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중공업 최악의 위기, '밑빠진 독 물붓기' 우려 나오는 까닭
두산중공업 최악의 위기, '밑빠진 독 물붓기' 우려 나오는 까닭
  • 도다솔 기자
  • 승인 2020.04.13 19: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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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단에 재무구조 개선계획 전달...올해 만기 차입금 4조2000억원 넘어
13일 두산그룹은 채권단에 두산중공업 재무구조 개선계획을 전달했다.도다솔
13일 두산그룹은 채권단에 두산중공업 재무구조 개선계획을 전달했다.<도다솔>

[인사이트코리아=도다솔 기자] 국내서 가장 오래된 기업인 두산그룹이 올해로 창립 124주년을 맞이했다. 그러나 두산그룹에 낀 먹구름이 짙다. 두산그룹의 허리를 담당하는 핵심 두산중공업이 최악의 위기를 맞으면서 두산이 이번 위기를 어떻게 타개해나갈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13일 두산그룹은 채권단에 두산중공업 재무구조 개선계획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두산그룹과 대주주는 고강도 재무구조 개선계획을 마련하고 두산중공업의 경영정상화와 신속한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매각 또는 유동화 가능한 모든 자산에 대해 검토를 진행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국책은행인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은 두산중공업에 각각 5000억원씩 총 1조원의 긴급 자금 지원을 결정하면서 두산중공업에 고강도 자구안을 요구한 바 있다.

업계에서는 두산그룹이 내놓을 자구책으로 그룹 자산 매각 방안이 유력한 것으로 보고 있다. 두산그룹은 연료전지 개발을 주력으로 하는 계열사 '두산솔루스'의 지분 전량매각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두산솔루스는 두산의 핵심 현금창출원으로 꼽히는 알짜계열사다.

금융권에서는 두산퓨어셀·두산메카텍 같은 지분 가치가 있는 주식이나 석탄사업부, 두산타워 등을 매각할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두산중공업 자회사인 두산인프라코어와 두산밥캣을 분할해 지주회사인 두산에 합병하는 방안과 두산건설을 매각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지난해 두산중공업은 1조769억원의 영업이익을 냈음에도 불구하고 1044억원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금융권에서 빌린 차입금만 4조9000억원에 달하는 탓에 이자 부담 비용인 금융비용이 영업이익을 잠식한 것이다. 2018년 영업이익 역시 1조35억원이었으나 금융비용 1조802억원이 발생하며 당기순손실은 4217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개별 실적 기준 두산중공업은 영업이익 877억원의 7배 수준인 5563억원을 금융비용으로 지출했다. 지난해 당기순손실은 4952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두산중공업 위기, 원인은 무엇인가?

두산중공업 위기는 대표적으로 두가지로 압축할 수 있다. 첫번째는 탈원전·석탄같은 세계적 발전업 트렌드에 발빠르게 대응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두번째는 자회사 두산건설에 대한 무리한 투자다. 2000년대 초반부터 유럽의 발전시장은 친환경 에너지에 주목하면서 지속가능한 신재생 에너지 개발을 준비했다. 그러나 두산중공업은 원자력, 석탄화력 발전 중심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두산중공업 매출은 석탄화력 발전이 70% 이상을 차지한다. 그러나 석탄화력발전 수주는 전 세계적으로 빠르게 감소하는 추세다. 2015년 온실가스 감축을 결의한 파리기후변화협약 이후 세계 석탄화력 신규 발주는 큰 폭으로 줄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세계 석탄화력 투자결정은 2015년 88GW에서 2018년 23GW로 급감했다. 반면 전 세계 전력시장에서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투자비율은 전체의 40%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사우디아라비아 라빅2 화력발전소.두산중공업
사우디아라비아 라빅2 화력발전소.<두산중공업>

일부에선 2017년 정부의 본격적인 탈원전·석탄 정책으로 두산중공업의 위기가 가속화했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이는 실제 두산중공업의 위기와는 크게 상관이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2017년 탈원전 정책 이후 한국수력원자력이 두산중공업에 지급한 돈은 5877억원에서 지난해 8922억원으로 오히려 증가했다.

두산건설에 대한 무리한 지원도 두산중공업의 위기를 불러 온 주원인으로 꼽힌다. 2009년 ‘일산 두산위브 더 제니스’가 착공과 함께 분양을 시작했지만 2013년 완공 이후에도 대규모 미분양 사태가 이어졌다.  또 당시 시행사가 부도 처리되면서 시공사인 두산건설은 공사대금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일까지 생겼다. 결국 해당 아파트의 입주가 6년이나 지난 2018년 미분양 물량을 할인해 분양했고, 계속된 적자에 더해 1600억원 가량을 손실 처리했다.

두산건설은 2011년 이후 매년 적자를 기록하는 상황에도 그룹의 지원에 기대어 연명해왔다. 두산중공업은 두산건설 지원을 위해 두산엔진과 두산밥캣의 지분을 팔고 자회사 두산인프라코어의 공작기계 사업부도 매각했다. 지난해 5월에는 두산건설과 동시에 유상증자를 단행해 9483억원을 조달하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 10년간 두산건설은 1조9000억원가량의 지원을 받고도 회생하지 못했으며 도리어 두산그룹 재무위기의 원인이 됐다. 당시 두산그룹은 밥캣 인수 이후 재무상태가 악화된 상태였다. 일각에선 두산중공업 등 두산그룹이 두산건설 지원에 투입한 비용을 차입금 상환에 사용했더라면 이미 부채를 갚고도 남았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회생 가능성은 있나?

산업은행 등 채권단이 지원을 약속한 1조원만으로는 두산중공업과 두산건설 모두 회생을 장담하기 어렵다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두산중공업은 올해 만기 도래 차입금만 4조2171억원인데, 금융권 대출 만기는 그대로 연장해준다고 하더라도 시장에서 조달한 회사채 대응이 쉽지 않다.

지배구조를 지주사 중심으로 재편하는 것만으로 이미 두산중공업을 살리기가 쉽지 않다. 현금창출원인 알짜 계열사 두산솔루스, 두산인프라코어 등을 모두 매각하는 것 또한 사실상 두산그룹의 사망선고나 마찬가지여서 이 역시 쉽지 않은 선택이다.

업계 관계자는 "채권단 입장에서는 두산중공업 문제가 두산그룹 전체로 확장되면 또 다른 계열사 빚도 청산받지 못할 수도 있다"며 "두산중공업 주주들의 피해는 걱정되는 사안이긴 하지만 들불이 번지는 걸 막기 위한 수단을 확보하기 위해 지배구조 재편이 필요하다고 요구하는 것으로 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두산그룹은 "계획의 성실한 이행을 통해 두산중공업 경영 정상화에 모든 역량을 집중할 것"이라며 "이번에 채권단에 제출한 재무구조 개선계획은 향후 채권단과의 협의, 이사회 결의 등을 거쳐 최종 확정할 예정"이라는 입장을 냈다. 

이어 "두산그룹 전 계열사 및 임직원은 확정되는 계획을 최대한 성실히 이행하고 조기에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인사이트코리아, INSIGHT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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