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추장사 ‘흙수저’ 장평순 교원그룹 회장의 억만장자 스토리
배추장사 ‘흙수저’ 장평순 교원그룹 회장의 억만장자 스토리
  • 도다솔 기자
  • 승인 2019.03.31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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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시장에 새 바람 일으키며 자수성가로 대한민국 부호 23위 올라
장평순 교원그룹 회장.교원
장평순 교원그룹 회장.<교원>

[인사이트코리아=도다솔 기자]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사람들은 누구이며 그 많은 돈은 어떻게 벌었을까.

미국의 경제 매체 블룸버그(Bloomberg)가 ‘세계 500대 부호’들의 자산 축 적 방식을 분석한 결과, 한국의 자수성가형 자산가 비율은 16.7%로 세계 최저 수준으로 나타났다. 유서 깊은 자본주의 역사를 가진 영국(75%)과 미국(68.4%)의 경우 자수성가형 자산가 비율이 상속형보다 월등히 높아 기회의 땅이라는 걸 보여줬다.

미국의 경제 매체 블룸버그가 조사한 세계 500대 자산가 국가별 자수성가 비율.

사회주의에서 체제 전환 과정 중 다수의 신흥 부호가 출현한 러시아는 순위에 포함된 28명 모두 자수성가형 자산가다. 태국(100%), 말레이시아(66.7%), 인도(65.0%) 등 아시아 신흥국도 스스로의 힘으로 부를 일궈 세계 최고 자산가 반열에 오른 사람이 많았다. 특히 아직도 카스트제도의 차별이 남아있는 인도보다 한국의 자수성가형 자산가 비율이 낮은 것은 한번쯤 되짚어봐야 할 일이다. 우리나라가 창업해서 부를 일구기가 그만큼 힘들거나, ‘금수저’ 독식구조가 견고한 것은 아닌지 고민해봐야 할 대목이다.

1951년 충남 당진이 고향인 장 회장은 집안 살림이 매우 어려운 가정에서 7남매 중 맏이로 태어났다. 부모님은 돈을 벌기위해 고향을 떠났기 때문에 다섯 살까지 외갓집에 맡겨져 자랐다고 한다. 가난을 벗어나겠다는 일념으로 행정고시에 매달렸지만 좀처럼 합격의 기회는 찾아오지 않았다. 그래도 공무원이 되겠다는 꿈은 쉽게 포기할 수 없었다. 장 회장은 공부를 계속할 자금 마련을 위해 1980년 배추장사를 시작했다.

출판사 판매왕, 학습지를 만들다

장사꾼 기질이 타고 났는지 배추장사로 단 1년 만에 무려 10억원을 벌었다. 배추의 수요·공급을 파악해 매입 시점을 늦추거나 서두르는 방법으로 등 순식간에 거금을 모은 것이다. 그는 10억을 모으고도 포기하지 않고 다시 한 번 공무원 시험에 도전 했으나 또다시 떨어졌다. 이후 공무원의 꿈을 접었다.

공무원의 꿈도, 배추장사도 포기한 장 회장은 웅진 출판사에 영업사원으로 입사했다. 배추장사 시절의 노하우를 살려 입사 4개월 만에 판매왕에 등극하고 영업본부장으로 승진했다. 웅진출판에서 주로 교육서적과 학습지를 판매하던 그는 영업을 하면서 학부모들과 접할 기회가 많았다.

여러 학부모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학생들의 공부에 좀 더 도움이 될 만한 학습지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고 곧바로 실천에 옮겼다. 회사를 그만두고 1985년 서울 인사동에 작은 사무실을 냈다. 직원이 3명뿐인 초소형 회사였다.

이듬해인 1986년 현재 교원그룹 ‘빨간펜’의 전신인 ‘중앙완전학습’을 선보이고 매일 밤을 새우며 학습 지를 만드는데 열중했다. 1987년 전집 ‘저요저요’를 출시하고 1990년 일본의 ‘구몬’과 라이센스 계약을 맺어 수준별 프로그램 학습지 ‘구몬학습’을 냈다. 시대도 장 회장 편이었다. 1980년대 후반 내려진 과외금지 조치로 학습지 붐이 일어난 것이다.

당시는 공교육 외에 체계적인 학습프로그램이 갖춰진 교육을 받을만한 곳이 마땅치 않던 시절인지라 1991년에 창간한 ‘빨간펜’과 ‘구몬’의 인지도는 급격히 올라갔다. 학부모와 아이들이라면 적어도 한 번씩은 접한 구몬학습, 빨간펜, 교원 올스토리 전집이 불티나게 팔리면서 교육그룹으로 면모를 갖추기 시작했다.

1980년대 당시 학습지는 단순했다. 문제만 잔뜩 망라해 놓고 단순 풀이만 시키는 문제 은행식이거나 암기만 시키는 학습지들이 주류였다. 형식도 흑백 용지에 1~2장 정도로 아이들이 흥미를 가지기 어렵고 억지로 하는 수준이었다. 장 회장은 출판회사에 다니며 학부모들과 많은 대화를 나누며 학습지에 대한 불만을 많이 듣게 됐다. 학부모들은 학습지가 제대로 학교 공부에 도움이 되는지 체감하기가 어렵고, 아이들이 안하려고만 한다는 고민이 컸다.

여기에 장 회장 자신의 어려웠던 학창 시절도 떠올랐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환경에서 교과서만으로는 공부하기가 어려웠던 경험들이었다. 여러모로 마음이 아팠다. 출판회사를 다니며 접한 많은 학부모들의 아이 공부에 대한 어려움을 풀어주고 싶다는 생각 끝에 직접 만들기로 결심했다. 암기나 문제풀이 위주의 학습지를 벗어나 아이들이 학교 공부를 잘 할 수 있도록 도움이 되는 학습지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성공비결은 가르칠 ‘敎’, 으뜸 ‘元’ 

이를 위해 1985년 작은 사무실에 ‘중앙교육연구원’을 설립하고 학교공부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만한 학습 효과가 있는 교재, 아이들이 흥미를 가지고 체계적으로 공부할 수 있는 커리큘럼 개발에 나섰다. 학교 공부 진도에 맞춰 체계적인 예습과 복습을 하고, 아이들 수준에 대한 진단과 확인을 통해 맞춤형으로 공부할 수 있는 ‘중앙완전학습’의 시작이었고 이는 오늘날 교원그룹의 밑거름이 됐다.

교원그룹 성장 비결에 대해 장 회장은 단순하다고 설명한다. 회사 이름대로만 해왔다는 것이다. 사명 ‘교원’을 풀이하면 가르칠 ‘敎’에 으뜸 ’元’ 이다. 가르침에 있어서 최고가 되겠다는 창업 당시의 열정과 의지를 담아냈다. 장 회장은 이를 교육 상품 개발과 상품을 아이들에게 직접 가르치는 학습지 교사의 육성 과정에 철저하게 반영했다.

장 회장은 “모든 일은 처음 가진 사업의 기본에 열정과 의지를 더 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장 회장은 최고의 선생님이 최고의 역량을 발휘해 야하며 올바른 사람을 육성하려면 최고여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최고의 교육상품과 함께 이를 일선에서 직접 가르치는 학습지 교사를 최고로 육성한 것을 성장 비결로 꼽는다.

장 회장은 “교육 상품은 교재와 함께 이를 가르치는 교사까지 포함돼 구성된다”고 강조했다. 교육 상품을 학부모에게 판매하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전문가가 직접 아이를 대면해 아이가 올바르게 공부할 수 있도록 지도하는 것까지가 포함된다는 것이다.

교원그룹은 엄마이자 주부들로 이루어진 회사다. ‘평범한 엄마와 주부를 최고의 전문가로 성장시킨다’가 교원의 중요한 모토다. 최고의 전문가는 구몬 선생님, 빨간펜 선생님이다. 이들은 세계에서 가장 교육열이 높은 한국 학부모들이 가장 우수한 교육 전문가가 될 수 있다는 장 회장의 믿음과 노력으로 육성한 교원그룹의 핵심 자산이다.

스마트시대 맞춘 스마트교육, ‘어른이’ 구몬

승승장구하던 교원그룹도 줄어드는 출산율 앞에서 주춤했다. 저출산으로 학생수가 줄자, 교원그룹의 전체 매출의 90%에 달하는 교육 사업이 위태로 워지기 시작했다. 학부모들도 오랜 방식인 방문 학습지보다 트렌드에 맞춘 프리미엄 교육을 원했다.

2015년 교원은 스마트펜과 태블릿 PC를 활용한 ‘스마트 빨간펜’을 시작으로 스마트교육에 나섰다. 2017년에는 ‘스마트 구몬’을 론칭했다. 교원의 스마트 시스템은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을 스마트펜으로 터치하면 동영상이나 오디오 등의 보충자료로 바로 확인할 수 있다. 이 서비스는 론칭한 지 한 달 만에 회원 수 3만명을 돌파하며 큰 호응을 얻었다.

최근 6년 구몬학습을 이용한 성인 회원수 추이.
최근 6년 구몬학습을 이용한 성인 회원수 추이.<자료=교원>

최근 학습지 시장은 학습지가 대개 어린이나 청소년들의 학습법이라는 편견에서 벗어나 자기계발을 위해 학습지를 이용하는 어른 고객이 부쩍 늘었다. 이른바 ‘어른이’ 고객이다. 저렴한 비용과 맞춤형 난이도 설정, 효율적 시간 활용 등 바쁜 직장인과 대학생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구몬을 이용하는 성인 회원 수는 2013년 12월 2만 명도 안 되던 수준에서 2019년 1월 기준 6만1000명을 돌파했다. 성인 회원 10명 중 7명은 외국어 과목을 공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일본어·영어·중국어 순으로 많았다.

직장생활로 시간에 쫓기는 성인들이 한 달에 3만원 안팎의 비용으로 출퇴근시간이나 점심시간을 이용해 하루 10∼30분씩 자신의 실력에 맞춰 체계적으로 공부할 수 있고 본인이 원하는 시간에 맞춘 1대 1 교육이라는 점이 성인 회원들이 구몬학습으로 몰리는 이유다.

“99도는 0도와 같고 100도 아니면 의미가 없다”

장평순 회장은 성공을 위해 개인적으로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을 묻는 이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고객과의 인연과 풍요한 삶을 중히 여기고 고객과의 관계에 있어 진심으로 행동하라. 또 진심을 다하기 위해서는 항상 꾸준히 노력해야 한다. 적당히 노력하면 안 된다. 보통을 뛰어넘으려면 그 이상의 노력을 해야 한다.”

장 회장은 이를 99도와 100도의 차이를 설명하면서 강조하기도 한다. “증기기관차는 어떻게 움직일 수 있는가? 물의 온도가 100도 이상이 되어야만 힘차게 기적을 울리며 출발할 수 있다. 99도의 물로는 절대로 기관차를 움직일 수 없다. 일도 마찬가지다. 매일 출근하고, 열심히 일한다고 해도 고객이 만족하지 않으면 99도의 물과 같다. 물은 100도가 되어야 비로소 끓기 시작한다. 100도라는 고객만족의 성과가 나올 때까지 열정과 의지를 발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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