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주의 관광보국 '큰 그림', 아시아나 날개에 그리다
박현주의 관광보국 '큰 그림', 아시아나 날개에 그리다
  • 이일호 기자
  • 승인 2019.11.13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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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부터 국내외 호텔·관광업 지속 투자...관광산업 통한 경제대국 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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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주 미래에셋대우 홍콩법인 회장.<미래에셋그룹>

[인사이트코리아=이일호 기자] 아시아나항공 경영권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HDC현대산업개발·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이 확정됐다. 시장에선 인수 주체이자 경영을 주도할 HDC현대산업개발과 정몽규 회장을 집중 조명하고 있다. 하지만 금융권에서는 미래에셋대우가 국적 항공사 인수에 참여한 것과 관련해 단순 재무적 투자를 뛰어넘어 특별한 의미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두번째 국적항공사인 아시아나는 매물 출회 당시 많은 관심을 받았지만 나쁜 재무건전성과 우발채무 등이 '걸림돌'로 지목됐다. 초기 거론된 대기업들도 인수전 불참 의사를 속속 밝히면서 흥행에 실패하는 듯했다. 하지만 국내 최대 금융투자사인 미래에셋그룹이 HDC현대산업개발과 손잡고 베팅에 나서면서 반전에 성공했다. 이번 인수전에서 HDC컨소시엄이 제안한 금액은 2조4000억원 안팎으로 알려졌다.

이번 딜에서 미래에셋은 철저히 조력자 역할을 했다. 지난 12일 열린 기자회견에서도 정몽규 HDC그룹 회장을 비롯한 HDC계열 인사들만 나왔을 뿐 미래에셋그룹 관계자는 등장하지 않았다. 미래에셋도 이번 인수전 참여가 ‘단순 재무적 투자에 불과하다’며 선을 그은 상태다. 하지만 금융투자업계에선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창업주(홍콩법인 글로벌 회장 겸 글로벌경영전략고문)의 ‘큰 그림’이 작동한 것이란 해석이 지배적이다.

박현주 회장의 '관광보국' 의지

미래에셋금융그룹은 2013년을 기점으로 일관된 호텔·관광업 투자 레퍼런스를 보여왔다. 호주 시즈니 포시즌스 호텔 인수와 강원도 홍천 블루마운틴 골프장 투자를 시작으로 2015년 하와이 페어몬트오키드호텔, 샌프란시스코 페어몬트호텔, 서울 광화문 포시즌호텔, 2016년 하와이 하얏트리젠시와이키키 등을 잇달아 인수했다.

전남 여수시 경도 전경.<뉴시스>

2017년에는 전라남도와 협약을 맺고 여수 경도해양관광단지에 6성급 호텔과 쇼핑몰, 워터파크 등을 짓는 대규모 투자를 진행 중이다. 지난 9월에는 중국 안방보험으로부터 글로벌 특급호텔 15곳을 7조원에 사들이는 세기의 딜을 성사시켰다. 이후 두 달여 만에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을 승리로 이끌었다. 미래에셋의 이 같은 투자는 호텔·관광·여객이라는 이종 산업 간 시너지 측면에서 유의미하다.

이와 관련해 주목할 부분이 박현주 회장의 2013년 신년사다. 박 회장은 신년사에서 “중국시장을 수출시장에서 내수시장으로 인식해 관광 서비스산업을 국가성장산업으로 육성해야 한다”며 “관광객 3000만 시대를 열어 일자리를 창출하고 성장 잠재력을 제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13년은 미래에셋그룹이 관광업 투자를 본격화한 시점이기도 하다.

정몽규 회장도 지난 12일 기자회견에서 “우리나라 국민 40%가 여권을 지닌 반면 중국 국민 가운데 여권을 가진 비중은 4%에 그친다”며 “(박현주 회장은) 중국 국민의 10%만 여권을 소지하게 돼도 관광산업이 크게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박 회장이 2010년대 중반부터 대내외적으로 입버릇처럼 강조한 말이기도 하다.

미래에셋그룹 관계자는 “그룹 내의 빅딜은 당연히 박 회장의 의사결정 없이는 이뤄질 수 없는 구조”라며 “그간 호텔과 관광업에 대한 지속적 투자를 감안하면 아시아나항공에 투자하는 것도 이상할 게 없다”고 설명했다.

박 회장은 2015년 KDB대우증권 인수 당시 기자간담회에서 “면세점만 만들면 관광국이 되는 게 아니고 우리가 1%씩만 투자해도 50조가 넘는 자산을 한국 관광 인프라나 모험 자본에 투자할 수 있다”며 "이를 통해 고용을 창출하고 서울을 매력적인 도시로 만들고 경제를 안정화할 수 있다“고 '관광보국' 비전을 밝히기도 했다.

박현주-정몽구의 특별한 인연

정몽규 HDC그룹 회장.<뉴시스>

HDC컨소시엄이 아시아나항공 우협 대상자로 선정되면서 정몽규 회장과 박현주 회장 간 인연도 주목받고 있다. 고려대 경영학과 선후배(정 회장 80학번-박 회장 78학번) 사이로 오래 전부터 인연이 깊은 사이로 알려졌다. 2013년 미래에셋의 블루마운틴 골프장 공사를 현대산업개발이 맡으면서 일찌감치 관계를 형성했다. 2017년에는 두 회사가 부동산 정보 제공업체인 부동산114를 주고 받기도 했다.

특히 이번 협업은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관심이 있던 정 회장을 박 회장이 직접 설득할 만큼 적극적이었다는 게 업계 후문이다. HDC현대산업개발이 가진 건설·면세점·호텔 등 비즈니스 포트폴리오 간 시너지와 함께 항공업의 장기적 청사진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래에셋그룹은 이번 딜에서 HDC현대산업개발의 M&A 전문성이 다소 부족한 만큼 컨설팅 전반을 맡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 회장도 기자회견 과정에서 박 회장에 대한 돈독한 신뢰를 밝혔다. 그는 “사실 우리 혼자서도 인수할 수 있는 재정 상태지만 지금까지 여러 기업 인수 합병을 성공적으로 해온 박현주 회장의 안목으로부터 인사이트(통찰력)를 받고 싶어서 같이 하게 됐다”며 “인수 후 금융의 방향성을 구체적으로 정하지는 않았지만, 안정성 있고 경쟁력 있는 방향으로 금융 조달을 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atom@insight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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