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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2024-04-26 18:52 (금) 기사제보 구독신청
[특별인터뷰] 1등 금융그룹 재건 이끄는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
[특별인터뷰] 1등 금융그룹 재건 이끄는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
  • 인사이트코리아
  • 승인 2023.09.30 10: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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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금융에 강한 은행, 레거시 복원 하겠다"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이필재>

[인사이트코리아=이필재 인물스토리텔러] “민간이 ‘리스크테이킹’을 해야 한다면, 공공은 ‘리스크 매니지먼트’가 중요합니다. 민간은 도전하고 때로는 위험을 무릅써 성과를 내야 하지만 공공의 일은 성격이 달라요. 사회 문제를 해결하고 사회적 병리 현상을 사전에 치유해야 하기 때문이죠. 덕목도 서로 다릅니다. 성과를 지향하는 민간은 창의성이 중요합니다. 반면에 공공은 여러 이익집단의 이해를 조정해 결과를 도출해야 하기에 균형 감각이 중요하죠.” 

민관을 두루 거친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은 “그러나 민간이든 공공이든 일의 본질엔 차이가 없다”고 말했다.

“업무 적성보다 해당 업무의 주안점에 맞춰 일을 해 나가는 게 더 중요합니다.”

임 회장은 경제관료 출신이다. 연세대 경제학과 4학년이던 1981년 행정고시 재경직에 패스해 기획재정부·대통령실 등에 근무했고 국무총리실장·금융위원장을 역임했다. 공직을 떠난 후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을 지냈다. 임 회장과 만나 얘기를 나눴다.

“기업금융 잘하는 은행으로의 차별화”

공직에 계시는 동안 거둔 주요 성과로 무엇을 꼽으시겠습니까.

“금융 분야에 종사하는 동안 '노액션 레터(No-action letter·비규제조치 의견서)'를 도입했습니다. 금융회사 사람들은 사후에 법에 저촉되거나 감사 대상이 될까 봐 창의적이거나 새로운 일을 벌이지 않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럴 때 사전에 면책 여부를 미리 확인해 주는 면책성 심사제도죠. 사전에 문의를 받은 후 해당 사업은 나중에 문제를 삼아 사후 제재를 하지 않겠다고 알려주는 겁니다. 금융당국의 제재 때문에 금융회사가 움직이지 않는 일이 없도록 해 보자는 게 취지였죠. 금융사들이 새로운 금융 서비스를 도입하고 사업을 확대하는 데 많은 기여를 한 거로 압니다. 불합리하고 불필요한 규제를 없애는 합리적 개혁에도 힘썼습니다. 금융 산업은 본래 아무나 할 수 없는 규제 산업입니다. 금융회사는 자본 능력과 더불어 합리적 영업 방법을 갖춰야 하죠. 금융사가 국민의 재산 관리를 잘못하면 그 자체도 문제이거니와 실물경제에 파급돼 국민 경제에 막대한 피해를 끼칠 수 있어요. 그러나 제때 개혁하지 않으면 산업 발전을 저해하는 게 또 규제입니다. 규제 개혁 덕에 금융 디지털 시대 핀테크에 기초한 새로운 융합 서비스들이 출현했습니다. 인터넷 은행이 생겼고 지금은 비대면 거래가 90%가 넘어요. 선진국들보다 비대면 거래 비중이 크고, 사실상 가장 앞섰다고 봅니다.”

이 시대의 리더가 갖춰야 할 자세가 뭔가요?

“진심인 소통과 확장적 네트워킹입니다. 13세기에 사람들에게 알려진 세계의 절반을 정복한 칭기스칸이 바로 그런 리더였죠. 그랬기에 평범한 사람에 가까웠지만 정복자가 될 수 있었어요.”

소통과 네트워킹이 칭기스칸 리더십의 요체라는 설명이다.  

“징기스칸은 문맹에, 무예가 출중하지도 않았습니다. 그러나 남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고 많은 동지를 얻으려 애썼어요. 경청하는 소통과 네트워킹 이 두 가지가 세계 정복의 비결이었던 셈이죠.”

스스로는 어떤 리더라고 생각하십니까? 온화한 성품으로 미루어 용장·지장보다는 덕장 같습니다.

“덕장에 가깝지만 같이 일하는 사람들이 평가할 문제죠.”

NH농협금융지주 회장 시절엔 노사 갈등을 적극 중재해 잘 푸신 거로 압니다. 

“노사는 궁극적 목표가 같습니다. 조직이 잘 되고 발전하는 거죠. 이 공동의 목표를 이루려면 상대방에 대한 이해와 이를 바탕으로 한 대화와 타협을 잘해야 합니다.”

우리금융그룹 회장으로서는 어떤 청사진을 갖고 있습니까?

“세 가지 측면에서 변화를 모색하고 있습니다. 첫째 기업금융을 잘하는 은행으로의 차별화입니다. 우리은행은 상업은행과 한일은행이 합병한 한빛은행의 후신입니다. 본래 기업에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금융을 잘하는 은행이었죠. 역사·여건·인력 면에서 잠재력을 갖추고 있어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이 DNA로 기업금융에 강한 은행이라는 레거시를 복원하겠습니다. 둘째 외환위기 후 공적자금이 투입되면서 체질화된 소극적인 기업문화를 적극적·긍정적인 방향으로 바꾸겠습니다. 이로써 소통과 의견교환의 문화가 뿌리내리면 리스크테이킹에 취약한, 예금보험공사의 관리를 받던 은행에서 명실상부한 민간 금융회사로 거듭날 거예요. 마지막으로 계열사 간 연계 영업 등 협업을 통해 새로운 금융 서비스를 만들어 시너지를 창출하겠습니다. 우리금융지주는 계열사가 15개인 금융그룹입니다. 1등 금융그룹으로 다시 태어나는 게 궁극의 목표죠.”

그는 우리금융그룹이 다문화자녀 장학사업을 벌이고, 군인·소방관·경찰관, 자립 청소년, 미혼모 돕기 등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미혼모 자녀도 우리나라의 심각한 저출생 완화에 이바지할뿐더러 어떻게 이 세상에 왔든 생명은 그 자체로 가치 있는 것이죠.”

“금융사는 새로운 금융 서비스 창출 능력 갖춰야”

우리나라 금융산업의 문제와 한계는 뭐라고 보나요?

“부가가치가 높은 산업이 돼야 합니다. 양적으로는 크게 성장해 성장률이 GDP 성장률보다 높지만 국민경제 기여도는 선진국보다 낮아요. 정부는 규제 체계를 합리적으로 개선하고 금융사들은 국민 신뢰를 회복하는 한편 새로운 금융 서비스 창출 능력을 갖춰야 합니다.”

건전성 규제 등 필요한 규제도 있지 않습니까?

“필요한 규제는 당연히 해야죠. 정밀하게 살펴 강화할 게 있고 완화할 게 있어요. 창의적인 영업을 할 수 있도록 영업에 대한 규제는 최소화하되 시장이 흔들리지 않도록 건전성 규제는 강화해야 합니다. 특히 구두 지시 등 법령에 의한 것이 아닌 규제, 투명하지 않은 그림자 규제는 없애야 합니다. 금융 규제가 없는 나라는 없고 규제 없이는 금융 자체가 성립할 수 없어요.”

우리나라가 언젠가 동북아 금융 허브가 될 수 있다고 보나요?

“저는 낙관적으로 봅니다. IT 경쟁력을 바탕으로 국민의 창의성이 발현되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에요. 그렇다고 쉬운 일은 아닙니다. 금융사들의 경험·노하우와 자본의 축적이 이뤄지고 동시에 IT는 물론 법률·조세 등의 인프라도 갖춰져야 합니다. 금융만 잘한다고 되는 일은 아니라는 거죠.”

학부 재학 중 고시에 패스했으니 이른바 ‘소년 급제’를 했습니다.

“공직이라는 중요한 직업을 선택한 것일 뿐입니다.”

다시 대학 시절로 돌아간다면, 무엇을 하고 싶나요?

“경제학도로서 전공인 경제학 공부를 충실히 해 보고 싶습니다. 그 시절엔 정치적인 이유로 학교 수업이 정상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은 데다 고시 준비를 하느라 그러질 못했어요. 동아리(서클) 활동, 공부 모임도 하고 싶어요. 대학 때 과외교사는 해봤지만 각종 아르바이트도 해 보고 싶습니다. 아르바이트는 좋은 대인관계를 맺는 데 자산이 된다고 봐요.”

그는 기재부의 전신인 재정경제원 공무원 시절인 1998년 미국 오리건대 대학원에 유학, 경제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살아오면서 겪은 가장 큰 좌절 경험이 뭔가요?

“좌절을 너무 많이 해 잘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좌절도 일종의 실패인데 실패 없는 성공은 있을 수 없죠. 좌절은 성공의 기반이 되기에 필요한 일, 때로는 불가피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본래 회복 탄력성이 높은 타입인가요?

“그렇게 볼 수 있겠군요. 좌절하는 거보다 좌절에 함몰되지 않는 게 중요하다고 봅니다.”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이필재>

“버킷리스트는 외손녀 결혼식 축사 하는 것”

버킷리스트가 무엇입니까?

“이제 19개월 된 외손녀 결혼식에 참석해 축사하는 겁니다. 딸·아내와 함께 이 외손녀를 집에서 보는데 이 아이 결혼식 때 외할아버지로서 축사 하는 걸 이번에 버킷리스트로 정했습니다.” 

그는 미리 받은 질문서에서 이 질문을 접하고 생각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앞으로 어디에 가든 버킷리스트 소리가 나오면 이 이야기를 하겠다고 귀띔했다. 딸 내외가 지었다는 외손녀의 이름은 ‘하은’이다. 하나님의 은혜. 그는 “정말 이름을 잘 지었다”고 덧붙였다. 임 회장은 기독교 신자다. 버킷리스트를 그가 실행에 옮기려면 무엇보다 장수와 건강의 복을 누려야 한다. 

그는 기재부에 오래 근무했다. 그 시절 기재부 직원들이 뽑은 ‘닮고 싶은 상사’에 세 번이나 선정됐다. 

공무원 후배들이 어떤 모습을 평가했다고 보나요?

“여러 사람이 선정됐기에 특별한 일은 아니에요. 저 역시 따르고 싶은 선배들이 일하시는 모습을 보고 닮고자 노력했을 뿐입니다. 그런 과정이 오랫동안 이어지다 보니 저 역시 그분들 위치에 서는 영예를 얻었다고 할 수 있겠군요.”

금융위원장 시절이던 2016년 11월엔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에 내정됐다. 그러나 대통령이 탄핵소추 되면서 없던 일이 되고 말았다. 장관급 요직을 역임한 그는 지난해엔 윤석열 정부 초대 국무총리 후보에 이름을 올렸고, 그 후 경제부총리 하마평도 있었다. 

“공직생활을 오래 해 후보군으로 언론에 오르내렸을 뿐 이 정부에서 제의를 받은 건 아닙니다. 공직생활을 하는 동안 쌓은 경험과 지식을 금융산업 현장에서 적용해 보겠다는 나름의 소망에 충실하려 합니다.”

공직에 종사하는 후진에게 어떤 조언을 주시겠습니까?

“공직은 고결한 일입니다. 많은 사람들의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다수를 위한 정책을 펴야 하죠. 큰 성과를 내기보다 큰 문제가 없도록 정책을 짜야 해요. 그렇기에 진선진미하고 완전무결한 정책이란 없고 부작용과 불이익을 당할 계층을 항상 생각해야 합니다. 거듭 말하지만 균형 감각이 중요합니다.”

롤모델은 누군가요?

“35년 공직 생활을 하면서 많은 상사를 만났는데 능력과 자세 면에서 저마다 배울 점이 있었습니다.”

그는 김황식 전 총리가 쓴 책을 소개했다. 김 전 총리는 지난해 초 독일 역대 총리들의 정책을 분석한 ‘독일의 힘, 독일의 총리들’을 냈다. 

“1·2차 대전으로 폐허가 되다시피 한 독일이 세계의 부국, 정치 강국으로 거듭난 비결은 대화와 타협을 기본으로 하는 협력의 정치 곧 협치더군요. 일련의 협력을 하는 과정에서 역대 독일 총리들이 각고의 노력을 했습니다. 어느 시대나 갈등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어떻게 푸느냐가 중요하고 제대로 풀 때 그 사회가 통합되고 성숙해 지죠.”

“좌우명은 진심으로 대하는 진정성”

선배·동료 공무원들에게서 반면교사랄까, 배우지 말아야 할 자세도 있지 않습니까?

“복지부동, 무사안일의 자세죠. 공직사회에서 사라져야 할 문화입니다. 다른 부문도 그렇지만 일을 열심히 하다 보면 실수하고 시행착오를 겪을 수도 있는데 이럴 때 제재를 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열심히 하다 생긴 문제보다 일을 안 해 생긴 문제에 대해 책임을 물어야 합니다.”

2011년 가을 그는 기획재정부 1차관을 끝으로 기재부를 떠난다(그 후 2015년 봄 금융위원장으로 공직사회에 복귀했다). 당시 이임사에서 그는 “물가안정은 서민에게 호흡과 같다”며 “(서민의) 숨이 가빠지지 않도록 하는 게 어느 과제보다 우선한 기재부의 소명”이라고 밝혔다. 

“삶이란 저마다 하나님이 주신 소명을 이루는 과정이라고 봅니다. 그 과정에서 시행착오를 겪게 마련이죠. 처한 환경에 따라 소명을 늦게 이루거나 아예 소명이 이뤄지지 않을 수도 있다고 봅니다.”

응답 받지 못하는 기도 같은 거군요. 

“이뤄지지 않는 게 신의 응답일 수도 있겠죠. 신의 소명이 이뤄지는 때는 인간으로서는 알 길이 없습니다.”

좌우명이 뭔가요?

“진정성입니다. 진심으로 대하는 자세죠. 사람이나 일을 대할 때, 사물을 대할 때도 최선은 진정성이라고 봅니다. 이 진정성이라는 덕목을 시종일관 지키려면 진정성의 에너지를 채우는 게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어떤 세상이 되기를 바라십니까?

“우리 사회는 진영 양극화가 극심합니다. 우리 사회의 건전한 발전을 기대하기 어려울 정도죠. 서로 타협하고 화해하지 않고는 진영 간 갈등이 해소되지 않습니다. 또 소외계층에 대한 배려가 필요합니다. 금융그룹에 와서 보니 사회공헌 활동을 굉장히 활발하게 하더군요.”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기를 바라나요?

“바란다고 그대로 되는 건 아니지만, 함께 일한 동료들이 나중에 같이 일하기 편한 사람이었다고 기억해 주면 더 바랄 게 없습니다. 같이 일하면서 거두는 공동의 성과 못지않게 동료와의 소통이 중요하죠. ‘과연 내가 그렇게 일했을까?’ 이 인터뷰를 계기로 저 자신을 새삼 돌아봤습니다.”

인사이트코리아, INSIGHT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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