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덩치 큰 날쌘 곰'으로 변신 중
'덩치 큰 날쌘 곰'으로 변신 중
  • 한상오 기자
  • 승인 2015.06.02 10:5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NH농협금융지주는 ‘1중앙회 2지주사’ 체제의 한 축으로 농협의 금융 사업을 도맡는다. 농협중앙회 밑으로 농협경제지주와 농협금융지주가 있다. 동시에 농협금융지주는 농협은행(카드 포함), 농협생명보험, 농협손해보험, 농협증권, 농협선물, 농협캐피탈, CA자산운용의 7개 금융 자회사를 두고 있다. 분리 당시 농협금융은 총자산 240조원이었다. 여기에 최근 우리투자증권 패키지 딜을 통해 우리투자증권, 우리아비바생명, 우리금융저축은행을 인수하게 됐다. 자산규모로 4대 금융지주의 반열에 올랐다.

‘덩치만 큰 느린 곰.’ 그동안 농협금융을 일컫는 말이었다. 농협금융이 규모는 크지만 시장에 대응하는 능력이 떨어지는 것을 꼬집은 말이다. 농협 특유의 더딘 의사결정 속도와 낮은 생산성, 폐쇄적 조직문화가 그 주범이다.
2012년 농협이 경제와 금융으로 분리된 뒤 농협금융을 맡은 회장들은 농협금융을 ‘덩치도 크고 날렵한 곰’으로 바꿔보려고 했지만 곧 포기하고 말았다. 신충식 회장은 3달, 신동규 회장은 11달을 버티지 못하고 농협금융을 떠났다. 신동규 전 회장이 농협을 떠나면서 말했던 “농협금융은 제갈공명이 와도 안 된다”는 말은 1년 가까이 농협금융을 개혁하겠다던 그의 회한이 담겨 있다.
임종룡 농협금융지주 회장이 지난해 6월 그 바통을 이어받았다. 농협금융의 체질을 개선하겠다고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고 일부 성과를 보이기도 했다. 임영록 KB금융 회장과 한판 붙어 우리투자증권 인수에 성공했다. 임종룡 회장은 우리투자증권 인수를 통해 농협금융의 체질을 전면적으로 뜯어고치려고 한다. 하진만 이제 시작일 뿐이다. 임 회장이 농협금융 안에서 증권 부문에 대해 인사권 등을 장악하지 못한다면 임 회장도 신동규 회장 등의 전철을 밟을 수밖에 없다.

임 회장, 금융지주 인사권 장악이 관건

임 회장이 농협금융의 체질을 바꾸기 위한 첫 걸음은 우리투자증권 인수였다. 그는 우리투자증권 인수 목적을 돈보다는 ‘사람’과 ‘문화’에 있다고 강조했다. 임 회장은 “우리투자증권은 증권업계 1위로 1등 문화를 갖추고 우수한 인재들이 모여 있는 조직”이라며 “이런 문화를 반드시 농협금융에 접목하겠다”고 말했다.

임 회장이 우리투자증권 인수를 위해 내부 동의를 얻는 데 온힘을 쏟은 것도 이런 의지 때문이다. 지난해 추석에 모든 직원들에게 명절인사를 전하면서 ‘농협지주가 왜 우투증권을 인수해야 하는지’를 일일이 설명했다. 또 농협중앙회 이사들 앞에서 ‘우투증권이 얼마나 절실한지’를 직접 프레젠테이션 한 끝에 동의를 이끌어냈다.
임 회장은 결국 지난해 우투증권 입찰에 성공했고, 4월 10일 인수가격 등 세부조건 협의를 완료하고 인수를 매듭지었다. 하지만 정작 임 회장에게 승부는 이제부터다. 우투증권을 비롯해 이번에 패키지로 인수한 우리아비바생명, 우리금융저축은행을 농협금융과 화학적으로 결합하지 못한다면 임 회장의 뜻은 빛을 잃을 것이다.  
농협금융의 체질개선을 위한 첫 출발은 결국 인사권이다. 임 회장이 농협증권과 우투증권이 합병된 통합증권사 등 새롭게 품은 우투증권 패키지 식구들을 일선에서 지휘할 금융계열사 CEO의 인사권을 쥐는 것이 임 회장이 원하는 체질개선의 첫 단추다.
농협 전체가 이른바 ‘최원병 사단’에 의해 좌지우지된다는 말은 예전부터 나왔다. 최원병 농협중앙회 회장의 경상북도 인맥과 선거운동에 앞장선 인물들을 최원병 사단이라고 말한다. 농협의 한 관계자는 “최원병 사단이 농협중앙회 요직과 계열사 대표 자리를 꿰어 차고 있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라고 귀띰했다. 
농협 안팎에서는 벌써부터 최 회장과 임 회장 사이에 우투증권 인수를 계기로 향후 금융계열사 CEO 인선을 놓고 난기류가 흐른다는 말들도 흘러나온다. 임 회장은 우투증권 인사가 농협금융의 체질을 개선하기 위한 것인 만큼 당연히 이를 진두지휘할 CEO들을 앉혀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 임 회장이 생각하는 농협금융의 변화를 이끌어낼 인물이어야 한다고 본다.
그러나 최원병 중앙회장은 우투증권이 농협증권과 합병을 하게 되면 국내 1위 증권사로 발돋움하는 만큼 농협의 최고 수장으로서 당연히 인사에 영향력을 행사해야 한다는 뜻을 품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임 회장은 지난해 취임식에서 “부당한 외부 경영간섭은 단호하게 대처해 계열사의 자율적 경영을 보장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계열사 CEO 인사에서 임 회장의 생각과 다른 인사가 몇 차례 있었던 것으로 알려진다. 그런데 임 회장의 뜻대로 안 된 일부 계열사와 증권 부문 등 금융계열사 CEO 자리는 성격이 크게 다르다. 그런 일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임 회장은 승부수를 던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농협 체질개선 핵심은 ‘지배구조 개선’

농협은 2012년 금융과 경제 사업을 분리해 ‘1중앙회 2지주회사’ 체제로 거듭났다. 농협금융지주는 농협은행(카드 포함), 농협생명보험, 농협손해보험, 농협증권, 농협선물, 농협캐피탈, CA자산운용의 7개 금융 자회사를 두고 있다. 분리 당시 농협금융은 총자산 240조원이었다. 출범과 동시에 우리금융 KB금융 하나금융 신한지주에 이은 5대 금융지주의 반열에 섰다.
농협금융은 규모에 비해 시장에 대응하는 능력이 떨어졌다. 때문에 농협금융이 분리됐을 때 변화를 기대하는 분위기가 강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농협은 훌륭한 인프라를 갖췄지만 이를 충분히 활용하지 못하는 아쉬움이 있었다”며 “금융지주 출범 후 체질이 바뀐다면 향후 성장세가 가파를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농협금융은 구태의연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50년 넘게 형성된 온정주의와 폐쇄적 조직문화에서 벗어나기에는 시간이 부족한 것으로 보인다. 임 회장 역시 취임 후 연 인터뷰에서 “농협금융은 다른 금융그룹에 비해 다소 보수적이고 폐쇄적인 게 사실”이라고 털어놓기도 했다.
금융권에서는 농협금융이 달라지지 못한 가장 큰 이유는 지배구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농협중앙회-농협금융지주-농협금융계열사’의 구조를 말한다. 농협중앙회는 농협금융지주의 지분 100%를 소유한 최대주주다. 원래 금융지주회사법에 따르면 각 금융지주가 자율적으로 의사결정을 하게 되어 있지만 농협의 경우 농협법이 우선이다. 농협법에 중앙회가 농협금융지주와 자회사들을 지도하고 감독 할 수 있다는 규정이 있다.
신동규 전 회장이 농협금융을 떠난 이유도 이 때문이다. 신 전 회장은 사사건건 중앙회장과 충돌한 것으로 알려졌다. 심지어 금융계열사 인사조차도 회장의 뜻을 반영하기 힘들었다고 털어놓았다. 신 회장은 “농협금융 회장은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다”고 하소연했다. 
농협금융이 농협중앙회의 지배를 받고 있는 구도는 브랜드 사용료에서도 확인된다. 농협금융은 ‘농협’이라는 이름을 쓰는 대가로 매년 4500억원 가량의 사용료를 농협중앙회에 낸다. 신 회장은 재임 때 “명칭사용료라는 희한한 것이 있다”며 거부감을 표출하기도 했지만 어떤 개선도 하지 못했다.
이런 현실을 그대로 투영하는 것이 의전문제다. 남들이 볼 때 별것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의전은 조직 위계상 아주 민감한 부분이다. 농협의 서열을 매기자면 최원병 농협중앙회 회장이 당연히 1위다. 그 다음이 경제지주 대표, 금융지주 대표 순서다. 하지만 금융지주 대표가 꼭 3위의 서열에 걸맞은 의전을 받는 것도 아니다. 신동규 전 회장 재임시절 농협의 한 행사에서 금융지주 대표가 1001번째 자리에 배정받은 적도 있었다고 한다. 농협 회장단은 물론 전국 지방단위 조합장보다 뒷자리였다는 것이다.

임 회장 측근들 전면에 부상 

임 회장은 지난해 6월 농협금융지주 회장이 돼 처음 농협에 발을 디뎠다. 이전까지 그는 33년 동안 공직생활을 했다. 1981년 행정고시 24회로 공직에 입문한 이후 재정경제부에서 은행제도과장, 증권제도과장, 금융정책국장을 거쳐 기획재정부 1차관 등 주요 보직을 두루 맡았다.
그가 농협에 갈 때 안팎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다. 임 회장의 표현에 따르면 “공무원 하다가 민간에 와서 잘할 수 있을까”라는 염려였다. 또 농협금융은 보수적이고 폐쇄적인 농협의 조직문화에서 벗어나지 못한 문제점을 똑같이 안고 있다. 외부인인 임 회장이 버티기 어려운 환경이라는 걱정도 나왔다.
최원병 농협중앙회 회장은 임 회장에게 호의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최 회장은 올해 초 시무식 직후 계열사 대표이사들이 모인 자리에서 “임 대표와 나는 하나부터 백까지 손발이 척척 맞는다”며 임 회장을 공개적으로 치켜세웠다.
물론 이는 임 회장이 처신을 잘 한 덕분이기도 하다. 임 회장은 경제관료 시절 ‘최고의 컨트롤 메이커’라고 불릴 정도로 갈등 조정에 능했다. 임 회장은 이를 바탕으로 농협중앙회와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전임 회장들이 불만을 토로했던 농협 이름 사용료 4500억원에 대해서도 “농협금융이 태생적으로 감내해야 하는 부분”이라는 입장을 밝혀 갈등을 미리 차단했다. 
임 회장은 이런 과정에서 모나지 않게 금융 부문에 대한 지배력을 확대해가고 있다. 임 회장은 지난달 열린 농협금융지주 이사회에서 사람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농협금융지주의 이사회 구성은 임 회장을 제외하고 총 6명이다. 그동안은 농협중앙회 출신이 많았다. 이들은 중앙회의 대리인이 돼 사실상 금융지주를 ‘감시’했다. 하지만 이번에 이사를 대거 교체하며 임 회장과 직간접적으로 친분이 있는 인사가 4명으로 늘었다. 과반수를 ‘자기편’으로 확보한 셈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이번 인사로 임 회장이 이사회 통제권을 확대할 수 있게 됐다”고 분석했다.
농협금융의 핵심 계열사인 농협은행에도 임 회장의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 이번에 농협은행은 지주체제로 출범한 후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를 열어 처음으로 사외이사를 뽑았다. 이번에 뽑힌 5명의 사외이사들은 모두 임 회장과 연결돼 있다. 임 회장과 같은 관료 출신, 경기고 동문, 연세대 경제학과 동문이다.
금융지주 관계자는 “계열사별로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가 구성돼 후보들을 추천받았기 때문에 임 회장의 의견이 들어갈 수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금융지주 계열사의 또 다른 관계자는 “사외이사 선임은 지주회사에서 총괄적으로 교체했기 때문에 지주회사에서 내용을 자세히 알고 있을 것”이라며 전혀 다른 얘기를 했다.
임 회장이 농협금융지주 회장으로 부임한지 벌써 1년이 다 되어간다. 임 회장의 열 달은 전임 회장들과 달리 농협중앙회와 잘 지내면서도 조용히 농협금융의 체질개선을 위해 바닥을 다지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제갈공명이 와도 안 된다는 농협금융을 임 회장은 바꿔낼 수 있을지 관심이 몰리고 있다. 그리고 그 가능성은 우리투자증권 인수의 매듭을 어떻게 짓는가에 달려있다. 

금융업계는 지금 ‘임의 전쟁’ 중

임종룡 vs 임영록, 모피아 출신 라이벌 
‘우투증권 인수’ 경쟁으로 첫 번째 격돌

임종룡 NH농협금융 회장과 임영록 KB금융 회장의 ‘선의의 경쟁’이 금융업계에서 관심을 끌고 있다. 행정고시와 재정경제부에서 나란히 일한 절친한 선후배가 나란히 금융지주사 회장으로 경쟁을 하고 있기 때문에 라이벌로 보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투자증권 인수전을 놓고도 ‘임의 전쟁’이라 부르며 예의주시하기도 했다.
‘임의 전쟁’ 제1막은 임종룡 회장이 우리투자증권을 품에 안으면서 승리했다. 임종룡 회장은 우리투자증권 인수로 금융 ‘4대 천왕’의 반열에 올라 임영록 회장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그동안 자산규모로 우리, 신한, KB, 하나를 4대 천왕으로 꼽았지만 이제는 NH농협이 우리를 밀어내고 그 자리를 대신하게 된 것이다. 
우투증권 인수전에 뛰어든 두 임 회장의 입장은 처음부터 달랐다. 임영록 회장은 신중하게 접근을 한 반면, 임종룡 회장은 “인수에 실패하는 경우는 생각해보지 않았다”며 강한 의지를 보였다. 임종룡 회장은 우투증권 인수를 통해 은행과 증권, 보험업이라는 삼각편대를 완성할 수 있기 때문에 남다른 각오를 보였지만 임영록 회장은 합리적 가격이 아니면 포기할 수 있다는 발언을 자주 하면서 KDB대우증권도 함께 넘보는 모양새를 취했다. 
임종룡 회장은 외부의 시선을 의식힌 듯 우투증권 인수 후 “임영록 회장은 존경하는 선배이며 훌륭한 경영인”이라며 “각자 조직을 위해 노력한 것일 뿐이지 양자대결 구도로 봐선 안 된다”고 선을 그었다. 임영록 회장도 직접 임종룡 회장에게 우투증권 인수를 축하한다는 전화를 건넸다고 전해진다.
두 임 회장은 행정고시(임영록 20회, 임종룡 24회)를 거쳐 재정경제부에서 나란히 일한 선후배 사이다. 취임 시기도 임종룡 회장이 지난해 6월, 임영록 회장이 지난해 7월로 거의 비슷하다. 두 회장은 모피아(기획재정부 출신 관료)출신으로 박근혜 정부 들어 모피아 출신들이 금융 CEO로 계속 배제되는 분위기 속에서도 굳건히 금융 4대 천왕으로 자리 잡고 있다. 두 회장이 나란히 금융지주 회장의 자리에 오를 때 모피아 출신이기 때문에 외부의 입김이 작용한 것이 아니냐는 눈길을 똑같이 받았다. 
임종룡 회장은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과장, 기획재정부 1차관, 국무총리실 실장을 지냈다. NH농협금융 측에서 “임종룡 회장은 금융과 경제 분야의 전문지식과 경험을 갖췄고 재경부 등에서 은행 증권 금융정책 등 핵심 분야를 모두 거쳐 농협금융의 청사진을 제시하는 데 가장 부합한다”고 평가했음에도 관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말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임영록 회장도 재정경제부 은행제도과장, 금융정책국장, 재정경제부 제2차관을 거쳐 2010년 3월부터 KB금융에 몸을 담았다 회장에 올랐지만 “모피아가 잠시 민간에 몸을 담았다고 해서 신분세탁이 되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는 말이 나돌 정도였다.
두 회장은 지난해 취임 첫해를 마치고 올해를 맞이했다. 이미 몸풀기는 마쳤다고 볼 수 있다. 올해를 맞으면서 임영록 회장은 ‘향상일로(向上一路)’라는 화두를 던졌다. 지향하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 한마음 한뜻으로 매진하자는 뜻이다. 반면 임종룡 회장은 ‘일명경인(一鳴驚人)’을 내놓았다. 한 번 일을 시작하면 세상 사람들이 깜짝 놀랄 만한 일을 해내자는 의미다. 이 말은 임종룡 회장의 스스로에 대한 다짐일 수 있지만 농협금융 전체를 향해 체질을 바꿔보자는 강력한 요구이기도 하다. 
두 회장이 던진 말이 절묘하게 두 회장이 처해있는 처지에서 가고자 하는 길을 제시하고 있는 것 같다지만 그 길은 이제 막 다시 시작됐다. 

인사이트코리아, INSIGHTKOREA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