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우고, 내려놓고, 버리고…
비우고, 내려놓고, 버리고…
  • 박흥순 기자
  • 승인 2016.05.31 14: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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空 경영과 일류기업의 상관 관계

인간이든 자연이든 모든 것은 태초의 모습으로 돌아가기 마련이다. 기업들도 시장의 변화 속에서 태어나 성장하고 처음에 존재하지 않았던 때처럼 언젠가 소멸하게 된다. 다만, 세상의 변화에 맞춰 끊임없는 혁신을 지속함으로써 그 시간을 뒤로 계속 미룰 수 있을 뿐이다. 이제 우리가 자주 접하는 익숙한 단어가 돼버린 ‘지속가능경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끝없는 혁신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것과 다르게 끝없는 혁신은 역설적이게도 끝없이 채우는 것이 아닌 끝없이 비울 때 이룰 수 있다. 

자신의 것을 비우고, 그 공간을 시장・소비자의 요구로 채워야 한다. 이베이의 성공은 ‘비우는 순간 채워진다’는 이 논리를 뒷받침한다.

이베이 “옛것을 버리고 다시 시작하세요”

이베이는 1995년 설립 당시 직원 30명으로 구성된 벤처 회사였다. 20여년의 시간이 지난 현재 이베이는 전세계에 수 억 명의 사용자를 보유한 세계 최대 인터넷 경매업체로 매년 50억 달러 이상의 물품이 거래되는 글로벌 이마켓 플레이스가 됐다.
막강한 거래량을 자랑하는 이베이를 성공으로 이끈 경영방식은 ‘비움’이었다. 사업 초기 결함이 있는 레이저 포인터를 값 싸게 팔던 이베이는 “모든 사람들이 이 세상에 있는 어떤 물건이라도 거래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라는 경영철학 아래 사용자들이 서로를 신뢰하고 상품을 거래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다. 그밖에 별다른 개입을 하지 않았다. ‘비움’의 철학에 입각한 비즈니스였던 셈이다.

또한 이베이의 임원들은 자신을 비우고 소비자는 물론 직원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이베이의 전 CEO인 맥 휘트먼의 말이다. 
“우리가 싸워서 이겨야 할 진짜 상대는 옛 것을 그대로 답습하려는 안일한 마음입니다. 한 번의 성과에 만족하는 순간, 우리의 삶은 무너지기 시작할 겁니다. 현재 우리가 처한 환경은 내일이 되면 또 달라집니다. 성공의 자리에 머무는 순간 실패의 길로 돌아서는 것입니다. 끊임없이 다른 세상을 열망하고 다시 시작하세요.”
새로운 정보를 끊임없이 받아들여 사고의 폭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수없이 자신을 비우고, 다시 시작하라고 강조한 것이다.


블리자드의 비움과 성공

혁신은 무엇일까? 혁신의 사전적 정의는 묵은 풍속, 관습, 조직, 방법 따위를 완전히 바꿔 새롭게 함을 의미한다. 대다수의 기업들은 혁신을 위해 기업의 주요 인력을 투입하고, 그에 상응할 만한 막대한 개발비를 투자한다. 그러나 일선의 실무자들은 그런 방식이 반드시 성공적인 혁신을 불러 올 것인지에 의문을 가진다. 그렇다면 생각을 뒤집어 봄은 어떤가? Input을 최소화하면서 Output을 최대화 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다. 
도덕경은 ‘상무욕이관기묘, 상유욕이관기요(常無欲以觀其妙, 常有欲以觀其敫)’라는 말로 시작한다. ‘욕심이 없으면 오묘한 이치(참모습)가 보이고, 욕심을 부리면, 겉모습만 눈에 보인다’는 말로 기업의 상황에 대입해 보면 욕심을 포함한 스스로의 모든 것을 내려놓으면 오묘한 이치가 보인다는 말이다. 

이 말대로 선입관과 욕심, 기존의 기술과 시장의 지위를 모두 버리고 타인의 말에 경청하는 것만으로도 알찬 혁신과 지속성장의 길을 찾을 수 있다. 
세계적인 게임개발 기업인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는 자신들의 의견을 고집 하기보다 소비자의 목소리를 받아들여 시장에서 압도적인 인기를 끌게 된 기업 중 하나다. 스타크래프트, 워크래프트, 디아블로…. 이 게임들의 공통점은 크게 두 가지가 있다. 세계적으로 엄청난 흥행을 기록한 게임이라는 점과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이하 블리자드)의 작품이라는 것이다. 
블리자드는 1991년 UCLA의 전기공학도 출신인 마이크 모하임, 앨런 애드햄, 프랭크 피어스가 설립한 회사다. 게임사에 획을 긋는 굵직한 작품을 여럿 출시하면서 2000년대 초반 세계 게임 산업을 이끌었으며, 20여년 만에 세계 최고 게임회사 반열에 올랐다. 하지만 무엇보다 블리자드는 자신을 비우기 시작하면서 급성장했다.
블리자드는 ‘소비자와의 소통 속에서 완벽한 제품이 탄생한다’는 일념으로 게임 유저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기존의 게임에 없는 획기적인 시스템인 인스턴스 던전(Dungeon)과 사용자가 UI를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게 만든 유동적인 인터페이스는 블리자드의 비움에서 비롯된 결과물이다. 이전에 블리자드가 개발한 인터페이스는 세세한 조작이 가능했으나 그만큼 익히기 어려웠고, 던전은 시작부터 마치는데 5시간 가량을 소비하기도 했다. 유저들은 블리자드에 이런 게임의 단점을 지적했고, 블리자드는 이를 즉각 반영했다.
시장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오랜 시간 게임을 즐기지 못하는 유저들 사이에도 블리자드 게임은 선풍적인 인기를 얻었다. 이와 더불어 블리자드의 게임은 이후 출시되는 게임들의 지표 역할을 하면서 하나의 표준처럼 자리매김 했다.


테슬라 “베풀면 두 번의 대가를 받는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획기적인 기술의 특허를 시장에 내놓고 공유하는 ‘비움’의 사례도 존재한다. 세계 전기차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테슬라 모터스(이하 테슬라)가 그 주인공이다.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가 관련 특허 기술을 누구나 쓸 수 있도록 공개한 것은 지난 2014년 여름이었다. 발표와 동시에 전 세계적으로 화제가 됐다. 테슬라는 ‘우리의 모든 특허를 당신에게’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독창적인 자신들의 기술을 공개하겠다고 선언했다. 
‘전기차 업계의 애플’이라 불릴 정도로 독창적이고 성능 좋은 차량을 만들어 내는 테슬라는 자신들의 기술을 공개한 이유에 대해 “전기차 시장의 발전을 위해서”라고 밝혔다. 테슬라 CEO 엘론 머스크는 “진정한 테슬라의 경쟁 대상은 타사가 만들어 내는 전기차가 아니라 매일 공장에서 쏟아져 나오는 가솔린 차”라고 강조했다.
머스크는 “특허 공개로 전기차를 만드는 다른 업체들이 혜택을 누리게 될 것”이라며 “기술 선도는 특허로 하는 게 아니다”라는 자신의 철학을 밝히기도 했다.

기술 공개 후 2년이 지난 현재 테슬라는 관련 산업에서 독보적인 지위에 올랐다. ‘고성능 전기차는 테슬라’라는 공식이 성립할 정도다. 이 같은 인기는 얼마 전 시장을 휩쓴 ‘모델3’ 열풍에서 확인할 수 있다. 테슬라의 보급형 기종 모델3는 사전예약으로만 32만5000대, 약 16조 원의 판매고를 올렸다. 2017년 후반에야 출시가 가능하지만 소비자들의 선택은 압도적이었다. 
生而不有 爲而不恃 長而不宰 是謂玄德(생이불유 위이불시 장이부재 시위현덕)-. 
도덕경에 나오는 이 말은 ‘세상 만물을 낳지만 소유하지 않고, 행하되 의지하지 않고, 가르치고 기대지 않으니 이것을 일러 현묘한 덕이라 한다’는 말이다. 기업은 베풀면 두 번의 대가를 받는다. 세상 인심과 내부 직원들의 행복이 바로 그것이다. 테슬라는 기술을 공개하면서, 세상 인심과 이윤을 덤으로 받은 대표적 기업이라 할 수 있다.


대국자하류, 천하지교, 천하지빈

애플은 자신의 몸을 낮추면서 세계 최고가 됐다. 자신들이 만든 ITunes음악 플랫폼에 누구나 음악을 올리고 팔 수 있게 해, 모바일 시대 음원 불법 유통으로 고통 받던 음악 산업계와 음악가들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했다.

이렇듯 공(空) 경영은 스스로 비우는 데서 시작한다. 모든 것을 비우고 제로의 상태에서 타인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욕심을 버리며, 가진 것을 나누는 활동. 얼핏 생각하면 기업의 존재 이유와 정면으로 배치되는 바보스런 행동으로 보이지만 본질은 기업으로 하여금 창조적 혁신을 가능케 하고, 더 많은 이윤을 거둘 수 있으며, 시장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도록 돕는다. 애플은 ‘대국자하류, 천하지교, 천하지빈(大國者下流,天下之交,天下之牝)’을 실행했다. 
‘큰 나라가 스스로를 낮추고 천하와 교류하면, 세상의 어머니와 같이 된다’는 도덕경의 말처럼 기업도 스스로를 낮추면, 세계를 주름잡는 최고의 일류기업으로 도약하는, 지극히 자연스럽고 필연적인 기회를 얻게 될 것이다.

인사이트코리아, INSIGHT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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