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고지기들의 '입'…MB를 떨게 하다
금고지기들의 '입'…MB를 떨게 하다
  • 이일호 기자
  • 승인 2018.02.21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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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백준·이병모·이영배 줄줄이 구속...이명박, 검찰 소환 임박
이명박 전 대통령의 재산관리인 3명이 모두 구속된 가운데 이 전 대통령의 검찰 소환도 임박한 것으로 보인다.<뉴시스>

[인사이트코리아=이일호 기자] 이명박 전 대통령의 재산관리인 3명이 모두 구속됐다. ‘3인의 금고지기’ 가운데 2명은 최근 검찰에서 이 전 대통령의 형인 이상은 다스 회장의 도곡동 땅 매각대금이 이 전 대통령의 차명재산이라는 취지로 증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이 전 대통령의 검찰 소환도 임박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일 KBS는 검찰이 ‘MB 집사’로 불리는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의 조사 과정에서 이 전 대통령의 범죄 혐의에 대해 핵심적 진술을 받아냈다고 보도했다.

김 전 기획관은 검찰 조사에서 2009년 이 전 대통령이 다스의 미국 소송 당시 변호사 비용을 삼성 측에 요구하라는 지시를 받고 이를 이학수 전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명박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불법 수수 혐의로 구속된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뉴시스>
구속된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뉴시스>

그는 또한 이 전 대통령이 소송비를 지불하고 남은 10억원에 대해 회수해오라고 지시해 이를 이학수 전 부회장에게 전달했다는 진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복수의 매체는 지난 15일 뇌물공여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출석한 이 전 부회장이 다스의 해외 소송을 총괄하는 미국 로펌 ‘에이킨 검프’에 약 40억원을 대신 지불했음을 자백했다고 보도했다.

검찰은 이에 대해 이 전 대통령이 삼성 측으로부터 소송비를 받는 대신 당시 구속돼 있던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특별사면을 챙겨준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실제로 이건희 회장은 2009년 8월 배임·조세포탈 혐의로 확정 판결(징역 3년, 집행유예 5년)을 받았지만 같은 해 12월 특별사면으로 복권됐다.

MB 자금관리인 “도곡동 땅은 MB 차명재산”

이 전 대통령의 도곡동 땅 차명재산 의혹과 관련해서도 금고지기들의 '자백'이 이어지고 있다. 한국일보는 지난 12일 이 전 대통령의 차명재산장부를 파기한 혐의로 구속된 이병모 청계재단 사무총장이 검찰에 ‘이상은 회장 명의로 된 도곡동 땅은 이 전 대통령의 차명재산’이라는 취지의 진술을 했다고 보도했다. 이병모 사무총장은 ‘MB 자금관리인’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이에 따르면 이상은 회장이 1995년 매각한 도곡동 땅 매각자금 가운데 40억원이 이 전 대통령의 서울시 강남구 논현동 사저 증축 공사에 투입됐다.

2013년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가 발표한 전자관보에 따르면 이 전 대통령 재산은 총 46억3146만원으로, 이 중 사저 증축을 이유로 ‘사인간 채무’로 기록된 금액이 26억원이었고, 금융기관에서 빌린 돈이 6억1270만원이었다. 당시 26억원의 자금 출처가 어떻게 되는지에 대해 의혹이 일었는데 이번에 그 돈이 도곡동 땅 매각 대금 중 일부로 드러났다는 것이다.

검찰은 또 다스 본사와 분사무소, 서울 서초동 영포빌딩 등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이 사무국장이 관리하던 외장하드 등 다스 실소유주 입증과 밀접한 자료를 확보했다. 해당 자료에는 이 전 대통령의 처남인 고(故) 김재정 씨 재산 상속과 관련한 청와대 보고문건과 이 국장이 관리하는 재산자료에 대해 이 전 대통령에게 보고한 문건 등이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구속된 이영배 금강 대표.<뉴시스>

지난 20일 구속된 이영배 금강 대표이사에게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영배 대표 또한 이 전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자금관리인으로 지목받고 있는 인물이다. 이 대표는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 자신의 92억원대 배임·횡령 혐의를 대체로 인정했지만 이 전 대통령의 차명재산 관리에 대해선 부인했다.

하지만 다른 금고지기 2명이 검찰에 협조하고 있고, 검찰 또한 이 전 대통령 범죄 혐의와 관련해 상당한 물증을 확보한 상황이다. 심적 압박감을 느끼는 이 대표가 검찰 수사에 협조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김백준 자백, ‘다스=이명박’ 결정적 단서되나

이번 검찰 수사에서 김백준 전 기획관의 자백은 여러모로 의미가 있다. 다스 소송 당시 변호사 비용을 이 전 대통령이 직접 챙겼다는 것은 곧 다스의 BBK 투자금이 이 전 대통령으로부터 나왔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시사하기 때문이다. 또한 ‘다스는 이명박 것’이라는 세간의 의혹과도 직결된다.

지난달 30일 오후 \'대학생쥐잡이특공대 명박인더트랩\' 회원들이 서울 강남구 이명박 전 대통령 사무실 앞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 구속 및 적폐 청산 촉구 집회를 하고 있다.<뉴시스>
지난달 30일 '대학생쥐잡이특공대 명박인더트랩' 회원들이 서울 강남구 이명박 전 대통령 사무실 앞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 구속 및 적폐 청산 촉구 집회를 하고 있다.<뉴시스>

이를 이해하기 위해선 도곡동 땅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전 대통령의 처남 고(故) 김재정 씨와 이상은 회장은 이 전 대통령이 현대건설 사장직을 맡던 1985년 현대건설이 소유 중이던 도곡동 169-4번지 306㎡를 사들였다. 도곡동 164-2, 163-4번지 필지 1853㎡도 비슷한 시기 전 아무개 씨로부터 매입했다. 이 세 부지에 지불한 돈은 총 15억6000만원이다.

해당 부지들은 같은 해 10월 지하철 3호선 서대문역~양재역 구간이 개통되면서 시세가 급등했다. 이 땅 세 곳은 이 전 대통령이 국회의원직을 맡던 1995년 포스코건설에 263억원에 매각됐다. 10년 만에 무려 1685%에 달하는 수익을 거둔 것이다.

문제는 이상은 회장이 이 땅의 실제 소유주가 맞느냐는 것이다. 안원구 전 대구지방국세청장은 포스코건설을 세무조사하는 과정에서 포스코건설 금고 안 문서에서 도곡동 땅 실소유주가 ‘이명박’이라고 된 서류를 봤다고 폭로했다. 김만제 전 포스코 회장 또한 2007년 비슷한 취지의 발언을 한 적이 있다.

도곡동 땅을 매각한 돈 263억원 가운데 양도세 등 세금과 다스의 지분 매입비를 뺀 약 200억원을 김재정 씨와 이 회장이 반씩 나눴다. 이 가운데 김 씨의 몫인 100억원은 157억원으로 늘었고, 이 돈이 바로 다스를 거쳐 BBK에 투자된 190억원 가운데 일부라는 의혹을 받고 있다.

다스의 BBK 투자 당시인 1999년 매출은 1200억원이었고 유동자산은 480억원, 유동부채는 790억원, 순자산은 127억원에 불과하다. 190억원이라는 투자금이 나오기 힘든 상황이다. 도곡동 땅이 이 전 대통령 차명재산이고, 그 자금이 다스로 흘러들어갔다면 '다스의 주인은 이명박’이라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BBK 주가 조작 사건'으로 만기 출소한 뒤 국외 추방된 김경준 씨.
'BBK 주가 조작 사건'으로 만기 출소 후 국외 추방된 김경준 씨.<뉴시스>

1999년 펀드매니저 김경준 씨에 의해 설립된 BBK는 전환사채로 150억원을 출자해 옵셔널 벤처스를 세웠다. 옵셔널 벤처스는 유령회사로 거짓으로 투자금을 운용하는 한편 사업보고서를 날조해 투자자들을 속였다. 이를 통해 총 5000여 명의 투자자가 잃은 돈만 1000억원에 달했다. 김경준 씨는 미국에서 붙잡혀 2004년부터 2007년까지 수감됐고, 이후 국내로 송환돼 지난해까지 옥살이를 마친 뒤 미국으로 출국했다.

2002년 김백준 씨는 수감 중이던 김경준 씨 누나인 에리카 김에게 다스가 투자한 140억원을 돌려달라고 요구했다. 다스는 김경준 씨와의 8년여의 법정공방 끝에 140억원을 돌려 받았다. 이 과정에서 지출된 변호사비가 바로 삼성이 대납한 돈이라는 게 최근 검찰 수사에서 밝혀진 것이다.

MB에 칼끝 겨누는 검찰...소환 임박했나

다시 도곡동 땅 매각 대금으로 돌아가자. 이상은 회장이 챙긴 100억원은 지난달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 공개한 전체 2시간 30분 분량의 녹취 파일을 확인하면 돈의 흐름이 잡힌다.

MB의 큰형인 이상은 다스 회장.<뉴시스>

녹취 파일에는 이 전 대통령 조카인 김동혁 씨가 2016년 다스 관계자와 나눈 대화 내용이 담겨 있다. 김씨는 녹취에서 도곡동 땅 자금 가운데 절반인 140억원이 이상은 회장에게로 갔다고 먼저 말한다. 1995년에 100억원이던 이 돈이 추후 140억원까지 늘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발언이다.

김 씨는 녹취에서 “그래 갖고는 몇 년 전에 ‘영감’이 시형이(이 전 대통령 아들) 보고 달라 그래가지고 시형이가 이상은씨 보고 ‘내놓으시오’ 했더니 ‘난 모른다. 동형이가 안다’ 이렇게 된 거야”라고 말한다.

이어 “시형이가 나한테 이야기하는 거야, 동형이(이 회장 아들)한테 ‘통장 내놔라’ 했더니 ‘나 몰라’”라며 “주식 뭐 해가지고 다 날렸다는 거야”라고 말하는 대목도 있다.

이를 요약하면 이시형 씨가 몇 년 전에 ‘영감’의 지시를 받고 다스 최대주주이자 큰 아버지인 이상은 회장과 이 회장의 아들인 이동형 부사장에게 140억원을 내놓으라고 요구했지만 뜻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해당 녹취 속 ‘영감’은 정황 상 이 전 대통령일 가능성이 크다.

이 같은 녹취 내용이 사실이라면, 이 전 대통령은 스스로를 BBK에서 돌려받은 투자금의 주인으로 여긴 것이 틀림없다.

지난 19일 ‘다스 120억원 비자금’ 수사를 마친 동부지검 수사팀은 오는 22일부터 서울 중앙지검 수사팀에 합류한다. 이 전 대통령 수사가 단일화됨에 따라 마무리 수사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현재까지 다스 비자금 관련 의혹과 도곡동 땅 매각대금 차명 의혹, 국정원 특수활동비 자금 수수 의혹, 삼성의 다스-김경준 소송비용 대납 여부 등을 집중 수사해왔다. 일각에서는 평창동계올림픽이 마무리되는 2월 말이나 3월 초쯤 이 전 대통령이 검찰 포토라인에 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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