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그라고 얘기했는데 다큐가 돼 버렸네요”
“개그라고 얘기했는데 다큐가 돼 버렸네요”
  • 문기환 전문위원 겸 새턴PR컨설팅 대표
  • 승인 2021.07.01 14:31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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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담이 사실로 둔갑해 특종보도(?)된 해프닝
<게티이미지뱅크>

[인사이트코리아=문기환 전문위원] 얼마 전 동네 병원에서 코로나 백신 접종을 했다. 혈전이 생기는 등 일부 부작용이 있다는 뉴스가 연일 보도돼 은근 걱정했었다. 그런데 SNS를 통해 지인들이 올린 ‘아무 이상 없다’는 백신 접종 경험담을 보고서 자신감을 얻었다.

접종 후 2일 째 되는 날 하루 정도 열이 있었는데 이후 정상 체온으로 돌아와 다행이었다. 불과 한 달 전만 해도 우리나라가 백신 수급에 문제가 많아 접종율이 전 세계 최하위권이라고 우려하던 뉴스가 난무했었는데 이제는 전 국민의 30%가 1차 접종을 마쳤다고 한다. 당초 목표를 초과 달성했다는 뉴스가 또 여기저기서 나온다. 매사 조급해 하고 ‘빨리 빨리’ 서두르는 국민성을 여기서도 보는 것 같아 씁쓰름했다.

코로나와 함께 요즘 메인 뉴스면을 차지하는 아이템이 있다. 내년 3월에 있을 차기 대통령 선거를 앞둔 정치 뉴스이다. 최근에도 X 파일이니 공작 정치니 하면서 여야가 뜨겁게 대치하고 있다. 이 와중에 제법 신선한 소식도 있었다. 대한민국 정치 역사상 유례가 없는30대의 제 1 야당 대표가 탄생한 것이다.

“우리 다 같이 북한을 가볼 수 있을 텐데…”

지난 4월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 결과에서 나타났던 젊은 층의 대거 정치 참여 움직임이 주요 원인이었다. 언제까지 갈지는 모르겠지만 젊은 야당 대표의 거침 없는 행동이 여야를 막론하고 구태 정치에 환멸을 느끼고 있는 국민들의 주목을 끌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그 중 하나가 이른바 토론 배틀이다. 주요 당직자를 뽑는 방식에 자유 경쟁 시스템을 적용한다는 것이다.

뉴스를 보니 대변인과 상근 부대변인 등 총 4명을 뽑는데 564명이 지원해 경쟁률이 141대 1이라고 한다. 18~79세까지 다양한 연령대가 참가했다고 한다. 8강전과 결승전은 TV로 생중계 한다 하니 정치 행사치고는 흥행에도 성공적인 이벤트라 할 수 있다.

심사의 공정성을 기하기 위해 심사위원도 당내 뿐만 아니라 당외 인사들도 섭외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 중 한 명으로 거론되는 인물이 바로 청와대 정무수석이다. 정무수석의 신임 야당대표 당선 축하 인사차 방문하는 자리에서 농담처럼 나온 얘기라 한다. 평소 친분이 있던 두 사람 사이이기에 가능했다고 본다.

그런데 다음날 뉴스에는 거의 확정된 것처럼 보도가 나온다. 그날 아침 출연한 한 라디오 방송에서 그 정무수석이 웃으면서 한 말이 기억에 남는다. “하, 개그라고 얘기 했는데 다큐가 되어 버렸네요~”. 아직 심사위원으로 최종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농담이 사실로 되어버리는 일도 있을 수 있겠다. 다음은 필자가 직접 경험한 농담이 사실로 둔갑해 보도된 해프닝 한 편이다.

대우그룹은 1992년초 당시 김우중 회장의 방북 이후 꾸준히 남북 합작사업을 추진해왔다.그 결과 4년 후인 1996년 8월, 드디어 셔츠, 가방, 재킷을 생산해 일본과 유럽으로 수출하는 자본금 1000만 달러 규모의 남북 최초 합작회사인 ‘민족산업총회사’가 설립돼 본격적인 영업에 들어갔다.

극도의 보안을 요하는 사안인지라 ㈜대우 홍보팀은 수년 동안 언론사에 속 시원히 사업의 진척 상황을 공개하지 못했다. 이에 합작법인 설립 공식 발표를 앞두고 연일 쏟아지는 출입 기자들의 집요한 질문 공세에 시달렸다. 마침내 ‘민족산업총회사 본격 출범’이라는 보도자료를 내고 어느 정도 여유를 갖고 한숨을 돌리고 있었던 시점의 일이다.

발표 후 며칠이 지난 어느 여름날, 홍보팀장인 필자는 기자실에서 업무를 보고 있는 기자들 서너명과 함께 대우빌딩 지하 음식점으로 점심을 먹으러 갔다. 식사 중 대화 주제는 자연스럽게 민족산업총회사 설립 등 남북경협이 됐다. 이미 공식 발표가 끝났으므로 모두들 조금 긴장이 풀린 상황에서 잡담 수준의 대화를 이어가고 있었다. 마침 그 자리에는 정치부 기자 시절 남북적십자회담 취재차 평양을 방문한 경험이 있는 기자도 있고 해서 그 기자의 몇 년 지난 북한 방문 취재담을 호기심 반, 부러움 반으로 재미있게 듣고 있었다.

그때 필자가 “만일 남포공장 오픈 기념식이 다른 외국의 경우처럼 공식으로 개최될 수만 있다면 이 자리에 있는 우리들(필자와 출입기자)도 다 같이 북한 지역을 가볼 수 있을 텐데…”라는 취지의 이야기를 다분히 농담 삼아 희망사항으로 이야기했다. 이후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식사를 마쳤다. 식사 후 할 일이 있다며 곧바로 신문사로 복귀한 기자도 있었고 기자실에 남아 있다가 돌아간 기자도 있었다.

식사 중 희망사항으로 얘기한 농담을…

돌발 상황은 그날 저녁 사무실에서 다음날 아침 신문 가판을 받아 본 시점부터 시작된다. 특별히 신경 써야 할 기사 거리도 없었기에 느긋하게 이 신문, 저 신문을 차례로 보고 있었는데 어느 종합일간지의 경제면을 보고는 화들짝 놀라고 말았다. 경제면 중간에 검은 테두리를 친 박스 기사가 눈에 들어 온 것이다. ‘대우, 남포공장 개업식에 출 입기자 초청 예정’. 대략 이런 제목이었다.

아니 세상에! 식사 중 희망사항으로 얘기한 농담을 진실로 알았다는 말인가? 그 때 여기 저기서 전화통이 울린다. 타 언론사 출입기자들이 걸어온 사실 여부 확인 전화다. 그 중에는특종(?)기사를 쓴 기자와 함께 점심식사를 했던 기자들도 있었다. “아니, 아까 하신 말 농담 아니었어요?” “당연히 농담”이라는 필자의 이야기를 듣고는 내일 조간 신문까지 오보가 되지 않도록 그 기자에게 빨리 연락해 주라는 걱정까지 해줬다.

필자는 간혹 벌어지는 착오 기사의 하나이기에 문제가 간단히 해결되리라 생각하며 그 기자의 호출기 번호를 열심히 눌렀다. 여러 번 시도했음에도 답신 전화가 없다. 신문사로 전화했다. 조금 전까지 있었는데 퇴근했다며 급하면 집으로 전화해보라고 한다. 집으로 전화를 걸었더니 부인이 받는다. 들어오시는 대로 꼭 전화 부탁을 드린다고 하며 전화를 끊었다.

저녁 9시가 됐다. 아직 연락이 없다. 초조해진 필자는 신문사 경제부 데스크에게 전화를 걸었다. 상황 설명을 자세히 하니 그 데스크가 말했다. “충분히 알겠다. 그러나 내규상 취재기자와 통화를 하기 전에는 절대 정정 못한다. 취재기자의 연락을 받는 대로 기사를 삭제하든지 하겠다. 상황이 단순 착오로 벌어진 것 같으니 그리 염려하지 마라.”

결과는 실패였다. 자정까지 계속된 노력에도 불구하고 끝내 그 기자와는 통화하지 못했다. 그 기사는 다음날 아침 시내판에 토씨 하나 안 바뀌고 그대로 실렸다. 다행히(?) 그 단독 기사를 그대로 받은 언론사는 한 군데도 없었다. 어떻게 된 일이냐고 물어보는 출입기자도 없었다. 몇몇 외국언론사 서울특파원의 문의가 있었으나 설명을 듣고는 이내 끊었다.(외신들은 원래 남북문제에 민감하다)

“아~ 이렇게 해서 특종이 생겨나고 또 이렇게 해서 오보가 만들어지는 구나.” 홍보를 시작한 지 10여년이 지난 후라 어느 정도 자신감이 붙어갈 때 또 한번 체험을 통해 공부한 셈이었다. 홍보 담당자는 기자를 상대할 때 언제, 어디서나 신중해야 한다.

인사이트코리아, INSIGHT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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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소리 2021-07-02 09:43:28
홍보맨은 농담도 신중히 해야겠군요~ 재미난 글 잘 보았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