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 존중’ 기업철학 지켜온 김진하 록시땅코리아 지사장
‘자연 존중’ 기업철학 지켜온 김진하 록시땅코리아 지사장
  • 이하영 기자
  • 승인 2021.07.01 16: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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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부터 판매까지 늘 환경을 먼저 생각한다”
김진하 록시땅코리아 지사장. <이원근>

[인사이트코리아=이하영 기자] 도착했다고 전화를 하니 흰 티셔츠에 군청색 정장을 입은 한 여성이 유리문 앞으로 나왔다. 신발은 운동화다. 자리를 안내해 주고 커피를 마실 건지, 온도는 어느 정도가 좋은지 묻고는 나갔다. 잠시 짐을 정리하는 사이에 머그컵 한 잔을 가지고 나와 건네주면서 “우리는 비서가 없어서요”라고 빙긋이 웃는다. 6월 30일 <인사이트코리아>가 만난 김진하 록시땅코리아 지사장은 직원보다 먼저 움직이는 발로 뛰는 CEO였다. 

록시땅코리아는 어떤 회사인가.

“록시땅은 1976년 프랑스 프로방스에서 시작됐다. 록시땅코리아는 록시땅 브랜드와 같은 이름의 화장품 그룹사인 록시땅 그룹의 한국 지사다. 현재 록시땅코리아는 그룹사 브랜드 중에서 록시땅과 에르보리앙을 판매한다. 하반기에 영국의 대표적인 스킨케어 브랜드인 엘레미스를 출시할 예정이다. 엘레미스는 스파 브랜드이기도 하다. 코로나19로 외출이 어려운 시기 집에서 편안한 시간을 즐기려는 소비자들로 지난해 유럽서 매출이 급증했다.”

록시땅코리아 대표가 되기까지 스토리가 궁금하다.

“대학과 대학원에서 프랑스 문학을 전공하고 처음 도전한 사회생활이 프랑스 화장품 회사의 마케팅팀 인턴이었다. 그곳에서 8년 정도 마케팅팀 일원으로 일한 후 이탈리아 주얼리 회사로 이직했다. 화장품이 아닌 다른 업계에서 3년간 근무했다. 다시 화장품으로 복귀한 곳이 록시땅이었다. 2008년 브랜드 제네럴 매니저로 입사해 2011년 10월 록시땅코리아 대표가 됐다. 록시땅에서 일한 지 이제 13년이 막 지났다. 처음 브랜드 매니저로 입사했을 때부터 록시땅 브랜드 철학(신뢰를 바탕으로 천연연료 사용, 감각의 즐거움을 선사, 자연과 사람들에 대한 존중)이 굉장히 마음에 들었다. 입사 후 텍스트로만 접하던 프랑스 남부지방을 실제로 경험했는데 창립자인 올리비에 보쏭이 미팅에 나오셔서 브랜드 철학을 이야기한 부분이 인상 깊었다. 창립자분을 보면서 잘 해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13년 동안 록시땅에서 일하면서 가장 뜻깊었던 일이 있다면.

“록시땅은 창립자가 신념을 갖고 만들어 그 신념을 지켜온 브랜드다. 최근 ESG(환경·사회·지배구조)를 하는 척만 하는 기업이 많다는 그린 워싱 논란이 있다. 록시땅은 일부러 마케팅을 위해 활동을 하거나 만들어진 기업이 아니라는 점에 자부심을 느낀다. 일을 하면서 어려운 과정도 있고 어려운 시기도 있지만 항상 좋은 브랜드에서 일한다고 생각해 즐겁다.”

록시땅은 나에게나 남에게 선물하기 좋은 브랜드로 알려졌다. 록시땅 브랜드의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남에게 주는 선물은 나의 안목과 스타일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록시땅만의 스타일은 고급스럽지만 사치스럽지 않고, 타인을 배려하는 브랜드라는 점에 있다. 다양한 록시땅의 제품들은 상황과 사람을 가리지 않고 선물하기 좋다. 그리고 때로는 스스로에게 선물로 줘도 기쁜 브랜드라고 생각한다. 선물하기에 부담 없는 가격과 다양성도 큰 역할을 한다고 본다. 록시땅은 핸드크림만 해도 스물두 가지 정도 된다. 커피 한 잔으로 느낄 수 있는 즐거움은 순간에 끝나지만 록시땅 핸드크림을 사면 몇 개월 동안 내가 좋아하는 향으로 좋은 기분을 느낄 수 있다.”

김진하 록시땅코리아 지사장. <이원근>

록시땅 제품 중 가장 좋아하는 제품은 무엇인가.

“시어버터라는 원료를 가장 먼저 핸드크림으로 만들었던 록시땅이지만, 진짜 마니아들은 록시땅의 기초 라인인 이모르뗄을 좋아한다. 개인적으로 그 중에서도 리셋과 디바인 라인 제품을 가장 좋아한다. 이모르뗄(immortel, 불사의·불멸의·영원한)은 이름처럼 불멸의 꽃으로 프랑스 남부 코르시카 섬에서 자란다. 록시땅이 처음으로 유기농 재배를 하기 시작했다. 만개하면 드라이플라워처럼 시들기 전까지 노란색 꽃의 형태를 유지한다. 에센셜 오일이 고대부터 상처 치유에 사용될 만큼 재생력이 뛰어나다.”

록시땅은 ‘카카오톡 선물하기’에 처음 입점한 명품브랜드로 유명하다. 명품브랜드로서 고민도 있었을 것 같은데.

“시대의 변화에 따라 소비자의 행동도 변화한다. 브랜드도 소비자와 같이 변화와 진화를 거듭해야 한다고 본다. 2013년 카카오톡 선물하기가 시작되고 얼마 되지 않아 록시땅 입점을 결정했다. 시간·공간이라는 물리적인 제약을 극복하는 선물 방법으로 재미있고 편리한 유통 방식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입점을 고민한 것은 사실이다. 당시 카카오톡 선물하기에 수입 브랜드가 하나도 없었고 국내 화장품 브랜드도 한두 개 정도에 불과했다. 선두 주자가 가진 리스크도 있지만 결국 현재 모든 명품 브랜드가 입점해 있다. 그때 판단이 틀리지 않았다고 본다.”

제품 유통에서 고민하는 부분은 무엇인가.

“요즘 젊은 친구들이 어디로 가서 시간을 보내나 항상 주시한다. 성수동에 가는지, 한남동에 가는지. 그 지역에 간다면 무슨 가게에 가는지, 쇼핑은 어떤 방식으로 하는지 알아본다. 트렌드에 가장 민감한 사람이 2030세대인 만큼 그들이 이야기를 어떻게 끌고 가는지 파악하며 소비자로서 상황을 바라보려고 노력한다. 실제 소비자의 폭은 40~50대로 더 넓어졌다고 본다.”

유기농이라는 점도 록시땅이 소비자들에게 선택받는 이유 중 하나로 보인다. 최근 뷰티업계에서 유기농 제품의 의미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록시땅의 전 제품이 유기농 인증을 받은 것은 아니지만, 유해한 성분을 쓰지 않겠다는 생각 하에 자체적으로 체크하는 시스템이 있다. 록시땅 제품에 맞는 성분이나 부가적으로 들어가는 성분 등을 엄격하게 컨트롤 한다. 유기농 원료를 사용해 제품을 생산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자연을 존중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생산 방식이다. 가격적인 면에서 유기농이 비쌀 수밖에 없는 이유는 관련 농사를 짓기 위해서는 몇 년간 휴지기를 갖는 등 생산자들의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비료도 줄 수 없기 때문에 수확량이 줄어들 수밖에 없는데, 수익을 보장해주기 위해서는 생산 단가를 높게 인정해 줄 수밖에 없다. 장기적으로 건강한 제품을 얻기 위한 투자라고 생각해주면 좋겠다. 생산량보다는 원료를 생산하는 나무를, 땅을 보존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기본이다. 이러한 진심이 현명한 소비를 원하는 요즘 세대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라고 본다.”

유기농 제품은 일반 화장품보다 유통기한이 많이 줄어드나.

“꿀은 ‘천연 방부제’로 불린다. 유기농이라고 해서 꼭 오래 못 쓰는 것은 아니다. 화장품은 유기농 여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공기에 접촉한 이후 오래 두는 것이 나쁘다는 점을 이야기 하고 싶다. 개봉 후 6개월 표시가 돼 있는 화장품을 한 번 쓰고 6개월 뒤에 쓰면 변질될 수 있다. 구매할 때 유통기한을 보면서 묵혔다 1~2년 후에 사용하는 것도 좋지 않다. 화장품은 사고 바로 사용하는 것이 가장 좋다.”

록시땅코리아는 2018년부터 공병 수거 캠페인을 진행 중이다(위). 센토리 조향 스쿨 조향 키트.<록시땅코리아>

브랜드 철학을 실천하기 위해 사회공헌 활동을 많이 한다고 알고 있다. 활동을 어떻게 진행하고 있는 지, 사회공헌의 가치를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록시땅은 창립자 올리비에 보쏭이 자연과 인간을 존중하는 철학을 가지고 만들었다. 그 당시는 CSR(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라는 개념도 없을 때지만 록시땅의 기업 철학에는 녹아있다. 대규모 생산 방식으로 인해 소외돼 가던 전통방식으로 에센셜 오일을 만들고, 오래된 비누 공장을 지켜내는 과정을 통해서 프로방스의 전통을 지켜왔다. 지금까지 원료를 생산하는 생산자들과 오랫동안 함께 자연을 지켜오는 일을 하고 있다. 여성의 자립을 돕는 활동도 있다. 본사뿐만 아니라 각 지사에서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도 한다. 바로 이번 달(6월)에 전 세계 직원이 함께 참여해 일정한 거리를 걷는 만큼 기부를 하는 ‘레이스 포 비전(Race for vision)’을 6회째 진행했다. 올해 레이스 포 비전에 참여한 글로벌 전체 팀 중 록시땅 코리아의 한 팀이 1위를 차지해 뜻깊다. 글로벌 총 목표 거리가 60만km였으나 70만km를 달성해 30만 유로 기부를 확정했다.”

록시땅코리아만의 사회공헌 활동이 있나.

“플라스틱 사용 절감과 실명 예방 캠페인 활동이 중심이다. 2025년까지 전 제품 패키지에 100% 플라스틱을 재활용한 용기 사용을 목표로, 록시땅은 국내에서 2018년 11월 테라 사이클 공병 캠페인을 시작으로 2019년부터 매년 공병 수거 재활용 캠페인인 리팅크 뷰티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시각장애인 돕기는 직업선택의 제한을 겪는 시각장애 학생들을 위해 진행했다. 1997년 제품 라벨링에 점자를 도입했으며, 2007년부터 흰지팡이의 날 기념 자선 바자회를 통해 성금을 모아 시각 장애 어린이들의 개안 수술에 도움을 주고 있다. 2014년 3월에는 서울맹학교와 연계해 방과 후에 센토리 조향 스쿨을 운영했다. 2007년 시작된 자선 바자회의 경우 매칭그랜트 방식으로 채택돼 글로벌 본사에서 의미 있는 사회공헌 사업으로 지원하고 있다.”

록시땅의 향후 발전 방향은 무엇인가.

“이제 브랜드의 사회적 기여는 처음부터 끝까지가 돼야한다고 본다. 새로운 소비자인 MZ세대는 원료를 생산하는 단계부터 시작해 생산자와 생산자가 관리하는 자연, 유통단계까지 본다. 록시땅은 유기농 제품을 사용하고 아프리카 부르키나파소 공화국 여성의 자립을 위해 관련 공동체에서 재배하는 시어버터를 구매한다. 용기나 원료가 사람에게 해롭지 않은지 고민한다. 록시땅 제품이 해외에서 생산돼 들여오기 때문에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는 이동 수단 활용도 고민하고 있다. 판매할 때도 제품이 소비자에게 제대로 전달되는지, 소비자들이 다 쓴 용기를 가져오게 하는 것 또한 바다에 플라스틱이 떠다니지 않게 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환경과 사회에 기여하면서 함께 성장하는 브랜드가 되는 것이 현재의 방향성이다. 이것이 회사가 어떻게 지속가능한 성장을 할 것인가에 대한 해답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여성으로 일하면서 느낀 어려움이 있다면.

“여성이기 때문에 일하면서 특별히 어려움을 느낀 적은 없다. 그동안 일한 회사들이 외국계 화장품 회사, 여성 구성원이 많은 패션 회사여서 어려움을 느끼지 않고 일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여자라서 업무에 대한 기대치가 낮아지거나 책임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직장인이 겪는 어려움은 남녀가 같다고 생각한다. 다만 아이를 낳고는 좀 다르다. 자녀가 유치원에 다니고 학교를 가면서 가끔 엄마가 함께 할 수 없을 때 미안함을 느낀다. 그것도 아이가 학교에서 직업을 배우게 되는 고학년때부터는 엄마도 일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게 되는 것 같다.”

창업자 올리비에 보쏭은 부르키나파소 공화국 여행 중 ‘여성의 황금’이라 불리는 시어 열매를 발견했다. 록시땅은 부르키나파소 여성들과 공정거래 협약을 맺고 여성들의 경제적 자립을 돕고 있다.<록시땅코리아>

경영 철학은 무엇인가.

“자연과 인간을 존중하는 기본을 지키는 것, 열정과 긍정적인 에너지를 전파하는 것이다.”

시간 날 때 즐기는 일이 있나.

“가능하면 시간이 나는 대로 운동을 자주 하려고 한다. 주중에는 필라테스를 하고 테니스를 친다. 주말에는 한강 주변 걷기, BTS 음악 듣기, 유튜브로 다양한 영상 찾아보기 등이 요즘 가장 즐겁게 하는 일이다.”

앞으로의 꿈이 궁금하다.

“새로운 것을 배우면서 사는 것이 꿈이다. 해마다 연초에 새로운 것 3가지 정도를 배우는 것을 목표로 한다. 중도에 포기도 하고 바뀌기도 하지만 새로운 것을 배우고 그것을 다른 사람들에게 알려줄 수 있는 일이면 더 좋을 것이라 생각한다. 올해는 수화, 일어 그리고 서핑을 배워보는 것이 계획이자 꿈이다.”

후배여성 사회인 혹은 동종업계 여성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나를 처음 인턴으로 뽑았던 분이 록시땅에 오게 해주셨던 분이다. 인턴 때 그 분은 사장님이셨고, 이제 내가 사장이 됐다. 시간이 지나고 나니 어떻게 보면 내가 항상 조언을 구할 수 있었던 분이었던 것 같다. 상사들이 멘토가 되고 화장품 회사에서 일했던 것이 재미있었다. 이런 멘토를 얻을 수 있으면 직장생활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본다. 몇 년 전 만나뵀던 지도 교수님의 말씀이 기억난다. 여성 교수님이셨는데 ‘여성도 일을 끝까지 해보는 것이 중요하다. 중간에 고비가 오면 멈추거나 정년퇴직으로 가는 사람이 거의 없다. 그래서 선배들이 끝까지 하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씀하셨다. 그런 이유로 교수님도 계속 일하신다는 말을 듣고 ‘하고 싶으면 끝까지 해보는 용기’를 가져보라고 말해주고 싶다.”

김진하 지사장 프로필

1994년 서강대학교 불어불문 학사

1997년 서강대학교 불어불문 석사

2013년 경영대학원 Executive MBA

1997~2005년 로레알코리아

2005~2008년 불가리코리아 마케팅 매니저

2008~2011년 록시땅코리아 브랜드 제너럴 매니저

2011년~ 록시땅코리아 지사장

인사이트코리아, INSIGHT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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