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의 상징이던 비둘기는 어떻게 도시의 무법자 됐나
평화의 상징이던 비둘기는 어떻게 도시의 무법자 됐나
  • 이정문 기자
  • 승인 2021.06.10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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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둘기’ 별명 이어 비둘기 퇴치 업체까지 등장
​여름철, 공원에 자리잡은 비둘기들이 분수대의 물을 맞으며 열기를 식히고 있다. (뉴시스)
​공원을 점령한 비둘기들이 분수대의 물을 맞으며 한 여름 열기를 식히고 있다.<뉴시스>

[인사이트코리아=이정문 기자] 길을 걷다 보면 행인들이 지나다니는 길목에서 비둘기들도 두 발로 걸어다니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비둘기는 조류이지만, 도시 비둘기는 웬만해서는 날지 않는다. 몸이 무겁고 날개를 잘 쓰지 못해 뒤뚱거리며 걷는 비둘기들을 ‘닭둘기’라고 부르기도 한다.

비둘기의 개체 수가 국내에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원인으로 사람들은 ‘88서울올림픽’을 꼽는다. 1988년 올림픽 개최를 앞두고 우리나라는 올림픽 개막식에서 평화의 상징인 비둘기를 하늘로 날려보낼 계획을 세웠다. 물론 날아간 비둘기들은 다시 착륙해 사육사가 교육한 대로 비둘기집 안으로 돌아와야 했다.

하지만 사육사의 말을 듣는 비둘기는 좀처럼 없었다고 전해진다. 내친김에 '가출'한 것이다. 비둘기는 귀소본능이 강하다고 알려진다. 2차 세계대전에서 전령병으로 활용될 만큼, 비둘기는 임무를 마치고 나면 후각과 청각으로 장소를 기억해 집으로 돌아왔다. 

지금의 비둘기는 다르다. 비둘기들은 집을 뛰쳐나와 도시 곳곳에 자리잡고 번식을 이어나갔다. 공원이나 길거리에서 음식물 쓰레기를 쉽게 접할 수 있고, 먹이를 주는 사람도 있어서 굶어 죽을 일은 없었다. 살이 너무 많이 찌는 바람에 날지 못하는 비둘기를 사람들은 ‘닭둘기’라고 부르기도 했다.

닭둘기들은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고 오히려 적극적으로 다가오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새가 인간에게 잡힐까봐 두려워하는게 아니라, 인간이 비둘기를 무서워하는 세상이 온 것이다. 한국조류보호협회에 의하면 2021년도 기준 100만 마리의 비둘기가 전국에 분포되어 있다.

그 중 상당수는 도시에서 번식하며 살아가고 있다. 비둘기는 절벽에서 살아가는 습성이 남아 있어 아파트 옥상이나 고층건물 환풍기 근처에 둥지를 틀기도 한다. 최근엔 아파트 에어컨 실외기와 벽 틈 사이에 자리를 잡는 일도 잦아 테라스가 오물로 엉망이 된다는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공원 근처를 산책하다 보면 비둘기에게 먹이를 주지 말라는 팻말을 심심찮게 볼 수 있는데, 이는 곧 비둘기가 퇴치 대상이 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먹이를 주기보다는 비둘기가 야생으로 돌아갈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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