤄졌다고 보고 있다. 

구체적으로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이 이 부회장의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 및 지배력 강화가 목적인데도 불구하고 회사 성장을 위한 경영상 판단이라는 허위 명분을 내세웠고 주주들에게 합병을 통한 시너지를 허위로 공표했다는 것이다. 

검찰 측은 공소장에서 당시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2020년 예상 목표 매출액을 60조원으로 제시하며 마치 합병 시너지로 달성 가능한 금액인 것처럼 선정했는데 이것이 허위 시너지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또 제일모직의 가치를 인위적으로 띄우기 위해 자회사인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대한 분식회계를 자행했고 삼성물산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에 불법로비를 통한 합병 찬성 의결권 확보와 자사주 집중 매입을 통한 시세 조종 등의 불법행위가 있었다고 검찰은 판단하고 있다.  

특히 검찰은 2015년 3월 당시 씨티증권과 JP모건 등의 금융사가 제일모직의 주가가 지나치게 고평가돼 있다는 견해를 밝힌 반면, 같은 시기 삼성물산에 대해서는 16개 증권사가 분석 보고서를 통해 주가가 저평가 돼 있다는 견해가 지배적이었다고 강조했다.

당시 업계에서 두 회사의 주가 추이에 따른 의문의 목소리가 강했던 만큼 합병을 준비하는 이 부회장 측이 가장 유리한 합병비율을 맞추기 위한 인위적 시도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1대0.35 부당했다면 정당한 합병비율 검찰이 답해 달라”

합병비율이 조작됐다는 공소사실을 부인한 삼성 측은 특히 ‘이재용에게 가장 유리한 시점에 합병을 결정한 것’이라는 대목의 실현 가능성에 대해 의문을 표하고 있다.   

검찰 측 주장대로 당시 삼성 전 계열사의 인력이 총동원됐을지라도 수많은 주주 및 이해관계가 얽힌 대기업 집단에서 특정인에 유리한 합병 시기를 조율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합병비율의 결정 역시 변수가 상당하기 때문에 가능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제일모직 및 삼성물산과 같은 주권상장법인 간 합병비율은 자본시장법 시행령 제176조의 5항에 따라 주가로 계산하게 된다. 

두 회사는 2015년 5월 26일 이사회에서 합병을 결의하며, 제일모직이 1대0.35의 비율로 삼성물산을 흡수 합병한다는 계약을 마쳤다. 또 같은 해 7월 17일 주주총회에서 합병을 최종 승인, 9월 1일 등기를 통해 합병을 마무리한다는 내용을 밝혔다. 

합병 결의 당일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종가 기준 주가 비율은 1대0.34를 나타냈는데, 이날  곧바로 합병이 이뤄졌으면 지금까지 잡음이 이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삼성 측 주장대로 합병비율을 정하는 데 변수가 생길 수밖에 없다. 합병비율이 정해지기까지 이사회 결의로부터 상당한 기일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계열회사 간 합병비율은 합병이사회 결의일과 합병계약 체결일 중 앞서는 날의 전날을 기산일로, 최근 1개월의 평균 종가와 1주일간 평균 종가, 최근 종가 등을 산술평균한 가액을 기준으로 정하게 된다. 

두 회사는 2015년 7월 17일 주주총회에서 1대0.35의 합병비율을 최종 확정하기로 했는데, 그 사이에 역시 잡음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1대0.35의 합병비율로 제일모직 한 주의 가치가 삼성물산 한 주의 가치에 약 3배가 된다는 이사회의 합병 결의가 발표되자마자 삼성물산 주주들 사이에서는 합병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커지기 시작했다. 

당시 삼성물산의 지분 4.95%를 보유하고 있던 미국계 헤지펀드사 앨리엇은 두 회사의 합병에 반대하는 입장을 취하던 와중 6월 3일 삼성물산의 지분을 2.17% 더 사들였고 다음날 7.12% 지분 보유 사실을 공시하면서 경영참여 의사를 밝혔다. 

또 일부 언론에서 이 합병이 오너 일가의 경영권 승계를 위한 것이라며 부정적 시각에서 바라보기 시작하면서 여론도 동요됐다. 그러자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간 주가 비율은 1대0.35를 넘어섰고, 같은 달 10일 앨리엇이 예정돼 있던 삼성물산의 임시 주주총회를 막아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내자 1대0.42까지 치솟았다.  

삼성물산의 주가 비율이 상승하면서 검찰 측이 주장하는 ‘이재용에게 가장 유리한 합병 시점’이 위태해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주가 비율은 점점 1대0.35에 맞춰져 갔다. 특히 7월 7일 법원이 앨리엇의 가처분 신청을 기각하면서 삼성물산의 주주총회는 예정대로 열렸고, 이후 삼성물산의 주가가 급락하기 시작했다.  

검찰 측 주장대로 이 부회장 측이 미전실과 계열사를 총동원해서 형식적 이사회를 열어 합병을 강행했고 제일모직의 주가를 높이고 삼성물산의 주가를 낮추기 위해 갖은 수단을 동원했더라도 합병비율이 최종적으로 정해지는 7월 17일 주총까지 주가 흐름을 완벽하게 조작했다는 것은 설명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주가는 시시각각 변화하고 예측 불가능한 속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앨리엇의 가처분 신청이 법원에서 인용됐더라면 1대0.35의 합병비율을 맞추는 것은 물론이고 합병 자체가 이뤄지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 검찰 측 주장대로라면 삼성 측이 법원마저 통제해 원하는 결과를 얻는 불가능에 가까운 일까지 이뤄냈다는 의미가 된다. 

이 부회장 측 변호인단은 지난 11일 열린 이 사건 재판에서 “유무죄를 가리기 위해 검사께서 제대로 된 합병비율을 말해달라”며 1대0.35의 합병비율이 부당했다면 당시 어떤 주가 비율로 합병이 됐어야 합법적이었는지를 검찰 측에 되물었다.

인사이트코리아, INSIGHT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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