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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2024-04-29 19:43 (월) 기사제보 구독신청
[전시장 IN]서양화가 이태현‥.역동의 우주 대자연의 진리[통인화랑]
[전시장 IN]서양화가 이태현‥.역동의 우주 대자연의 진리[통인화랑]
  • 권동철 미술전문위원
  • 승인 2024.04.08 00: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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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현 ‘生滅點華’초대전, 4월3~24일, 3, 5층 전시실
통인화랑 전시장에서 이태현 미술가. 사진=권동철.
통인화랑 전시장에서 이태현 미술가. 사진=권동철.

“만 번을 울린 북도 그 빈속은 상하지 않고, 만 번을 구른 수레도 그 중앙 빈 곳은 상하지 않는다. 그래서 허(虛)를 진(眞)이라고 한다. 萬鳴之鼓其中空不傷, 萬轉之輪其中空亦不傷, 故其虛爲眞矣.1)

동양사상의 인간과 자연관이 융화된 미학적 토대를 55년여 천착해 오고 있는 이태현(李泰鉉,Lee Tae Hyun,1940~) ‘生滅點華(생멸점화)’전시회가 애호가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전시전경. 사진=권동철.
전시전경. 사진=권동철.

통인화랑 3층 전시장엔 불교 화엄사상을 떠올리게 하는 우주융합현상의 ‘Space’연작을, 5층은 역학(易學)의 원리를 근간으로 괘(卦)의 기호학을 추상화로 풀어낸 작품들을 보여준다.

“상상력과 구성력의 풍부함에서 오는 모나지 않은 멋, 끝이 날카롭거나 차갑지 않고 순박한 데서 느끼는 구수한 큰 맛, 단순한 색채에서 오는 적조미를 ‘조선의 미’라고 규정한‥.2)” 그 적조미(寂照美)의 조응은 큰 울림으로 다가왔다.

 

전시전경. 사진=권동철.
전시전경. 사진=권동철.

◇담연의 바다 해인삼매여!

화면은 끝없는 구도(求道)의 여정처럼 광막하고도 오묘한 세계로 인도하는 함축미를 보인다. 어슴푸레한 달빛에 비치는 경문(經文) 위로 청풍명월(淸風明月)이 드리운다. 차갑고 뜨거운 욕망의 덩어리가 열락의 회오리에 사라지고 일순 눈을 떠보니 펼쳐지는 아아 담연(淡煙)의 바다….

해인삼매(海印三昧)라 했던가. 내 안에 다가온 이 개연(蓋然), “시간은 완전히 비시간적인 하나의 존재의 표면에서 일어나는 무의 반짝임으로서 드러내 보여 진다.3)

오오 화엄(華嚴)이 만상(萬象)을 껴안는다. 마침내 한 점 하나의 선이 천변만화하는 우주 그 웅혼하고도 끝없는 청려(淸麗)한 순환의 인과로 마음의 멍에를 덥히는데. 하여 진정 “일체제법(一切諸法)이 또한 이와 같아 고정된 상이 없는(無有定相) 것4)”임을 일깨우는가.

 

전시전경. 사진=권동철.
전시전경. 사진=권동철.

◇퇴계 이기론 만물의 생멸

주역이 조선성리학과 연관성을 갖고 있고 유교(Confucianism) 기저에 흐르는 지행합일(知行 合一)이 한국인 유전자에 면면히 흐르고 있다는 점에서 이태현 화법은 조선중기 퇴계 이황((退溪 李滉,1501~1570)의 이기론(理氣論)과 깊게 연결되어 있는 듯하다. 우주만물의 기운과 생멸을 말하기 때문이다.

“퇴계학파는 16세기 후반에 주로 퇴계의 문하에서 직접 수학한 문인들이 활동하였다면, 17세기부터 20세기 중반까지는 퇴계학파의 후학들에 의해 학맥과 학설이 계승되고 분화되어가는 과정을 확인할 수 있다.5)

 

전시전경-(오른쪽)detail. 사진=권동철.
전시전경-(오른쪽)detail. 사진=권동철.

이와 함께 이태현 작가 고향이 경북예천이며 안동사범학교를 졸업(1959)했다는 점에서도 유교정신이 강한 이 지역특성의 인식관계를 부인하기 어렵다. 화백도 “홍익대 미대 재학 시, 퇴계선생의 친필 발문(跋文)이 있는 무이구곡도(武夷九曲圖)를 여러 번 봤고 나의 ‘미로(迷路)’작업에 많은 영감을 주었다”라고 필자에게 밝힌 바 있다.

덧붙이면 화백은 세상사 앎 보다 심성 깊이 자리한 덕성을 귀하게 여기는 화가이다. 끝없는 수행성의 반복을 이어가고 있는 그의 윤리학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 “다가오는 일상의 사태와 대상을 버려둔 채 실현되는 '인(仁)'이란 없으며, 그것들과 격절된 채 깨닫고 발견해야 할 우주적 본성(天地生物之心)으로서의 도덕본체 역시 없다.6)

 

이태현 화백 작업실에서. 사진=권동철.
이태현 화백 작업실에서. 사진=권동철.

◇통할의 미학 회화의 증명

한편 삼라만상 존재의 본바탕을 동시대회화로 표출해 온 화백과의 인터뷰에서 “지나온 시간을 되돌아보니 작품의 표현이 다를 뿐 나의 회화의식은 같았다”라고 토로한 바 있다.

이번 ‘生滅點華(생멸점화)’전(展)은 화장세계(華藏世界)에 피어나는 연화가 관조의 세계로 인도하는 듯, 저 아득한 광막의 우주론을 일생동안 자신만의 독창적 화법으로 해석해내고 있는 ‘이태현 회화의 증명’을 보여주는 전시와 다름이 없다.

동시에 삼라만상 존재의 본바탕을 통할(統轄)의 미학으로 품어냄으로써 가장 한국적 정신성의 미감을 표출한 ‘통인화랑 이태현 초대전’으로 기록될 만하다.

 

[참고문헌]

1)주역원론2, 김승호 지음, 선영사.

2)고유섭 평전, 이원규 지음, 한길사.(KO YU-SEOP: A Pioneer of the Korean Art History, By Lee Won Kyu)

3)존재와 무, 장 폴 사르트르(JEAN PAUL SARTRE), 정소성 옮김, 동서문화사.

4)유마경(維摩經) 강의(하권), 불연 이기영 전집 제25권, 한국불교연구원.

5)조선후기 퇴계학파의 전개, 금장태 서울대 철학과교수. 退溪 李滉(퇴계 이황), 한국서예사특별전(21)도록, 예술의전당, 2001.

6)역학과 주자학, 주광호 지음, 예문서원.

 

#캡션

1=통인화랑 전시장에서 이태현 미술가. 사진=권동철.

2~5=전시전경. 사진=권동철.

6=노령의 화백을 작업실에서 뵌 것은 통인화랑 전시를 앞두고 신작을 마무리 할 때 즈음이었다. 전시를 앞둔 화가의 작업실이 늘 그렇듯 물감이며 캔버스며 자료들이 흩어진 듯 해 보이지만 작업열기가 팽팽하게 감돌았다. 사진=권동철.

 

권동철 미술전문위원,미술칼럼니스트
권동철 미술전문위원,미술칼럼니스트

 

인사이트코리아, INSIGHT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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