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구 한국금융지주 부회장의 ‘신뢰 경영’
김남구 한국금융지주 부회장의 ‘신뢰 경영’
  • 권호 기자
  • 승인 2017.06.01 11:2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김남구 한국금융지주 부회장은 '신뢰경영'을 바탕으로 분기 최대 실적을 냈다.<한국투자증권>

국내 주식시장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코스피지수가 6년 만에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우며 새 역사를 쓰고 있다.

증시가 활황을 보이면서 국내 증권사들의 수익도 눈에 띄게 좋아졌다. 주요 증권사들의 실적과 주가가 동반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

특히 업계 4위인 한국투자증권의 실적이 가장 높았다. 국내 증권사 순위에 지각변동이 일어난 셈이다.

한국투자증권 등 계열사들의 선전으로 한국금융지주는 사상 최대 분기 실적을 거뒀다. 실적 성장의 숨은 주인공은 김남구 한국투자금융지주 부회장이다.

자회사 CEO에게 힘을 실어주는 김 부회장의 ‘신뢰 경영’이 한국금융지주의 오늘을 있게 한 원동력이다.

김남구(54) 한국투자금융지주 부회장은 1963년 전남 강진에서 김재철 동원그룹 회장의 장남으로 태어났다. 김 부회장은 1987년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해 동원그룹에 평사원으로 입사했다.

입사하기 몇 달 전 4개월 동안 원양어선을 탄 이야기는 세간에서 화제였다. 재벌가 아들로 태어나 ‘제대로 한 번 사회생활 해보자’는 오기로 험하기로 유명한 러시아 베링 해에 나가 배를 타고 명태를 잡았다.

그는 하루 16시간 넘는 중노동을 4개월간 했다. “경영자는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애환을 몸으로 깨달아야 한다”는 아버지 김재철 회장의 가르침을 따른 것이다.

다시 육지를 밟은 그는 ‘이제 죽는 것 말고 땅 위에선 겁날 게 없겠구나’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그와 함께 일했던 직원들은 그가 배에서 내릴 때까지 김재철 회장의 아들인지 전혀 몰랐다고 한다.

그의 첫 직장은 수산회사인 동원산업이었다. 김 부회장은 1987년 동원산업에 입사해 일본 유학 직전인 1989년까지 다녔다.

그는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갖춘 수산업을 내려놓고 개척정신이 필요한 금융을 해보고 싶은 생각에 1991년 3월 일본 게이오대학에서 경영관리 석사 학위를 받은 후 동원증권 명동지점 대리로 자리를 옮겼다.

당시 함께 근무했던 직원은 “김 부회장은 대리로 입사했을 때부터 사람이 참 소탈하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며 “직원들과 잘 어울리고 오너가 아들티를 전혀 내지 않고 부서 사람들과 격의 없이 지냈다”고 기억했다.

김 부회장은 이후 26년 동안 금융투자업계에 올인한다. 동원증권 대리→기획담당 상무→부사장을 거쳐 2004년 3월 동원증권 대표이사 사장에 오른다. 그의 나이 마흔 때다.
 

불혹에 금융지주사 이끌다

김 부회장이 경영을 맡은 동원금융지주는 증권업 중심의 첫 번째 지주회사였다. 당시 전에 없던 사업 모델에 젊은 CEO의 취임이 더해져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김남구 부회장은 과감한 결단을 내린다. 취임 이듬해 동원증권보다 덩치가 큰 한국투자증권 인수에 나선다. 당시 한국투자증권 인수가 지금의 성공에 주춧돌이 됐다고 평가받는다.

그는 시가총액 1조원대의 한국투자금융지주를 출범시킨 뒤 대표이사 사장이 됐다. 이후 2011년부터 3년 연속 수익 1위를 차지하는 국내 대표 증권사로 키웠다.

그룹사로부터 도움을 받는 HMC투자증권(현대자동차)과 하이투자증권(현대중공업)과 달리 독자적으로 이뤄낸 성과라 의미가 크다.

김남구 부회장은 오랫동안 그룹을 이끌어 왔고 지분 승계도 마쳤다. 그는 한국투자금융지주 지분 20.23%를 보유한 최대 주주다. 그런데도 김 부회장은 여전히 ‘부회장’ 직함을 달고 있다.

이유는 부친인 김재철 동원그룹 회장이 만 81세의 고령에도 경영 일선에 있기 때문이다. 재계에서는 김 부회장이 부친을 존중해 회장에 오르지 않고 있는 것으로 해석한다.
 

▲<그래픽=서성원>

신뢰 경영으로 최대 분기 실적

한국금융지주가 사상 최대 분기 실적을 거뒀다. 한국금융지주 자회사인 한국투자증권의 성장세와 자회사들의 탄탄한 실적에 힘입어 1분기 깜짝 실적을 낸 것.

최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주요 증권사 6곳(미래에셋대우·NH투자·KB·한국투자·삼성·메리츠종금)의 올 1분기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7663억 원과 5743억 원이다. 지난해 1분기와 비교해 볼 때 영업이익은 455%, 당기순이익은 108% 증가했다.

특히 업계 4위인 한국투자증권의 실적이 가장 높다는 것이 눈에 띈다.

대형 증권사 순위에 지각변동이 일어난 셈이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1분기 좋은 실적 배경은 대체투자였다”며 “주식시장이 박스권에 머물자 과감하게 해외 부동산 투자 등 대체투자를 늘려 수익원을 다변화했다”고 설명했다.

김지영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초대형 투자은행(IB) 도입에 대비한 대형증권사들의 자본확충으로 자기자본이익률(ROE) 하락이 예상되지만, 한국금융지주는 자회사인 한국투자증권이 증자했기 때문에 하락 폭이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며 ‘한국금융지주’에 대해 증권주 최선호 지위를 유지했다.

한국금융지주의 올 1분기 당기순이익(연결기준)은 1442억 원으로 전 분기 대비 173.6%나 상승했다. 전년 동기에 비해서도 79.8%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어닝서프라이즈(깜짝실적)가 가능했던 이유로 ‘한국투자증권의 운용손익 증가’와 ‘자회사의 견조한 실적’ 때문으로 분석했다.

한국투자증권과 한국카카오뱅크를 제외한 자회사들의 1분기 순이익은 423억 원으로, 전 분기보다 93.2% 늘어났다. 업계에선 오랜 기간 손발을 맞춘 김남구 부회장-유상호 사장 체제에 대한 기대감도 더욱 커지고 있다.

CEO에게 힘을 실어주는 김 부회장의 ‘신뢰 경영’은 향후에도 회사의 남다른 경쟁력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인재에 지원 아끼지 않는다

김남구 부회장은 독특한 ‘인재 중시’ 경영철학이 있다. 부하 직원에게 반말하지 않는다. 그는 아랫사람들에게도 한결같이 존댓말을 쓴다. 한껏 낮춰 쓰는 말이 ‘말해보소’ ‘해보소’ 정도다.

그렇다고 직원들을 꾸짖지 않거나 엄격하게 교육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비전을 제시하고 이 비전을 향해 같이 갈 사람인지 아닌지를 꾸준히 되묻는 것이 그의 인재 관리 비법이다.

김 부회장은 “동원증권에서 일할 때부터 우수한 인재 유출이 심해 걱정이 많았다”며 “대우를 잘해주는 게 문제가 아니라, 꿈을 줄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저게 우리의 꿈이고 같이 가자고 했을 때 한마음으로 같이 갈 수 있는 사람들은 보상에 연연해서 직장을 옮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 부회장은 과거 메리츠종금에서 일하고 있던 유상호 상무를 한국투자증권 사장으로 영입하기 위해 1년간 공을 들였다고 한다.

유상호 사장은 2007년 한국투자증권 사장 선임 당시 증권업계 최연소 CEO 기록을 세웠으며, 현재는 11년째 단일 증권사 최장수 CEO 기록을 이어가고 있다.

김남구 회장은 유상호 사장에게 깊은 신뢰를 보여줬다. 이에 대해 유상호 사장은 깜짝 실적으로 화답했다. 업계는 유 사장의 성과와 인재를 중시하는 김 부회장의 소신이 맞물려 이같은 실적을 기록했다고 평한다.

“능력 있는 인재에게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가 김 부회장의 경영철학이다. 그의 인재 경영은 한국투자증권의 도약에 큰 영향을 미쳤다.

김 부회장은 부친인 김재철 회장으로부터 인재 양성의 중요성을 배워온 만큼 믿음을 줄 직원은 누구보다 깐깐하게 뽑는다. 그는 14년째 채용 설명회를 챙길 정도로 인재 관리에 철저하다.

김 부회장은 “우리 회사 들어오면 아주 힘듭니다. 그래도 내 능력의 끝이 어딘지 시험해보고 싶은 분들은 지원하세요”라고 말하곤 한다.
 

▲ <카카오뱅크>

카카오뱅크 상반기 개점에 큰 기대

김 부회장은 올해 가장 공을 들일 주력 사업으로 인터넷전문은행 ‘카카오뱅크’를 꼽았다. 카카오뱅크는 4월 금융당국으로부터 본인가를 획득하고 상반기 중 영업 개시 예정이다. 

김 부회장은 지난 4월 ‘제15기 정기주주총회’에서 “올해 시작되는 카카오뱅크와 시너지를 어떻게 낼 것인가가 가장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라며 “작년에도 한국투자캐피탈이나 저축은행에서 소싱한 상품들을 증권에서 팔았고 좋은 수익률을 거뒀다.

계열사가 운용하고 자금조달 등 필요한 것은 증권을 활용해 시너지를 키울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금융지주는 우리은행 지분 4%를 보유하고 있으며, 카카오뱅크의 대주주이기도 하다.

금융권 관계자는 “우리은행은 기업금융 영업망이 탄탄해 한국투자증권의 투자금융고객이 늘어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카카오뱅크도 김 회장이 추진해 왔던 증권-은행-자산운용사-저축은행 등 ‘금융 라인업’을 완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김남구 부회장은 카카오뱅크는 당장 눈앞의 수익이 아닌 5년 이후를 내다보고 길게 투자했다고 한다. 새로운 변화를 주도하는 김 부회장의 행보가 한국금융지주에 어떤 결과를 만들어낼지 주목된다.

인사이트코리아, INSIGHTKOREA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