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은행 1년] 카뱅·케뱅, 몸집 커졌지만 실속은 없었다
[인터넷은행 1년] 카뱅·케뱅, 몸집 커졌지만 실속은 없었다
  • 이일호 기자
  • 승인 2018.04.02 17: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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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 성적표 ‘적자’ 심각… 글로벌 인터넷전문은행 40%는 ‘퇴출’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 등 인터넷전문은행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지만 연간 적자폭이 눈덩이처럼 늘어나고 있다. <각사 홈피>

[인사이트코리아=이일호 기자] 2017년 4월 3일 국내 첫 번째 인터넷전문은행인 케이뱅크가 영업을 개시했다. 빠른 비대면 계좌개설과 쉬운 서비스를 앞세운 케이뱅크는 영업 시작 100일만에 연간 목표치인 여신 4000억원, 수신 5000억원을 달성하며 마수걸이를 제대로 보여줬다. 4월 2일 현재 수신 1조899억원, 여신 8559억원이다.

같은 해 7월 27일 두 번째로 테이프를 끊은 카카오뱅크는 ‘형보다 나은 아우’의 면모를 보였다. 영업 첫날부터 15만 명의 고객을 모은 카카오뱅크는 지난달 29일 기준 560만 계좌 개설(하루 평균 2만좌 유치)과 함께 여·수신액 12조원(수신 6조4700억원, 여신 5조5100억원)을 확보하며 기존 금융권에 실질적 위협이 되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흥행에 성공한 인터넷전문은행 덕분에 모바일뱅킹도 성장세다. 한국은행이 지난 2월 26일 발표한 ‘2017년중 국내 인터넷뱅킹서비스 이용현황’에 따르면, 국내 은행의 모바일 뱅킹 등록 고객 수는 2016년 말 7836만 명에서 지난해 말 9089만 명으로 16% 늘었다. 하루 평균 모바일 이체 금액은 2016년 3조1407억원에서 지난해 3조9630억원으로 26.2% 증가했다.

특히 모바일과 인터넷뱅킹 등 비대면 대출 신청 금액은 하루평균 2016년 399억원에서 작년 1194억원으로 3배 가까이 늘었다. 인터넷전문은행 출범 이전까지 비대면 대출이 실제적으로 부족했던 점을 감안하면 양적 성장이 비약적이라 할 법 하다.

인터넷은행 발목잡는 수수료·관리비

하지만 이들의 양적 성장을 마냥 좋게만 보기는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전통적 은행들은 예대마진과 수수료가 주 수입원인데, 양 사 모두 이자를 통해 번 수익의 절반가량을 수수료로 떼이고 있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지난달 30일 케이뱅크가 공시한 케이뱅크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케이뱅크는 지난 한 해 838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세부 내용을 보면 순이자손익은 134억원을 올린 반면 순수수료손익은 86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주요 은행들은 전체 이익 가운데 수수료 수익이 약 20%를 차지하는 것과는 반대 양상이다.

수수료 지출에는 자사 고객의 타행 ATM, CD기 사용 수수료와 카드 발송비용(BC카드 대행업무)가 주를 이룬다. 사업초기 단계라 신규고객의 카드발급에 상당 비용이 드는 것도 사실이지만, 자체적으로 ATM이나 CD기를 운영하지 않는 케이뱅크의 특성상 수수료 비용은 부담이 될 가능성이 크다.

케이뱅크 관계자는 “사업 첫 해 플라스틱 카드를 제작해 신규 고객에게 발송하는 데 드는 비용이 반영됐다”고 밝혔다.

급여·광고비·전산운용비·감가상각비·지대 등이 주를 이루는 일반관리비 또한 높은 편이다. 2016년 한 해 206억원을 일반관리비로 지출했던 케이뱅크는 본격 영업을 시작한 이듬해에는 834억원을 같은 항목으로 지출했다. 세부적 항목은 나오지 않았지만, 영업 첫 해 광고비와 전산운용비, 인건비 등이 큰 폭으로 늘어났을 것이란 추정이다.

카카오뱅크도 마찬가지다. 지난달 29일 카카오뱅크 공시에 따르면, 카카오뱅크는 지난 한 해 1045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대손준비금까지 반영한 손실액은 1349억원까지 올라간다.

세부 내용을 보면 순이자손익은 325억원 흑자를 올렸지만 수수료 손익에서 382억원의 적자를 기록해 이자로 거둔 수익을 압도했다. 일반관리비는 754억원으로 케이뱅크보다 적었지만 이 또한 높은 금액임에는 틀림없다.

과도한 수수료 지출은 신규 고객 카드발급으로 인해 발생한 것으로 분석된다. 고객 1명 당 카드발급 및 배송 비용을 5000원으로 가정했을 때 플라스틱카드 565만 장 발급에 드는 비용만 단순산술로 283억원에 달한다. 이는 일회성비용이다.

카카오뱅크는 공시를 통해 일반관리비 세부내역을 공시했는데, 이에 따르면 직원 급여가 250억원으로 전체 관리비의 3분의 1을 차지한다. 광고비로는 약 130억원을 지출했고 전산비로도 97억원이라는 적지 않은 돈이 나갔다. 케이뱅크에 비해 영업기간이 3개월가량 짧음에도 불구하고 관리비에서 케이뱅크와 지출이 비슷했던 점은 좋지 않은 신호다.

인터넷전문은행 사업이 아직 초기단계인 만큼 점차 수익성이 개선될 것은 틀림없다. 하지만 현재와 같이 양적 성장만 추구할 경우 적자 규모가 커질 수밖에 없다.

양적 성장과 함께 내실 키워나가야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를 필두로 인터넷전문은행이 기존 시중은행들에게 경각심을 불어넣은 것은 사실이다. 이들의 급성장에 자극받은 몇몇 시중은행들은 비대면 금융을 강화하는 한편 통합 앱을 출시하면서 경쟁에 뒤떨어지지 않기 위해 애쓰고 있다.

하지만 인터넷전문은행은 아직 갈 길이 멀다. 양적 성장에서 나아가 질적 성장을 통해 수익성을 추구해야 함은 물론, 자금력을 앞세우는 전통 은행과의 경쟁에서도 살아남아야 하기 때문이다.

히메네스 델가도(Jimenez-Delgado) 외 몇몇 학자들은 2007년 글로벌 인터넷전문은행에 대해 분석한 자료를 발표했다. 자료에 따르면 인터넷전문은행은 전통 은행보다 수익이 낮게 발생하며, 주된 이유는 사업 초기 과도한 비이자영업비용 지출 때문이었다.

1995년부터 2014년 사이 미국의 인터넷전문은행 38곳 가운데 36.8%인 14곳이 퇴출됐다. 이 가운데 설립자가 은행인 19곳 가운데 10곳이 퇴출돼 생존 비율은 47.4%에 불과했고, IT는 2곳이 진입해 2곳 모두 문을 닫았다. 반면 설립자 유형별 생존업계는 카드사(5곳)와 보험사(4곳), 자동차·가전업계(3곳), 금융투자사(2곳), 소매·유통업계(1곳) 등이다.

퇴출 은행의 경우 공격적인 영업을 통해 일정 수준의 고객기반을 확보했지만 지출이 큰 탓에 안정적인 수익구조를 유지하지 못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생존은행은 기존 고객기반을 활용해 차별화된 상품을 출시해 사업 초기부터 높은 수준의 수익성을 이뤄냈다.

해당 논문을 연구한 이상복 연구위원은 ‘미국 인터넷전문은행의 사업성과 분석 및 시사점’ 논문을 통해 “고객기반 보유 여부는 인터넷전문은행의 가장 중요한 사업성과 결정요인 중 하나로 제시된다”며 “(미국 내 생존 온라인전문은행의 경우) 기존 고객 기반 특성에 맞게 기존 은행과 차별적인 은행서비스를 제공한 것이 주효했다”고 분석했다.

한국기업평가의 김정현 평가전문위원·안태영 선임연구원 또한 ‘인터넷전문은행의 돌풍은 지속가능한가’라는 보고서를 통해 이들의 성패 여부를 진단했다. 이에 따르면 ICT와의 시너지와 함께 신규 사업모델 확대, 자산건전성 확보 등이 이들의 명암을 가를 전망이다.

보고서는 “사업 초기 IT 인프라 구축, 고객기반 확대, 수익모델 다각화를 위한 투자가 집중되고 리스크 관리 안정화를 위한 학습기간도 필요한 점을 감안하면, 인터넷전문은행은 영업개시 후 흑자전환까지 최소 3~4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한다”며 “향후 3~4년간 적자가 불가피한 점을 감안하면 적어도 2019년까지는 추가 증자의 필요성이 지속적으로 대두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인사이트코리아, INSIGHT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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