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 장기화하면 멀티플렉스도 폐업 직면”
“코로나19 사태 장기화하면 멀티플렉스도 폐업 직면”
  • 이하영 기자
  • 승인 2021.08.03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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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이경열 한국상영발전협회 전무 “코로나19 예방 시스템 갖춰, 영화관 상영 회수 늘려야”
이경열 한국상영발전협회 전무.<이경열>

[인사이트코리아=이하영 기자] 2020년 1월 영화관에 날벼락이 떨어졌다. 중국 우한으로 출장은 다녀온 후 영화관을 찾은 관객 중 한명 이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았기 때문이다. 메르스도 감염자 ‘0명’으로 넘긴 극장은 그때부터 ‘밀폐된 감염증 취약 공간’으로 낙인 찍혔다. 방역으로 문 닫는 날이 늘어나고 관객도 급감했다. 극장은 어디라고 할 것 없이 매출과 영업이익이 적자로 돌아섰다. 떠난 관객을 모셔오기 위해 극장은 게임 화면도 됐다가 팬미팅 장소로 변모하기도 했다. <인사이트코리아>는 코로나19로 암울한 극장가를 살릴 해법을 찾기 위해 지난 6월 29일 서울 종로구에서 이경열 한국상영발전협회 전무이사를 만났다.

국내 영화산업 시스템을 간단히 설명해 달라.

“우리나라 영화산업시스템은 제작, 배급, 상영이 주축을 이루는 형태로 구성돼 있다. 제작자는 투자를 통해 제작비를 수급하지만 매출은 거의 영화 티켓에서 정산되는 구조다. 티켓 가격 중 10%는 부가가치세, 3%는 영화발전기금으로 먼저 뗀다. 지역에 따라 약간의 차이는 있으나 나머지 87%를 영화관이 45%, 배급사가 55%로 나눠 갖는다. 영화 티켓을 1만원이라고 했을 때 1300원은 부가가치세와 영화발전기금으로 빠진다. 87%에 해당하는 8700원 중 영화관이 3915원, 배급사가 4785원을 갖게 된다. 배급사는 여기서 수수료와 제작비를 제외한 이익을 투자사·제작사와 나눈다. 이때 배급사로 가는 돈 중 10%가 홍보를 담당한 배급사 몫이다. 이외 제작자에게 제작비를 지급하고 남은 돈 중 40%는 제작자 인센티브, 나머지 60%가 투자사에게 돌아가는 비용이다. 영화 티켓이 산업 전체를 굴리는 수레바퀴와 같은 구조다.” 

영화산업의 수익구조가 영화 티켓에 좌우된다는 것으로 들린다. 그 외에 수익은 없나. 

“거의 영화 티켓으로 수익이 결정된다고 볼 수 있다. 해외로 수출하는 경우는 영화 판권료를 받기도 한다. 영화는 거대 자본과 노력을 투자해 짧게는 몇 주, 길면 몇 개월에 걸쳐 상영기간 동안 신속히 수익을 얻는 구조다. OTT(Over The Top,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로 수익을 거두기도 하지만 아직은 미미한 수준이다. 작품성 있는 독립·예술 영화의 경우 지원금을 받는 경우도 있다.” 

제작시스템은 어떻게 되나. 

“과거에는 허가받은 20개 영화사가 제작비를 투자해 1년에 4편을 의무적으로 제작하는 시스템이었다. 이렇게 연간 약 80~85편이 제작됐다. 2009년 5월 8일부터 영화 제작이 신고제로 변경됐다. 영화 제작이 자유로워진 셈이다. 누구나 영화를 제작할 수 있게 되면서 2019년 제작편수는 609편으로 증가했다. 이중 502편의 작품이 상영관(영화관)에서 개봉됐다.”

극장사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위해 상영관 내에서 띄어 앉기 시스템을 도입했다.<뉴시스>

국내 배급시스템은 어떻게 되나. 영화인들이 해외 블록버스터의 스크린 점유율 논란을 꾸준히 제기해 온 것으로 안다.

“한국 영화의 배급은 CJ ENM, 롯데엔터테인먼트, NEW, 쇼박스, 워너 브라더스 등 메이저 배급사를 통해 이뤄진다. 다수 영화인들이 외국영화의 스크린 독과점을 문제 삼는데, 2019년 한국영화 관객점유율은 전년 대비 0.1%포인트 증가한 51%였다. 한국영화가 관객점유율에서 외국영화에 우위를 점한 것은 하루이틀 일이 아니다. 2011년 이후 9년 연속이다. 2019년 전체 배급사 관객점유율에서 디즈니가 27.3%의 관객점유율을 기록하며 1위를 차지했다. 관객 수는 전년 대비 105.6% 증가한 6199만명 을 기록했다. 2위는 22.7%의 관객점유율을 기록한 CJ ENM이 차지했고, 3위는 7.9%의 관객 점유율을 기록한 롯데엔터테인먼트다. CJ ENM과 롯데엔터테인먼트 점유율을 합하면 30.6%로 블록버스터가 일시적으로 스크린에 몰리는 부분은 있겠지만, 자세히 보면 일부 영화인들이 말하는 것처럼 외국영화의 스크린 독과점은 없다고 본다.” 

영화관 시스템은 어떻게 되나. 

“영화관의 수익은 대체로 영화티켓 65%, 매점수입 15%, 광고수입 10% 등으로 구분된다. 영화관의 티켓 순매출 수입은 총 수입금의 35~45% 수준이다. 극장매표 수입은 극장보다는 제작·배급·투자사에 50~55%로 더 많이 돌아간다. 따라서 티켓 수입만 놓고 보면 상영관은 실제 적자 상태다. 매점수입 등으로 그 적자를 보전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으며 영화관 관객 수가 줄어 영화산업 전체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안다. 피해 상황은 어떤가. 

“코로나19 여파로 2020년 말 기준 총 72개의 영화관(휴관 55곳·폐관 17곳)이 문을 닫은 것으로 파악됐다. 영화 입장권통합전산망 발권데이터 자료에 의하면 지난해 한국 영화시장 극장 매출액은 전년(2019년, 1조9140억원) 대비 73.3% 급감한 5104억원으로 조사됐다. 영화산업의 주축인 극장 관객 수가 감소하면서 상영 흥행 후 투자 제작으로 이어지는 선순환시스템(Recycle System)이 붕괴됐다. 그 결과 영화관뿐만 아니라 배급사와 제작사, 배우들과 제작 스텝 등 영화산업 전반의 위기가 가속화되고 있다. 영화티켓 수입 자체만으로는 상영관이 수지를 맞출 수 없어 적자를 면치 못하는 현실이다. 영화입장권 티켓 매출 적자분은 광고와 팝콘·음료수 등 매점 수입을 통해 충당하고 있다. CJ CGV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자본총계가 2878억원으로 전년도 6011억원 대비 반 이상 감소했다. 지난해 불어 닥친 코로나19 여파로 매출과 영업이익, 순이익 등이 대폭 감소한 결과다. 영업이익도 -3886억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당기순손실 규모는 2019년 -2390억원에서 2020년 -7516억원으로 3배 이상 증가했다. 롯데컬처웍스는 코로나19로 인한 영화관 사업 부진으로 최근 부채비율이 급등하는 추세다. 2018년 5000억원이 넘던 연결기준 자기자본 총액은 지난해 말 1479억원으로 3분의 1 토막났다. 같은 기간 부채는 1617억원에서 1조384억원으로 5배 넘게 증가했다. 부채 비율은 32%에서 2년 만에 무려 885% 상승했다. 경영 악화 추세가 이어진다면 조만간 자본잠식에 처할 수 있는 상황이다. 메가박스중앙은 지난해 매출 1033억원에 영업 손실 699억원으로 영화관 주요 3사가 암담한 실적을 기록했다.” 

한국상영관협회는 한국영화를 살리겠다는 취지로 한국형 블록버스터인 텐트폴 영화의 제작비 절반 회수 시점까지 매출액을 배급사에 전액 지급하기로 했다. 영화 ‘모가디슈’(왼쪽) ‘싱크홀’.<롯데엔터테인먼트, 쇼박스>

5~6월 들어 블록버스터가 개봉하며 극장 관객 수가 조금씩 회복되고 있는 것으로 안다. 코로나19 이전 수준이 되려 면 얼마나 걸릴까. 

“멀티플렉스 등 영화상영관은 규모가 큰 관계로 초기 투자비용이 크다. 영화관당 기본 경상관리비가 매우 높은 이유다. 상영관업계에서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현재 상태가 지속된다면 영화관 유지가 힘들 수 있다는 위기감도 있다. 들인 비용은 많은데 적자는 계속 누적되고 회수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총 스크린 수는 3000여개이며 하루 극장 관객이 2만명(스크린 상영 회당 1명)대를 기록하는 등 역대 최저치로 떨어졌다. 넷플릭스를 포함한 OTT 서비스 회사들이 콘텐츠 투자를 넘어 자체 콘텐츠 제작까지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는 것도 위협이다. 무엇보다 영화를 보고 싶어 하는 관객들이 있어도 상영시간이 오전부터 초저녁까지 일부 시간에 한정돼 영업에 제약이 많다. 디즈니 마블을 비롯한 흥행 영화들이 6월부터 꾸준히 나오고 있지만, 코로나19 팬데믹이 지속되는 한 회복을 논하기는 힘든 상태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고 관 객들이 극장에 올 수 없는 환경이 정착되면 멀티플렉스 경영난이 더욱 심화되고 종국적으로 폐업에 직면할 것이다.” 

영화관이 밀폐된 공간이라 감염병 에 취약해 정부에서 이를 우려해 규제하는 것으로 안다. 

“이해는 하지만 영화관 실정을 잘 모르고 하는 말이다. 코로나19 초기 영화관에 확진자가 다녀간 적은 많지만 상영관 내에서 감염증을 옮긴 사례는 없었다. 영화관은 코로나19 감염 예방 관리가 잘 되는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영화관은 2~3분마다 공기를 순환시키는 항공기 환기시스템을 기본으로 한다. 비행기처럼 멸균 상태로 공기 중 바이러스의 99.9% 이상을 여과하는 헤파 필터와 천장 위의 덕트(Duct, 공기나 기타 유체가 흐르는 통로 및 구조물)를 거쳐 위에서 공기가 내려오는 구조다. 공기 배 출은 하단부 바닥을 통해 이뤄진다. 이렇게 걸러진 공기는 다시 위에서 내려온다. 이런 식으로 공기 순환이 진행되면 충분히 감염을 예방할 수 있을 것이라 본다. 물론 옆 사람과 마스크를 벗고 밀접해 이야기만 하지 않는다면 말이다. 영화관을 살리기 위해서는 방역을 철저히 한 상태에서 상영 횟수를 늘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명수 제한으로 안전 확보는 충분하다고 본다.” 

상영업계가 꺼낸 자구책 중에는 텐트폴 영화 지원도 있는 것으로 안다. 영화계 반응은 어떤가. 

“텐트폴(Tent pole) 영화는 유명 감독과 배우, 거대한 자본을 투입해 흥행이 보장된 상업 영화를 이르는 말이다. 영화사 및 상영업계 수익의 지지대 역할을 하기도 한다. 텐트폴 영화 지원은 상영관 업계가 꺼낸 한국영화 살리기 자구책 중 하나다. 관객에게 질 좋은 영화관람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하는 고육지책이다. 한국상영관협회 (CGV·롯데시네마·메가박스)와 함께 한국IPTV방송협회(KT·SK브로드밴드·LG유플러스), 홈초이스(케이블TV VOD)가 지난 6월 영화진흥위원회의 중재 하에 국내 배급사들과 회의를 거쳐 지원책을 마련했다. 극장사는 한국영화 텐트폴 작품 개봉에 한 해 총 제작비 50% 회수 전까지 매출액 전액을 배급사에 지급하기로 했다. 한국IPTV나 홈초이스의 경우 배급사 비율을 높여 정산금을 지급한다. 1991년 소말리아 내전 당시 고립된 남북대사관 공관원들의 목숨을 건 탈출을 그린 영화 ‘모가디슈’(제작비 240억원)와 빌라 전체가 500m 땅 속으로 떨어진 참사를 코미디로 그려낸 영화 ‘싱크홀’(제작비 150억원)이 이런 방법으로 상영을 확정지었다(7월  27일 현재 ‘방법: 재차의’와 ‘인질’ 추가). 상영관업계로서는 영화관과 우리나라 영화산업을 살리고 제작사·배급사·투자사와 상생을 목적으로 내린 결단이다. 영화산업 수익구조가 상영관에 의지하고 있는 만큼 극장이 문을 닫으면 한국 영화 산업이 크게 위축돼 자멸할 수도 있다. OTT가 활성화 되고 있다고 하지만 아직 여기서 벌어들이는 수입은 전체 영화 수입의 15~20%에 지나지 않는다.”

한국영화와 상영관업계가 함께 발전하는 길은 무엇이라 생각하나. 

“지금은 글로벌 무한경쟁 시대다. 영화도 문화콘텐츠 상품의 하나로 상품의 시각에서 바라봐야 한다. 내가 만든 작품이 무조건 좋다고 하는 ‘자칭 좋은 상품’은 관객들의 선택을 받기 힘들다. 관객수준이 매우 높다. 관객은 바보가 아니며 언제나 관객주권을 갖고 냉철하게 선택한다. 영화관도 관객에게 영화를 보도록 강요할 수 없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관객들이 좋은 영화를 보기 위해 영화관을 찾도록 수준 높은 작품을 선택해 상영해야 한다. 제작사나 투자사도 이러한 영화를 만들기 위해 더 공을 들여야 한다고 본다. 국내 상영업계가 잘 되면 우리나라 영화와 영화산업이 함께 발전하고 세계영화시장을 선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인사이트코리아, INSIGHT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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