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럭셔리 제국 황제' 아르노, 누구와 손 잡나
'럭셔리 제국 황제' 아르노, 누구와 손 잡나
  • 조혜승 기자
  • 승인 2017.06.16 16: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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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찾아 루이비통 전시장 둘러 봐...면세점 업계 촉각 곤두
▲ 베르나르 아르노 LVMH 그룹 총괄회장.<위키피디아>

베르나르 아르노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 회장(68)이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6월 8일부터 8월 27일까지 열리는 ‘비행하라, 항해하라, 여행하라-루이뷔통(Volez, Voguez, Voyagez - Louis Vuitton)’ 전시에 참석하기 위해 1박 2일 일정으로 한국을 찾았다. 작년 4월 방문 이후 1년여만이다.

40분 정도 루이비통 전시를 둘러본 아르노 회장은 면세점 단일 매장 기준 세계 1위 판매량을 기록하는 롯데백화점 소공동 본점에 이어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에 입점된 루이비통 매장에 들른 후 청담동에 위치한 루이비통 한국지사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의 행보에 면세점 업계는 촉각을 곤두세웠다.

업계의 관심은 아르노 회장이 누구를 만날지에 쏠렸다. 현재까지는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정유경 신세계백화점 총괄사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 면세점 업계의 거물들을 만났는지 여부는 파악되지 않고 있다. 기자가 루이비통 대행사에 문의한 결과, 그가 공식적으로 면담했다는 국내 면세점 오너는 확인되지 않았다.

호텔신라 관계자는 HDC신라면세점이 올 상반기 루이비통 매장을 오픈할 계획이었으나 현재까지 미뤄지는 이유에 대해 “결정된 바 없다. 루이비통 측에 문의하라”고 말을 아꼈다.

신세계면세점 명동점 측은 오는 9월 8층에 루이비통 입점을 앞두고 공사에 매진하고 있다. 34년간 루이비통 브랜드를 운영 중인 롯데면세점 측 관계자도 신동빈 회장이 하는 일이 많은데 거기까지 신경쓰겠느냐는 반응을 보였다. 현대면세점, 두타면세점의 경우 루이비통 브랜드 유치에 힘쓰고 있다고 했다.

면세점 업계가 루이비통 유치에 공들이는 이유

면세점 수가 증가하면서 국내 면세점 업계의 명품 브랜드 입점 경쟁이 치열해졌다. 신라아이파크면세점, 갤러리아면세점63, SM면세점이 작년 12월 문을 열었고 올해 5월 오픈한 신세계면세점 명동점, 두타면세점 등이 경쟁에 가세했다.

관세청은 최근 서울지역 대기업 면세점 3개, 중소·중견 면세점 1개, 강원과 부산에 각각 1개씩 총 6개의 신규특허를 추가했다. 오픈 예정인 면세점까지 더하면 그 수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면세점 측에선 루이비통 같은 명품 브랜드 입점 수요가 늘었지만 브랜드의 공급 매장까지 늘지 않아 아쉬운 입장이다. 샤넬, 아르메스, 루이비통 등 3대 빅 브랜드가 모두 입점 계약한 곳은 업계 1위 롯데 면세점, 롯데 월드타워점, 신라면세점 단 3곳이다.

면세점의 경우 빅 브랜드가 매출 성패를 좌우한다. 루이비통은 브랜드 희소성을 유지하기 위해 대륙별 매장 숫자를 제한해 운영하기 때문에 면세점 업계가 루이비통을 유치하는 데 공을 들인다.

지난해 세계적인 경기 침체에도 LVMH는 지속적으로 성장했다. 올 1월 27일 중국 패션 주간지 노패션(nofashion) 보도에 따르면, 2016년 4분기 LVMH그룹 매출 총액이 전년 대비 6% 증가한 367억 유로(한화 약 44조2704억 원), 영업 이익은 70억 유로(한화 8조5000억 원)라고 했다. 지난해 국내 면세점의 총매출액 12조원의 3배가 넘는 수치다.

▲ 자료=관세청

관세청에 따르면 루이비통 매장을 34년간 운영 중인 롯데면세점 본점(소공점)의 루이비통 매출액은 2015년 기준 롯데면세점 본점 총매출 2조2284억 원의 3%인 671억 700만원으로 집계됐다.

중국인 관광객의 한국산 화장품 구매가 늘면서 국산 화장품브랜드 ‘후’ ‘설화수’ 등이 매출 상위 브랜드 1, 2위를 차지했지만 그 전엔 루이비통이 롯데면세점 전체 매출 1위 브랜드였다는 게 롯데면세점 관계자의 설명이다. 중소·중견 규모의 동화면세점에서도 루이비통은 2013년 롤렉스에 이어 매출 2위, 이후 매출 3위를 유지중이다.

아르노, LVMH그룹 수장이 되기까지

1987년 꼬냑과 샴페인 브랜드로 알려진 모엣 헤네시와 가죽 가방 명품 브랜드 루이비통이 합병하면서 LVMH(루이비통 모엣 헤니시 Louis Vuitton Monet Hennesy) 그룹이 탄생했다. 프랑스에 본사를 둔 LVMH그룹은 루이비통을 비롯해 셀린, 디올, 겐조, 도나카란, 펜디, 지방시 등 70여개 럭셔리 브랜드를 거느리고 있다. 

아르노 회장은 1987년 겐조, 94년 겔랑, 96년 로에베, 2000년 펜디와 태그호이어, 쇼메 등 시계·보석 업체뿐만 아니라 모에&샹동 샴페인, 코냑 등 주류, 메이크업 포에버·베네피트·세포라 등 화장품 브랜드까지 차례로 인수해 사세를 확장했다. 다국적 유통업체인 DFS(Duty Free Shop)까지 있어 제조부터 판매유통까지 폭넓게 사업을 펼치고 있다.

베르나르 아르노 루이비통 회장은 1949년 프랑스 북부 루베시에서 부동산 사업가 집안에서 태어나 에콜 폴리테크니크에서 공학을 전공했다. 그는 1971년 가업을 계승, 경영수업을 받았으며 1981년 아버지 후임으로 대표이사에 선임됐지만 프랑수아 미테랑 대통령의 사회당 정부가 들어서자 자신의 정치관과 맞지 않아 돌연 미국으로 거처를 옮겼다.

1982~1984년 그의 나이 32세에 미국 팜비치에서 콘도 사업을 했지만 잘 되지 않았다. 하지만 한 가지 교훈이 그의 사업 방향을 바꿔놨다. 당시 빌딩에 디자인을 입혀 팔았을 때 이에 열광한 부자들이 기꺼이 지갑을 여는 것을 보고 부자들의 수요와 부가가치가 있다면 '돈이 되겠다'는 확신을 갖게 됐다.

택시기사부터 고위인사까지 명품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는 점에 착안, 명품 브랜드를 삼키는 그의 ‘기업 인수 사냥’은 알짜배기였던 1984년 크리스찬디올의 향수부문을 접수하는 것부터 시작됐다.

전략1, 미국식 M&A

몇 년 후 프랑스 사회주의 정부가 경제정책 방향을 선회하면서 아르노는 1984년 고국으로 돌아왔다. 때마침 크리스찬디올의 모기업 부삭은 회장이 사기죄로 기소되면서 2차 대전 후 사상 최대 규모로 파산위기에 처했다.

그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 기업 인수 플랜을 세워 부삭 이사진에 로비하는 등 인수에 필요한 친분을 쌓는 데 공을 들였다.

아르노는 부친에게 1500만 달러를 빌렸고 파트너 기업에게 4500만 달러를 투자 받아 1984년 가족공방경영으로 파산 상태였던 부삭, 그 중 유망했던 향수부문만 떼서 인수했다.

그가 인수한 부삭 핵심 브랜드 크리스찬디올은 그의 합병의 첫발이었다. 부삭을 인수하면서 떠안은 ‘돈 안 되는’ 기저귀 사업과 직물 분야는 바로 정리해 현금으로 4억 달러를 챙겼다.

이후 크리스찬 라크르, 셀린느 등을 차례로 인수하며 브랜드 영토를 넓힌 아르노는 1989년 기존 대주주가 치열한 법정 싸움에서 패배하면서 구멍가게식 가족 경영 체제에 머물렀던 루이비통 지분 24%를 18억 달러에 사들였다. 경영권 분쟁까지 갔던 루이비통 전 회장 앙리 라카미르를 밀어내고 결국 아르노가 루이비통을 접수했다.

아르노의 LVMH 인수 과정은 프랑스 기업 사상 가장 큰 기업 전쟁으로 불린다. 루이비통과 모에헤네시 두 회장의 경영권 다툼에서 제 3자인 아르노가 승리했다. 패밀리 기업이었던 루이비통 경영권이 자본가에게 어떻게 넘어갔는지 보여주는 사건이었다. 그 이후 지방시, 겐조, 태그호이어, 펜디 등 가족 공방 경영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명품 브랜드를 차례로 흡수했다.

LVMH는 1989년 합병으로 당시 프랑스에서 6번째 큰 회사가 됐다. LVMH라는 이름은 루이비통과 샴페인브랜드 모에 샹동, 코냑 브랜드인 헤네시의 머릿글자를 합친 것이다.

그는 부삭을 인수하면서 9000명의 직원을 잘랐고 크리스찬디올과 봉마르셰백화점을 제외한 수익성이 떨어진 나머지 사업 부문을 5억 달러에 매각했다. 특히 30여 년간 일한 크리스티앙디오르의 수석 디자이너 마크 보앙(Marc Bohan)을 사전 예고 없이 해고해 ‘만족을 모르는 잔인한 기업 사냥꾼’이라는 꼬리표가 붙었다. 당시 한 해고자는 ‘프랑스의 도널드 트럼프(1990년대 비즈니스위크지)’ ‘캐시미어 정장을 입은 늑대’라고 그를 비난했다.

하지만 아르노가 명품 제왕이 될 수 있었던 것은 과감한 미국식 합병과 브랜드 간 시너지 창출에 있다는 의견도 있다. 당시 대다수 명품 브랜드들은 가족 소유와 경영 체제였다. 상류층만을 위한 맞춤 제작과 상류층이 사는 주거지 위주의 매장 판매 방식으로 재정적 어려움을 겪어왔다.

아르노는 막강한 자본력으로 명품 브랜드를 대형 백화점과 면세점 중심의 대규모 유통망으로 재편했다. 루이비통은 디자인이나 생산성은 전통방식을 보장하면서 유통과 마케팅을 100% 직영으로 본사가 관리해 브랜드 가치를 유지하면서 돈만 있다면 평범한 사람도 구매할 수 있도록 고객층을 넓혔다.

전략2, 중산층 타깃 명품 대중화

명품의 대중화는 중국, 브라질, 인도 등 세계 경제 호황기를 타고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됐다. 특히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 지역의 전반적인 경제력 상승, 중국 지역의 매출 성장과 함께 중산층, 대중의 명품 수요 급증은 LVMH가 글로벌 명품산업에서 정상을 차지하는데 뒷받침이 됐다.

1992년 루이비통은 중국에서 명품 붐으로 인한 최대 수혜를 거뒀고 2009년 몽골의 수도 울란바토르까지 진출하는 등 아시아 신흥 시장에서 지속적인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하지만 아르노 회장은 “영국의 브렉시트, 미국의 정책 변화 등 최근 예측 불가능한 국제 지형 변화에 주의하라”고 당부했다. 

그는 명품 대중화를 위해선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기존 올드한 이미지를 탈피하고자 1990년대 중반부터 디자이너 하우스의 책임 디자이너로 신진 디자이너들을 적극 기용해 창의성을 불어넣는 시도를 한 것. 1963년 미국 뉴욕에서 출생한 마크제이콥스. 크리스찬 디돌의 존 갈리아노, 디올 옴므의 에디 슬리먼 등이다.

루이비통 여성 라인은 미국 디자이너 마크제이콥스에게, 셀린느는 마이클 코어스에게 맡겼다. 특히 크리스찬디올의 수석 디자이너였던 존 갈리아노는 신문지로 만든 옷을 패션쇼에 올려 ‘품격을 떨어뜨린다’는 비난을 받았다.

아르노 회장이 “파격적이지 않으면 창조적이지 않다”며 존 갈리아노를 칭찬한 일화는 유명하다. 아르노 회장은 신진 디자이너 대거 영입으로 ‘엄마들 브랜드’라는 루이비통의 고루한 이미지를 탈피할 수 있었다.

30대 젊은 디자이너들은 루이비통에 젊은 에너지를 주입시키며 브랜드 이미지를 재정비했다. 그들은 명품도 끊임없이 새로운 제품을 내놓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이면서 기성복, 신발, 시계까지 품목을 확대했다.

부유층 뿐 아니라 상류층에 끼려는 중산층을 고객으로 만들기 위한 다양한 품목과 가격대의 제품을 내놓았다. 트렁크 외에 저렴한 가격대의 루이비통 브랜드를 부착한 손지갑, 스카프 등까지 상품 확장을 했고 일명 ‘머스트 해브 상품’으로 광고하는 등 대중을 겨냥했다. 루이비통은 신진 디자이너들의 활약으로 브랜드 이미지 재구축과 고객 사랑까지 모두 얻게 됐다.

아르노 회장은 아울러 요트대회나 유명인사 초청 파티 등 상류층에 대한 환상을 심어주는 마케팅을 전개해 브랜드 가치를 유지했다.

전략3, 웹진 나우니스 통해 문화 제공

아르노는 “프랑스 사람들은 상품을 살 때 이 상품이 내 라이프 스타일에 어떤 의미를 제공하는가를 생각하고 구매한다”며 단순히 상품을 판매하는 것이 아닌 상품에 의미를 부여하고 상품을 사는 순간 꿈을 현실로 만들어내는 문화를 판매하려는 전략을 폈다.

지난 2011년 웹진 나우니스(Nowness)는 LVMH그룹에서 만든 서비스로 패션 뿐만 아니라 LVMH 브랜드들, 경쟁 브랜드들의 정보는 물론 문화에 관한 정보와 재미를 제공하고 있다. 상업적인 목적보다는 매일 한 가지 주제에 따른 이야기와 감각적인 영상을 풀어내 보는 즐거움을 더했다.

나우니스는 무제한의 웹 공간에서 소셜미디어 시대에 맞게 소비자들에게 감정적으로 호소할 수 있는 점이 강점으로 꼽힌다. 유명한 아티스트와 브랜드, 뮤지엄, 갤러리 등과 함께 제작한 디지털 작품들을 전시하는 온라인 매거진으로 마치 작품을 감상하듯이 서핑을 하다보면 예기치 못한 구도나 색감, 모션 등에서 얻을 수 있는 아이디어가 많다.

나우니스를 통해 LVMH는 소비자를 교육하고, 그들의 경험을 풍부하게 만든다. 소비자들의 소비욕구를 자극함으로써 결국 구매율을 높이는 영리한 전략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기존의 웹페이지에 비해 나우니스는 소비자에게 루이비통 소비로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재미와 문화라는 인식을 심어준다. ‘꿈을 현실로 만든다’는 아르노 회장의 철학을 담아 명품 소비문화를 새롭게 구축하고 있다.

루이비통 그룹은 명품시장 뿐만 아니라 프랑스 예술에 미치는 영향이 큰 기업이다. 젊은 크리에이터 LVMH 상을 만들어 인재를 발굴하고 육성하고 있으며 프랑스 젊은 디자이너를 위한 투자 및 장학금 프로그램까지 운영하고 있다.

아르노 회장의 경영 전략은 백화점, 면세점업계 뿐만 아니라 다른 기업들도 벤치마킹할 가치가 있다. 이러한 노력들로 아르노 회장의 패션 제국은 업계의 침체에도 쉽게 무너지지 않고 있다. 명품이 즐비한 프랑스에서 명품 제국을 일으킨 아르노 회장의 비상은 어디까지인지 지켜보는 것도 흥미진진하겠다.

인사이트코리아, INSIGHT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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