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분석] 이재용 업무상 배임 혐의, 대법원 판례는 검찰 공소사실과 달랐다
[심층분석] 이재용 업무상 배임 혐의, 대법원 판례는 검찰 공소사실과 달랐다
  • 한민철 기자
  • 승인 2021.03.16 10: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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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구 삼성물산 이사, 회사의 사무처리자이자 주주의 사무처리자’ 주장
2009년 대법원 판례 “주식회사 이사는 주주들의 사무 처리하는 지위에 있지 않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뉴시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뉴시스>

[인사이트코리아=한민철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에 대한 경영권 불법 승계 혐의와 관련된 재판에서 업무상 배임 혐의를 두고, 검찰 주장이 대법원 판례와 달라 논란이 가열될 전망이다. 이는 지난 1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5-2부(박정제·박사랑·권성수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이 부회장과 삼성그룹 관계자들에 대한 이 사건 두 번째 공판준비기일에서 밝혀졌다.

이날 검찰은 이 사건 업무상 배임 혐의에 대해 “삼성물산 이사들의 회사와 주주들에 대한 신임관계를 저버리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검찰 공소사실에 따르면, 해당 혐의는 지난 2015년 4~5월 당시 이재용 부회장과 삼성미래전략실 주도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을 통한 이 부회장의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 작업 과정에서 비롯됐다.

검찰은 이 부회장과 최지성 삼성 미래전략실장, 최치훈 삼성물산 사장 등이 공모해 합병의 사업적 타당성이나 합병비율의 적정성 등에 대한 충분한 검토 없이 오로지 이 부회장 개인을 위한 합병을 추진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를 통해 합병비율이 이 부회장에게는 유리하지만 삼성물산에게는 불리하게 정해짐으로써, 삼성물산 주주들이 재산상 손해를 입었으므로 업무상 배임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검찰 공소장을 토대로 해당 혐의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이렇다.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으로 소멸회사인 구(舊) 삼성물산 이사는 회사의 사무처리자이자 주주의 사무처리자다.

상법상 회사의 합병 거래는 이사들의 담당 사무로 주어지며, 이런 사무를 담당할 이사를 주주들은 주주총회를 통해 선임하는 만큼 이사들은 회사의 사무처리자이자 주주의 사무처리자에 해당한다는 것이 검찰 측 주장이다.

검찰은 “삼성물산 이사들은 합병의 필요성 검토에 대한 의무를 방기하는 동시에 합병 정보를 충실히 제공할 의무 역시 위반했다”며 “구 삼성물산 주주들은 이사들의 이런 임무 위배로 인해 향후 객관적으로 실익이 기대되는 재산상 이익을 상실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합병 당시 구 삼성물산의 기업가치와 주가 상승 호재가 있었고, 삼성물산이 제일모직에 비해 자산과 영업이익 약 3배, 매출은 5.5배 많았으며 주가도 2.6배 높았다.

이에 따라 검찰은 이 부회장과 최지성 전 실장, 최치훈 사장 등 이사들의 부당한 합병비율 조정을 통한 합병 성사로 구 삼성물산 주주들이 기준 시가 이상으로 기업가치 및 주주가치를 증가시킬 기회를 상실하는 재산상 손해를 입은 만큼, 업무상 배임에 해당한다는 논리를 폈다.

검찰의 업무상 배임 혐의, 대법원 판례는 '정 반대'

하지만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비율이 불공정했다거나, 이재용 부회장 등이 이를 의도적으로 조정했다는 등의 검찰 주장에 대해 삼성은 여전히 반발하고 있고 논쟁은 그치지 않고 있다.

주목할 것은 앞서 언급한 검찰의 주장 중 이 부회장 등의 업무상 배임 혐의를 구성하는 핵심인 ‘구 삼성물산의 이사는 회사의 사무처리자이자 주주의 사무처리자’라는 부분에 대해 과거 대법원 판례는 반대의 내용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삼성 측 변호인들이 변론 근거로 제시하고 있는 판례로 2009년 5월 29일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판결한 에버랜드 전환사채 발행에 따른 업무상 배임 사건에서는 “이사가 주식회사의 지배권을 기존 주주 의사에 반해 제3자에게 이전하는 것은 기존 주주의 이익을 침해하는 행위일 뿐 지배권의 객체인 주식회사의 이익을 침해하는 것으로 볼 수는 없다”며 “주식회사의 이사는 주식회사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지위에 있다고 할 수 있지만 주식회사와 별개인 주주들에 대한 관계에서 직접 그들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지위에 있는 것은 아니고, 더욱이 경영권의 이전은 지배주식을 확보하는 데 따르는 부수적인 효과에 불과하다”고 판시한 바 있다.

다시 말해 주식회사의 이사들이 회사의 사무처리자는 맞지만, 주주들에 대한 관계에서 그들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지위는 아니라는 판단이었다.

형법 제355조 제2항에 따라 배임죄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를 한 경우에 성립되는데, 이사들은 회사의 손해에 대해서만 업무상 배임 책임을 진다.

주주의 이익과 회사의 이익을 분리해서 따지는 배임죄의 원칙상 주주들의 재산상 손해를 이사들의 회사에 대한 임무 위배로 볼 수 없고, 그렇다면 업무상 배임죄 역시 성립할 수 없다는 설명이었다. 

무엇보다 삼성은 현 상황에서 구 삼성물산 주주들이 합병으로 인해 손해를 입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오히려 당시 삼성물산이 보유하고 있던 여러 잠재적 위험이 합병을 통해 해소됐고, 제일모직의 자회사였던 삼성바이오로직스를 통한 바이오 산업 이익도 공유하면서 주가가 상승해 주주 가치 역시 제고됐다는 설명이다.

물론 합병 과정에서 공정한 합병비율 검토와 정확한 정보 제공, 적절한 합병 시점 선택 등은 회사의 사무에 해당하는 만큼, 검찰 주장대로 논란의 여지가 있다. 하지만 삼성에서 이런 검찰의 주장이 사실이 아니라고 다투고 있고, 무엇보다 주주들의 손해에 대해서도 배임에 해당한다는 검찰 논리를 대법원 판례는 다르게 제시하면서 이를 둘러싼 법정 공방이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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