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원 SK네트웍스 회장 ‘배임·횡령’ 재판, 치열해지는 법정 공방
최신원 SK네트웍스 회장 ‘배임·횡령’ 재판, 치열해지는 법정 공방
  • 한민철 기자
  • 승인 2021.05.04 11: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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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술과보장 조항 위반 두고 검찰과 최 회장 주장 팽팽
최신원 SK네트웍스 회장이 지난 2월 1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배임) 등 혐의의 영장실질심사를 마친 뒤 이동하며 취재진의 질문을 듣고 있다. 뉴시스
최신원 SK네트웍스 회장이 지난 2월 17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배임) 혐의 영장실질심사를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뉴시스>

[인사이트코리아=한민철 기자] 2000억원대 배임·횡령 혐의를 받고 있는 최신원 SK네트웍스 회장에 대한 재판에서 최 회장 측이 ‘무죄’를 주장하고 있는 SK텔레시스 유상증자와 관련한 혐의에 대해 최 회장에게 불리한 증언·증거들이 쏟아지면서 법정 공방이 가열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3부(부장판사 유영근) 심리로 진행 중인 최 회장에 대한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횡령·배임) 등 혐의에 관한 재판에서는 최 회장이 SK텔레시스 자금을 횡령해 자신의 유상증자 대금으로 사용한 공소사실을 두고 법정공방이 이뤄지고 있다.

검찰의 공소사실에 따르면, 해당 혐의는 지난 2012년 9월경 SK텔레시스가 사모투자펀드(PEF)인 ‘KoFC-KTB프런티어챔프 2010-3호(이하 KoFC 펀드)’에 275억원 규모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발행하는 과정에서 비롯됐다. 

KoFC 펀드의 운용사는 KTB투자증권 계열의 KTB PE로, KTB 측은 SK텔레시스의 BW를 인수해 운용하기로 했다. 당시 SK텔레시스는 휴대폰 사업에서 적자를 기록해 2011년 말까지 자본잠식 상태에 있는 등 경영에 어려움을 겪었지만, BW 발행을 통한 275억원의 자금 유치로 어느 정도 숨통이 틔였다. 

하지만 SK텔레시스의 모회사 SKC의 대표이사였던 최신원 회장이 해당 투자에 관여하면서 이번 사건에 이르게 됐다. SK텔레시스는 BW 발행을 위해 395억원 상당의 유상증자를 하기로 했는데, 최 회장이 여기에 참여하기로 했다. 

그동안 최 회장은 자신이 보유하고 있던 SKC와 SK증권 보유 지분 일부를 매각해 173억원의 유상증자 자금을 마련해 납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최 회장이 SK텔레시스 회사 자금 약 164억원을 회계처리 없이 인출했고, 이를 유상증자 대금으로 넣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이런 최 회장의 행위가 명백한 업무상 횡령이자, KTB 측과 체결한 BW 발행 관련 투자 계약 내용에도 위배된다고 보고 있다. 당시 KTB 측은 SK텔리시스와 투자 관련 협의를 해 나가면서 최 회장이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것을 전제로 BW 인수를 결정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최 회장의 유상증자 참여는 계약의 주요 고려 사항이었는데, 검찰은 최 회장의 행위가 당시 BW 계약서 내 ‘진술과보장(Representations and Warranties)’이라는 조항에 어긋난다고 판단했다. 이는 프로젝트 파이낸싱 계약 등에서 주로 사용되는 조항으로 계약상 양측의 협의 사항을 진술하게 하고, 만약 진술이 사실이 아닌 경우 이에 대해 법적 책임을 지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지난달 29일 이 사건 재판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당시 KTB PE 실무 담당자는 최 회장이 유상증자 자금을 자신의 돈이 아닌 회사 자금을 대여 등의 형식으로 마련해 투자에 참여한 것은 진술과보장 조건에 위반된다며 최 회장에 불리한 증언을 했다.  

당시 KTB 측은 협의 과정에서 최 회장이 자신의 돈으로 유상증자에 참여할 것으로 알고 있었고, 만약 최 회장이 회삿돈을 인출해 유상증자 대금으로 사용할 것이었다면 투자를 받아들이지 않았거나 문제의 소지가 될 부분을 해결한 뒤 기존의 계약 협의를 이어나갔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날 재판에서 KTB 전 실무 담당자는 “투자에 들어가기 전에 (문제가 될 수 있는 자금은) 다 정리하라고 하게 돼 있고, 투자에 들어가기 전 동의도 안 받고 (회사 자금을 인출해 유상증자 대금에 사용했다면) 계약위반”이라며 “투자를 할 때 투자자와 대주주 간 신뢰가 중요하고, 내부통제와 신뢰에서 문제가 생겼다면 그걸 해결한 뒤 투자가 들어왔어야 했다”고 증언했다. 

“SK텔레시스 자금 횡령” vs “피해 없는데 구속기소”

최 회장 측은 이 사건 첫 공판에서 “피해가 없는데 검찰이 중대한 재벌 범죄로 포장해 구속 기소했다”며 최 회장에 대한 횡령 혐의를 인정될 수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변호인단은 결과적으로 KoFC 펀드가 SK텔레시스 투자를 통해 어떤 금전적 피해를 입지 않은 점, 최 회장이 SK텔레시스 회삿돈을 인출해 유상증자 자금으로 사용한 것은 맞지만 단기간에 원상복구 시킨 점 등을 주장의 근거로 들고 있다.  

실제 SK텔레시스는 재무약정 미달성 등을 이유로 2014년 4월경 KoFC 펀드에 BW 총액 275억원 전부를 조기상환했고, 그 과정에서 36억원의 이자도 지급했다. 또 최 회장이 계약에 참여하게 되면서 투자계약 조건이 바뀌었는데, 기존 보통주식과 BW를 합한 것에서 전체 BW만으로 275억원을 투자하기로 합의가 이뤄졌다. 

보통 채권이 주식보다 자금 회수의 우선순위가 된다. 만약 회사의 재무상황이 악화되거나 심지어 부도가 나더라도 채권은 기존 조건대로 회수할 수 있는 반면 주식은 손해를 볼 수 있다. 그렇다면 KTB 입장에서는 향후 미상환 리스크도 줄이게 되면서 보다 계약조건이 유리해졌다고 볼 수 있다. 

최 회장 측은 유상증자 과정에서 SK텔레시스 자금을 차용한 것은 맞지만 1개월 반만에 차용금액의 70%를, 그리고 3개월 만에 잔액 전부를 되돌려 놨기 때문에 SK텔레시스와 KoFC 펀드에 금전적 피해를 입히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최 회장이 여러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당시 경영악화를 겪고 있던 SK텔레시스를 살리기 위해 노력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런만큼 최 회장의 유상증자를 위한 자금 대여가 검찰이 지적하고 있는 계약상 진술과보장 조항에서 다룰 만한 중대한 사항이 아니며 법적 처벌 대상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대법원 판례(2017다6108)에 따르면, 진술과보장에 있어 계약 당사자가 진실을 진술하지 않아 계약 위반이 성립하는 경우는 상대방에게 손해를 입혔을 때로 규정하고 있다. KoFC 펀드가 최 회장의 행위로 인해 계약상 금전적 손해를 입지 않은 만큼 진술과보장 위반으로 인한 법적 책임을 지게 될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설명이다. 

다만 이 사건 재판부는 최 회장 측 주장에 대해 ‘변명’이라고 표현하면서, 만약 당시 최 회장이 SK텔레시스 자금을 빼서 유상증자 자금에 넣는 행위가 문제가 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판단했다면 KTB 측에 이를 사실대로 말한 뒤 계약에 임했을 수 있었다고 보고 있다. 

특히 검찰은 당시 BW 인수 계약서에 SK텔레시스가 계약 과정에서 제출한 자료에 언급된 내역 외에 주주 또는 임직원 등과의 거래관계가 없었다고 진술한 내용이 있고, 여기에는 문제가 되고 있는 최 회장의 자금 출납 내역이 기재되지 않았던 만큼 진술과보장 조항 위반이 명백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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