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 짐짝 취급한 유나이티드항공 ‘추락’하다
고객 짐짝 취급한 유나이티드항공 ‘추락’하다
  • 유시진 뉴시스 국제뉴스 담당전문위원
  • 승인 2017.05.04 15: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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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의 일치된 행동의 힘 일깨운 ‘데이비드 다오 사건’
▲ 오버부킹을 이유로 좌석에 자리를 잡았던 승객을 강제로 끌어내 세계인의 비난을 받았던 유나이티트 항공.<뉴시스>

데이비드 다오, 69세, 베트남계 내과의사. 얼마 전만 해도 그가 누구인지 아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하지만 지금 그는 전 세계적으로 유명인사가 됐다. 그는 지난 3월 9일 시카고를 출발해 루이빌로 가려던 유나이티드항공 비행기에 탔다. 그러나 항공사측은 예약이 초과됐다며 다오에게 좌석을 양보하라고 요구했다. 당연히 그는 거부했고 보안요원들에 의해 강제로 끌어내려졌다. 

이 과정에서 다오는 코뼈가 부러지고 이빨이 두 개나 빠졌으며 뇌진탕 증세까지 일으켰다. 다오는 승객이 아니라 마치 짐짝처럼 다뤄졌다. 한 여승객이 스마트폰으로 이 장면을 촬영, 유튜브에 올렸다. 동영상은 급속도로 전 세계로 퍼졌다. 그가 아시아계라는 점 때문에 인종차별 비난까지 겹치면서 유나이티드항공은 순식간에 지탄의 대상이 됐다.

유나이티드항공 이미지 ‘곤두박질’

동영상은 유나이티드항공에 막대한 타격을 가했다. 주식시장에서 유나이티드항공의 시가총액은 데이비드 다오 사건이 알려지자마자 4%(7억7000만 달러)나 빠졌다. 당장의 주가 하락보다 더 큰 문제는 회사 이미지가 나빠지면서 유나이티드항공 대신 다른 항공사를 이용하겠다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 점이다. 

모닝 컨설트라는 미 여론조사기관은 사건 사흘 후인 지난 3월 12일 미국 성인 1975명을 대상으로 뉴욕에서 시카고로 비행기로 이동할 때 유나이티드항공과 아메리칸항공 중 어느 항공을 이용하겠는지를 물었다. 

항공요금(204달러)도 똑같고 비행시간(3시간)도 똑같은 조건이었다. 데이비드 다오 사건이 아니었다면 유나이티드항공을 타겠다는 사람이 49%, 아메리칸항공을 타겠다는 사람이 51%로 큰 차이가 없었다.

그러나 데이비드 다오 사건을 고려했을 때는 유나이티드항공 21%, 아메리칸항공 79%로 전혀 다른 결과가 나타났다. 게다가 비행요금이 더 비싸더라도, 아니면 비행시간이 좀 더 길더라도 아메리칸항공을 이용하겠다는 사람도 많았다.

이런 여론조사에서 볼 수 있듯이 데이비드 다오 사건으로 유나이티드항공의 이미지는 회복하기 힘든 타격을 입었다. 유나이티드항공이 당초 다오에게 좌석 양보를 요구한 것은 다른 유나이티드 항공편에 근무해야 하는 자사 승무원 4명을 태우기 위해서였다. 항공요금을 지불한 고객의 이익보다 비행 일정을 맞추려는 자사 이익을 앞세운 것이다.

이들 승무원 4명이 좌석을 양보 받아 예정대로 다른 여객기에서 근무할 수 있었을 때 유나이티드항공이 얻을 수 있는 이익은 사건 이후 유나이티드항공이 초래한 손실에 비하면 그야말로 ‘새발의 피’ 수준이다. 

유나이티드항공이 다오에게 좌석 양보를 강요하고 양보를 거부한 그를 강제로 끌어낸 것은 크게 잘못된 선택이다. 회사를 위해 무엇이 중요한 것인지에 대한 개념이 없었다고 할 수밖에 없다.

이런 선택을 한 유나이티드항공 직원들이 정말로 자신들의 행동이 회사를 위한 것이라고 생각했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그들로서는 다른 선택을 할 방법이 없었을 것이라는 점이다.

본말전도 된 ‘기업이익 극대화’

모든 회사들이 그렇듯이 유나이티드항공 역시 회사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규정들을 마련해놓고 있다. 직원들의 행동은 이러한 회사 규정에 따르기 위한 것이었다. 하지만 이 규정들은 회사의 이익 극대화만을 내세웠지 회사가 추구해야 할 고객들의 만족은 도외시한 것이었다. 말 그대로 본말이 전도된 것이었다. 

회사 규정이 현장 상황에 비춰볼 때 맞지 않기 때문에 탄력적으로 적용해야 한다고 생각할 수 있는 직원도 없었다. 현장 상황을 무시한 채 맹목적인 규정 준수만을 강요했을 뿐이었고 그것이 막대한 손실이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온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번 데이비드 다오 사건이 서비스의 대상인 고객의 만족을 충족시키지 못하면 자신들의 이익도 추구할 수 없다는 것을 새삼 확인시켜주었다는 점이다. 

이는 비단 유나이티드항공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다른 모든 기업들에 똑같이 적용되는 것이기도 하다. 단지 기업들만의 문제도 아니다. 데이비드 다오 사건에 세계의 수많은 사람들이 분노한 것은 이 사건이 다오에게만 일어난 특수한 사건이 아니며 자신도 언제든 그러한 일을 당할 수 있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특히 아무 잘못도 없는 다오에게 유나이티드항공이 회사 규정을 내세워 저지른 과도한 폭력을 용납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는 국가가 휘두르는 공권력에 대해서도 똑같이 적용될 수 있다. 그동안 공권력이란 이름 아래 자행된 과도한 폭력 사태로 기본인권이 침해받는 것을 우리는 너무나 많이 목격해 왔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파면과 구속 역시 이러한 공권력의 과도한 사용이 초래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유나이티드항공에 대한 분노가 얼마나 오랫동안 지속될 것인지는 단언할 수 없다. 그러나 이번 사건에서 한 가지 희망을 찾을 수 있다면 용납하기 힘든 기업의 횡포에 반발한 소비자들의 분노가 기업의 잘못을 바로잡을 수 있다는 희망을 발견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정부나 기업의 개입 없이도 SNS를 통해 확산되는 소비자들의 분노만으로 유나이티드항공은 잘못을 거듭 사과했고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겠다고 수차례나 약속했다. 잘못을 바로잡겠다고 모든 사람들이 하나같이 나설 때 잘못을 저지른 사람들이 견뎌낼 방법은 없다.

유나이티드항공의 데이비드 다오 사건은 그런 점에서 소비자들의 일치된 행동이 갖는 힘을 일깨워준 전환점이라 할 수 있다.
※이 글은 인터넷 <논객닷컴>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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