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쉰들러의 공격, 한국정부를 '봉'으로 아나
이번엔 쉰들러의 공격, 한국정부를 '봉'으로 아나
  • 조혜승 기자
  • 승인 2018.07.20 17: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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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엇 이어 쉰들러도 ISD 절차 돌입...최순실 국정농단 등이 빌미 제공

 

쉰들러는 최근 한국정부를 상대로 3000억원 규모의 ISD 제기를 위한 절차로 중재의향서를 제출했다.<쉰들러 홈페이지>

[인사이트코리아=조혜승 기자] 한국 정부를 상대로 한 투자자국가소송(ISD)이 잇따르고 있다. 올해 엘리엇과 메이슨이 제기한 1조원 규모의 ISD에 이어 이번엔 쉰들러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 박근혜 정부가 개입한 게 드러나면서 외국계 자본의 줄소송이 우려되고 있다.

스위스 승강기 기업 쉰들러 홀딩 아게는 최근 한국 정부를 상대로 3000억원 규모의 ISD 제기를 위한 절차로 중재의향서를 제출했다.

법무부에 따르면 쉰들러는 지난 11일 대한민국 정부가 협상 의사가 있는지 확인하는 중재의향서를 국제 투자분쟁해결센터에 제출했다. 쉰들러는 현대그룹이 지난 2013년부터 2015년까지 진행한 3건(총 5500억원)의 유상증자를 문제 삼은 것으로 알려졌다.

유상증자는 법적으로 회사 신규사업이나 운영 자금 마련 목적으로만 이뤄져야 하는데 당시 현대엘리베이터 현정은 회장이 경영권 방어를 목적으로 유상증자를 했으며 이를 금융감독원이 승인한 게 불법이고 회사 측이 막대한 피해를 봤다는 주장이다.

쉰들러는 세계 2위 승강기 제조회사로 현대엘리베이터의 지분 15.9%를 보유하고 있는 2대 주주다. 쉰들러는 우리나라와 EFTA(유럽자유무역연합) 간 FTA(자유무역협정)에 따라 중재의향서 제출 후 최대 6개월간 협상기간을 거쳐 ISD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업계에선 법정 공방에서 모두 패소한 쉰들러가 ISD 절차를 밟는 것은 최근 현대엘리베이터가 대북사업 경협주로 떠오르며 주가가 급등하자 발목 잡기에 나선 것은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쉰들러가 남북경협 본격화를 앞두고 현대엘리베이터를 흔들어 잇속을 챙기려는 의도를 갖고 있다는 것이다.

업계에선 쉰들러가 실적 악화를 만회하기 위해 현대엘리베이터를 공격한다는 해석도 내놓고 있다. 해외사업 감소 등으로 실적이 악화되자 현대엘리베이터와의 분쟁을 통해 '현금'을 챙길 수 있다는 점을 암시해 주가 상승을 노리고 있다는 얘기다.

현대엘리베이터와 쉰들러의 기나긴 싸움 

쉰들러의 공격은 이번 만이 아니다. 2010년 이후 쉰들러와 현대그룹간 분쟁은 세 번째다. 현대그룹과 쉰들러는 협력 관계였지만 2011년 쉰들러가 현대엘리베이터의 경영 정보 공개를 요구하고 유상증자에 매번 반대하면서 사이가 틀어졌다고 한다.

쉰들러는 2014년 현대그룹 측이 현대엘리베이터를 통해 현대상선의 파생상품계약을 체결해 7000억원 상당 피해를 봤다며 소송을 제기했다가 지난 2016년 1심에서 패소하면서 일단락 됐다. 2015년 금융감독원에 유상증자 목적이 불분명하다는 민원도 제기했다. 쉰들러는 2013년 969억원, 2014년 1900억원, 2015년 2700억원 규모 유상증자가 현정은 회장의 경영권 강화를 위한 것이라며 매번 반대했다.

특히 2013년 쉰들러는 현대엘리베이터에 대해 적대적 인수합병을 시도해 최고 34%까지 지분 확보에 성공했다. 이에 현대그룹이 969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로 현대엘리베이터 지분율을 50%까지 끌어올려 경영권 방어에 나섰다. 이에 쉰들러는 신주발행금지 가처분신청을 제기했지만 패소했다.

현대엘리베이터 측은 “쉰들러가 대한민국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당사와 별개로 진행됨에 따라 별도의 입장 발표는 없다”고 밝혔다.

현대엘리베이터 관계자는 “그간 쉰들러는 회사를 상대로 이사회의사록 열람등사신청, 회계장부열람 등사가처분, 신주발행금지가처분 등 다양한 소송을 제기했다”며 “주주대표소송은 1심에서 쉰들러가 패소한 후 항소해 2심이 현재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박근혜 정부 당시 최순실 국정농단이 빌미 제공

ISD가 이어지는 원인 중 하나로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를 꼽는 사람이 많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과 관련해 법원은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에 대해 국민연금 지도감독권 남용(직권남용죄) 혐의로 1심과 2심에서 각각 징역 2년6개월을 선고했다. 홍완선 전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에 대해서는 국민연금에 약 1387억원의 손해를 끼쳤다고 보고 업무상 배임죄로 1심과 2심에서 징역 2년6개월이 선고됐다.

복지부 적폐청산위원회도 지난 4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대한 국민연금의 찬성 결정을 청산해야 할 적폐라고 발표해 ISD의 빌미를 줬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행동주의 펀드 엘리엇은 이를 이용해 삼성물산 합병 때 국민연금의 찬성으로 손해를 봤다며 ISD를 제기한 상태다.

최근 헤지펀드들은 삼성, 현대차, SK 등 사내 유보금이 많아 배당 여력이 높거나 저평가된 한국 기업들을 집중적으로 노리고 있다. 이들 기업들이 지배구조가 취약하고 투자처가 필요한데 사내 유보금이 많아 헤지펀드의 먹잇감이 되고 있는 것이다.

헤지펀드들은 한국 기업들의 지분을 확보한 뒤 지배구조 개편과 경영권 승계, 기업 분할, 합병 등에 개입해 시세 차익과 많은 배당을 노리고 있다. 10대 그룹 사내 유보금은 지난 2016년 기준 538조원으로 역대 최대 수준이다. 헤지펀드들은 이 돈을 먹기 위해 경영권 개입, 소송 등으로 압박하고 있는 것이다.

예컨대 엘리엇은 2015년 6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반대하면서 배당금 확대 등을 요구했다. 삼성전자는 배당금 확대 등 엘리엇의 요구를 일부 수용했다. 이를 두고 재계 관계자는 "헤지펀드들이 단맛을 보고 한국 기업들을 맘대로 휘저을 수 있는 사냥터 쯤으로 여기고 마구 달려들고 있는 형국"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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