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들의 월급에 “음메, 기죽어”
그녀들의 월급에 “음메, 기죽어”
  • 조혜승 기자
  • 승인 2017.07.04 17:1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미국 하이테크 기업 CEO 연봉 톱5 중 여성 3명

▲ 위쪽 사진부터 사프라 캐츠 오라클 CEO, 멕 휘트먼 휴렛팩커드 CEO, 버지니아 로메티 IBM CEO.<구글> 

정치·경제 쪽에서 높은 지위에 있는 여성들을 일컬어 ‘유리천장을 깬 여성’이라고 한다. ‘유리천장’은 여성의 고위직 진출을 가로막는 회사나 정계의 보이지 않는 장벽을 뜻한다.

<다양성의 실현>의 저자인 마릴린 로덴이 만든 신조어로 위를 보면 끝없이 올라갈 수 있을 것처럼 투명해 보이지만 어느 정도 높은 곳으로 올라갈 수 없도록 막는다는 의미로 겉보기에는 남녀평등이 실현된 것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 현실을 지적한다. 

하지만 ‘유리천장’을 깬 것으로 모자라 남성들의 기를 팍팍 죽이는 여성들도 있다. 최근 미국에서 재밌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미국 주요 대기업에서 여성 CEO의 평균 연봉이 남성 CEO들보다 많게 나타난 것이다.  

미국의 경영데이터 분석기관인 에퀼러(Equilar)의 ‘2016년 CEO 연봉 톱 200’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하이테크 기업의 연봉 상위 CEO(최고경영자) 30명을 선정했는데 톱5 중 3명이 여성 CEO였다. 

그 명단을 보면 2위는 지난해 4090만 달러(459억 원)를 번 오라클의 공동 CEO 사프라 캐츠, 휴렛팩커드(HP)의 멕 휘트먼 CEO가 3290만 달러(368억 원)로 4위, IBM 버지니아 로메티 CEO가 3230만 달러(362억 원)로 5위에 이름을 올렸다. 같은 조사에서 머리사 메이어 야후 여성 CEO는 7위를 차지했다. 

또 IT 전문매체 비즈니스인사이더는 소프트웨어, 인터넷, 모바일, 네트워크, 컴퓨터 분야 등에 국한해 ‘하이테크 기업 CEO 연봉 톱 30’를 별도로 추려 발표했다. 

1위는 지난해 연봉과 현금 보너스, 스톡옵션(지급일 기준), 기타 인센티브 등으로 4110만 달러(약 460억 원)를 받은 마크 허드 오라클 공동 CEO가 차지했다. 허드와 함께 오라클 경영을 책임지고 있는 여성 CEO 캐츠가 4090만 달러를 받아 2위에 올랐다. 3위는 게임회사 액티비전 블리자드의 보비 코틱 회장(3310만 달러)이다. 이어 4~5위에 여성 경영자가 이름을 올렸다.

HP의 맥 휘트먼이 연봉 3290만 달러로 4위에 자리했고, IBM 여성 CEO 버지니아 로메티가 3230만 달러로 5위를 차지했다. 6~10위는 디온 웨이슬러(HP), 제임스 피터슨(마이크로세미), 머리사 메이어(야후), 랜들 스티븐슨(AT&T), 혹 탄(브로드컴) 순이다.

슈퍼스타는 그냥 만들어지지 않는다

여전히 전체 평균 연봉은 여성이 남성보다 낮은 게 현실이다. 다만 여성 CEO 연봉이 남성보다 높은 경우는 여성 중 극소수만 CEO에 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대부분 능력이 출중한 슈퍼스타라고 월스트리트 저널은 보도했다.

즉, 남성은 슈퍼스타급 인재가 아니어도 CEO 자리에 오를 수 있는 기회가 많지만 여성의 경우는 정말 최고 중의 최고 인재만이 CEO 자리에 오를 수 있기에 자연스럽게 연봉도 높게 책정된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어떤 이들이 슈퍼스타 CEO로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일까. 캐츠 CEO는 이스라엘 태생의 미국인으로 미국에서 명문대를 졸업하고 투자은행 등을 거쳐 1999년 오라클에 입사한 뒤 2001년 이사회 일원이 됐고, 2011년에는 공동 사장 겸 최고재무책임자(CFO)에 올랐다. 

2014년 창업자인 래리 엘리슨의 뒤를 이어 CEO로 승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친분이 있고, 모바일 결제서비스 업체 페이팔 창업자인 피터 틸 등과 함께 트럼프의 정권 인수위원회 멤버로도 활약했다. 

휘트먼, 로메티, 메이어 등도 캐츠처럼 명문대를 졸업해 굵직한 IT 기업에서 경력을 쌓은 뒤 초고속으로 CEO로 승진한 인물들이다. 셰릴 샌드버그 페이스북 CEO는 연봉 순위에 들지는 않았지만 지난해 미국 경제 전문지 포브스가 선정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100인 중 7위에 이름을 올렸다. 블룸버그, 비즈니스위크 등 미국 언론은 3~4년 전부터 그를 ‘미래의 유력한 여성 대통령 후보’로 거론하고 있다.

1995년부터 2년간 매킨지에서 경영 컨설턴트로 일하며 경력을 쌓은 샌드버그는 1996~2001년 미국 재무부에서 일했다. 이후 구글 부사장을 거쳐 2008년 페이스북으로 스카우트됐다. 2012년에는 페이스북 최초 여성 이사회 일원이 됐다. 

그는 여성들의 사회 참여를 독려하고 각종 서적을 발간하며 사회 문제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지난해 말 여성 인권 증진과 빈곤 문제 해결을 위해 1억3만 달러어치(1120억 원) 페이스북 주식을 자선기금으로 기부하기도 했다. 자신의 자서전 이름을 따서 여성 인권 단체 ‘린 인(Lean In)’도 만들었다.

일각에서는 일부 여성 CEO가 성과에 비해 지나치게 많은 연봉을 받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한다. 메이어 야후 CEO가 대표적이다. 2012년 그가 CEO에 취임한 뒤 야후는 스마트폰 시대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구글에 완전히 밀렸다. 2014년 10억 건에 달하는 고객 정보 대량 유출 사건까지 발생했다.

결국 야후는 주력 부문인 인터넷 사업을 미국 통신업체 버라이즌에 매각하는 신세가 됐다. 메이어 CEO는 매각 작업이 끝나는 이달 중 퇴직금 2300만 달러(257억원)를 받고 회사를 떠날 예정이다. 

미국 CNBC는 메이어가 주요 IT 기업 CEO 평가에서 100점 만점 중 32.8점으로 꼴찌였다고 보도했다. 로메티 IBM CEO도 2012년 IBM 역사상 처음으로 여성 최고경영자 자리에 올랐지만 눈에 띄는 성과는 거두지 못하고 있다.

IBM은 최근 연속 매출 부진을 겪으며 재택근무까지 폐지하고 출퇴근이 불가능한 직원들에게 회사를 떠날 것을 통보하기도 했다. 이에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은 기업 내 성 평등 문제가 불거지지 않도록 기업들이 여성 CEO의 연봉을 일부러 높게 책정하려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프로는 디테일에 강하다>의 저자 김미현 작가는 “CEO들은 누구나 수많은 시행착오의 쓴맛을 보고 많은 노력을 해왔다”고 말하며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이고, 그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끊임없이 노력한 이들에게 찬사를 보냈다.

여성의 활동에 대한 사회적 장벽을 뛰어넘은 이들은 역시 강한 승부근성과 뛰어난 지적 능력, 지치지 않는 체력 등이 뒷받침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또한 가정에서 남편의 외조에 기인한 것이라는 것도 이유 중 하나로 볼 수 있다. 가족을 든든한 후원자로 만드는 것도 여성 리더들에게 중요하다는 것이다. 

남성과 여성을 떠나 ‘가족 경영을 잘해야 회사 경영이 잘 된다’는 말은 일맥상통하는 것으로 남다른 노력이 필요한 여성 CEO에게는 가족들의 든든한 지원이 큰 힘이 된다고 볼 수 있다.

겉으로는 우아해 보이지만 물 밑으로는 살아남기 위해 필사적으로 발놀림을 하는 백조의 운명이야 말로 현대 여성 CEO들의 처지가 아닐까 싶다. 

유리천정과 좁은 문을 통과해야만 얻을 수 있는 최고연봉의 자리. 능력대로 인정받을 수 있는 사회의 문이 넓어지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아직은 소수의 여성 CEO만이 쟁취할 수 있는 자리지만 그 문이 더 넓어지기를 기대한다. 

 

인사이트코리아, INSIGHTKOREA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