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규 회장 ‘골프장 올인’ 탓?...HDC현산 주택사업 맥 못추는 까닭
정몽규 회장 ‘골프장 올인’ 탓?...HDC현산 주택사업 맥 못추는 까닭
  • 이하영 기자
  • 승인 2021.04.30 10: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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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정비사업 수주액 3689억원 불과...수주곳간 채우는 경쟁사들과 대조
정 회장, 리조트 사업 큰 관심...아시아나 인수 불발로 리더십 타격
정몽규 HDC그룹 회장이 골프장에 관심을 쏟으며 주요 사업인 주택사업이 소홀해졌다는 말이 나오다. <뉴시스>

[인사이트코리아=이하영 기자] 코로나19로 해외사업이 주춤하며 대다수 건설사 관심이 도시정비사업에 쏠려 주택 외길 HDC현대산업개발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정몽규 HDC그룹 회장이 골프장 조성 등 다른 분야에 관심을 쏟으며 상대적으로 주택사업이 침체됐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HDC현산은 지난 27일 공시를 통해 연결 기준 올해 1분기 실적(잠정)이 작년 동기 대비 매출은 6946억원으로 31.0%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1184억원으로 13.7%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같은 기간 순이익은 916억원으로 12.6% 줄었다.

증권업계에서는 올해 1분기 성장 저하를 분양 부진으로 내다봤다. 김미송 케이프투자증권 연구원은 “(실적 감소) 이유는 2018∼2019년 분양 실적이 각각 1만2000세대, 6000세대로 줄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주택사업은 대개 분양 후 2~3년이 지나야 본격적인 매출이 발생한다.

HDC현산 매출 90% 주택사업…수주 곳간 비는데 신사업만 관심

올해 HDC현산은 정비사업에서 맥을 못 추고 있다. 지난 29일까지 수주액은 총 3689억원이다. 수주 내용을 봐도 지난 2월 서울 동대문구 제기1구역 재건축(693억원) 한 건이 있을 뿐, 강원도 춘천시 삼천동 22-19번지 일대 신축아파트 건축(1880억원)과 성남산단재생 복합지식산업센터 리츠사업(1116억원)은 4월 수주다. 1분기 수주물량이 단 한 건인 셈이다.

같은 시기 경쟁사들은 빠르게 정비사업 수주 곳간을 채웠다. 대우건설 7366억원, 롯데건설 7015억원, DL이앤씨 5500억원, 현대엔지니어링 5280억원, 현대건설 4646억원, GS건설 2196억원 등이다. 컨소시엄 구성 시 각 사 수주액을 명확히 하지 않은 경우 시공비를 절반으로 임의 반영한 수치다.

이 기간 정 회장의 발길은 줄곧 골프장으로 향했다. 그는 2019년 인수한 강원도 HDC리조트(전 오크밸리)에 자주 방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골프장과 콘도로 구성된 HDC리조트는 골프코스를 개선하고 프리미엄타운 하우스 조성 등 숙박시설을 새단장하는 작업이 한창이다.

정 회장이 골프장 사업에 열을 올리는 동안 굵직한 정비사업 수주전에서 HDC현산의 존재감은 미미해지고 있다. 사업비 4000억원 이상 ‘대어급’으로 지목된 서울 흑석 11구역이나 부산 우동3구역 등에는 최종 입찰은 고사하고 현장설명회에서도 HDC현산을 볼 수 없었다. HDC현산이 주택사업에 소홀하다는 지적을 받는 이유다.

HDC현산은 지난해 정비사업에서도 직전 연도 수주액(1조360억원) 절반 수준인 7770억원의 신규 수주를 기록하는데 그쳤다. 같은 해 코로나19로 막힌 해외 사업 활로를 뚫기 위해 경쟁사들이 고군분투하며 높은 수주잔고를 기록한 것과 대비된다. 현대건설은 4조7383억원으로 사상 최대 정비사업 실적을 다시 썼다. 뒤이어 포스코건설 2조7456억원, 롯데건설 2조6326억원, GS건설 2조5090억원, 현대엔지니어링 1조4207억원, 대림산업 1조3938억원, 삼성물산 1조487억원, 대우건설 8728억원, SK건설 5410억원 등이 이름을 올랐다.

대형 건설사 중 주택사업 비중이 적은 SK건설을 제외하고 HDC현산 보다 도시정비 수주액이 낮은 곳은 없다. 심지어 지난해 중흥토건도 1조3550억원, 대림건설(현 DL건설)도 1조746억원을 기록하며 ‘1조 클럽’에 이름을 올렸다. HDC현산의 주택명가 이미지가 무색할 정도다.

1999년 현대그룹에서 계열 분리된 HDC현산은 현대건설 내에서 주택사업을 담당했던 만큼 그 뿌리가 아파트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 회장은 주택 의존도가 높은 매출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면세점, 레저 등으로 꾸준히 사업 다각화를 모색해왔다.

HDC현대산업개발 2021년 월별 주요 개발 프로젝트. <HDC현대산업개발, 하나금융투자>

하반기, 자체사업으로 실적 회복 될까

지난해는 HDC현산에 운명의 한 해였다. 신사업으로 큰 기대를 모았던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무산됐기 때문이다. 정몽규 회장이 야심차게 추진한 사업 다각화에 실패한 것이다. 정 회장은 오너라서 경영적 책임은 면했으나 미래를 보는 안목이 부족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HDC현산은 이달 12일 미래혁신본부를 신설하는 등 대규모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기존에 개발본부와 수주본부로 구분됐던 조직을 개발영업본부로 통합하며 상품개발 기획과 기능별 영업 강화를 꾀했다. 그동안 HDC현산이 디벨로퍼를 자처해온 만큼 주택 사업의 큰 축인 정비사업수주는 도시개발사업수주 등과 통칭 되는 ‘기능별 영업 강화’ 중 한 부분이 될 가능성이 크다.

증권가에서는 HDC현산의 실적 회복을 하반기로 내다본다. 분양이 늘어나고 용산‧공릉‧광운대 등 자체 개발 사업이 본격화되는 시점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하반기 기대를 걸고 있는 광운대 역세권 개발을 비롯해 공릉 역세권 개발과 용산 병원부지개발이 모두 리츠 형태로 진행되는 사업이라는 점이다. 리츠는 대개 금융사에서 투자자금을 모아 부동산을 매입해 개발하는 형태다. HDC현산이 진행하는 리츠 사업은 자체 지분투자 비율이 높아 사업이 성공하더라도 단기적으로 많은 수익을 창출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소비자 반응도 심상치 않다. 수원아이파크시티 입주민들은 아파트‧병원‧쇼핑몰‧상가 등을 예정했으나 주민 동의 없이 돌연 제외됐다며 ‘사기 분양’을 주장하고 나섰다. 이 단지 입주민들은 다음 달 행정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HDC현산과 롯데건설이 시공한 ‘반정아이파크캐슬’ 입주민들도 입주자 모집공고 당시와 다른 제품 사양에 반발하고 있다. 앞서 HDC현산은 반정아이파크캐슬의 ‘홈 컨트롤 시스템’을 전반적으로 신 모델로 소개했다 계약 체결 이후 사양이 낮은 구형 모델로 바꿨다는 비판을 받았다.

HDC현산 관계자는 “앞으로 시티오씨엘 1단지, 2단지 등의 사업을 차질 없이 진행하고 평택 고덕 2차 아이파크, 광주 학동 4구역, 대전 탄방 1 재건축 등 전국 주요 도시에서 아이파크를 선보일 것”이라며 ”하반기에는 공릉역세권 개발사업, 용산철도병원부지 개발사업 등 리츠를 활용한 주요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진행해 상품기획‧시공‧운영‧금융역량을 갖춘 종합금융부동산기업으로 발돋움할 것”이라고 밝혔다.

인사이트코리아, INSIGHT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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